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 8일로 일본 시코쿠 다녀왔다 #1 다카마쓰


이제는 작년... 이 되어버린 2018년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일본 시코쿠 지방을 여행하고 왔습니다. 다카마쓰 공항으로 가서 마쓰야마 공항으로 나오는 시코쿠 지방 횡단 여행이었죠.

7박 8일 일정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재작년 여름에 홋카이도 간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시코쿠 지방이 꽤 넓었기 때문에 그리 넉넉한 일정은 아니었어요. 아직 못가본 곳도 많고, 시간이 많았다면 좀 더 여유있게 즐기고 오고 싶은 아쉬움도 남은 여행이었습니다. 다음에 가면 이번처럼 시코쿠 전역을 돌아볼 생각을 하기보다는 지역을 명확히 해서 즐기고 올 것 같네요.

그리고 이번 여행의 의의는, 항상 제가 일본 여행 갈 때면 일행 중에 한 명은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는 저도 일행도 일본어 알못이었다는 점입니다. 긴 일정에, 처음 가보는 지역이었음에도 일본어 알못들끼리 파파고 번역기와 구글 지도만 믿고 간 거죠. 그리고 다른 여행지가 아닌 일본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한 여행이었어요.


인천 공항 -> 다카마쓰 공항으로 갈 때는 에어서울을 탔습니다. 아시아나 계열이라 그런가, 저가항공이긴 저가항공인데 좌석이 탈 저가항공급. 다른 저가항공과 비교할 때 최대 3인치 넓은 좌석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아시아나 혹은 다른 국적기들과 동급의 좌석 공간이더군요. 좌석마다 디스플레이와 USB 포트가 있는 것도 그렇고.


다카마쓰 공항은 지방 공항답게 작은 공항이었습니다. 오이타 공항과 좋은 승부를 겨룰 수 있을듯.

그래도 한국인에게는 마이너 메이저쯤은 되는 관광지라 그런가, 입국심사 일처리는 오이타 공항보다는 훨 빨랐어요. 한국어 잘 하는 직원도 있었고.


다카마쓰 공항 2층의 명물이라는 우동국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17시까지만 이용 가능이라 저는 맛보지 못했습니다... 원래는 맛볼 수 있었어야 했는데 비행기가 40분 연착하는 바람에. 흑흑.



다카마쓰 공항은 3층이 탁 트인 전망대인 것도 특징. 높이야 낮지만 활주로가 보이고 철조망 사이에 사진 찍기 좋은 구멍도 뚫어놨음. 공항 앞쪽도 볼 수 있고요. 일본만화에서 종종 나오는 비행기 이륙해서 가는 모습 배웅하기 딱 좋은 포인트더군요.





다카마쓰는 일본 지방도시 중에는 번화하고 깔끔한 느낌이었어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서 좀 더 나이든 느낌의 도시를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새것 같은 느낌이 강한 도시더군요.

그리고 일본은 참 길게 뻗은 아케이드 상점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 어디에 가도 있어요. 그것도 다들 상당한 규모로 말이죠. 다카마쓰도 마찬가지라서 아케이드 상점가가 몇 개나 있더군요. 가게도 많고 활기찼고요.


다카마쓰에서는 3박했고, 도미 인 다카마쓰와 JR 호텔 클레먼트 두 개의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그중 도미 인 다카마쓰에서는 여러날 묵는 손님 대상으로 청소 필요 없는 에코플랜을 선택할 경우 오리지널 컵라면 고멘나사이를 증정하는 재미있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어요. 이틀 정도면 청소 하루 안하고 타올이랑 어메니티만 받는 쪽이 마음도 편한지라 주저없이 에코플랜을 선택했지요. 유감스럽게도 저 작은 피규어는 안줬지만.


도미 인 다카마쓰는 딱히 가격이 비싼 곳도 아니었는데 옥상에 대욕장도 있고, 작지만 노천탕도 있어서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특정시간대에는 1층 식당에서 무료로 라멘을 주는 것도 좋았고요. (식당 직원들이 퇴근한 야간에는 저 고멘나사이 컵라멘을 줌)


JR 호텔 클레멘스는 방도 좋았고 호텔 내부도 고급스러운 곳이었지만 저런 장점들은 없었죠. 대신 다카마쓰 관광에 있어서는 위치가 완전 깡패였던 곳. JR 다카마쓰 역 바로 코앞에 있는데, 시내 버스 터미널과 시외 버스 터미널, 심지어 페리 선착장까지 다 여기 모여 있습니다. 시내 관광을 하든 다른 지역으로 떠나든 아니면 페리 타고 섬 투어를 하든 교통 메리트는 최강이었지요.


시코쿠의 로컬 음반 체인이라는 DUKE. 시코쿠는 로컬 체인들 때문에 전국구로 유명한 체인들이 힘을 못쓰는 경우가 많다는데, 음반점의 경우 타워레코드보다 이 DUKE가 많이 보이는 게 재미있었던 부분.


다카마쓰는 먹거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관광 정보를 보고 간 파스타집도 나쁘지 않았고...



다카마쓰 역에서 모닝 세트를 먹었던 카페는 커피를 사이폰으로 내려줬던 게 인상적. 모닝 세트도 구성이 괜찮았고요.


호네츠키도리라는 닭요리가 이 지역 명물 요리라길래 먹어봤는데, 상당히 호쾌하고 큼직하게 나오는 닭다리 요리더군요. 영계와 노계가 메뉴가 따로따로여서 하나씩 시켜봤는데 영계가 부드럽고 야들야들해서 더 맛있더라구요.


요건 JR 다카마쓰 역의 도시락 상점에서 파는 호빵맨 도시락. 시코쿠 전체가 호빵맨을 매우 사랑하는 것 같아요. 호빵맨 열차는 탈 일이 없어서 못탔지만, 호빵맨 도시락은 탐나서 아침 대용으로 가벼웁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카마쓰는 우동우동한 곳이었습니다. 다카마쓰가 속한 카가와 현은 일본 굴지의 우동 명산지로, 한국에서도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거든요. 그래서 우동 관련 관광 패키지들이 존재할 정도에요. 저도 이번에 갔을 때 우동버스라고, 유명한 우동집 두 군데를 가는 투어 버스를 탔었는데 뚜벅이 여행자 입장에서는 꽤 좋은 관광수단이었어요.

우동버스로 갔던 우동집 중에 '야마다야'의 우동이 참 맛있었고, 우동버스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이 추천해준 시내의 우동집 '수제우동 츠루마루'에서 먹은 먹은 카레 우동도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츠루마루의 경우는 심야에 장사하는 곳이라는 점도 메리트였지요.



정말 우동을 먹고 또 먹었는데, 그래도 우동이 계속 들어가는 우동의 왕국 시코쿠.

아침을 간단하게 먹으려고 역 쪽으로 갔다가 서서 먹는 우동집을 발견해서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간편하게 한끼 하고 가는 풍경도 재미있었어요.


전 여행을 가면 전망 포인트를 보길 좋아하는데, 일본은 전망 장사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나라라서 어딜 가도 전망대 한두개쯤은 있지요. 그런데 다카마쓰는 딱히 전망 장사를 열심히 하는 곳은 아니었어요. 항구 쪽에 있는 심볼타워 30층이 무료 전망대였는데, 전망대로 특화된 시설이 아닌 곳이라 그냥 높은데 유리창이 있을 뿐. 낮에 가서 보기에는 좋은데 조명 반사가 넘 심해서 야경 보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습니다.



다카마쓰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작은 섬들을 보는 섬 투어가 재미있는 곳. 그중 야시마 섬에는 사자의 영암 전망대가 있었어요. 절벽에 사자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린다는군요. 여긴 딱히 입장료를 받는 곳도 아님에도 전망이 상당히 좋았어요. 다카마쓰 시가지부터 세토 내해를 벌 수 있는데 흐린날의 주경임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야경도 멋지다는데 주경만 보고 떠나야 했어서 아쉬웠던 곳이지요.


시코쿠 여행 중에 정말 좋았던 게 날씨와 공기. 일단 한국보다 훨씬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이때쯤 한국은 쌀쌀해진 후였는데다카마쓰는 선선한 가을날씨 정도라 좋더군요. 대신 해는 참 빨리 집니다. 10월 30일인데 다섯시 반쯤에는 이미 깜깜...

그리고 공기가 좋아요. 이 지방의 번화한 도심을 다녔는데도 비염에 시달리던 제가 여행 중에는 호흡기 컨디션이 확 좋아져서 비염 그게 뭔지 까먹을 정도였음. 미세먼지 없는 좋은 세상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의의가 있었던 기분. 참고로 이 여행 다음에 도쿄에도 2박 3일로 다녀왔는데, 확실히 도쿄는 한국과 비교해도 공기 좋은 동네는 아니더군요. 거기서는 호흡기 컨디션이 전혀 좋아지질 않았어요...






사적지 관광 면에서도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다카마쓰의 리츠린 공원은 일본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정원문화제 중 최대면적을 자랑한다는데 어딜 가나 눈이 즐거웠던 곳. 역시 일본은 정원 덕질 하나는 진짜 끝내주는 듯. 여긴 뱃놀이도 할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었어요.

여행 내내 날이 맑았는데, 하필 둘째날인 이 날만 딱 날이 흐려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리츠린 공원 볼 때도 그렇고 야시마 섬에서 사자의 영암 전망대 볼 때도 그렇고...



야시마 섬의 야시마 신사는 흔히 볼 수 있는 여우 신사가 아니라 너구리 신사라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지방은 신사에서 너구리를 모시더군요. 사람보다도 커다란 너구리 석상이 귀여웠어요.


그리고 신사를 나오니 야생의 너구리가 나타났다! 고양이도 아니고 너구리를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다카마쓰 성터의 다마모 공원. 폐허가 된 다카마쓰 성 일부를 복원하면서 공원으로 만든 곳. 복원된 천수각 등은 밖에서 볼 수만 있고 내부에 들어가볼 수는 없어서 성 구경하러 가는 곳은 아닙니다. 정원과 나무로 된 다리 사야바시 등 제법 아기자기하게 볼만한 곳이었고 중간중간 뷰 포인트마다 벤치가 놓여있는 것도 좋았어요.



사실 이 시코쿠 여행은 원래 하던대로 한편짜리 다이제스트로 하려고 했는데, 사진을 골라내고 골라내도 너무 많고 고르고 요약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가서 포기. 그냥 대충 손가는대로 포스팅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다이제스트스럽게 줄이고는 있는데 다 포스팅하면 세 편은 될 것 같고, 그럼 그냥 풀버전 여행기랑 다른게 뭔가 싶기도;


하여튼 다음편으로 계속!




덧글

  • virustotal 2019/01/07 21:47 # 답글

    四國 거길요? 신간선 없는? 심수관 도공후예들이 좀 유명하고 궁금하네요
  • 로오나 2019/01/07 22:05 #

    심수관 도공후예들은 잘 모르겠지만 시코쿠 내의 지역 이동은 열차보다는 버스가 더 낫더군요 ㅎㅎ
  • 핑크 코끼리 2019/01/07 23:38 # 답글

    처음 보는 지명인데 사진도 좋고, 사진+글 흐름이 좋아서 쉽게 읽었습니다. 원래 이런 글은 사진만 휘리릭 보늗네 말이죠 :)
    우동국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와 너구리 신사에 웃고 갑니다.
  • 로오나 2019/01/08 10:26 #

    감사합니다. 우동국물 수도꼭지는 결국 우동국물을 맛보지 못했지만요 ㅎㅎ
  • Barde 2019/01/09 21:26 # 답글

    잘 읽고 있습니다.
  • Fairytale 2019/01/17 15:55 # 답글

    비행기 좌석 민트존으로 앉으신거지용..?ㅎㅎ
  • 로오나 2019/01/20 11:17 #

    어... 민트존이 뭔지 지금 이 리플을 보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검색해보니 일부 구역이 지정되어 있나 보네요.
  • Fairytale 2019/01/23 10:58 #

    아아 그러면 일반 좌석으로 하셨는데 그럭저럭 넓었다는 말씀이시죠?
  • 로오나 2019/01/23 14:42 #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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