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슈퍼 : 브로리 - 액션 쩔어!



드래곤볼 슈퍼 세 번째 극장판 브로리.

첫번째 극장판이었던 '신들의 전쟁' 그리고 두 번째 극장판이었던 '부활의 F'는 대단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내용적인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요즘 저예산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답게 액션이 별로였습니다. 별로 잘 쓰지도 못하는 CG를 저렴하게, 많이 써서 어쩌면 저리도 스피디함도 임팩트도 없이 부드럽게 돌아가기만 하는 화면을 만들어놨는지 원. '부활의 F'의 경우는 돈 많이 번 걸 티내듯이 퀄리티가 급상승한 드래곤볼 슈퍼 TV판 후반부하고만 비교해도 초라할 지경이었죠.

그럼에도 저 두 극장판은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많이 벌었죠.

드래곤볼 슈퍼는 드래곤볼 올드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욕을 들어먹었지만, 반대로 흥행은 역대급으로 뻗어서 토에이를 신나게 만들어줬습니다. 어쩌면 흥행적으로 드래곤볼 컨텐츠는 지금이 전성기인지도 몰라요.


그래서인지 역대급 흥행으로 토에이를 신나게 만드는 드래곤볼 슈퍼 TV판 완결 후에 나오는 세 번째 극장판, 브로리는 제작 초반부터 제작비를 빵빵하게 때려박는다는 이야기가 자자했고, 그만큼 기대가 컸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다름아닌 브로리인걸요.

평행세계의 외전으로만 존재했던 초인기 캐릭터를 굳이 정사로 끌고 온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줘서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였습니다.

일본과 북미 개봉 후 호평이 이어지면서 역대 드래곤볼 극장판 최고 흥행 스코어를 경신했고, 그리고 마침내...


한국에는 아이맥스 버전이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


아이맥스! 아이맥스 버전 보고 싶었는데! 으아아아아!


...크흑. 개인적인 아쉬움은 그렇다 치고 개봉 전에 토렌트에 풀려서 타격이 심하다더니 정말 그렇나 봅니다. 상영관이 영 적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좀 멀리 나가서 CGV 4DX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제대로 된 4DX는 아니고 4DX 2D였지만요.


감상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기대 이상이었어요.


4DX 효과는 재미있었습니다. 몸이 심심하지 않아요. 번쩍번쩍하는 효과는 좀 부족한 느낌이었고, 물 뿌려대는 건 4DX를 볼때 늘 그래왔듯이 싫었지만. 어쨌거나 이 작품의 4DX 효과는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 현장감을 살려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극장판을 보면서 저는 묘한 향수를 느꼈습니다. 옛 드래곤볼의 추억도 그렇지만, 이건 왠지 보다 보면 시대적인 향수를 느끼게 만듭니다. 이 극장판은 좋은 의미로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 같지가 않아요.

앞선 두 극장판이 그러했듯이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작화 그 자체의 역량보다는 위화감 두드러지는 CG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거야 뭐, 제작비와 제작기간이라는 어른의 사정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해해줄 수밖에 없는 사정이지만, 그럼에도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반드시 영상에서 위화감을 발견하게 된다는건 좀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극장판은 그런 한계를 넘었습니다.

마치 제작비가 빵빵해서 주체할 수 없었던 일본 버블 시대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아요. 마법기사 레이어스 오프닝에만 TV 애니메이션 2화분의 셀화를 때려박았던 그 시절 말입니다. 실제로 이 극장판의 사용 원화는 1800컷으로,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제작비의 스케일이 다르기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의 1653컷을 능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토에이가 드래곤볼 슈퍼로 번 돈이 어찌나 많았는지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의 제작비를 때려박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일부러 옛날 드래곤볼 느낌을 살린 작화, CG를 쓰면서도 그 느낌을 최대한 억제시켜서 일체감이 무너지지 않는 영상! 역대 드래곤볼을 통틀어도 가장 다채롭지 않을까 싶은, 반복되는 구간을 찾을 수 없는 풍부함 넘치는 액션!

특히 액션은 정말 멋집니다. 드래곤볼에 스토리가 뭐가 중요해요? 액션이 좋으면 그만이지!


그런 의미에서 앞선 두 극장판은 최악이었고, 브로리는 최고였습니다. 격돌하는 캐릭터들의 강력함을 화끈하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닙니다. 각 캐릭터의 배틀 스타일도 개성을 잘 살려서 보여줘요. 지금까지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에서 이만큼이나 '격투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것이 잘 느껴지도록 연출해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스토리도 브로리가 두 극장판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드래곤볼 극장판인데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본에 공을 들인 티가 나요. 전반부에 20분 이상이 과거 서사에 할애될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 과거 서사는 신규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올드팬들을 위한 것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하지만 각각의 작품에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던 사이어인들의 이야기가 마침내 한 작품에 모여 정리되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브로리의 자리가 생겼죠.

이 극장판에서 완성된 브로리는 옛 극장판의 브로리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캐릭터성을 공유하지만 단순한 미치광이 먼치킨이 아니라 공감하고, 동정하고,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로 거듭났어요. 이로 인해 구 브로리를 선호하는 층과 신 브로리를 선호하는 층이 완전히 갈리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저는 신 브로리가 훨씬 좋습니다. 신 브로리는 앞으로도 정사의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어요. 그리고 이 극장판은 '단지 인기 있는 캐릭터를 계속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사적으로 그가 살아남아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갈 원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극장판이 초대박을 친 이상 후속편이 나올 것이고, 그리고 거기서 우리는 분명 손오공, 베지터와 함께 싸우는 브로리를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 극장판에서 좋았던 것은 브로리만은 아닙니다. 드래곤볼 슈퍼 TV판 내내 손육공 소리를 들었던 손오공은 이 극장판에서 다시 우리가 알던 손오공으로 돌아왔습니다. 브로리와 싸우며 그를 설득하는 태도야말로 정말로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손오공의 캐릭터성이었다고요.


베지터는 놀랍게도 이 극장판에서 단 한번도 스타일을 구기지 않습니다. 이럴 수가, 3분 간지 콩지터는 어디가고! 뭐 중간에 개그로 거하게 터뜨려주긴 합니다만 그 부분조차도 좋은 남자 베지터라고요! 보다 보니 과거 이미지 세탁 쩌네, 이놈들! 그래도 좋지만!


프리저는... 아아, 드래곤볼 슈퍼 TV판 결말부부터 프리저의 포지션은 이걸로 굳어졌죠.


프리저 : 지구는... 내가 지킨다!


...네. 정말로 그렇습니다. 손오공과 베지터가 (삐-) 하고 또 (삐-) 하는 동안 한시간 넘게 브로리에게 처맞으며 지구를 지켜내신 프리저님! (애당초 그 위험을 끌고 온 것도 프리저지만!) 드래곤볼 모아서 이루려는 소원도 어쩌면 그리도 소박하고 드래곤볼다운지! 아무리 봐도 이건 레드리본군 총수의 오마쥬지요.


사실 서사적으로도 주역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잘 드러났지만, 그보다 더 멋진 것은 액션에서 드러나는 캐릭터성입니다. 드래곤볼은 스토리로 말하는게 아니라 액션으로 말하는 법. 노멀 단계부터 초사이어인 블루까지 모든 변신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팬서비스적인 낭비를 해가면서 손오공, 베지터, 브로리의 배틀 스타일을 뚜렷하게 차이나는 개성으로 확립시키고, 막판에 오지터 vs 브로리전에서 폭발시키는데 이건 정말...


아, 버틸 수가 없다! 뿅가죽네!


정말 좋은 극장판이었습니다! 다음편도 이만큼 돈 빵빵하게 퍼부어서 만들어라, 토에이! 또다시 전세계 1억 달러 돌파의 맛을 보려면 그래야지!




덧글

  • aascasdsasaxcasdfasf 2019/02/14 21:41 # 답글

    파라가스의 캐릭터가 신캐 띄어주기때문에 너무 잔인한 아버지역할 취급 당하는게 아쉽더라고요. 치라이-선 파라가스 -악 구도라고 해야되나. 이상한 구극장판 서비스보다 파라가스 비중을 좀 늘려줬으면 좋았을듯
  • 로오나 2019/02/14 23:41 #

    그 점은 확실히 좀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군요. 하지만 리부트 브로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트레이드오프였다고는 봅니다.
  • 타누키 2019/02/15 00:46 # 답글

    옛 셀화수준이라니 구미가 당기네요. ㄷㄷ
  • 로오나 2019/02/15 11:56 #

    역시 제작비는 많은 것을 해결함을 알 수 있는 결과물이었습니다.
  • 듀얼콜렉터 2019/02/15 06:37 # 답글

    저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북미 개봉일에 보러갔는데 정말 보러온 사람들이(저를 포함해서) 드래곤볼 티셔츠를 입고 있고 영화에 대한 호응도 대단했죠. 암튼 시리즈 인기는 거의 절정인것 같네요, 저도 신 브로리가 좋고 제작진들이 오래갈수 있도록 스토리를 잘 짠것 같습니다.
  • 로오나 2019/02/15 12:07 #

    아직 10년은 문제없어! 라는 느낌이었죠 ㅎㅎ
  • 은이 2019/02/15 08:59 # 답글

    첫 인상이 '이 녀석은 왜 이리 우울한가..' 싶었던, 자기 이야기도 자리도 애매하던 브로리가
    이제 제대로 자기 자리를 잡는군요... +_+ 역시 로리는 진리입니다 (?!)
  • 로오나 2019/02/15 12:07 #

    금발 로리 브로리짱!
  • 펜치논 2019/02/16 20:59 # 답글

    저도 오늘 보고왔습니다...
    스포일러 최대한 피하고 본 보람이 있네요...
    정말 극장판 드래곤볼중 역대급 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신났네요...
    리뷰를 보니 4DX로도 한번 더 봐야할듯합니다...^^


    덧. 프사장님 마지막 대사를 보아하니...이거 형님도 정사에 들어오실려나요?!
  • 로오나 2019/02/17 20:17 #

    쿨러라면... 음. 아니지 않을까요?
  • fiello 2019/02/18 17:00 # 삭제 답글

    브로리가 정사에 편입이 됬으니

    프리저 큰형님인 쿠우라님도 브로리 다음 극장판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ㅎㅎ...
    쿠우라가 드래곤볼 최애캐였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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