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 마블 이 나쁜 놈들...




일주일 늦었지만 아이맥스 3D로 보고 왔습니다. 어휴, 아이맥스 예매가 어찌나 힘든지 원. 일주일간 스포일러 피해다니는 게 더 힘들긴 했지만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세 번째 클라이맥스입니다. 앞선 두 번(어쩌면 시빌 워까지 껴서 세 번)이 그랬듯 개별 영화로서의 매력이 아니라 수많은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여서 폭발하는 축제 같은 즐거움을 기대하고 보러 가는 영화죠.

보면서 상당히 감탄했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정리해내다니 대단해요. 시빌 워 때도 그 많은 이야기를 정리해낸 각본에 감탄했지만, 제작 난이도로만 따지면 이쪽이 훨씬 위였을 겁니다. 이만큼 해낸 것이 기적적인 수준이죠. 끝까지 교통체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에이지 오브 울트론 때와는 달리 선택과 집중을 잘한 덕분이고요. 모든 장면에서 모든 캐릭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려고 무리하는 대신 적절한 균형감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여기까지 따라왔으면 얘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이제 이 정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잖아?' 하는 태도도 잘 활용해먹고요.


액션은 좋았습니다. 와칸다 전투만은 우려가 그대로 들어맞은 느낌이라 보면서 실소했지만 거길 빼면 거의 다 좋았어요. 하지만 시빌 워의 공항 액션씬 만큼 감탄스러운 부분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기대치는 충족시켜주지만 그 이상에 도달하지는 못한, 그 정도의 느낌이군요. 물론 바로 전에 나온 블랙 팬서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았지만.


하지만 영화를 다 본고 나니,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히 기대하던 것들을 충족시켜주는 부분들이 많았고, 꽤나 흥분되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지루한 구간들이 꽤 길었어요.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액션 면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언맨이었습니다. 블랙 팬서 보고 이러면 도대체 토니는 뭐가 되나... 싶었는데 확실하게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으로 우주시대에 대비하시는 모습이 베리 굿. 그래. 블랙 팬서가 그렇게 변신하는데 아이언맨은 이 정도는 해줘야지!


와칸다 파트는 보는 내내 실소와 쓴웃음의 향연이었습니다. 아무리 루소 형제라도 와칸다의 저 답 없는 설정에 갇혀서 액션을 만들면 어쩔 수가 없구나... 라는 느낌이었어요. 저 우월한 기술력 갖고 백병전으로 우워어어어 하는데 그래야 할 필연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죠. 심지어 팔콘이나 워머신이 날아다니면서 폭격을 하면 그게 너무나 효과적이라 백병전으로 힘겹게 치고 받고 있는 인원들이 정말 안쓰러워 보여요. 병력도 적은데, 와칸다 기술력 살린 화력으로 적을 때리는 가운데 그걸 뚫고 들어온 일부 병력과 초인전을 벌이는 쪽으로 연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누가 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타노스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그가 있고, 가장 공들여서 캐릭터 서사를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건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소화해내야 하는 영화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에도 전 타노스의 이야기를 마이너스라고 느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어차피 공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딱히 심도 깊게 풀만한 여지가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풀어서 재미있을 만한 드라마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악역의 이야기는 머리로는 반대해도 가슴으로는 끌리는 이야기가 있고, 그 반대도 있기 마련인데 타노스의 신념은 둘 중 어느쪽도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공감도 지지도 불가능한 신념을 밀고 들어오는 절대악인 데다가 과거사도 알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없었거든요. 타노스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 때마다 영화는 지루하고, 타노스의 매력도 떨어지고...


게다가 타노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면 풀수록 설정에 태클을 걸고 싶어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애당초 타노스의 신념 자체가 케케묵은 주장인데 이런 문제를 만회하는 추가적인 설정이 붙어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뭔가 판타지적인, 지구의 현실이나 과학만으로는 알 수 없는 영역의 설정이 타노스의 신념에 설득력을 부여해준다면 느낌이 다르겠죠.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설정이 존재하지 않고 그저 가모라의 고향 행성을 성공사례로 들뿐입니다. 그 동네는 인구의 절반을 무작위로 죽여버렸더니 낙원이 됐어!

이게 말이 될까요? 지구상이 존재하는 인간 중 절반이 랜덤으로 선별되어 사라졌는데 세상이 그 전보다 더 멀쩡하게 굴러가다가 인류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낙원 같은 시대를 만든다? 핵전쟁으로 인구를 거하게 줄여서 낙원을 만들자는 소리랑 별로 다르지 않게 들리는군요. 이게 미친놈의 '주장'일 때는 문제가 없는데, '사실'로 증명되었다는 설정이면 문제가 있죠.


어쨌든 다행인 건 이 인피니티 워가 상하편 구성의 상편이라는 겁니다. 타노스에 대해서 설명할 건 이번편에서 다 설명했으니 다음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겠죠.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지금, 저는 정말 다음편이 고픕니다. 이렇게 끝내놓고 다음편이 1년 후에 개봉이라니, 마블 이 나쁜 놈들...


웬일로 쿠키영상은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번역계의 타노스라 불리는 모씨가 어떤 오역 테러를 저질렀는지는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오역 리스트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감상이 크게 바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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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시로 2018/05/04 20:12 # 답글

    타노스의 주의주장은 실제 영국의 누군가가 주장했던 논리고 지지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었습니다. 심지어 난민청소라 할수 있는 인종차별적인 주장이라고 하는데 타노스는 무차별학살이었죠 ㄷㄷㄷ

    근데 정작 누구였는지랑 무슨 이야기였는지 자세하겐 기억이 안나네요. 그런 미친생각을 한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는거 말고는(...)
  • Quartet 2018/05/04 23:06 #

    멜서스 트랩 검색해보시면 될듯합니다
  • 2018/05/04 21: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5/05 01: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미르 2018/05/04 22:17 # 삭제 답글

    전 아무 사전정보 없이 보러갔다가 자막 테러당하고 나중에 오역 리스트 살펴보고 아.......그리고 2회차를 한번 더 봤습니다ㅋㅋㅋㅋ그리고 마블이 타노스보다 더 나빠요 이래놓고 내년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마블양반....ㅠㅠㅠ
  • 로오나 2018/05/05 01:06 #

    영화 볼때 한번 오역 리스트를 보며 두번 즐거운 인피니티 워! (...)
  • YGG 2018/05/05 00:41 # 삭제 답글

    분명히 보면서 뭔가 아쉬웠는데 이 글을 보고 이거다 싶네요 ㅋㅋㅋ
    참, 영화의 오역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라그나로크의 오역도 영화전개의 당위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더라구요.다양한 MCU 영화에서 오역을 하다보니 박OO 유니버스라는 드립도 탄생(..)
  • 로오나 2018/05/05 01:06 #

    맞습니다. 토르의 힘도 헬라와 마찬가지로 아스가르드에서 나온다는 설정이 오역으로 인해 한국 관객에게는 전달되지 못했죠.
  • WeissBlut 2018/05/05 01:36 # 답글

    타노스는 그냥 이런 서브컬처에 흔히 있는 "뭔가 자기 나름대로 인류를 위한 신념이 있고, 그 신념을 밀어붙이는 빌런" 클리셰를 따라갔다고밖에 할 말이 없죠. 설명 자체를 그 클리셰에 의존해서 "니들 이런 빌런 자주 봤잖아?" 정도의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까 더이상 태클 걸 거리도 없고 그런가보다 하고 보는 수밖에요;
  • 로오나 2018/05/05 01:57 #

    네. 근데 그 클리셰 안에서 매력적인 서사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면서 집요하리만치 열심히, 긴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을 하고 있으니 그 부분이 재미가 없었어요.
  • 포스21 2018/05/05 10:24 # 답글

    10년째 방영중인 드라마! 더군요. 덕택에 재밌게 보긴 했지만 이영화 즐기려면 그 많은 마블영화들 거진 다봤어야 했을텐데? ^^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슬 리부트 내지 크라이시스가 필요할 때 같습니다.
  • 로오나 2018/05/05 18:20 #

    4번째 어벤져스가 딱 그런 영화가 될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슬슬 정리가 필요할 때죠.
  • bullgorm 2018/05/05 19:40 # 답글

    사실 남들이 다 재밌다던데 저는 생각보다는 별로였거든요.. 생각해보니 아마도 제가 타노스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게 그 이유인 것 같네요.. 죄책감을 넘어서는 신념이라는 건 어차피 무슨 핑계를 대건 광기일 뿐인데 쟤가 왜 멋있고 진주인공 대접을 받는지 이해가 안 가던 차에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도 계서서 나만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구나 싶네요..
  • 로오나 2018/05/07 15:46 #

    타노스의 과거 서사도, 그런 미친 신념을 갖게 된 과정 같은 것도 별로 공감가거나 재미있지 않아서 더 그랬습니다.
  • 카군 2018/05/06 00:11 # 답글

    저도 대체로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허허
  • 다져써스피릿 2018/05/06 01:01 # 답글

    인구 절반 줄이면 낙원 된다!!!라는 타노스 논리의 가장 큰 맹점이 인구는 다시 늘어나게 되어있으니까요. 지금 지구의 인구도 대략 50-70년 주기로 곱절 뛰고 있는데 타노스가 지금 지구의 인구 절반을 죽인다 쳐도 한 두세 세대만 지나면 말짱 도루묵. "인구 절반이 죽는 비극을 겪고 나면 사람들이 알아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나 인구 조절을 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겠느냐" 하고 반박하는 사람도 봤는데, 그럴거면 처음부터 타노스가 그런 묘책을 내놓던가. 아니면 인피니티스톤의 힘으로 우주의 자원을 곱절로 늘려주던가. 그런 생각 전혀 없이 무작정 반을 쓸어버리겠다~ 하는데 공감이고 뭐고 없죠. 영화 자체는 엄청 꿀잼으로 봤습니다만, 타노스의 광기에 공감을 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부성애+인간미 등등을 부여하려는 연출은 다 삽질로밖에 안 보이더군요. 아무리 미친 광기라도 그게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런 연출이 훨씬 다르게 다가왔을거라 생각합니다. (사족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판 말고 원작소설.)
  • 로오나 2018/05/07 15:46 #

    사실 맹점을 따질 것도 없이 애당초 너무 허황된 논리라서...

    판타지적인 설정 하나만 덧붙여줬어도 좋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11 2018/05/07 18:49 # 삭제 답글

    리뷰에 공감가는 면도 있고, 동의하기 힘든 내용도 있네요. 기대치에 못미치는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제작난이도나 비중분배를 따져보면, 오락영화로서 자기 할 몫은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와칸다 전투씬은 영화나 설정상의 태생적인 한계나, 허접한 연출은 그렇다치더라도 그렇다고 화력만땅 무기들을 내새워 잡졸들을 분쇄하는 방향도 썩 좋아보이진 않았을거라고봅니다. 지금의 백병전도 썰렁하긴 하지만요. 외계인에 맞설 고화력 병기들이 등장해서 강한 위력을 보여주다보면, 결국 트랜스포머에서 미군이 현대병기 가져와서 다해먹는거랑 다를게 없어지잖아요. 그럼 땅개 캐릭터들인 캡틴 블랙위도우는 존재의미가 없어지는데, 그럴바엔 그냥 히어로무비 탈을 벗어던지는게 더 낫겠죠. 캡틴은 그냥 뒤에서 명령이나 하고요.
    타노스 설정이야 뭐.. MCU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아주 새로운 영역의 캐릭터를 여태껏 보여준 적도 없고, 그냥 묘사에 공들인데 의의를 둬야겠죠. 일본 서브컬쳐 영향받은 국내 판타지소설에 미소녀캐릭터들이 날뛰는거 보고 이쪽을 선호하는 팬층에서 그런 클리셰 가지고 태클걸진 않을테고요.
    그냥 기대치에 못미치고 평이해서 그렇지, 솔직히 저만큼 캐릭터 때려넣고 이만큼 밸런스 맞춰서 하라고 하면 쉽지 않을거 같아요. 뭐 그냥 어벤저스1을 뻥튀기한 감도 강하지만요. 현세대 상업제작사나 감독중에 할만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에요. 어차피 작가주의 성향 강하거나 창작위주인 양반들이야 당연히 안할테고, 어중간한 상업영화 감독들한테 저 캐릭터 설정 세계관 배경 다 따져가며 만들라고 하면 과연 이만큼 뽑아낼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냥 팝콘영화로서, 팬무비로서 나름대로의 몫은 했다고 보여지네요. 어차피 호들갑스러운 종합선물셋트인 바에야, 이 정도 해준거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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