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 조선 호텔 '나인스 게이트' -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다


서울 시청 쪽에 있는 고오급 호텔인 웨스틴 조선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 '나인스 게이트'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95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해요.

평소에는 가보겠다는 생각을 안해본 곳인데, 이번에는 지인이 현대카드 고메위크로 50% 할인 예약을 들고 오는 바람에 그만... 후후. 고급 레스토랑 반값 할인은 없던 시간도 내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법이죠.


그래서 셋이서 가봤습니다. 나인스 게이트 디너 코스를 먹으러.

5시 반 예약이었는데 15분쯤 일찍 도착해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게 문이 닫혀 있었는데, 우리는 굳게 닫힌 문을 보며 좀 망설였어요. 워낙 문이 묵직해 보였고, 그게 닫혀있으니까 아직 오픈 시각이 아니라서 닫혀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 닫아두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5시 반부터 식사 준비가 되지만 자리에 앉아서 대기하셔도 된다 해서 사람 없는 가게 내부를 찰칵. 바도 같이 운영하고 있군요. 고오급하고 세련된 분위기입니다.

의자가 무척 편안했는데, 동시에 무거웠습니다. 처음에 서버 분들이 의자가 무거우니까 도와드리겠다고 하셔서 '에이, 아무리 그래도 의자가 얼마나 무거울라구?' 라고 생각했는데 앉은 채로 혼자 움직이려고 해보니까... 무거워!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셋이서 편안하게 노닥노닥. 이런 곳답게 물은 조금 비었다 싶으면 바로바로 와서 알아서 채워주는데, 되도록 눈에 안띄게 그 일을 처리하려는 자연스러운 접객이 마음에 들었어요.

디너 코스는 12만원 짜리 코스와 15만원 짜리 코스가 있었습니다. 고메 위크로 왔기 때문에 50% 할인이었고, 기왕 왔으니까 15만원 짜리 코스로 먹었어요. 사실 구성상 오히려 12만원 짜리 코스가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기는 했는데... 예를 들면 샐러드라거나.


식전빵이 버터와 함께 나옵니다. 식전빵 정말 맛있었어요. 정말 안이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느낌이 있어서 눈이 반짝. 종종 코스 요리 먹을 때 식전빵이 맛있으면 이 빵만 따로 사다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 이 가게 빵도 그랬습니다.

인원은 셋인데 왜 빵은 네 개입니까... 라는 의문은 딱히 의미는 없겠죠. 아마 다 먹고 더 달라고 하면 더 줬을 것 같지만 셋 다 양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코스를 먹고 나면 배가 빵빵해질 게 뻔했습니다.



성게알, 캐비어를 곁들인 컬리플라워 판나코타.

코스요리를 먹으러 올 때 기대하게 되는, 파인 다이닝이 아닌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스타일의 이런 메뉴를 보면 비로소 내가 뭘 먹으러 왔는지 떠올리는 기분이에요. 디저트스러운 비주얼과 달리 신선한 성게의 맛이 진하게 나는 메뉴입니다. 맛있는 식전빵에 이어 코스의 첫인상이 좋았어요.


그뤼에르 치즈가 올려진 정통 양파 수프. 꽤 큼직하게 나와요. 치즈가 엄청 듬뿍 올라가서 정말 치즈치즈함. '정통 양파 수프'라는 이름처럼 다른 잔재주는 없는 양파맛이 가득한 수프에요. 맛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양파 수프는 50년간 레시피가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만큼이나 역사가 있는 레시피라면 '정통'이라고 어필할만 하군요.


니수아즈 샐러드. 참고로 12만원 짜리 코스는 샐러드가 수제 푸아그라 드레싱의 시저 샐러드였고 우리는 사실 샐러드는 그쪽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위에 올라간 참치가 퍽퍽해서 별로였던...


페페로치니 향의 스노우 크랩 살 링귀니. 양파 수프까지 좋았던 코스의 인상이 샐러드, 그리고 이 메뉴까지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짐. 이름은 거창하지만 굉장히 심심한 메뉴였습니다. 게살도 얼마 안 들어 있었고, 뭔가 게맛이 강해서 그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주거나 그게 아니면 뭔가 신선하고 창의적인 느낌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에요. 이건 그냥 실망스러웠음.


이렇게 식전빵부터 1, 2번째 메뉴까지가 좋은 인상이었다가 3, 4번째 메뉴가 안좋은 쪽으로 기울어졌는데, 메인 디시가 한방에 다시 좋은 쪽으로 돌려놨습니다.

메인은 두 가지 메뉴 중에 선택 가능했습니다.

한우 등심 스테이크 혹은 도미구이와 해산물 리조또.

둘 다 맛보고 싶어서 두 명은 등심 스테이크를, 한 명은 도미 구이와 해산물 리조또를 주문해서 나눠 먹어봤어요.

이때 우리가 따로 부탁하지 않았는데, 우리 대화를 들은 서버 분께서 '나눠드신다고 해서 앞접시를 준비해봤습니다' 하고 사람수대로 앞접시를 하나씩 가져다주셔서 살짝 감동했습니다. 접객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도미구이와 해산물 리조또 무척 좋았습니다. 껍질이 바삭하게 잘 구워져 나왔고, 살은 기름이 좔좔 흐르는게 아주 그냥... 흰살생선을 메인으로 주문할 때의 기대를 정확하게 충족시켜주었어요. 아래의 해산물 리조또도 맛있었고요.



스테이크 소스는 세 가지 소스를 가져와서 덜어주는 방식으로 서빙했습니다. 효율적이진 않겠지만, 이런 서빙 스타일은 그 자체로 코스요리를 먹을 때의 즐거움이 될 수 있지요.




한우 등심 스테이크는 정말 좋았습니다! 요 근래 먹어본 스테이크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어요. 고기가 꽤 묵직하게 나오고, 굽는 정도는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이상을 실현시켜놓은 것 같았어요. 겉이 정말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살살 녹는데... 와, 이 가게는 스테이크만 먹으러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스테이크만 먹으면 가격이... 아무리 봐도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서 그냥 여기 스테이크 생각나면 코스요리 먹으러 와야겠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지만! (...)



식후에는 디저트와 함께 커피 혹은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차도 몇가지 중에 고를 수 있고요. 우리는 셋 다 홍차를 마셨습니다.

차도 좋았어요. 일단 티백으로 나오지 않는 점이.

전 파인 다이닝에서 코스요리 먹다가 마무리 차에 티백 담근 채로 나오면 흥이 확 깨지는데, 이런 곳이 꽤 있는 편이죠. 사실 티백을 쓰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건 주방에서 생각하는 '딱 마시기 좋은 상태'로 우려서 내주는 것까지가 서비스라고 보는지라... 게다가 가격이 비싼 가게라면 차를 제대로 우려서 내주는 서비스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디저트도 꽤 좋았습니다. 여기서 다시 접객을 칭찬하고 싶은데, 우리 세명 앞에 디저트가 각각 다른 것이 나왔어요. 다양하게 맛보시라고 인원당 한 종류씩 준비해주셨다고 하는 게 또 좋더군요.

치즈케이크는 평범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에 올라간 블루베리 콤포트가 맛있었어요.



녹차 크림브륄레. 크림브륄레의 녹차 버전입니다. 비주얼은 별로지만(...) 위쪽이 가볍게 바삭거리는 점과 크리미한 안쪽이 녹차맛이 진하게 나서 맛있었음.




바닐라 타르트. 금박이 올라가 있어서 고오급스러워 보입니다.

세 디저트 중에 단연 최고였습니다. 비주얼도 좋았고, 진한 바닐라맛과 아래쪽의 부드러운 부분의 밸런스가 무척 좋아요. 아이스크림과의 조합도 괜춘했고.


꽤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접객도 무척 좋았고요. 코스 전체로 보면 흐음... 하게 되는 메뉴가 두 개 있긴 했지만 그것들도 맛없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요. 무엇보다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스테이크 생각나면 다시 와보고 싶네요.




덧글

  • 핑크 코끼리 2019/06/27 14:47 # 답글

    원래 가격이면 좀 의뭉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평가가 좋네요. :)
  • 로오나 2019/06/28 01:22 #

    확실히 고메위크로 할인받아서 갔다는 점 때문에 너그러워진 느낌은 있습니다 :D

    그래도 스테이크 정말 맛있었고, 접객 만족도가 대단히 높았어요.
  • 글틀양 2019/07/03 02:09 # 답글

    나인게이트라는 것은 아마도 구중궁궐에서 온게 아닐까하는 킹리적 의심해봅니다.
  • 이글루스 알리미 2019/07/08 08:04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07월 08일 줌(http://zum.com) 메인의 [푸드]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zum 메인 페이지 > 뉴스 하단의 푸드탭에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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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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