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 클라이맥스가 너무 빨라



완벽하게 숙성된 추억팔이로 초초초대박을 쳤던 전편 이후로 3년만에 속편이 나왔습니다. 1편은 좋은 추억팔이였습니다. 내용을 지적하자면 지적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런 게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으니까요. 시리즈 최초로 '제대로 운영되는' 공룡 테마파크를 꽤 괜찮은 3D 경험으로 보여주었고, 추억팔이로서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도 충실하게 보여줬으니까요. 특히 마지막 공룡대결전 같은 거 말이죠.


그에 비해 이번 폴른 킹덤은 여러모로 실망스럽습니다. 영화 속에 대체로 쥬라기 시리즈 하면 보고 싶었던 건 다 들어있긴 합니다. 근데 다 들어있다고 해서 그 요소들이 다 만족스러우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구성이 나빠요.

보면서 왠지 '월드 워Z'가 생각납니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바뀐 느낌입니다. 전반부에 클라이맥스가 들어 있고 그 후로 작아진 스케일의 이야기가 길~게 계속되는 구성이 안 좋거든요.

이 영화는 전반부는 할리우드 오락 영화로서도, 쥬라기 시리즈로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클라이맥스가 너무 일찍 와버려요. 슬프고 감동적인(그 브라키오사우루스가 1편의 그랜트 박사와 새틀러가 처음 본 그 브라키오사우루스였다고요!) 클라이맥스가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갑자기 스케일이 터진 풍선 마냥 쪼그라들더니 공룡들과 함께 나홀로 집에를 찍기 시작합니다. 스케일이 쪼그라드는 것만으로도 흥이 식는데, 더 큰 문제는 후반부의 이야기가 굉장히 바보같은 데다가 사람들이 보고 싶었던 것도 제대로 못 보여준다는 것이죠. 후반부에서는 갑자기 스마트폰과 인터넷과 SNS가 선택적으로 사라진 것 같아요.


이 모든 게 노골적으로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로 이어가기 위한 억지인데, 그 결말을 통해 이어가려는 속편의 모습이 전혀 설득력을 못준다는 문제까지 더해집니다. 그래도 전세계 흥행수익이 10억 달러를 가뿐하게 돌파했으니 꿋꿋하게 속편을 만들겠죠. 우리는 꽤나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서 만들어낸 세계를 보게 되겠지만, 정작 나오고 나면 별로 신경 안쓰긴 할 겁니다. 어차피 이 시리즈는 클레어가 킬힐을 신고도 티라노사우루스를 가뿐하게 따돌리는 슈퍼솔져급 신체능력을 보여주던 영화였는걸요. 오웬이 랩터도 한방에 보내는 마취총 맞고도 금방 깨어난다거나, 부상 당해 죽어가던 공룡이 혈액형에 대한 정밀한 검사도 근거도 없이 그냥 다른 공룡 피 수혈했더니 하루도 안 되어서 풀파워 그 이상으로 회복된다거나 하는 정도야 뭐, 그럴 수도 있지!


중요한 건 과연 이 시리즈에서 보고 싶었던 걸 멋지게 보여주냐 아니냐인데, 폴른 킹덤은 그 기준으로 볼 때 실패작이었습니다. 특히 공룡대결전이 너무해요. 1편의 공룡대결전 구도를 재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노골적인데, 1편보다 스케일도 작고 그렇다고 액션 연출이 더 좋아서 그런 문제를 커버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그런갑다 하고 보게 됩니다.


엔딩 크레딧 다 넘어가고 나면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근데 보고 나면 화납니다. 고작 이런걸 보려고 그 기나긴 엔딩 크레딧을 기다렸나.

MCU 때문인지 할리우드 영화들이 어떻게든 쿠키 영상을 넣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재미있는 쿠키영상을 만들 수 없다면 그만둬줬으면 좋겠네요. 쿠키 영상 보겠답시고 엔딩 크레딧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린 관객 입장에선 짜증나니까요.


덧글

  • L.D 2018/07/13 21:42 # 삭제 답글

    풀려난 개체수로는 자연도태가 예상되는데 왜 그렇게 호들갑인지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짜게 식어버렸습니다...
  • 로오나 2018/07/13 22:28 #

    아니 꼴랑 이만큼의 공룡이 풀려났다고 대체 인류가 두려워할 문제가 뭔데? 주변 주민들은 저 무책임한 짓 때문에 공포에 떨어야겠지만!

    이라는 태클이 절로 걸리죠. 하지만 그럼에도 차기작에서는 왠지 공룡 아포칼립스가 열려 있지 않을까요? 공룡을 좀비 취급해가면서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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