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 그 헬멧은 정말 끔찍했지만



이것도 좀 뒤늦게 봤습니다. 요즘 막차 타듯이 보는 영화가 많군요.

특별한 대형 상영관이 아니라 일반 상영관에서 봤습니다. 딱히 엄청 큰 화면에서 봐야 하는 시각적 메리트가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20세기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들은 있지만 그것들은 정말 아름답거나, 감탄스러운 장면들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액션도 블록버스터 액션물로서 나쁘지 않은 정도라서, 상영관 선택을 잘 했다고 느꼈습니다.


내용적으로 좋았던 것은 버디물이었다는 점입니다. 쿨하고 뚱하고 분노조절장애도 좀 있는 것 같은 캡틴 마블과 젊은 시절 닉 퓨리의 버디물이요. 이렇게 여성 주인공에 남자 캐릭터를 붙여서 버디를 구성했는데 로맨스의 ㄹ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좋더군요. 이 영화에서는 정말 그런 무드가 흔적도 없고, 그건 정말 큰 장점입니다. 로맨스는 그게 어울리는 이야기에서나 해야죠.

재미있었던 것은 캡틴 마블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마치 틴에이저 장르물처럼 보였다는 것입니다. 성인 여성에게만 가능한 서사를 다수 갖고 있음에도 기억상실, 조작된 기억, 그리고 외계문명과 슈퍼 파워 같은 소재를 가볍게 버무려 놔서 그런가 보면서 사춘기 소녀가 방황 끝에 자기 길을 찾는 그런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비주얼 면에서는 구스 귀여워요 구스! 구스!

...아니, 뭐 그건 그렇고 닉 퓨리와 콜슨의 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의 기술력이란 대단해요. 분장과 CG로 사람을 정말 젊은 시절로 돌려놓다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부터 가능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이게 벌써 10년 전 영화군요) 그 영화처럼 잠깐만 나오는 경우가 아니니까요. 주요 캐릭터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우의 모습을 이렇게 젊게 돌려놓을 수 있다니, 매년 나오는 블록버스터의 기술 발전이 더딘 것 같아도 착실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영화는 캡틴 마블의 독립적인 기원 서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MCU를 죽 따라온 사람이 아니라면 영화의 재미는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3할 정도는 깎여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이것저것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워낙 많으니까요.

흥미로운 것은 블랙 팬서처럼 MCU의 메인 이벤트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과거의 이야기임에도 이런 연결성을 강하게 느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에는 MCU에 대해서 몰라도 되지만 아는 편이 훨씬 좋은 그런 부분들이 많아요. 결국은 캡틴 마블이 엔드게임에서 큰 활약을 할 캐릭터라는 것을 알아서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겠지만.


액션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히어로 블록버스터를 보러 가서, 적당히 팝콘 뜯으며 즐기기 좋아요. 블랙 팬서보다는 훨씬 나았고요.

하지만 보고 나니 요즘 들어서 MCU 영화들이 하나같이 액션이 다 그냥저냥한 수준인데 대체 왜 이럴까 싶었습니다. 개중에선 인피니티 워가 가장 나았지만 이것도 MCU 다른 영화들보다는 확실히 좋았고, 멋진 부분들이 있는 정도에 그쳤죠. 엔드 게임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캡틴 마블의 헬멧 디자인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헬라의 헬멧 이후 MCU에서 그거보다 더 끔찍한 디자인의 헬멧이 나올 줄이야. 헬멧을 쓰는 순간부터 집중이 안 되더군요. 그냥... 너무 끔찍한 시각 테러였습니다. 저거만 안 썼어도 영화 만족도가 마무리까지 훨씬 높았을 텐데. 정말로.




덧글

  • tarepapa 2019/03/17 16:40 # 답글

    우주 떼껄룩 구스 보느라 헬멧이고 뭐고 보이지 않았...(???)

  • 로오나 2019/03/17 16:49 #

    구스 귀엽죠 구스!
  • 드네 2019/03/17 17:23 # 삭제 답글

    음 볼려고 하니 네이버도 그렇고 이글루도 그렇고 그냥 무난하다는 평이 많네요. 같은 여성 슈퍼 히어로 영화 원더우먼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원더우먼 재밌게 봤는데 페미니즘적 작품성 측면과 재미 측면에서 원더운먼보다 더 좋은가요?
  • 로오나 2019/03/17 18:35 #

    전 원더우먼이 더 좋았습니다. 일단 액션과 때깔은 그쪽이 훨씬 좋았기 때문에...

    하지만 로맨스의 ㄹ도 없는 쿨함과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캡틴 마블 쪽이 낫다고 보고요.
  • 묘미 2019/03/17 18:09 # 삭제 답글

    헬멧은 가히 북두의 권에 나오는 모히칸이 떠오르는...
  • 로오나 2019/03/17 18:35 #

    이게 최선이었을까요...
  • 괴인 怪人 2019/03/17 20:08 # 답글

    헬라는 머리 풀고 여신강림 이라도 했지.
    이 마블은 헬멧 없을 때는 히데붓 하고 터질 사각형 얼굴인데
    헬멧을 쓰면 세기말 모히칸에 야광도료 바른 안대녀가 되네요
  • passenger 2019/03/17 21:28 # 삭제 답글

    라스트신을 보니 헬멧 필요없어 보이던데..
    먼저 헬멧 씌운 모습을 보여준 뒤 '이 모습이 낫지?'라고 주장하려는 마블의 큰 그림일까요..
  • kanasi 2019/03/18 05:11 # 답글

    헬멧은 코믹북 팬들을 위한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환호와 열광...
  • 창천 2019/03/19 21:50 # 답글

    캡틴 마블은 구스 하나 보고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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