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 외계인 루저인 내가 지구에 오니 최강자?




원래는 극장에서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소니가 스파이더맨 없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소니의 마블 유니버스'라는 유니버스 기획을 발표한 것부터가 상당히 무리수를 던지는 느낌이었고, 개봉 전에 들려오는 이야기도 영 안 좋은 것들 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개봉하고 나니까 막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흥행도 시작하자마자 성공해서 속편 나오는 건 당연시되는 분위기고, 본 사람들 이야기도 들으면 들을수록 대체 어떻게 만들어놨는지 궁금해지고. 그래서 봤습니다.


정말로... 세간의 평 그대로인 영화였습니다.


액션은 참 좋아요. 특히 추격전 부분은 진짜 신났습니다. 액션 기믹이 캐릭터 그 자체이기도 하고요.

영화가 참 스피디하게 편집되어 있어요. 마치 빠른 음악을 듣고 있는 것처럼, 내용상으로는 분위기가 가라앉는 부분도 스피디한 템포로 편집해서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어떤 장면도 가만히 멈춰서 있는 법이 없어요.

톰 하디 연기력은 참 좋습니다. 캐스팅 진짜 잘 했다니까요, 정말.


이렇게 만들어진 오락영화가 대체 뭐가 문젠지...


너무나 확실합니다. (...)



이 개연성 실종 대체 어쩔 거얔ㅋㅋㅋㅋ


아, 진짜 누가 봐도 문제가 확실해요. 너무 크리티컬해서 어떻게 변호할 수가 없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절대 높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전 처음부터 이 영화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갔기 때문에 '아, 여기가 바로 그거군!'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꽤 재밌게 볼 수 있었는데, 정보 없이 갔다면 역시나 꽤나 당혹스러웠을 것 같네요.


이 개연성 문제는 마치 미싱 링크 같아요. 내용상의 중요한 연결부가 실종되어 있는 거죠. 이에 대한 내용이 10분만 추가되어 있었어도 영화는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사실 그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도 몇 개 있는데, 대체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고 정말 크리티컬한 한 방은 해결될 수 있었을 거예요.

이게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너네 엄마 마사'처럼 각본상의 크리티컬인지 아니면 편집상의 문제인지 참 궁금합니다. 개봉 전부터 삭제된 30분 분량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다 보니 그 안에 답이 있을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 부분만 발로 만들었을지 모르겠단 말이죠. 만약 전자라면 나중에 디렉터즈 컷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후반부 베놈의 심경 변화는 조금 관대하게 상상력을 발휘해보자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중간에 베놈 본인의 입으로 이유를 말해주기는 하거든요. '외계인 루저인 내가 지구에 오니 최강자!' 라는 왠지 굉장히 익숙한 그런 거... 그리고 지구가 참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말했던 거. 이 두 가지만 부풀려서 10분 정도 에디와 베놈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해줬어도 감상이 완전히 달라졌겠죠.


어쨌든 영화는 흥행이 성공했고, 속편이 나오는 건 거의 기정사실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베놈 캐릭터가 원작하고 너무 달라서 까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기획상의 문제로 베놈을 히어로로 만들어야만 했다는걸 감안하면 영화만 보는 일반 관객들 대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해요. 좀 중2병스러운 허세로 가득한 베놈의 캐릭터가 은근 귀엽거든요. 그 실체가 끔찍한 식인 에일리언임에도 말이죠.


덧글

  • 추측컨대 2018/10/12 15:19 # 삭제 답글

    실무진은 '[데드풀]처럼 R등급 코미디로 가자!'였는 데, 완성 직후 소니에서 'PG-13으로 바꿔!'라고 명령한 듯 싶습니다.
  • 로오나 2018/10/14 14:33 #

    처음부터 R등급은 염두에 안뒀다는데, 결과물 보면 실제로도 그런거 같습니다.
  • 아즈마 2018/10/12 18:15 # 답글

    외계인 루저인 내가 지구에 오니 최강자? ←이 무슨 나로우계열 소설같은 네이밍ㅋㅋㅋ
  • 괴인 怪人 2018/10/12 19:32 # 답글

    일부러 식인+기생 이라는 현실에 눈을 돌려놓고
    2 에서 R등급으로 그 현실은 보여준다면 찬양하겠습니다.


    지금은 깝니다
  • 로오나 2018/10/14 14:33 #

    음. 전 이 영화 재밌게 본 이유가 R등급 요소를 제거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이유라 그건 반대...
  • 무명병사 2018/10/12 20:18 # 답글

    영화 자체는 좋아요. 근데 왜 베놈으로 스파이더맨 영화를 만들어 놓았는지 도저히 이해불가... 서쪽에 에머리히판 고질라가 있다면 동쪽은 소니판 베놈이 있습니다. (?)
  • 로오나 2018/10/14 14:34 #

    스파이더맨을 MCU에 대여해줘서 그렇습니다. (...)
  • 더카니지 2018/10/12 20:29 # 답글

    사실 가장 큰 플롯 구멍은 6개월 후....하다못해 2~3개월 정도만 했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심비오트 하나 없어지고 명백하 수상한 구급차 사고 났는데 6개월 동안 아무 것도 안한 라이프 파운데션이나 6개월이나 걸려 공항 간거라던가 참 말이 안 되죠.
  • 로오나 2018/10/14 17:24 #

    그 부분은 사실은 뭔가 했는데 생략한걸로 봐줄 수 있겠죠. 타임라인 부분은 확실히 오류로 보입니다.
  • 메타트론 2018/10/12 23:57 # 답글

    개연성도 실종이고 황색언론인 에디브룩을 무슨 정의로운 언론으로 만들어놨더군요;;;

    마지막 전투신이 밤에 시커먼놈 둘이 싸우니 잘 알아보기가 힘들더군요
    일부러 저런거같은데.....-__-;;
  • 로오나 2018/10/14 17:26 #

    영화 설정이 그런거라면야 뭐... 근데 정의로운 언론이라고 하기에는 작중에서 하는 짓이... 너무나...

    마지막 부분은 아마 예산 문제 아니었을까요. 1억 달러면 블록버스터로선 저렴한 편이고 제작비대비 특수효과가 꽤 괜찮았으니까요. 아마 추격전까지로 돈을 다 써서 그 부분은 어둡게 처리한게 아닐까...
  • 로그온티어 2018/10/13 12:29 # 답글

    으잌ㅋㅋㅋㅋㅋㅋㅋ블록버스터를 한낱 라노베퀄로 낮추는 제목
  • 미르 2018/10/14 19:31 # 답글

    일개 기업이 미국 대도심에서 드론폭격을 하고 총격전을 벌이는 패기라니..
    니들이 하이드라냐.
  • 로오나 2018/10/14 20:23 #

    그런 미국 영화가 한둘이 아니다 보니 뭐 인체실험해서 사람퍽퍽 죽일 정도의 대기업력이면 그러려니...
  • Lemiel 2018/10/14 21:46 # 답글

    비글은 남의 집 비글이 젤 귀엽고, 사고치는 영상은 사고가 크면 클수록 대인기, 식탐 넘치는 먹방에 주인 향한 갸륵한 충성심도 있는데 이 어찌 완벽한 애견영상이 아니라 말할 수 있단말인가염! 원래 애견영상에는 견성(犬性)은 기대해도 개연성같은거 기대하는거 아닙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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