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 물은 답을 알고 있다



큰 상영관에서 볼만한 매력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상영시간 내내 화면이 정말 아름다워요.

이걸 보고 나서 '겨울왕국'을 다시 보면 그동안 기술이 얼마나 크게 발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매년 CG 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블록버스터가 나올 때마다 별로 기술이 발전한 게 없는 것 같고, 이미 정점을 찍은 것 같지만 몇년 지나서 보면 기술은 여전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지다 보니, 몇몇 장면들은 직관적으로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와, 이 부분 기술 대단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보면서 가장 감탄한, 안나와 올라프가 관련된 장면이 그랬어요.


전작은 그리 깔끔하게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거칠고 덜컥거리는 부분들이 보였지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의 조합이 불가사의한 매력을 폭발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무엇보다 렛잇고가 있었어요.


저는 2편 제작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보러 가기 전까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왕국'은 딱히 속편이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으니까요.

그 감상은 2편을 보고 온 지금도 같습니다. 2편은 1편의 세계 속에 딱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혹은 캐릭터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만한 동력이 있어서 나온 이야기 같지가 많아요. 전작이 잘 됐으니 속편을 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인 이유로 만든 속편이라는 느낌이 물씬 듭니다.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만든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물건인 거죠.

이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결과물은 세상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할리우드의 A급 인력이 투입되어서 미려하게 만들어진 웰메이드 속편이니까요.


반가운 캐릭터들이 나오는 화면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정말이지 '물은 답을 알고 있다'로 요약되어서 피식했고, 캐릭터 활용에 대해서는 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도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은 참 맘에 들었습니다. 그 부분을 동화적으로 얼버무리지 않은 게 좋더군요. 그래요. 엘사와 안나의 할아버지는 정말로 (삐-)였죠.



음악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많은 뮤지컬 파트를 우겨넣은 감이 있고, 몇몇 뮤지컬 장면들은 너무 도입부가 갑작스러워서 덜컥거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대놓고 B급 감성 가득한 크리스토퍼의 뮤지컬 파트는 저는 마음에 들었지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 같네요. 전 그 부분에서 진짜 많이 웃었는데, 나중에 그 부분 진짜 재미없다고 화장실 가기 딱 좋은 시간이라는 감상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렛잇고가 없습니다. 여기서 렛잇고가 없다는 이야기는, 그 정도로 임팩트 있는 노래는 없었다는 의미인 동시에 1편을 모두의 뇌리에 각인시킨 렛잇고의 뮤지컬 파트만한 장면이 없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은 그냥 극장 천장을 뚫고 날아가 버리는 파워였으니까요.


어쨌거나 보는 내내 눈호강하는 느낌이었고 '벼랑 위의 포뇨'가 생각나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도 좋았습니다. 근데 이 부분 보면서 정령의 힘을 얻은 엘사가 굉장히 파워업했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2편 오면서 심하게 너프되었던 힘을 다시 되찾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외에는 보면서 자잘하게 태클 걸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어요. 동화적인 판타지 세계를 보면서 걸기에는 별 의미 없는 태클들이지만.


-아렌델 왕국의 인구는 아무리 봐도 200명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이 정도 인구 위에 군림하는 저 왕실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내야 하는가?

-이 동네 문명 수준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고작 인구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곳에서, 그저 이웃을 위해 저토록 크고 아름다고 정밀한 댐을 만들었다고? 거기에 마지막에는 사진기까지 튀어나와서...

-물불땅바람 4대원소 잘 모아놓고 왜 제5원소가 얼음이야... 판타지적으로 이건 아니지!



덧글

  • Uglycat 2019/12/01 06:19 # 답글

    사소한 데에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 고양이씨 2019/12/01 08:08 # 답글

    저도 마지막에 4대원소 다 해놓고 왜 마지막이 얼음인가 좀 갸웃했어요..
    사진기도 댐도 만들수 있는 문명이면서 어째서? 싶었습니다...ㅠㅠ
  • 로오나 2019/12/01 14:25 #

    인구수가 저 정도밖에 안되는데 저런 댐을 지으려면 도대체 무슨 수를 써야 할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이집트 피라미드 공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백성을 총동원해서 지옥같이 굴려도 안될거 같은데...
  • 로그온티어 2019/12/01 12:44 # 답글

    제목ㅋㅋㅋㅋㅋㅋ 진짜 그 드립 치고 싶었는뎈ㅋㅋㅋ 먼저 치시다닠ㅋㅋㅋ
  • 로오나 2019/12/01 14:25 #

    뭐 모두가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ㅋㅋ
  • 괴인 怪人 2019/12/01 12:53 # 답글

    전달하려는 5원소의 의미는 서로 대립하던 집단에서 태어난 인간=엘사=마음 이겠지만

    프로즌 퀸 엘사의 파워가 너무 막강해서..
  • 로오나 2019/12/01 14:25 #

    하지만 얼음...
  • 야얌 2019/12/01 21:18 # 삭제 답글

    감상이 저랑 비슷하네요.

    저는 보면서 댐은 중국? 결국 마법쟁이는 권력을 쥘수 없는것인가..하는 쓰잘데없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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