너무 늦었다, MS 서피스 듀오 9월 10일 출시 발표



2019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흥미로운 제품 두 가지를 발표했습니다. 서피스 네오와 서피스 듀오가 그것입니다.

서피스 네오는 윈도우10으로 구동되는 듀얼 스크린 태블릿이었습니다. 9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붙어있어서 펼치면 총 13인치 사이즈가 되며, 노트북처럼 쓸 수 있는 모드가 존재하는 물건이었죠. 오래 전 마이크로스프트가 컨셉을 발표하고 개발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하고 폐기된 쿠리어가 생각나는 물건이었습니다.











서피스 듀오는 서피스 네오의 축소판으로 보이는, 보다 작은 제품이었습니다. 5.6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붙어있어서 펼치면 8.1인치 사이즈가 되는데, 이 제품의 놀라운 점은 이것이 윈도우가 아닌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물건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안드로이드 기기를 제조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하지만 이 제품은 발표 당시 아주 잠깐의 흥분을 안겨준 다음 그보다 훨씬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2019년 10월에 발표하면서 2020년 말에나 출시한다고 했거든요. 짜게 식을 수밖에 없죠. 당시에 이미 출시되어 있던 갤럭시 폴드와 비교하면 미래적인 느낌은 거의 없는 기기를 그것도 1년 후에나 내놓겠다고 했으니 짜게 식을 수밖에...


그리고 한참 동안 추가 소식이 없던 서피스 듀오의 정식 출시일과 가격이 공개되었습니다. 9월 10일 출시로, 작년 발표 당시의 예정보다는 약간 빨라졌습니다. 큰 의미는 없다고 보지만요.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드로이드 10

5.6인치 1800 x 1350 해상도 4:3 화면비 AMOLED 디스플레이 (401ppi) x 2
듀얼 스크린시 8.1인치 2700 x 1800 해상도 3:2 화면비

무게 250그램
배터리 3577mAh (비디오 재생 15시간 30분, 대기시간 10일, 통화시간 27시간)

18w 고속충전 지원
무선충전 없음
NFC 없음
GPS는 있음

USB-C 3.1

퀄컴 스냅드래곤 855
램 6GB
내장 스토리지 128GB / 256GB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 없음

전면 카메라 11MP
후면 카메라 없음

모노 스피커, 소음감소 듀얼마이크
지문인식


서피스 펜으로 필기 가능. 하지만 별매.

128GB 모델 1399.99달러
256GB 모델 1499.99달러

9월 10일 출시


..................


이 정보를 보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이거 망했네요.


오래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쿠리어는 매우 미래적인 컨셉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현재, 폴더블 폰은 더 이상 미래의 물건이 아닙니다. 이미 2019년에 갤럭시 폴드라는 걸출한 물건이 나와버렸기 때문이죠. 2020년에는 갤럭시Z 플립도 나왔습니다.

서피스 듀오는 발표 당시부터 별로 미래적이지 못한, 갤럭시 폴드보다는 훨씬 과거적인(?) 물건이었습니다. 그렇잖아요. 접히는 디스플레이로 만든 폰이 나와서 팔리고 있는데 듀얼 스크린을 뽐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단순히 스크린 두 개 붙여서 접을 수 있는 폰을 쓰고 싶으면 LG V 시리즈를 써도 되는 시대란 말이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기기를 이보다는 훨씬 강력하면서 저렴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물론 서피스 듀오는 갤럭시 폴드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쌉니다. 아직 가격이 발표되지 않은 갤럭시Z 폴드2보다도 훨씬 싸겠죠. (참고로 갤럭시 폴드는 1980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서피스 듀오는 절대적으로는 전혀 저렴한 기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스펙은 1400달러라는 가격(참고로 1300달러였던 서피스 랩탑의 한국 출시가는 171만원이었습니다)에 비해 엄청나게 실망스럽습니다.



일단 무선 충전이 없습니다. 매우 어이없는 부분입니다. 2020년에 1400달러 짜리 폰 팔면서 무선 충전이 없다니 이거 혹시 개그?


후면 카메라도 없습니다. 안쪽으로도 바깥쪽으로도 자유롭게 접을 수 있으니 굳이 바깥에 카메라를 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나 본데... 과연 그럴까요? 그리고 이들이 전면에 달아둔 카메라가 과연 1400달러 짜리 폰에 어울리는 퀄리티인지는 심히 의구심이 듭니다. 요즘은 카툭튀를 감수하고서라도 어마어마하게 호화찬란한 카메라가 달린 폰들이 넘쳐나는 시대라고요.


베젤이 참 넓습니다. 2020년에는 저 베젤만으로도 정말 촌스러운 느낌이 들어버리고 맙니다. 접어놨을 때 디자인은 참 깔끔하고 멋진데 말이죠.


결국 스냅드래곤 855를 달고 나옵니다. 2020년에 출시되는 1400달러 짜리 폰인데 2019년의 플래그쉽 폰들이 달고 나왔던 한 세대 낡은 프로세서를 달고 나온 겁니다. 이건 스냅드래곤 865+로 업그레이드했어야지.


램이 6GB입니다. 1400달러 짜리 안드로이드폰에 램 6GB 실화냐? 애플스러운 램크루지가 매우 감동적입니다.


내장 스토리지가 128GB인 것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1400달러 짜리... (후략) 마이크로SD 카드 슬롯도 없는 주제에? 이건 256GB / 512GB 구성이어야 했다고 봅니다.


모노스피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원가절감할 거면 가격을 1000달러 밑으로 낮췄어야...



물론 단점만 있는 기기는 아닙니다. 서피스 듀오만의 장점은 있습니다.


두 개의 화면을 붙여놨다는 점을 살려서 인폴딩과 아웃폴딩이 자유자재입니다. 안으로만 접을 수 있는 갤럭시 폴드와 달리 안으로도 접을 수 있고 바깥으로도 접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큰 이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고요.


다른 폰과 달리 4:3 화면비를 채택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적어도 만화나 소설 같은 컨텐츠를 즐기기에는 다른 폰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 듀얼 스크린이라는 점이 더해지면 더욱 그렇고요.


기술적 한계로 아직까지는 필기를 구현하지 못한 갤럭시 폴드와 달리 필기가 됩니다. 문제는 1400달러부터 시작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서피스 펜을 따로 사야 한다는 점이지요. 그리고 갤럭시 노트의 S펜과 달리 서피스 펜은 스마트폰에서 쓰기에는 좀 크고 굵습니다. 별매품이니 당연히 기기 내에 수납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휴대성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죠.


가격은 갤럭시 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런 수준이 아니라 절대치로 봤을 때도 사고 싶은 가격이어야 했다고 봅니다. 이 스펙으로 낼 거면 999달러 이하였다면 좋았을 것 같군요. 물론 플래그쉽 가격이 나날이 오르고 있는 요즘 시대에 듀얼 스크린 달고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보다 좀 더 비싼 수준으로 가격을 맞추자니 원가 절감을 할 수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마진을 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타협하여 만들어진 것 같은 이 결과물은 가격대비 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왜 저렇게 나왔는지는 알겠는데, 저렇게 나오면 안 되는 물건이라는 느낌입니다.


덧글

  • 은이 2020/08/13 14:13 # 답글

    늦어도 2년 전에 나왔다면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었겠지만...
    작년에 폴드, 올해는 파워업된 2가 나와버려서, 뭐랄까.. 블랙 베리폰 포지션이 생각나서 슬픕니다...ㅠㅠ
  • 로오나 2020/08/13 14:16 #

    2년 전이라면 확실히 매력적이었을 겁니다. 지금 나오려면 각 잡고 저렴하게 나왔어야...
  • nakbii 2020/08/13 17:44 # 답글

    가격에 비하면 성능이... 좀 떨어지는거 같네요.
  • 로오나 2020/08/13 18:04 #

    디스플레이 두 개 달면서 가격은 갤럭시노트20 울트라쯤으로 맞추느라 그런것 같은데... 여기서 또 원가 절감으로 마진까지 챙기려고 한 결과물이 저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Heb614 2020/08/13 19:57 # 답글

    이런 씰데없는 기기나 만들어 팔 생각말고 지들 윈도우10 버그나 좀 어찌했으면 좋았을텐데
  • 로오나 2020/08/14 06:05 #

    뭐 부서가 다르겠죠 그건.
  • wheat 2020/08/13 21:10 # 답글

    솔직히 999달러로 나왔어도 살 생각은 안나네요.
  • 로오나 2020/08/14 06:05 #

    사실 999달러로 나왔어도 저거보다는 훨씬 스펙이 높았어야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 나인테일 2020/08/18 13:09 # 답글

    폴더블 OLED가 하드웨어적으로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긴 합니다만 마소는 지금 당장 디스플레이 기술을 과시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 소프트웨어적인 노하우를 쌓기 위해서 저렇게 출시하는게 패착은 아니라고 봅니다. 애플도 삼성 LG가 몇 년을 OLED 쓸 때도 끝까지 LCD 붙들고 있다가 OLED는 미루고 미루다 도입한 적이 있지요.

    사용의 주안점도 폴더블 제품들은 화면 중간에 방해되는 것 없이 확 펼쳐지는 화면으로 가능해지는 대화면 비디오 감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마소 같은 경우는 업무나 SNS 앱의 인터페이스 확대를 주안점으로 밀고 있지요. 아이폰 앱의 아이패드 버전처럼 대부분의 기존 안드로이드 앱들을 확장된 화면에서 최적의 확장 인터페이스로 표시할 수 있게 하고 앞으로 제작될 앱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폴더블 화면용 UI 제작 API가 개발자들에게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다면 삼성조차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규격을 따라야 할겁니다.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의 레퍼런스급 제품인 오피스 시리즈가 먼저 좁은 화면과 넓은 화면을 오가며 적절한 인터페이스 정보를 표시하는 본을 보여준다면 상당히 많은 개발자들이 이 스타일을 따를거라고 봅니다. 구글이 OS에 내장된 정식 기능을 출시한다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에 자기 지분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죠. 엣지 브라우저가 크로미움 프로젝트로 들어가서 요즘 구글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프로젝트 개발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것 처럼 말이죠.

    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생기는 입장 차이라고 봅니다.
  • 로오나 2020/08/18 14:57 #

    이걸 내는 것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제품이 가격대비 매력적인 제품이냐가 가장 큰 문제지요. 제조사가 어떤 제품을 만들어서 내는데는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제품인가, 성공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고 지금 시점에서 전 이게 별로 성공할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제 예상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요.
  • 서성 2020/10/19 22:30 # 삭제 답글

    가격도 스펙도 애매하네요. 엑스박스에 힘 주느라 여력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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