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2 - 14년만에 돌아온 속편



상암 메가박스 MX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일단 3D 상영으로 안 봐서 좋았어요. 아이맥스로 볼 때는 3D가 피할 수 없는 옵션으로 따라와서 피곤했었죠. 정말로 티켓값 올라가는 것 말고는 무의미한, 오히려 관람에 방해만 되는 3D는 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3D 상영이 감소 추세라던데, 그 추세에 가속이 붙었으면 좋겠네요. 근데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 속편들로 쩌는 3D를 보여주겠다고, 새로운 3D 기술을 도입할 거라고 말하고 있어서 불안해요.


픽사 작품답게 본편 시작하기 전에 단편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픽사 작품 보면서 이 부록 영화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 이번 단편은 보면서 불쾌한 단편이었습니다. 동양인을 서구권에서 보는 스테레오 타입-그것도 마이너스적인 이미지로 그려놓은 게 거슬리더군요.


어쨌든 무려 14년만의 속편입니다. 참 오래 걸렸어요. 좀 더 빨리 나올 것 같았는데, 이래저래 미뤄지다 보니 이제야 나오게 되었죠. 요즘은 오랜만에 속편을 만들어서 추억팔이하는 기획이 많은데, 그 대부분은 현실에서 시간이 흐른 만큼 작중 시간도 흘렀다는 설정을 채택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아마 이 선택은 관객이 그만큼 나이들었음을 염두에 둔다기보다는 배우들이 나이를 먹었다는 현실적인 사정이 반영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인크레더블2는 애니메이션이라 실사 영화들보다는 선택의 자유도가 넓었지요. 브래드 버드 감독은 굳이 시간을 많이 흘려보내기보다는 1편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시리즈로 만드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전 이게 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인크레더블의 가족 구성원 연령대는 그 자체로 캐릭터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2편은 가족 이야기를 꽤 공감 가게 잘 풀어놨고, 액션 파트들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꽤 많아요. 가족영화로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을 팍 주다 보니 루즈한 구간들이 꽤 있었거든요. '아기 키우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라는 건 알겠어. 충분히 알겠으니 이제 그만 보여줘도 돼...' 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죠.

이런 부분들은 좀 줄이고 액션을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액션은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정말 신나고 멋진 부분은 없었거든요. 1편을 봤을 당시의 흥분을 떠올려 보면 이번 2편에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물론 그렇다고 지금 1편을 보면 2편보다 나을 거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지금 1편을 보면 14년간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는 알게 될 뿐이죠. 1편이 나온 2004년은 아직 한창 플레이스테이션2이 현역이던 시절이라고요.


불만점을 꼽으라면 역시 악역입니다. 리스크 없는 만능 최면술은 고난을 빵틀에 찍듯이 손쉽게, 편의주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장치라 보면서 영 그랬어요. 그 소재 자체가 식상하기도 하고요. 정면으로 부딪쳐서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 악역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액션에 있어서는 전편 마지막에 등장했고, 이번에는 초반에 활약한 언더 마이너가 큰 역할을 해냈지요. 그래서 그 후로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좋았던 점은 역시 가족 문제에 있어서 주부 역할을 맡은 밥의 태도입니다. 헬렌이 히어로 일을 하러 떠나간 후, 그녀를 대신하여 주부 역할을 맡게 된 밥은 이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나올 수밖에 없는 수많은 문제에 부딪칩니다. 제가 좋았던 부분은 밥이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에요.

이 작품은 과거의 많은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역시 엄마는 대단해. 역시 엄마가 있어야 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엄마가 돌아와서 해결됐어!' 라는 낡아빠진 결론을 내지 않아요. 그건 주부 역할은 엄마가 해야 하는 거니까, 가정에는 주부 역할을 하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고루한 주장이잖아요.

밥은 헬렌을 대신해서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주부 역할을 맡고, 초보 주부로서 감당해내기에는 너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악전고투하지만 결코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려놓지 않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요. 애한테 공부를 가르쳐줘야 하는데 자기 지식이 낡아서 방식이 달라졌다면, 공부를 합니다. 육아를 하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 되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찾습니다. 전 그런 밥의 태도가 참 좋았어요.



덧글

  • fiello 2018/07/30 22:42 # 삭제 답글

    전 영화 시작 전 단편이었던 만두이야기 꽤 좋았는데... 딱히 인종차별적인 느낌은 못받았네요...
    악역이 영 별로였다는 건 공감합니다. 너무 편의주의적인 설정아닌가 불만도 있었네요

    잭잭이 성장하면 도대체 어떤 슈퍼히어로가 될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진짜 상대할 적이 없을거같은데(....)
  • 로오나 2018/07/31 01:47 #

    -단편은 호러블한 부분은 좋았어요. 전 할리우드가 PC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매몰된 전형적인 케이스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잭잭의 성장에 대해서는 이미 너프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죠. 어렸을 때 여러가지 초능력을 가졌던 사람은 여럿 있었다는 식으로. 사실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이야기가 그런 시간대까지 갈일은 없을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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