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나가사키 여행 다녀왔습니다.


7월 19일~7월 23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후쿠오카-나가사키 여행 다녀왔습니다. 나가사키에서 나가사키 짬뽕과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먹겠다는 야망으로 무장한 여행!

5월 말 도쿄 여행 이후 두달만의 일본 여행이로군요. 다른 동네도 슬슬 가보고 싶긴 한데 어쩌다 보니 계속 일본 갈 일만... 이번달 말에도 또 일본 갈 일이 생겼고... (먼 산)


후쿠오카 공항은 두 번째였습니다. 큐슈에 두 번째 가는 거였는데, 오이타 지방 여행을 갈 때는 오이타 공항으로 직행했었거든요.


후쿠오카는 다른 것보다는 공항이랑 가깝다는 점이 제일 좋아요. 갈 때도 올 때도 공항과 도심 사이를 이동하느라 시간 안 잡아먹는게 장점입니다. 일본 택시가 비싸긴 해도 2000엔 정도면 공항에서 짐 싣고 도심의 호텔까지 갈 수 있으니... 이번에는 일행이 네 명이었기 때문에 가격대성능비가 더욱 뛰어났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여행에서는 택시를 참 많이 탔어요. 작년에는 걸어다녔던 구간도 그냥 택시 탔습니다. 폭염이 너무 뜨거워서 돈 아끼겠다고 걷다가는 일사병 걸릴 것 같았거든요; 작년에도 여름에 왔었는데, 작년보다 훨씬 강력한 폭염...


그런데 나가사키 여행하는 동안 거기 날씨가 이랬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우와, 짱 더웠구나!' 하겠는데 올해는... 우리가 나가사키 여행하는 동안 서울이 계속 5도 이상 뜨거웠더군요;

그래서 졸지에 피서를 간 셈이 되었습니다. 나가사키는 시원한 동네였다구요!


후쿠오카 1박-나가사키 2박-다시 후쿠오카 1박 코스였는데, 첫날 숙소는 코트 호텔 하카타 에키마에(아고다에서는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읽어서 '코트 호텔 하카태카미'라고 뜸-_-;)라는 곳이었습니다.

하카타 역까지 걸어서 5분이면 가는 좋은 위치를 자랑하는 호텔이었습니다만, 별로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딱히 전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서는 아니에요. (고층에 묵었는데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옆건물뿐) 방 자체는 그냥 평범한 일본 비즈니스 호텔이었어요. 좀 작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그런데 화장실이... 화장실이 너무 좁아...

좁은 공간에 욕조까지 꾸역꾸역 욱여넣다 보니 이건 진짜 변기에서 볼일 보다가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좁음을 자랑했습니다... 욕조에서 씻을 때도 엄청 좁아서 답답하고...

가격이 싸서 묵었는데 아마 다시 후쿠오카 가도 여기 묵을 일은 없을 듯. 사실 화장실이 좁다는 것, 그리고 일행들의 방은 변기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있었다는 것(우리 방은 문제없었음) 말고는 위치도 좋고, 가격도 싸고, 프론트 직원들도 친절하고... 어쨌든 있을건 다 있는 그런 일본 비즈니스 호텔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나가사키에서 2박 한 호텔 포르자 나가사키는 좋았어요! 지은지 오래 안된 건지 아니면 리모델링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룸 컨디션도 좋고, 전망도 좋고, 방도 넓고! 방마다 마사지기도 비치되어 있고! 조식도 괜찮았고! 나가면 바로 나가사키에서 가장 큰 아케이드 상점가도 있고! 바로 앞에 노면전차 정거장도 있고!

매우 쾌적한 2박이었습니다. 다시 나가사키에 가게 된다면 여길 1순위로 고려할 겁니다.


첫날 호텔에 짐 풀고 하카타 역으로 어슬렁어슬렁 가보니 뭔가 행사를 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유카타 입고 나와서 하카타 역 앞 광장 바닥에 물 뿌리는 행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경찰 주최의 이벤트던데, 요새 폭염이다 보니 더위를 식히는 그런 의미의 행사였던 모양.


광장에서 경찰 브라스밴드가 씩씩한 연주로 라이브를 하고 있었어요. 여행 첫날부터 이런 이벤트를 만나서 기분이 좋아짐.


후쿠오카에 두 번째 왔지만 처음으로 먹어본 모츠나베. 맛있었습니다. 하카타 역 푸드코트에서 유명하다는 '쇼라쿠'라는 가게를 찾아갔는데 한국인 손님이 많은지 한국어 메뉴가 충실하게 갖춰져 있더군요. 간장 베이스의 국물이 정말 좋았고, 곱창 손질 잘되어있어서 매우 맛있어요. 곱창 초절임은 유자맛이 나는게 독특하고 좋았고요.


여기에 맛난 일번 생맥주 한잔 곁들이니... 크어. 일본여행 온 실감이 나는 맛있음이었음. 일본여행을 왜 가냐고 물으면 생맥주 마시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그런 이유로 여행 내내 거의 끼니마다 생맥주를 한잔씩은 마시고 살았어요.


워낙 더워서 그런가, 하카타역 앞에서는 밤에 이렇게 물을 뿌려주고 있더군요. 밑을 지나갈 때는 나름 시원... 하지만 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음.


여전히 야경이 근사한 나카스 강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복작복작...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후쿠오카 왔을 때는 그 유명한 하카타 포장마차들을 별로 못봤는데, 이번에는 원없이 구경함. 네 명 들어가기에는 자리가 협소해서 결국 포장마차에서 뭘 먹는 일은 없었지만요. 맛은 별로 기대 안했지만 관광객으로서 그 분위기는 즐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쬐끔 아쉽습니다.


포장마차는 나카스 강가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하카타 곳곳에서 볼 수 있죠. 사실 이런 포장마차가 있는 도시의 모습은 한국인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재미있어요. 지난번에 후쿠오카 왔을 때는 제가 돌아다닌 시간대가 문제였던 건지 이상할 정도로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때 보지 못한 도시의 다른 얼굴을 보는 기분이라 더 흥미로웠지요.


포장마차 주인장에게 먹을 걸 얻어먹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찰칵.


이번에는 일행의 희망으로 나카스 강의 리버 크루즈를 탔습니다. 1인당 1000엔으로 30분 동안 나카스 강 위를 다니는 서비스. 솔직히 강가의 산책로가 이렇게 잘 되어 있는 곳에서 뱃놀이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어서 큰 기대는 없었는데...


재밌었습니다! 1000엔이 전혀 아깝지 않은, 아니 오히려 가격대성능비가 뛰어난 경험이었어요.

야경 좋은 강에서 시원한 강바람 맞으면서 생맥주 한잔씩 하는게 꽤 기분이 좋더라구요. 게다가 이게 그냥 배가 강 위를 30분 동안 돌아다니고 끝이 아니라...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인디 가수 아가씨가 30분 동안 가이드도 하고 라이브로 노래도 6곡쯤 불러주는 본격적인 뱃놀이였어요. 야마구치 마리노라는 19살 아가씨였는데, 16살부터 노래하기 시작해서 후쿠오카 가라오케 배틀 TV 프로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고... 그래서인지 노래 상당히 잘하더군요. 음색도 좋고 힘이 있는 목소리. 불러준 곡들 중에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 있어서(아야카의 '초승달'이라거나) 특히 만족감이 높았지요.

자작곡을 만들고 있는데 아직 완성이 안되서 들려드릴 수가 없다. 자기 얼굴과 이름 기억해주고 언젠가 TV에서 보면 알아보고 응원해달라고 하는데 짠하더라구요. 꿈을 향해 노력하는, 하지만 아직은 빛을 보지 못한 사람.

어쨌든 리버 크루즈 타보니 왜 어르신들이 뱃놀이를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좀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다시 후쿠오카 가면 또 타보고 싶네요. 그때도 노래 잘하는 사람이 가이드해줬으면 좋겠다.


포장마차에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캐널 시티 앞쪽의 작은(진짜 작음) 이자카야 골목에서 오래되고 작아 보이는 가게에 꽂혀서 들어감. 이자카야인데 왠지 이름이 켄조 카페...인 곳이었는데 일품요리들 맛있었고 특히 명란 계란말이 우왕. 생맥주 상태도 좋아서 행복한 밤.

1층은 바 자리 달랑 5, 6석 정도만 있는 작은 가게라 우리가 독점한 줄 알았는데... 한참 먹고 마시다 보니 2층에서 손님들이 내려옴. 다음에 오면 2층도 올라가보고 싶네요.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까지는 열차를 이용했어요. 가격은 열차 쪽이 비싸긴 한데 두 명 이상이면 할인도 되고(네 명 할인이 할인폭이 꽤 크다고 알고 있었는데, 꽤 전에 없어졌다고 함. 쳇!) 2시간 이상 이동할 거 생각하면 열차 쪽이 쾌적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이쪽을 골랐습니다. 카모메 열차는 외견이 꽤 그럴싸하더라구요.


일본에서 꽤 많은 특급열차들을 타봤는데, 쾌적함으로는 꽤 상위권이었음. 좌석도 꽤 넓고 편안한 편. 콘센트가 없는 건 아쉽지만, 이건 있는 열차가 별로 없죠. 좌석 위 캐비닛이 큼지막해서 26인치 캐리어도 어렵지 않게 들어갈 정도인 것도 좋았던 부분.


에키벤도 먹어봤습니다. 일본 여행도 많이 다녀봤고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특급열차를 타봤지만 에키벤은 첫 경험이었어요. 후쿠오카 역에서 샀는데, 꽤 맛있더군요. 우리 일행들이 고른 것들은 가격대가 900~1100엔쯤이었는데 다들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열차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만 갖고 온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여행 4일차에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로 올라올 때는 최악이었죠. 정말 끝장나는 트러블을 겪었습니다.


타임 테이블대로 나열해 보면 이래요.


1. 나가사키에서 2시 46분에 지정석으로 출발

2. 출발하자마자 일행 중 한 명이 여권이 든 가방을 나가사키 역 대합실에 두고 왔음을 깨달음.

3. 바로 다음 역에서 내려서 나가사키 역으로 돌아감. 다행히 가방이 그대로 있었음.

4. 나가사키 역무원들이 배려를 해줘서, 원래 지정석이었던 티켓을 자유석으로 다운그레이드해서 다음 열차에 쓸 수 있게 조치를 취해줌. (지정석은 열차도 정해지지만, 자유석은 아무 열차나 자유롭게 타도 됨)

5. 문제가 무사히 해결되어서 30분쯤 늦은 열차로 따라오기 시작함.

6. 그런데 한참 가던 열차가 후쿠오카까지 20분도 안 남긴 거리에서 연착.

7. 이 연착이 잠깐으로 끝나지 않음. 지옥의 연착이 시작되고...

8. 30분 연착하더니 한정거장 가고 멈춤.

9. 이유가 밝혀졌는데 엄청 센 낙뢰가 떨어져서 열차들을 통제하는 통신 시설들이 마비됐다고...

10. 2시 46분에 나가사키 역을 떠나서 4시 51분에 하카타 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열차는, 7시가 되어도 여전히 하카타 역에 못가고 연착.

11. 이런 상황에도 일본 승객들은 승무원에게 왜 이러냐고 물어볼 뿐, 화를 내거나 따지는 사람이 없어서 이게 일본 국민성인가 싶었음.

12. 이 와중에, 30분 거리를 두고 따라오던 일행의 열차는 우리 열차와 대단절이 일어남. 우리 쪽은 한 정거장 더 가고 또 정지 상태인데 저쪽은 더 이상 못 가고 리타이어.

13. 오히려 한 정거장을 돌아가더니, 거기서 공짜로 신칸센으로 환승시켜줌. 30분 뒤쳐져서 따라오던 일행은 신칸센을 타고 우리보다 30분 먼저 하카타 역 도착. (...)

14. 2시 46분에 나가사키역을 출발한 우리는 8시 47분에 마침내 하카타역 도착! 나가사키 역부터 하카타 역까지는 도합 6시간에 걸친 대장정이었습니다... 와아아아...


일본여행 다니면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수준의 트러블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열차가 3시간 이상 연착했으므로 환불을 해주는데 지정석으로 1인당 3610엔인가 주고 탔는데 전액 환불도 아니고 특급료 1670만엔만 환불해주더군요. JR 이놈들 부들부들...


4일차에 천신만고 끝에 하카타 역에 도착해보니 하카타 역도 대혼란 상태였음. 후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트러블이었습니다. 열차 안에서 6시간 갇혀 있는 것도 죽을 맛이더라구요. 이번 일로 일본 교통 인프라에 대한 신뢰감이 크게 하락했음.


뭐 하여간 나가사키에 도착했을 때는 이런 광고가 있었습니다. 나가사키에는 일본에서 유일한 펭귄 수족관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저 말고는 다들 관심이 없어서 못가봄... 다음에 나가사키 갈일이 있으면 가보고 싶습니다, 흑흑. 펭귄 짱 귀여운데, 나 펭귄 좋아하는데...


나가사키에는 노면전차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운용되고 있어요. 전 아무래도 일본 여행 다니면서 교토, 구마모토, 삿포로, 하코다테, 에노시마에서 노면전차를 경험했기 때문에 '아, 여기도 있구나' 정도의 감상.

그래도 노면전차 자체는 좋아해요. 디자인도 다양하고, 도심을 돌아다니는 노면전차의 모습은 귀엽단 말이죠. 한국에는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보는 순간 타국으로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나는 것도 좋고요.

나가사키의 노면전차는 다른 지역 노면전차와 비교하면 좀 더 작은 느낌이 들었고, 노선이 복잡한 편. 순환식으로 운행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여러 루트로 갈라져서 한 역에 여러 열차가 붙어서 들어오는 경우도 꽤 있고, 환승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건 다른 지역 노면전차에서는 못본 특이점이었습니다.


한번 타는데 120엔(환승은 특정한 역 말고 다른 곳에서 환승하면 추가 요금), 원데이 패스는 500엔.

하코다테의 경우는 원데이 패스를 노면전차 안에서 구매 가능합니다만, 나가사키는 불가능합니다. 나가사키 역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원데이 패스는 척 봐도 기계에 넣으라고 만든 것 같은 티켓인데, 실제로는 차장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통과된다는 게 좀 깼어요;


나가사키의 오우라 천주당. 일본 막부가 천주교를 탄압하던 시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관들이 있어요. 오우라 천주당 자체는 그 Fate 시리즈에도 등장해서 달빠들의 성지순례 포인트라나 뭐라나. (우리 일행 중에 한명이... 소근소근)

폭염 아래 오우라 천주당에는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어서 힘들었는데, 오우라 천주당을 제외한 다른 건물에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캐리어 성인(聖人)을 향한 신앙심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오, 캐리어 성인을 찬양하라!


기념품 상점에서 파는 이 손수건이 너무 문양이 예뻐서 선물용으로 몇 개 질렀어요. 지인들에게 선물했더니 다들 반응이 대만족.


오우라 천주당은 내용이 충실한 한국어판 팸플릿도 있고, 전시관에도 한국어 설명이 꽤 잘 되어있는 편. 이건 나가사키 관광지들이 전반적으로 그런 편이에요. 한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층 중에 하나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러면서 동시에 군함도 관련으로 한국인을 빡치게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이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 나가사키의 웃기는 점입니다.


나가사키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군함도 관련 굿즈를 팔고 있다고요. 군함도 빵도 있고 귀엽게 만든 캐릭터도 있고... 한국인 입장에선 정말 어이없고 빡치죠.

나가사키는 원폭 맞은 부분에 대해서 철저하게 피해자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인 원폭피해자 추모비는 구석탱이에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작게, 그것도 나가사키 재일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회에서 따로 만들어두었을 뿐이고, 군함도가 세계유산이라고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어요. 그리고 그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한국인을 빡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어 보여요.


이에 대해서 트위터에서 이웃분이

'나가사키의 기본이 우리는 서구화해서 잘 살고 있었는데 귀축영미가 핵 때렸어요, 라서 일본인 외의 사람들이 가면 자동으로 빡치게 됩니다.'

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느낌입니다. 히로시마는 똑같이 핵 맞은 동네이면서도 나가사키하고는 완전히 다른, 군국주의 나빠요 라는 스탠스라는데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오우라 천주당과 바로 인접해 있는 관광 포인트 구라바엔. 토마스 블레이크 글로버라고 개항기에 일본 와서 일본 근대화에 이바지하고 돈을 엄청 벌었던 인물의 저택과 당시의 여러 의미있는 건물들을 당시 내부 모습까지 보존해둔 곳이에요. 건물 외관이나 내관이나 꽤 볼만합니다. 여기도 군함도 관련이 보여서 빡치긴 하지만.


산 위까지 올라가는 길에 여러 대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둔 게 포인트.

전 이 비슷한 광경을 얼마 전에 봤었지요. 바로 지난번 여행 때 에노시마 가서요. 에노시마는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동안 세 개의 에스컬레이터를 '유료로'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이 기괴했는데, 구라바엔의 경우는 이걸 돈 받고 타라고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훨씬 상식적이었습니다-_-;


구라바엔은 굉장히 높은 곳에 있어서 나가사키의 전경을 이렇게 내려다볼 수 있어요. 파노라마로 찰칵.


구라바엔에는 레트로 사진관이라고 다양한 레트로 의상을 30분 600엔으로 빌려주고 사진 찍어주는데가 있음. 빌려 입은 관광객들이 굉장히 눈에 띄었는데, 폭염 아래서 저런 옷을 입다니 대단한 관광객 정신...!


구라바엔에서 만난 고양이. 인적이 없는 구석에서 따끈따끈하게 늘어져 있었음.


구라바엔에서 내려오는 길. 30도가 넘는 폭염에 헉헉거리는데 가게 앞에서 아이언맨 옷을 입은 사람이 포즈를 취해줘서 깜짝 놀람.

와... 이 날씨에 저런 옷을 입고 호객이라니, 저 사람 몸 괜찮을까 걱정됐음;


나가사키의 데지마. 17세기에 일본이 포르투갈 등과 교역은 하고 싶지만 크리스트교가 퍼지거나 하는건 싫어서 만든 인공섬 교역지구. 비교적 최근에 다시 복원되어서 관광지가 되었다는군요. 그리 넓지 않은 구역에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알차게 들어차 있는 느낌. 코스프레한 직원들도 있고... 입장료 510엔인데 카드결제도 됨. 볼거리는 꽤 알찼어요.


데지마의 기념품 상점에서 파는 카스테라 사이다!

진짜 카스테라맛과 사이다맛이 다 납니다; 한모금 마시는 순간 직관적으로 '어, 카스테라맛'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맛임;

하지만 맛있는건 아니고 그냥... 밟아보고 싶은 지뢰였는데 한번 먹어볼만한 괴식이었음.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부근의 평화공원. 평화의 상은 뭐랄까... 저게 대체 왜 평화의 상인지 알 수 없는 디자인. 굉장히 크고 우람하고 미묘한 감각이라 관광객들 그 앞에서 다 저 포즈 따라하면서 사진 찍고 있었어요.


나가사키의 차이나타운. 데지마에서 엄청 가까워요. 이걸로 저는 고베, 요코하마에 이어 나가사키까지 일본 3대 차이나타운을 다 섭렵한 여행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근데 나가사키 차이나타운은 진짜 작아요; 차이나타운 규모로 치면 요코하마가 압도적이고, 그 다음이 고베, 그리고 제일 작은 게 나가사키. 요코하마에 비하면 고베도 많이 작은 편인데, 나가사키는 그 고베보다도 많이 작습니다;

거리도 좁고 작고, 사람도 별로 없고, 테이크아웃 상점은 몇 개 있었지만 노점도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작은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요코하마랑 고베하고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어쨌거나 방문 목적인 '나가사키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먹는다!'를 달성했습니다. 이제 전 나가사키에서 나가사키 짬뽕 먹어본 사람임. 엣헴.

원래는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라는 '시카이로'라는 가게에 가려고 했는데, 여기가 3시~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더라고요. 크고 웅장한 건물을 통째로 가게로 쓰고 있는데 브레이크 타임이라 쉰다고 해서 당황스러웠음. 그래서 차이나타운으로 가서 '코우잔로'라는 가게에서 먹었습니다.

나가사키 짬뽕은 한국에서 파는 나가사키 짬뽕에서 매운 맛이 다 빠진 느낌이 베이스랄까. 꽤 푸짐하고 술술 넘어가서 무척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먹어본 것들보다 훨씬 좋더라구요. 다시 나가사키에 와도 찾아와서 먹어볼 것 같아요. 이 가게는 다른 요리들도 다 맛있었는데...


여러 매체를 보면 일본인도 마파두부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주문해서 먹어보니... 이건 미묘하네요.

맛이 없진 않아요. 맛은 괜찮아. 그런데 이건 마파두부가 아니야.

정말 하나도 맵지 않습니다. '맵다'에 관련된 자극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아요. 일본식으로 로컬라이징 당한 마파두부는... 맛이 없진 않지만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느낌.


나가사키의 소호쿠지. 처음 입구 보는 순간 헉 했는데 갑자기 일본 아닌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이국적... 정확히는 중국풍 감각.

꽤 볼만한 곳이었어요. 절인데 도교하고 짬뽕되어 있어서 관우가 모셔져 있기도 하고 그래요. 콘크리트로 발라버리지 않고 원형 보존되어있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와우저인 일행이 이걸 보고 일리단이라고 했는데 그 후로 저도 일리단으로밖에 안보입니다... 이런 젠...


소호쿠지만이 아니라 나가사키에는 꽤 많은 절들이 있어서 이 절들을 하나씩 하나씩 죽 둘러보는게 일종의 관광코스인데, 이 리스트를 죽 보다 보면 좀 이상합니다.


왠지 교토에서 많이 보던 이름이 있단 말이죠. 야사카 신사. 교토가 아닌 나가사키 야사카 신사!

둘이 무슨 관계인지 매우 궁금해요. 설마 프렌차이즈 나가사키점은 아닐텐데?

입구부터 계단이 높이 이어지는게 인상적일뿐 신사 자체는 교토와 달리 소박한 규모였습니다.


나가사키 야사카 신사 옆에는 나가사키 청수사... 그러니까 기요미즈데라가 있어요. 이건 또 교토의 그것과 무슨 관계인가...


기요미즈데라의 무대 같은건 없지만 높은 곳에 있어서 전망이 좋긴 함. 나가사키가 참 일본답지 않게 산동네라 그런지 다니기 힘든 대신 전망좋은 포인트가 많긴 해요. 여러모로 한국스러운 느낌이랄까.


나가사키의 후쿠노유 온천. 나가사키 역에서 무료 셔틀버스 타고 가는 산 위에 있는 온천 대중탕으로, 노천탕 전망이 이 사진으로 보이는 전망을 좀 더 위에서 탁 트이게 보는 끝내주는 전망입니다. 전망 즐기면서 노천탕을 즐기는 맛이 아주 좋아요.

다만 여기가 온천이냐고 하면 고개를 도리도리. 제가 별로 온천 수질에 까다롭지 않은데 여기 물은 락스 냄새 나는 시점에서 아예 온천물이 아닙니다. 전망 즐기러 가는 대중탕이에요. 제대로 된 온천물을 기대하고 가면 깊은 빡침을 느끼게 될 테니, 갈 거라면 그런 기대는 내려놓고 전망 좋은 노천탕을 즐기러 가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로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가족 단위로 온 일본인 손님들이 많았어요.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여기 식당 음식이 괜찮더군요. 뷔페가 엄청 인기던데 그쪽도 가격대성능비가 괜찮을 것 같았어요.


나가사키의 이나사야마 전망대로 가는 길. 석양이 지는 하늘이 아름다웠어요. 이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좀 더 일찍 전망대에 올라가서 주경부터 해가 져서 야경이 되어가는 걸 다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일행 중에 전망을 긴 시간 투자해가며 볼 정도로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저뿐이라 그럴 수 없었지만. 흑흑.


이나사야마 전망대에서 본 야경. 홍콩, 모나코와 함께 신 세계 3대 야경이라는 공신력 의문스러운 허세는 그렇다 치고 야경 자체는 확실히 근사했습니다. 훌륭해요.


한쪽으로는 아직 완전히 밤이 오지 않아서 나가사키의 낮과 밤의 경계를 포착.


나가사키에 왔으니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먹어봐야겠지요. 나가사키 카스테라 하면 3대 명점으로 분메이도, 쇼오켄, 후쿠사야를 꼽는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분메이도 본점에 가봤습니다. 나가사키 여기저기 워낙 분메이도 분점이 많아서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고, 우리 숙소 앞에도 하나 있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굳이 본점에 가서 삼.


그리고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로 올라가는 열차 안에서 먹었습니다. 열차에 갇힌 채로 시간이 가다 보니 심심하고, 배도 고파서...

촉촉하고 맛있는 카스테라였어요. 하지만 요즘은 전반적으로 디저트 수준이 워낙 높아진 데다가, 나가사키 카스테라도 한국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되다 보니 그 이상의 감상은 없어요. 이건 맛 그 자체보다는 '나가사키에 와서 3대 명점 중 하나인 분메이도 본점에서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사서 먹었다!'라는 사실이 더 중요한 느낌이랄까. 이런 것 또한 여행자의 허세, 여행자의 만족감!

어쨌든, 이걸로 저는 나가사키에서 나가사키 짬뽕도 먹어보고, 나가사키 카스테라도 먹어본 사람이 되었습니다. 엣헴!


4일차는 나가사키 일정 끝나고 나서는 완전히 예정이 박살. 아주 늦게 마지막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했는데... 이 호텔은 캐널시티 안에 있는 캐널시티 워싱턴 호텔이었습니다. 위치는 정말 끝내주는 곳이었죠. 좀 오래된 편이라서 룸 컨디션은 그럭저럭이었고 에어컨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방도 넓고 전망도 괜찮고 한국어 하는 직원도 있어서 좋았던 곳.


열차 안에서 지친 멘탈로 저녁 먹으러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간 곳은 모츠나베와 미즈타키 전문점 나기노키.

이 집은 가격대가 높은 편. 다리 뻗기 좋은 좌석이 좋았고, 미즈타키 빼고는 다 맛있었습니다. (...)

근데 미즈타키가 별로였던 건 이 집이 못해서가 아니라 미즈타키 자체가 한국에서 비슷한 장르로 더 맛있는걸 먹기가 너무 쉽달까... 굳이 일본 와서까지 먹고 싶진 않은 메뉴네요. 닭곰탕 육수에다 이것저것 넣는 전골인데, 딱히 개성적이지도 않고 한국에서 먹는 오리전골이 더 맛있고...


여기서 먹은 것 중 최고는 이 오징어회였습니다. 장사 잘하는 점원이 강력 추천해서 먹어봤는데... 나왔을 때는 건드리면 살아서 꿈틀거려서 깜짝 놀랐어요.

그건 징그러웠지만 오징어회 자체는 전혀 끈적거리지도 않고 맛있어서 다들 눈이 반짝.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회 먹고 다리 같은 나머지 부위는 또 따로 소금구이나 튀김으로 조리해주는데 이것도 맛있었고요.


마지막날은 외부로 돌아다니는 관광은 죄다 포기하고 에어컨 있는 곳만 돌아다니면서 쇼핑과 구경을 했습니다. 캐널시티에서는 드래곤볼 슈퍼 극장판 홍보가 한창이었는데, 이 신룡 홍보물은 꽤 임팩트가 있었어요.


신 고지라 대형 피규어도 있었는데 퀄리티가 훌륭.


쇼핑 타임은 각자 흩어져서 개인적으로 처리함. 남의 쇼핑 따라다녀봤자 지겹고 힘들 뿐이므로 여럿이 가더라도 쇼핑 타임은 따로따로 하는 게 제일입니다.

전 텐진의 파르코 백화점에서 쇼핑을 전부 해결. 키디랜드의 스누피 타운에서 신나게 쇼핑을 하고... 짐이 많아져서 2100엔 짜리 접이식 캐리어를 질러버리고 말았습니다. 스누피 타운은 워낙 일본 전국 각지에 있는 걸 다녀서 딱히 살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후쿠오카 쪽에 가니 못보던, 그리고 마음에 드는 신상품이 잔뜩 나와 있어서 그만... 크흡.


쇼핑 끝난 후에는 캐널 시티나 좀 돌아다니면서 느긋하게 보내다가 일찌감치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서 귀국했습니다.

다 좋았는데 지독한 열차 연착이 상처로 남은 여행이었네요. 그것만 아니었어도 다 좋았을텐데... 후...


자세한 여행기는 또 나중에... 하기 전에,


작년 6월 괌 여행기 (진행 중)
7월 오이타 여행기
9월 홋카이도 여행기
10월 간사이 여행기
11월 부산-도쿄 여행기
올해 1월 나고야 여행기
올해 5월 도쿄 여행기


아아... 밀린 숙제가 가득해...



덧글

  • muhyang 2018/08/02 23:14 # 답글

    JR 규슈는 버스와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가 인터넷 예매 할인이 세서 좋더군요.
    재래선은 한 30% 빠집니다. 차는 낡았지만 버스보다 좌석도 넓고.
  • 로오나 2018/08/02 23:31 #

    인터넷 예매... 여행 중에 거기까진 신경을 못썼군요^^;
  • animelove 2018/08/02 23:17 # 답글

    지금 후쿠오카 여행중인데 이렇게 여행기 보니 반갑네요^^
    저도 오늘 나가사키 다녀왔어요~~
  • 로오나 2018/08/02 23:31 #

    나가사키 괜찮죠. 군함도 관련으로 빡치는거만 빼고...
  • 먹튀 2018/08/03 12:52 # 삭제 답글

    우와 맛있겠다
  • Rancelot 2018/08/03 23:17 # 답글

    전 아마 시카이로에서 먹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사라우동도 맛있어보이더군요. 거의 면만 다른 물건인거 같긴 하던데.. 혼자 다니면 이런 면이 좀 아쉽습니다
  • 로오나 2018/08/04 00:34 #

    확실히 여럿이서 다니면 다양한 메뉴를 맛보는 재미가 있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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