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4 고독한 미식가, 작은 라이브 하우스, 심야의 라면


여행 이틀차. 아침부터 시부야에 와서 츠타야, 타워레코드, HMV까지 일본의 대형 음반점 체인들을 순례한 다음 이제 해외여행 경험 최초로 '온라인의 지인을 오프라인에서, 그것도 해외여행 중에 만나는' 도전을 하게 되는데...



일본 도쿄 #1 나홀로 여행, 다시 한번 (PC 링크)
(모바일 링크)


일본 도쿄 #2 블루보틀 커피, 아키하바라, 츠바메 그릴 (PC 링크) (모바일 링크)

일본 도쿄 #3 시부야의 대형 음반점들 순례 (PC링크) (모바일 링크)



시부야 역 하면 '하치 이야기'의 하치공 동상이 유명합니다. 가보면 많은 여행객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있죠. 정말로 줄을 서서 포토타임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는 만남의 장소보다는 포토존으로서의 위치가 더 커져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저는 여기를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습니다.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솔로 라이브였는데, 이 공연을 같이 보기로 한 온라인 지인과 만났어요. 시부야 역에 처음 오는 사람이라도 하치공 동상은 찾기 쉬워서(역 내에서도 꽤 알기 쉽게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8번 출구는 하치공 출구라고 써 있기도 하고) 확실히 만남의 장소로 쓰기 좋더군요.

성공적으로 만나서, 일단 밥부터 먹으로 가기로 함.



시부야의 나가사키 반점(長崎飯店). '고독한 미식가'에 나왔다고 하는 식당입니다. 평소에는 줄을 서는 모양입니다만 우리가 평일, 그리고 점심식사 시간이 좀 한참 지나서 와서 그런지 줄을 서지는 않았어요.


중화요리점이라 기름진 메뉴가 가득하기에 낮술 일발 장전!


가게의 대표 메뉴라는 사라우동. 솔직히 비주얼은 별로지만(...) 맛있었어요. 특상 말고 일반을 시켜도 양이 엄청 많았습니다. 구운 면과 튀긴 면 두 가지 면이 선택 가능하며, 저는 구운 면으로 먹었는데 불맛이 좋더군요. 꽤 짭쪼름해서 맥주랑 먹기 정말 좋은 메뉴이기도 함.

사이드 메뉴로 야끼교자와 춘권도 먹었는데 이 또한 맥주 안주...!

유감스럽게도 카드 결제는 안 되었던 가게. 새삼스럽지만 일본 식당들의 카드력이란...


밥 먹고 나서는 시부야의 쇼핑몰 MODI로 이동. 시간이 많이 남아서 카페나 가서 노닥거리기로 했는데, 츠타야 스타벅스 같은 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MODI의 스타벅스에 가보기로...


그리고 MODI의 입구에는 이런 것이... 다, 달빠...!





MODI의 스타벅스. 여기도 사람이 많았지만 자리가 없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많은데도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더군요.

구석의 의자가 편한 자리를 차지하고 벽의 콘센트에서 전기도 좀 뽑아먹으면서(...) 오늘 볼 공연과 관련된 이야기로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라이브 시간이 슬슬 가까워와서 공연장이 있는 시모기타자와로 이동했습니다. 시모기타자와는 두 번째인데, 지난번에도 공연을 보러 왔었죠. 그것도 동일한 사람의 공연을 보러...

Play.Goose(Goose House가 회사를 옮기면서 이름을 바꿈) 멤버인 마나미. 아직 그룹 라이브는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솔로 라이브만 두 번째 보러 갔습니다=ㅂ=; 실은 이 여행기를 쓰고 있는 현재, 이틀 후에 오사카 여행을 가서 Play.Goose 라이브를 볼 예정이지만요.


어쨌든 이번에는 작년 솔로 라이브와는 다른 공연장이었는데, 지난번 공연장을 생각하고 제가 좀 실수를 했어요. 시모기타자와 역에서 내렸는데 케이오 이노카시타선의 신다이타 역에서 내리는 게 훨씬 가깝더군요. 어느 정도냐 하면 역에서 나와서 길을 건너면 바로 공연장이 있을 정도로... 괜히 긴 거리를 걷게 만들어서 일행에게 매우 미안했습니다. (먼 산)


시모기타자와에는 작은 라이브 하우스가 꽤 많다고 하는데, 이 라이브 하우스 FEVER도 그 중 하나.

작년 솔로 라이브는 500명 정도 규모의 라이브 하우스였는데, 이번에는 수용인원 250명 정도의 작은 라이브 하우스였습니다. 이번에는 나고야-도쿄-오사카 3개 지역 투어라서 각각의 공연장을 작은 규모로 잡았더군요.

그런데 작년 솔로 라이브 때 굿즈를 못사고, 그래서 사인을 못받았던 뼈아픈 기억 때문에 꽤 일찍 갔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음. 아니, 많아봐야 250명 정도일텐데 뭐 이렇게 줄이 길지? 하고 일행이랑 같이 이상함을 느낌.


작년 솔로 라이브에 왔을 때는 경험부족으로 굿즈를 못샀지만 이번엔 티셔츠, 타월, 세계관 일러스트 책(?)까지 다 삼. 근데 이번엔 일발공연이 아니라 투어라서 끝나고 나서도 굿즈가 남아있었어요. 일부 상품은 품절이었으니 일찍 사길 잘했지만.

마나미의 친구인 일러스트레이터 고토 유카가 디자인을 해주고 있어서 동화적이고 귀여운 디자인이에요. 티셔츠도 수건도 평상시에 쓰기에 괜찮은 디자인이라 더 좋음.


개장시간까지는 또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안쪽에 있던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기다림.


그렇게 개장시간이 되니 사람이... 아니, 잠깐. 바깥까지 줄이 지그재그로 그것도 건물 옆을 빙 돌면서 길게 늘어섰는데 이거 진짜 250명 이하인 것 맞아?



FEVER는 작은 라이브 하우스. 수용인원 250명 정도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 날 300명은 온것 같았어요; 더 됐을 수도 있고.

작은 공연장이라 앞에 있으면 좋았지만 조금만 뒤로 가도 시야 확보가 좋은 공연장은 아니었음. 단차가 없어서...

이 정도면 바닥이 지난번 원맨 때의 시모지타자와 가든처럼 비스듬하게 만들진 않더라도 뒤쪽은 약간 높은 층을 만들어줬으면 좋았을듯. 한쪽 벽면은 바로 되어 있어서 음료를 내주고 있었습니다. 일본 라이브 하우스들은 입장시에 드링크 요금을 따로 받기 때문에 사실 티켓값 + 드링크 요금을 해야 실제로 공연을 보는 요금이 나오죠. 라이브 하우스 FEVER의 경우는 600엔...

하지만 일단 좋은 자리부터 잡기 바빴고, 여기가 음료를 컵에다 주는 스타일이라 공연 전에 마시면 화장실 가고 싶어질 것 같아서 음료는 나중에...


공연 전에 찰칵. 무대도 작음. 입장번호가 앞이었기 때문에 오른쪽의 2열에 자리를 잡았어요. 정말 무대가 코앞에서 보이는 위치였습니다. 당연히 마나미도 코앞에서 보여서 완전 좋음. 작은 공연장은 역시 아티스트와의 거리가 가까운 게 묘미지요.

스피커 바로 앞이라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그렇게까지 음량이 세진 않아서 괜찮았습니다. 회장이 작은 편이라 그렇겠지요. JBL 스피커였는데 음향이 정말 깨끗해서 놀랐어요. 성량이 커지거나, 고음으로 올라갈 때도 음이 깨끗하더군요. 작년에 솔로 라이브를 봤던 시모기타자와 가든도 그랬는데, 이게 시모기타자와 라이브 하우스들이 다 음향이 좋은 편인 것인지 아니면 제가 갔던 두 곳이 음향이 좋은 곳들만 갔던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어디 공연장은 그렇다!' 라고 하기에는 아직 제 경험이 부족하군요.


공연은 2시간 좀 넘게 진행되었는데,공연 중에 트러블이 좀 있었어요. 진행의 문제는 아니고, 초반에 중앙 1열에 있던 여자 관객이 쓰러졌거든요. 처음에는 '뭔가 떨어뜨렸나?' 했는데 소란이 일어서 보니 사람이 쓰러지면서 난 소리였습니다; 마나미가 엄청 진지하게 괜찮냐고 물어봤고 결국 스태프가 안아서 밖으로 옮겼지요. 몇곡 후에 그 사람 말고 또 전열에서 여자분 한명이 컨디션이 악화되어서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랑 같이 나가기도 했고요.

하필 앞자리 사람들이다 보니 마나미도 좀 당황스러웠을 것 같네요. 공연장의 환경 문제인가 싶었는데... 딱히 환기가 안되는 느낌도 아니고 해서 그냥 개인의 컨디션 문제였던 듯. 라이브하우스 공연이 공연 전부터 오래 서 있어야 하고, 공연 때도 주변 사람들한테 눌리는 느낌으로 서 있어야 해서 힘들고 그러니 컨디션 안좋은 채로 오면 진짜 버티기 힘들 것 같긴 합니다.


그런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공연은 엄청 좋았음! 몸은 힘들었지만 무대가 손에 닿을 듯이 가까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마나미는 신나는 곡 기타 치고 노래할 때는 진짜 즐거워 보여서 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키가 148센티로 정말 작은데, 이 날은 가까이서 보니 더 작아 보였습니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는지 신기해요. 키보드를 쳐준 게스트 분이라거나, 중간에 난입하듯이 나타나서 엄청 분위기를 띄워준 Play.Goose 멤버들과 같이 서 있으니 더 작아 보임. 진짜 작아!


공연 끝나고 무대 한장 찰칵.


공연 끝나고 나서 공연장에서 나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30분 넘게 걸림.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했는데 알고 보니 하나밖에 없는 출구를 통해서 줄 서서 나가서, 굿즈 살 사람은 사고, 마나미와 일러스트레이터 고토 유카에게 사인까지 받고 가는 루트라서...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못마신 음료를 마심.


나가서 보니 이 공연장 스케줄표가 있는데 원맨 라이브하고 솔드아웃은 저렇게 표시를 해주는군요. 마나미는 더블 타이틀!


저도 나가면서 사인을 받았어요. 가까이서 보니 새삼 작았습니다. 작다! 정말 작다!

작년 솔로 라이브 때 굿즈도 못 사고, 그래서 사인도 못 받은 게 한이었는데 이번 공연으로 그 한을 풀었습니다.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서 준비한 멘트도 다 말하고, 사인도 받고, 악수도 하고!

큰 공연도 좋지만, 작은 공연은 이런 거리감이 최고입니다.




공연 끝나고 나서는 밤의 시부야. 밤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사람에 치이는 시부야. 카페에서 잠깐 쉰다는 게 멍때리고 있다 보니 순식간에 한시간이 넘어버린...




시나가와로 돌아왔을 때는 거의 밤 12시쯤. 배가 고파서 뭔가 먹을데 없나 두리번거리다 눈에 띄어서 들어간 라멘집 라멘야 후우진(らぁめんや 風神).

그냥 열었길래 들어왔는데 근처에 이 시간에 딱히 연 가게가 없어서 그런지 만석에 웨이팅도 있어서 조금 당황; 탄탄멘을 추천받아서 먹어봤는데 일본 레벨의 매운맛(...)이라, 전혀 맵지 않고 맛이 진해서 맛있었음. 시나가와 역 부근에서 밤 12시 넘어서도 장사하는 심야영업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카드결제가 안 된다는 점과 병맥주만 있고 생맥주는 없다는 점이겠군요.



그렇게 탄탄멘을 처묵처묵하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나갔다 돌아왔을 때 호텔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요. 사실 저는 늦게까지 자고 싶어서 청소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일이 많은 편이지만. (...)


저지 밀크 푸딩을 먹고 싶었는데 근처 편의점에서 매진이어서 산 저지 밀크 소프트콘으로 하루를 마무리.

이제 메인 이벤트도 끝났고, 다음날은 집에 가는 날. 하네다 공항에서 저녁 8시 비행기라 느긋하기는 했지만요.



핑백

  • 무릉도원에서 삼라만담 : 일본 도쿄 #5 미슐랭 받았던 오야코동, 하네다 공항 2019-03-25 16:47:24 #

    ... , 아키하바라, 츠바메 그릴 (PC 링크) (모바일 링크) 일본 도쿄 #3 시부야의 대형 음반점들 순례 (PC링크) (모바일 링크) 일본 도쿄 #4 고독한 미식가, 작은 라이브 하우스, 심야의 라면 (PC 링크) (모바일 링크) 마지막날에는 살짜쿵 늦잠. 혼자 여행 가면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더 힘들어요. 부랴부랴 내려가서 호텔 조식을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2017 대표이글루_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