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늦게 보고 왔습니다. 사운드 빵빵한 관에서 보라는 추천이 많아서 메가박스 MX관에서 봤는데, 와, 대만족이었습니다. 다시 봐도 꼭 사운드 빵빵한 관에서 보고 싶군요. 단, 다시 본다면 후반 20분만 다시 보고 싶습니다. 굳이 그 부분을 제외한 앞의 이야기를 다시 보고 싶진 않아요. 영화를 클라이맥스만 다시 즐겨봤자 뭐가 좋을까 싶은데, 이 영화는 구성의 특이성 때문에 그 부분이 충분히 독립된 가치를 갖는 영화입니다. 물론 앞부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요.
전기영화로서의 평은 안좋고, 퀸의 음악영화로서 만족스럽다는 평을 많이 봤는데 정말 그런 영화였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불만이 많았는데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공연 파트를 사운드 좋은 상영관에서 본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실제 공연에 쓰였던 곡 중 2곡이 생략된건 아쉽지만 그래도 정말 좋더라구요.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 또 티켓을 산다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퀸의 영화'라기보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퀸에 대해서 제대로 다루는 게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어느 정도 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저도 보면서 퀸 멤버들의 관계성, 퀸 멤버 하나하나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퀸의 누린 성공이 어떤 것이었는지 제대로 실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완전히 날림으로 만들어놨거든요. '대충 상황 보고 알아서 추측해, 퀸 어떤 사람들인지 다 알잖아?' 이런 느낌인데 글쎄요, 전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멤버인 존 디콘은 어떤 사람인지는커녕 언제 어떻게 합류했는지조차 안 나오는걸요.
아, 그런데 정말이지 브라이언 메이는 깜짝 놀랐어요. 귈림 리가 분한 모습이 어찌나 실물하고 똑같던지 무서울 정도였어요. 와, 다른 캐릭터는 배우가 실제 인물처럼 분장한 것뿐인데 이 사람은 그냥 그 시절의 브라이언 메이를 타임슬립으로 데려와서 참가시킨 것 같음.
전기영화로서는 프레디 머큐리의 게이로서의 성정체성 갈등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부분이 날림이고 영화의 내용을 다 여기다 집중해 버렸어요. 감독이 브라이언 싱어일 때부터 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아,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실제로는 양성애자로 알려져 있었던 프레디 머큐리를 집요할 정도로 게이로서만 묘사하는데다 그 부분의 비중이 너무 커서 그냥 프레디 머큐리가 게이로서의 성정체성 때문에 고통받고 망가지고, 게이로서 방탕하게 살고 게이로서 연애도 하고 게이로서 구원도 받고... 그런 이야기만 완전 힘줘서 그려놨어요.
그런 이야기를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공연 파트와 유기적으로 연결한 구성은 나름 괜찮은 부분인데, 글쎄요, 그걸 하겠다고 영화 전체적으로 희생된 부분이 너무 큽니다. 이 영화를 다 본 후로는 그 유기성을 위해 라이브 에이드 공연 파트에서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We Will Rock You'를 들어낸 선택에 한숨만 나옵니다.
어쨌든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음악영화로서는 좋았습니다. 다른 모든 단점을 음악으로 덮어버려요. 영화에 삽입된 퀸의 노래들은 이게 무슨 곡인지, 심지어 퀸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조차도 '아, 이거 그 곡이네' 할만한 그런 곡들이죠. 많은 옛날 명곡들이 지금 와서 들어보면 '좋긴 하지만 옛날 노래'라는 느낌이 드는데 비해 퀸의 노래들은 지금 들어봐도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 놀라워요. 보고 나면 정말 퀸뽕이 사정없이 차오르는지라 딱히 퀸 팬이 아니었던 저도 영화 보고 온 후로는 계속 퀸 노래들을 듣고 있다니까요.
덧글
싱어가 짤린 이유가 아마 잦은 지각과 불성실함... 일 거에요 아마.
VOD 출시가 기다려집니다
사운드포멧 좀 좋은거 들어가서 나오거라....
그 부분에 몰입해서 마지막 20분이 그렇게 끝내주는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거에요. 그만큼 유기적으로 만들어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