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부쿠로를 중심으로 한 도쿄 여행 3박 4일


7월에 후쿠오카-나가사키 여행을 다녀온데 이어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도쿄 여행 다녀왔었습니다. 간단 여행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시고쿠 여행을 다녀와버렸군요. 시고쿠 여행에 대해서 포스팅하기 전에 후다닥 정리해서 포스팅해 봅니다.

올해는 줄창 일본만 가고 있는데, 이건 원래는 코타키나발루나 다낭 같은 남국 휴양지에 가려던 계획이 여러가지 요인으로 좌절되어서이기도 하지만 제가 작년부터 일본 아티스트 덕질을 시작해서이기도 합니다. 콘서트를 보러 가는 김에 여행을 가기도 하는 거라서, 그게 아니라면 굳이 도쿄에 가진 않았을 겁니다.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이런 콘서트가 어지간하면 다른 지방보다는 도쿄에서 하는 일이 많아서 도쿄에는 자주 들락거리게 될 것 같네요.


앞서 두 번 도쿄를 다녀왔는데, 두 번 다 인천공항-나리타 공항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나리타 공항에서 비행기 탄 채로 한시간 이상 연착하는 사태를 겪었습니다. 탑승감 나쁜 비행기에 한시간 동안 갇혀 있는 것도 꽤 짜증나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왜 굳이 비싼 돈 주고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지를 이해해 버렸죠.

그래서 저도 이번에는 김포공항-하네다 공항 노선을 탔습니다. 왕복 35만원 정도 들었어요. 항공기 값으로 꽤 많은 돈을 써버렸습니다, 흑흑.


그나저나 김포공항은 진짜 백만년만에 가는 기분이었는데, 제가 기억하던 것과는 많이 바뀌었더군요. 예전에 비해 훨씬 인테리어가 세련되어진 느낌입니다. 인천공항에 비해 공항이 작아서 수속 밟고 오가는 건 더 편했어요. 특히 돌아올 때 그랬지요.



이번에는 JAL 그러니까 일본 항공을 탔습니다. 이걸 예약하고 나서 아차 한 건이 있는데, 사실 전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모으고 있거든요. 근데 ANA 즉 전일본공수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적립하는 게 가능한데 JAL은 그게 안 되더군요. 쳇. 아까운 마일리지 적립 찬스를 날리다니...

어쨌든 김포-하네다 노선에 취항해 있는 일본 항공은 한국으로 치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급의 대형 항공사입니다.

당연히 이코노미석이라도 저가 항공보다 좌석이 넓고, 일본까지의 짧은 비행 동안에도 기내식이 나오고(기내식 기준 나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이륙 전부터 무릎담요를 나눠주는 등 좀 더 세심함이 보이고, 수하물 규정도 훨씬 널럴해요. 특히 수하물은 23킬로그램 짜리 두 개를 기본으로 준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라니?


넉넉한 좌석에 이 두 개의 앞주머니가 참 편리하고 좋았어요.


좌석 디스플레이에는 영상물과 게임만이 아니라 e북 컨텐츠도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e북은 전부 일본어 버전 뿐이었습니다. 그중에서 '피구왕 통키'의 원작 만화 '불꽃의 투구아 도지 단페이'도 있어서 빵터짐.


하네다 공항은 나리타 공항에 비해서 도쿄 도심까지 가깝고 가기 편하기로 유명한데, 사실 저는 나리타 익스프레스 타고 다니는 것에 큰 불편함을 못느껴서 이 점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길 잘했어요. 이번 숙소가 이케부쿠로에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케부쿠로는 나리타에서 가나 하네다에서 가나 그렇게까지 극적으로 차이나진 않더군요. 그래도 하네다에서 가는 게 시간상 30분 정도 이득이긴 하지만 대신 나리타 쪽에서는 나리타 익스프레스 타고 한번에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그런 이유로 약간 손해본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그것도 다시 돌아갈 때 나리타 공항 두 번 가서 두 번 다 겪은 '비행기 탄 채로 한시간 연착하기'를 겪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싹 사라졌지요. 하네다 최고야!


이번에는 이케부쿠로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도쿄를 세 번째 오지만 이케부쿠로는 처음이었어요. 저한테 있어서 이케부쿠로의 이미지는 '이케부코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의 그것인데 참 오래된 소설이죠.

이케부쿠로는 역부터 사람이 복작거리는, 번화한 도심 한복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이런 오덕오덕함이 오덕오덕한 노래와 함께 우리를 반겨주더군요.


아, 왠지 내 머릿속 이케부쿠로 이미지는 이게 아니었는데?!


이케부쿠로 역 앞에 있던 흡연공간. 이케부쿠로 곳곳에 이런 스타일의 흡연공간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 비해 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참 많은 일본...


이 여행에서 3박한 이케부쿠로의 아크 호텔 도쿄 이케부쿠로. 근데 지금은 이름이 바뀐 모양입니다. 10월 1일부로 호텔 루트 인 도쿄 이케부쿠로가 되었다네요. 왜 이름이 바뀐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나쁘지 않은 호텔이었습니다. 일본 비즈니스 호텔 기준으로는 제법 넓은 편이라 공간이 넉넉했어요. 화장실은 방이 좁은 다른 호텔이랑 비슷하게 좁았지만. (...)

단점은 오래된 곳이라 룸컨디션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 원래 흡연룸이었던걸 비흡연룸으로 바꾼건지 탈취가 좀 덜된 느낌도 있었고. (그래도 그거 때문에 괴로울 정도는 아니고 가끔 잔향이 느껴진다 정도) 그리고 오래된 호텔답게 콘센트 위치가 침대 머리맡에 없고, 책상에만 두 개 달린 것도 좀 단점.


이 호텔에는 에코 플랜이라는 옵션이 있었는데, 묵는 동안 청소를 안 하는 옵션입니다. 저는 몰랐는데 아고다에서 예약할 때 그 옵션으로 예약됐다더군요. 3박을 청소 없이는 좀... 해서 바꾸려고 했는데 하루 천엔 추가 요금이고, 청소여부와 상관없이 수건과 어메니티는 다 준다고 하길래 그냥 에코플랜 하기로 했는데 이게 꽤 편했습니다. 나갈 때 청소가 들어올 걸 신경 안 쓰고 나갈 수 있으니...

근데 도쿄 여행 다녀온 후에 얼마 전 시고쿠 여행을 가보니 이 에코 플랜은 저 호텔만의 옵션이 아니라 일본 호텔 업계에 일종의 지침처처럼 퍼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시고쿠 호텔들에도 저 옵션들이 있어서 이틀 이상 묵는 경우에는 혹시 저런 플랜 하실 거냐고 물어보더군요.


이 호텔의 압도적인 장점은 위치입니다. 역에서는 좀 걸어야 합니다만(7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도보로 10분 정도) 호텔에서 나오면 고가 도로 너머로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가 바로 보이거든요.


낮에도 밤에도 활기찬 이케부쿠로. 사람 많고, 그 사람 대부분이 관광객인 곳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하나였고. 대형 쇼핑몰인 이케부쿠로 선샤인부터 시작해서 빅 카메라, 유니클로 대형 매장 등등 쇼핑할 곳이 많았고...



애니메이션 극장판의 성지라는 이케부쿠로의 시네마 선샤인. 애니메이션의 시사회, 제작진 인사 등의 이벤트가 이곳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게 유명한 극장이 있는데 거기서 진짜 몇십미터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 또다른 극장이 있는 건 좀 의외였습니다. 제가 갔을 당시 이 휴맥스 시네마라는 곳에서는 한국영화 '써니'의 일본 리메이크판을 상영하더군요.


커다란 세가의 어뮤즈 파크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었는데... 후. 한때 게임 콘솔 업계의 강자였던 세가는 어디로 갔는가ㅠㅠ 요즘 사람들은 세가라는 기업이 그런거 했는줄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하여튼 게임 콘솔 사업 접은 세가가 요즘 뭐 하고 있냐 하면...


붕어빵 팔고 있었습니다. (...) 이거 거짓말 아니에요. 진짜 붕어빵 팔고 있습니다. 심지아 세가 붕어빵이라는 한정판도 팔고 있다구요!


그래서 사먹었습니다. 세가 붕어빵!

세가 모양의 붕어빵... 더 이상 붕어빵이 아니잖아! 뭐 하여간 맛은 보통 붕어빵하고 똑같고 모양만 다릅니다. 과거를 추억하며 세가세가한 기분으로 슈크림 듬뿍 들어간 세가빵을 냠냠.


이케부쿠로 역을 나오는 순간 만난 오덕오덕함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이케부쿠로는 오덕오덕한 거리였습니다.

관광객들이 잔뜩 있는 쇼핑가이면서 동시에 오덕오덕한... 아키하바라하고는 주류가 좀 다른 또다른 오덕오덕함의 성지?


그리고 아키하바라와는 달리 여성 취향의 오덕오덕함이 주류에요. 오토메 로드라고 불린다던데 과연... 하고 납득했습니다. 애니메이트도 그렇고, 거리 곳곳에 K-BOOKS가 있는데(일본 곳곳을 가봤지만 K-BOOKS가 한국 편의점처럼 한 블럭 지날 때마다 점포가 있는 동네는 처음 봤어요) 이 점포들도 전부 여성 취향이 주력이더라구요.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를 보고 이케부쿠로에 대한 이미지를 잡고 있던 저한테는 상상도 못한 현실이었어요. 흑흑

아니, 뭐 그 소설대로의 이미지였다면 관광객이 와서 머무르기에는 그리 좋지 않은 동네였겠지만서도;



이케부쿠로에는 수달 카페가 있어서 여기도 한번 가봤습니다만...


가보고 후회했습니다. 동물 카페 들어가서 30분도 못채우고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동물 카페라는 게 기본적으로 동물 학대 문제가 따라다니는 사업이긴 한데, 그래도 지금까지 간 고양이 카페라거나 애견 카페라거나 부엉이 카페 같은 곳은 그런 문제를 잊고 즐길만 했었거든요. 근데 수달 카페는 가보니까 작지도 않은 애들을 거의 움직일 공간도 없는 새장처럼 작은 우리(햄스터한테는 적절한 방 사이즈겠다 싶은)에 박스화해서 가둬놓고 사람 상대하게 하는데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막 양심이 쿡쿡 찔리는 느낌이라서-_-; 두번 다시 안갈 것 같습니다.


선샤인 시티는 좋은 쇼핑몰이었습니다. 스누피 타운이 있었거든요. (...) 스누피 타운 중에서 꽤 규모가 크고 상품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백팩도 만나고, 짐이 많아져서 접이식 캐리어도 하나 지르고...


포켓몬 센터 메가도쿄도 있었어요. 포켓몬 스토어보다 큰 점포를 가리켜 포켓몬 센터라 하며, 메가도쿄는 그 센터 중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곳입니다.

확실히 규모가 굉장한 곳이었습니다만 의외로 다른 센터보다 확 크다는 느낌이 와닿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실면적과 상품수는 최대급이 맞는데 공간을 많이 나눠놨더라구요. 그래서 공간이 크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드는 구성이에요. 그게 좀 아쉽더군요.


다른 곳에서는 본 적 없는 피카츄 인스탁스가 있길래 그만 질러버렸습니다. 봐도 봐도 짱 귀여움.

기왕 질렀으니 이걸로 감성 충만한 사진을 찍어야지. 언젠가... (아직도 안 찍었음)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에는 이 둘 말고도 지브리의 숲과 디즈니 스토어도 있어서 저처럼 쇼핑 하면 캐릭터 쇼핑이 주력인 사람에게도 상당히 좋은 곳이에요.

타워레코드는 없지만 그건 또 근방의 다른 쇼핑몰(에반게리온 스토어 있는 곳에) 입점해 있고.


그리고 지하의 분수대 광장은 여러 가지 이벤트가 열리는 곳입니다. 제 여행 기간 동안에는 일본 남자 아이돌이 와서 팬 이벤트를 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도 여기서 이벤트하는 경우가 많던데, 운 좋게 보는 일 같은 건 없었습니다. 쳇.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에는 아쿠아리움과 전망대도 있는데, 전망대는 가보고 좀 실망했습니다.

60층이라는 높이가 괜찮고 도쿄 도심이다 보니 경치 자체는 꽤 볼만해요. 근데 별로 전망대로서 특화되지 않은 느낌이더군요. 주경을 볼 때는 괜찮겠지만, 야경을 보러 가기에는 내부 조명이 너무 밝습니다. 까맣게 어두워서 빛 반사 없이 야경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구간이 아예 존재하질 않아요. 굳이 보러 올라갈 거라면 주경을 보러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여기는 '전망을 즐기러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그냥 '전망도 있는 엔터테인먼트한 공간'이에요. VR도 있고 저런 홀로그램 존도 있고 저 갔을 때는 왠지 공룡 테마로 전시도 하고 있더군요. 전망대에서 웬 공룡전시인지 좀 황당. 전망 그 자체를 즐기러 가기보다는 가족 단위로 혹은 데이트 코스로 놀러가기 좋아 보였던 곳입니다.


저기 올라간 시간이 영 늦어서 어지간한 식당들은 다 닫을 시간대였기 때문에, 아직 하는 전망대 바로 아래층의 59층 레스토랑 '선샤인 크루즈 크루즈'에 갔습니다.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야경을 즐기며 프렌치 코스 요리의 스테이크 좀 썰어주고 홍차도 마셔주는 럭셔리한 여행객의 밤.

이 레스토랑은 음식이 의외성 있거나 신선미 있지는 않은데 전부 정석적인 프렌치 메뉴가 정석적으로 맛있었어요. 서비스도 친절하고 성실했고, 어쨌거나 59층 야경과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멋져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디너 코스 가격은 7000엔 / 10000엔으로 입지를 생각하면 의외로 그렇게 비싸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63빌딩 레스토랑 가격을 생각하면 진짜로...


새벽에 나와서 연 꼬치집에 들어가서 생맥주랑 꼬치 좀 처묵처묵하고... 크으, 역시 일본에는 생맥주 마시러 가는 거죠.


요건 이케부쿠로 역 코앞에 있는 파르코 백화점의 푸드코트에 있던 '오오미야'라는 가게에서 먹은 모쯔나베. 10시 30분 라스트 오더, 드링크는 11시까지 주문 받는다는 늦은 영업시간이 좋았던 가게. 말고기 모듬 사시미를 포함한 세트가 있어서 그걸로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생맥주도 무척 좋았고...


요건 '카레는 마시는 것'이라는 일본식 카레 전문점에서 먹은 카레들. 이 여행에서 카레는 우리에게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뭐 이 가게가 맛없었던 건 아니에요. 카드 결제 안 되는 식권제라는 게 좀 짜증이고 생맥주가 없는 게 단점이었지만.

이 가게 전에 간 카레 가게가 완전 지뢰여서 몇입 먹다 그냥 나와서 이 가게를 갔는데, 이 가게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막 엄청 맛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일행이 고른 저 넘쳐나는 비주얼이 인상적인 카레는 토마토의 신맛이 진하게 나는 카레라 호불호가 좀 갈리는 맛이었고, 전 괜찮았지만 일행은 불호라 여러모로 멘붕한...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 일본 가서 카레는 안 먹지 않을까요. (먼 산)


이렇게 카레에 상처 받은 우리들을 치유해준 것은 지유가오카의 카페 플리퍼스.

팬케익 전문점인데 수플레 팬케익이 비주얼도 흐뭇하고 무엇보다 맛있어요! 엄청 부드럽고 부들부들해서 포크만으로도 슥슥 잘라먹을 수 있음. 계절한정으로 복숭아가 있길래 주문했는데 복숭아 크림이랑 복숭아 아이스크림은 진짜 제가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지유가오카 갈 일 있다면 추천입니다.

카레로 상처받은 우리의 멘탈 그리고 땡볕에서 걷느라 떨어진 기력을 회복시켜준 가게였어요.


그러고 보니 이케부쿠로 역의 후쿠토신 선을 타러 들어갔더니 유료 화장실이 있어서 깜짝. 일본에서 유료 화장실 처음 봤어요.


사실 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시모기타자와의 라이브 하우스에서 하는 라이브였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Goose House 라는 싱어송라이터 그룹(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의 오프닝곡인 '빛난다면'이 가장 유명해요)의 멤버인 마나미의 솔로 라이브였어요.


전 정말 작년만 해도 제가 84년생 싱어송라이터의 작은 라이브하우스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까지 오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제와서 장르가 다른 덕질에서 이런 에너지가 솟아날 줄이야. 그래서 사는 게 참 재밌어요.


라이브는 참 좋았습니다. 공연장이 라이브 하우스라 일찌감치 들어가서 한시간 서 있어야 했던 게 좀 힘들었지만 500명 정도 규모에 무대가 정말 코앞이라 완전 신났고, 마나미 본인이 연주하는 기타와 게스트의 키보드가 악기의 전부였지만 소리가 꽉 찬 느낌이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부터 중년층까지 성별과 연령대 모두가 다양한 팬들도 다같이 신나게 호응하면서 즐긴 공연이었고, 음향도 좋더군요. 한국에서 가본 라이브 하우스 공연보다 음향이 훨씬 좋아서 좀 놀람.

근데 일본에서 라이브 하우스 공연에 오는 게 처음이라 잘 모르고 입장시간 6시래서 6시에 맞춰 왔더니 왔더니 입장번호가 이미 밀려서 허겁지겁 들어갔고, 굿즈도 못 사고... 끝나고 보니 굿즈는 매진됐고, 굿즈 다 산 사람들 대상으로만 팬 서비스로 사인을 해줘서 제 마음엔 좀 스크래치가 남. 흑흑... 내가 라이브 알못이라 이렇게 피를 보는구나. 다음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


시모기타자와는 라이브만 보고 왔지만 오모테산도는 일행이 꼭 저기서 디저트를 먹고 싶다고 해서 디저트 카페를 찾아갔습니다.

오모테산도의 카페 그라시엘. 케익이 재밌는 모양이라 먹어보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솔드아웃이었어요. 게다가 단품은 안 팔고 플레이트로 여러 개를 세트로 팔아서 좀 부담스럽기도. 어쨌든 예쁜 카페에서 예쁜 파르페를 먹었습니다.


요긴 오모테산도의 키르훼봉. 여기 말고도 다른 지점도 있는 타르트 전문점입니다. 청포도 타르트가 정말 맛있었어요. 복숭아 치즈 타르트와 두유 커스타드 크림 바나나 타르트도 좋았고요.

테이크아웃 비중이 큰편이고 안에 좌석은 적어요. 좀 웨이팅 걸어서 앉아서 먹고 올 수 있었습니다.

홍차도 괜춘했는데 문제는 완벽하게 우려서 나오는 것도 아닌데 티팟에 거름망을 넣어주는 것도 아니라는거. 모래시계 내려가고 첫잔 좋고 둘째잔도 진해졌어도 괜찮은데 셋째잔은 넘 떫어서 아웃...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근데 이거 나중에 한국 와서 아는 찻집 사장님한테 말씀드리니, 영국에서도 똑같이 한다고 알려주시더라구요. 다만 영국하고 일본은 물이 달라서, 영국은 그렇게 마셔도 좀처럼 떫어지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그렇게 안 된다나. 어레인지 없이 본고장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와서 그런 거였군, 하고 납득했습니다.


스카이트리에도 갔습니다. 작년에 왔을 때는 주경을 봤으니 이번에는 야경. 스카이트리는 역시 전망대로서는 선샤인 시티랑 비교될 급이 아니에요. 도쿄 최정상에서 보는 야경이 멋집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스카이트리에서 주/야경 둘 중 하나만 봐야 한다면 주경 쪽을 볼 겁니다.


카메라로 확대해보니 도쿄 타워가 보여서 찰칵.


이번에 스카이트리 가서는 진짜 깜짝 놀랐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아이돌 음악이 힘차게 울려 퍼지면서 콘서트 영상이 전망대 유리 곳곳에 비춰지고 있어서 ㅇㅁㅇ;;;; 이런 상태가 됨.


알고 보니 일본의 인기 아이돌 모모이로 클로버Z와 콜라보 이벤트 기간이었습니다 ㅋㅋㅋ


작년에 왔을 때는 가스파드 앤 리사였는데 이번엔 모노이로 클로버Z라 분위기 격차가 너무 크잖아, 스카이트맄ㅋㅋㅋㅋ


스카이트리 야경 보고 나서 늦은 시간에 그 아래쪽 쇼핑몰 6층의 규탄 릿탄에서 생맥주와 함께 푸짐한 세트 메뉴로 식사를 냠냠. 오키나와 소바가 포함된 세트를 파는 게 특이했어요.

스카이트리 6, 7, 30, 31층 푸드코트는 10시 반 라스트오더 11시 영업종료라 스카이트리에서 10시에 나온 상황에서도 식당을 골라잡아 먹을 수 있었음.


이케부쿠로를 중심으로 도쿄를 보는 것은 3일간으로 끝났고 마지막날에는 도쿄 인근의 관광지, 사이타마 현의 가와고에에 갔습니다. 이케부쿠로에서 직행 열차를 타면 30분이면 갈 수 있어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하더군요. 전통가옥거리가 유명한 곳인데, 역에서 거기까지 걸어가는 길은 관광객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점가라서 드럭스토어가 많이 보였어요.

참고로 가와고에에서는 목적지까지 때는 걸어가고, 올때는 시간이 없어서 택시탔는데 이 동네 택시비는 기본요금 730엔으로 비쌉니다! 제가 본 일본 택시비 중에서도 최고 레벨이에요! 전통가옥거리를 지나서 히카와 신사까지 갔다가 거기서 택시 타고 오니 1270엔 나오더군요. 그래도 역까지 금방 갔고 체력과 시간 아낀 값이라고 생각하면 선방했다는 느낌이었지만.


가는 길에 커다란 기념품 상점이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일본술을 자판기로 사서 잔술로 마실 수 있는 게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몇가지 쇼핑했더니 밖에 비온다고 쇼핑백 위에 우비를 입히듯이 비닐을 요렇게 씌워주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멋진 서비스다...


아, 그리고 고구마 푸딩과 자색 고구마 푸딩을 팔길래 먹어봤는데... 오. 매우 고구마해요. 식감도 그런 면이 있고.

고구마 푸딩은 많이 달아서 좀 부담스럽고 자색 고구마 푸딩은 단맛이 적절한 수준이라 아주 좋았습니다.


기념품 상점을 둘러 보니 고구마와 간장이 이 동네 특산품인 것 같았어요.


전통가옥거리 앞까지 갔더니 골목길에 뜬금 이런 게 있어서 빵터짐. 이거 뭐얔ㅋㅋㅋ 과일가게 앞에 대체 왜 이런 게 있짘ㅋㅋㅋ


전통가옥거리는 전주한옥마을 생각나는 느낌. 도쿄에서 반나절 정도 투자해서 오기 좋은 테마 관광거리인 데다가 토요일이라 그런가 사람 짱 많았어요; 그리고 메인 스트리트가 차도 양옆이라 다니기가 짜증나는 게 단점.

날이 맑다면 꽤 예쁜 거리를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흐린 날씨라 아쉬웠습니다. 이 여행에서는 맑은 하늘 본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참 더운 시기였다 보니 햇살 쨍쨍 내리쬐는 날씨가 더 싫었지만요.


카와고에 전통가옥거리의 스타벅스. 메뉴가 특별하다거나 하진 않아요. 하지만 거리에 어울리는 외관에 내부도 예쁩니다.

커피 주문하는데 직원이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더니 자기는 불닭볶음면 좋아한다고 해서 빵터졌음 ㅋㅋㅋ 일본인 유튜버들이 불닭볶음면 많이 먹방한다 그러던데 진짜로 인지도가 높은가 봐요.


카와고에 히카와 신사. 사람 짱 바글바글한 포인트. 근데 그럴만해요. 입구부터 시작해서 사진 찍기 좋은 예쁜 포인트가 많은 장소라서 기왕 가와고에에 온 이상 가볼만한 곳입니다. 정말 인스타에 최적화된 공간이라고나 할까?;

마쓰리 기간에는 더 예뻐진다는데 아마 그만큼 사람도 더 많겠지...


카와고에 히카와 신사를 끝으로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이케부쿠로가 위치가 애매해서 갈 때도 하네다가 나리타보다 훨 가까워! 라는 느낌은 없었고; 그래도 나리타처럼 활주로 교통정체 한시간으로 사람 환장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하네다를 선택한 가치는 충분했어요. 그리고 백만년만에 김포공항으로 입국해보니 비행기에서 나와서 출국심사장까지 가는 거리가 가까운 것도 좋더군요.



덧글

  • 방울토마토 2018/11/10 16:43 # 답글

    김포하네다 35면 괜찮은데요? 요즘 알아보고 있는데 기본 40에서 시작이라...
  • 로오나 2018/11/10 17:02 #

    당시에는 괜찮은 가격이었어요. 얼마 전에 내년 2월걸 예매했는데 ANA가 43만원이었지요.
  • ㅁㄴㅇ 2018/11/10 19:43 # 삭제 답글

    스카이트리는 콜라보 다양하게 하더구만요 3번 갔었는데 한번은 인디펜던스 데이 배우들 인터뷰를 하고 또 한번은 마크로스 콜라보였어서 놀란 기억이 있네요
  • 로오나 2018/11/10 23:29 #

    그런거 같아요. 지난번에 갔을때는 가스파드 앤 리사였지요.
  • Barde 2018/11/10 22:26 # 답글

    으어 저는 내년에 하네다로 마일리지 표를 끊어서 갑니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신치토세입니다. ㅎㅎ
  • 로오나 2018/11/10 23:30 #

    일본 국내편으로 홋카이도 들렀다 오시나보군요 ㅎㅎ 많이들 그런다던데.
  • Barde 2018/11/11 02:15 #

    네. 하지만 편도 표만 마일리지라서 오는 표는 저가항공이라는 게 함정이죠.
  • muhyang 2018/11/11 16:30 # 답글

    지난주에 가와고에 다녀왔습니다. 저 정도면 한산하네요 (...)
  • 로오나 2018/11/11 17:12 #

    사람 많은 관광지...
  • 듀얼콜렉터 2018/11/13 17:26 # 답글

    예전에는 나리타에 익숙해져서 계속 그쪽만 이용했는데 작년쯤에 나리타 세관에서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하네다로 바꿔봤는데 너무 쾌적해서 이제는 하네다만 다니고 있습니다 ^^; 말씀하신대로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있어서 시간상 차이는 크게 없는데 전 하네다로 가는데 중간에 아키하바라에서 전철로 갈아타서 갈수 있길래 마지막 가는길에 아키바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하네다로만 갈것 같습니다 ㅋㅋ
  • 로오나 2018/11/13 21:10 #

    가격 문제만 신경 안쓸 수 있으면 하네다가 좋긴 좋은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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