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리그 - 김빠진 콜라 같은 영화




마침내 이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개봉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이하 뱃대슈) 과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하 수스쿼) 는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혹독했습니다. '원더우먼'이 평과 흥행 모두를 잡으며 무너져가던 DCEU를 일으켜세웠지만 그럼에도 '저스티스 리그'를 향한 기대감은 불안감이 많이 섞인 것이었습니다. 또다시 잭 스나이더가 메가폰을 쥐었으니까요.

게다가 영화의 제작 과정부터가 순탄치 못했습니다. 도중에 추가촬영이 결정되었고, 잭 스나이더는(정확히는 프로듀서로 참여하던 그의 아내까지 포함해서) 제작기간 중 딸이 자살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져서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고 맙니다. MCU에서 '어벤져스'를 만들어낸 조스 웨든이 그의 뒤를 이어 영화의 심각한 분위기를 해소해줄 유머가 포함된 분량을 재촬영하고 최종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는...


실망스럽습니다.


전 이 영화에 별로 많은 기대를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기에는 이 영화가 가진 한계가 너무 적나라했거든요. 뱃대슈에서 수퍼맨에 이어 배트맨을 등장시켜서 싸움을 붙이고, 원더우먼이 튀어나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무리해서 덜컥거리는 기획이었고 우려한 것 이상으로 안좋은 결과물이었습니다. (맨 처음 발상 자체만큼은 나쁘지 않았다고 보지만)

그런데 이번에는 거기에 또 3명을 추가로 등장시켜서 그들이 힘을 합치는 이야기를 만든다? 훨씬 더 사람들게 이미지가 잘 각인된 2명을 추가로 등장시키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고 주저앉았는데 그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3명을 추가하는 게 잘될 것 같지는 않잖아요.

솔로영화 없이 단체전부터 벌이는 것의 한계는 너무 적나라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결국 그 한계를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 부분에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솔로영화 없이 출발한 캐릭터들이 하나로 모이는 과정은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처리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부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나마 플래시는 최근에 드라마로 알려진 이미지라도 있어서 영화 속에 드러난 것만으로도 대충 이미지를 구축하고 받아들이기 나을 것 같은데, 아쿠아맨과 사이보그는 정말 팔랑거리는 종잇장 같은 느낌입니다. DC 코믹스 원작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아니라면 그들은 깽판을 치기 위해 모은 전투요원이지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닐 거에요.


아, 물론 그들의 팔랑거림은 빌런인 스테판 울프만큼은 아닙니다. 스테판 울프는... 와,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악역을 만들어낼 줄이야.

하나도 안 무섭고, 하나도 안 강해 보이며, 하나도 안 있어 보이고, 그렇다고 뭔가 코믹하거나 찌질미라도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하찮아요. 영화 보고 나서 5분 지난 시점에서 이미 얘 이름도 기억이 안나서 영화 정보 사이트를 뒤져서 이름을 찾아낸 뒤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어떻게 생겼었는지도 뭘 했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하찮은 존재감이에요.


여기서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를 하나 하자면, 슈퍼맨이 나옵니다. 다들 쟤 살아돌아온다는 거 알고 있을 테니 그 이야기한다고 스포일러 했다고 욕먹진 않겠죠. 슈퍼맨이 부활하는 과정은 이 영화에서 제가 유일하게 놀란 부분입니다. 배트맨과 원더우먼의 노력으로 초인들이 하나로 모이면서 슈퍼맨의 부활로 이어지는 장면은 정말로 잭 스나이더 영화답지 않게 앞뒤 맞는 개연성을 갖추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전 이게 아마도 조스 웨던의 작품일 거라고 보는데... 뭐, 진실은 나중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흘러나와야 알 수 있겠죠.

그리고 재촬영으로 추가된 것으로 보이는 유머들은 나쁘지만은 않아요. 영화가 전반적으로 심각하고 우울하다 보니 적당히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건 딱히 좋지도 않았다는 거고 나쁜 부분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특히 아쿠아맨에게 물고기 드립치는 거... 아, 좀...


하지만 좋았던 부분은 그 정도입니다. 내용에 별 기대를 안했던 제가 이 영화에 실망한 가장 큰 이유는 액션입니다. 빌런도 형편없었지만 중요한 건 액션이 별로였다는 거라고요.

이 영화는 액션이 참 답답합니다. 전투씬 중에 가장 좋았던 게 테러리스트들 처치하는 원더우먼 소개 파트(...)였을 정도로 나머지 액션들이 별로에요. 예고편에서는 좋아 보였던 액션들조차도 영화 속에서 앞뒤가 더 붙어서 흐름의 일부가 되니까 별로가 되어버립니다.

슬로모션이 남발되는 것은 잭 스나이더의 고질병 같은 것이지만, 그는 그런 고질병 때문에 아쉬움이 생겨도 꽤 좋은 액션을 연출해내는 감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슬로모션이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그냥 흐름을 틱틱 끊어먹어요. 그리고 그 일등공신은 플래시입니다. 이 영화 속 플래시의 액션은 제가 최근 와서 본 가속계 초능력 액션 중에 가장 별로였는데(가장 좋았던 것은 MCU 말고 엑스맨 시리즈의 퀵 실버) 이 영화 보는 내낸 단 한번도 플래시가 빠르다는 실감을 받지 못했거든요. 이 영화는 플래시를 아무때나 슬로모션을 남발할 핑계로 써먹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원더우먼은 갑자기 심하게 너프를 받은 느낌입니다. 이 영화의 액션이 답답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뱃대슈에서 보여준 그 파워가 깡끄리 실종되어버렸어요. 아쿠아맨과 함께 고만고만한 초인으로 격하되어서 빌런을 아주 힘겹게 상대하는데 이건 무슨 신제품 등장시에만 버프 받아서 쎄고 다음화부터는 거짓말처럼 약해지는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을 보는 기분이더란 말입니다.

단순히 빌런이 쎄서 고전한다는 이미지가 아니라 원더우먼의 액션 자체가 심히 파워다운되어 있다 보니 그녀가 고전하는 게 빌런이 쎄서 그렇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요. 그냥 이거 왜 이러나 싶은 답답함만 있죠.


어떤 의미에서는 후반부의 결전보다도 슈퍼맨이 살아났을 때가 액션의 기대치가 최대치로 치솟는 클라이맥스였는데 이 부분에서도 원더우먼의 너프가... 그야말로 식어서 눅진눅진해진 팝콘, 김빠진 콜라 같은 꼴입니다.


결론적으로, 뱃대슈처럼 치명적인 흠은 없는 대신 전반적으로 맹탕입니다. 인기 슈퍼히어로 캐릭터 모아두고(어쨌거나 그들 중 셋은 DCEU로도 이미지가 확실히 각인된 상태에서) 깽판을 치는데 이렇게 김빠진 탄산음료처럼 맹탕일 수가 있다니 좀 신기할 지경이었어요.


아, 영화 끝나고 나면 2개의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냥 잔재미인데 하나는 노골적으로 이후의 내용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이에요.




덧글

  • 2017/11/15 21: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11/15 21: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ㅇㅇ 2017/11/15 21:18 # 삭제 답글

    더구나 오늘 지진발생으로 경북권에선 상영중단됐죠 또 수능끝난고3 관객을 기대했건만 수능 연기
    하늘이 안도와주는듯
  • 로오나 2017/11/15 21:20 #

    아, 수능 연기 소식은 저도 좀전에 봤습니다. 연기하는 게 옳다고 봐요. 지진 피해 지역 학생들 공포가 보통이 아닐텐데...
  • 권고도 2017/11/15 21:50 # 답글

    저는 좀 다르게 봤습니다. 전체적인 만듬새는 물론 엉망이지만 사이보그와 존재감 없는 빌런을 제외하고 나름 캐릭터 구축에는 성공했다고 보고요.
    슈퍼맨의 부활도 호평요소지만, 다른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과 슈퍼맨이 싸우는 부분이 가장 흥미롭더군요. 그외에도 원더우먼과 플래시의 액션장면들이 나름 팬들을 붙잡게 하는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다만 이런 것만으로는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온전히 채워주진 못할 것 같습니다. 군중이라고는 달랑 일가족 한 팀 등장하는 연출도 아쉬웠고요.
    그래도 앞으로 나올 단독 영화 중에 기대되는 건 원더우먼 2편과 플래시 포인트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 로오나 2017/11/15 21:51 #

    영화에 대한 감상은 온전히 개인의 것이니까요.

    전 그 슈퍼맨 부분이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후반부보다 더 기대감을 폭발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원더우먼 너프가... 액션이...
  • 북극양 2017/11/15 22:09 # 답글

    슬로우모션 남발....싫어하는데....
    과연 저는 내일 보고 어떨지....
    여지껏 디씨영화들은 다 보고 욕하면서 영화관 나왔는데 이번에도 그럴거 같네요
  • 제드 2017/11/15 22:54 # 답글

    결국 정의닦이군요
    로튼토마토가 기대됩니다
  • 듀얼콜렉터 2017/11/16 03:34 # 답글

    이 영화의 제작비가 무려 3억달러나 들었다고 하네요,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런닝타임도 2시간으로 만들었고 암튼 이번에도 여러모로 무리수가 따르는 작품이 되고 말았네요. 금요일에 보러가긴 합니다만 지난번에 말했듯히 마음을 비우고 가는데 이 리뷰를 보고 진짜 마음을 텅텅 비우고 가야겠네요 ㅋㅋㅋ 그래도 여기는 본토 미국코믹스 보정이 걸려서 약간은 플러스요인이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로오나 2017/11/16 09:30 #

    재촬영도 있었고 이래저래 돈이 들어갈 구석이 많긴 했죠. 뱃대슈부터 제작비를 막쓰는 경향도 있었고...
  • 풍신 2017/11/16 09:52 # 답글

    잭 스나이더의 잔재가..........그냥 조스 웨던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면 나았을 지도 모릅니다.
  • 로오나 2017/11/16 15:58 #

    그가 다 맡았다고 해서 더 나아졌을 것 같지는...

    차라리 잭스나가 다 맡았으면 이거보단 재미있는(좋은 이 아님) 결과물이 나왔을지도...
  • 볼려고 하는데 2017/11/16 12:48 # 삭제 답글

    혹시 영화를 볼때 3d가 나을까요??아니몀 2d가 나을까요??
  • 로오나 2017/11/16 15:57 #

    딱히 3D로 볼 메리트는 못느꼈습니다.
  • 내아이디언제찾나 2017/11/16 16:46 # 삭제

    옆에 앉았던 친구가 안경 벗고 봐도 전혀 위화감 못 느꼈다고 할 정도의 영화;;
  • 2017/11/16 16: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11/21 14: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내아이디언제찾나 2017/11/16 16:46 # 삭제 답글

    슈퍼맨이 진보스전... 그 후에는 슈퍼맨이 웃으며 상대하는 쩌리 느낌. 저도 그 악역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그냥 쩌리라고 부르겠습니다. 암튼 젤 좋았던 액션이 원더우먼이 테러범 총알 튕겨내는 거였어요.
  • 로오나 2017/11/21 14:26 #

    그게 제일 좋았죠.
  • ㅇㅇ 2017/11/17 19:57 # 삭제 답글

    아쿠아맨과 사이보그는 '깽판을 치기 위해 모은 전투요원' 이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한거 같네요. 특히 아쿠아맨은....
  • 로오나 2017/11/21 14:26 #

    특히 아쿠아맨은...
  • ㅇㅇ 2017/11/17 20:11 # 삭제 답글

    근데 부활씬은 정말 재촬영씬일지도 모르겠네요. CG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고, 조스웨던의 추가촬영분 분량이 전체의 10~20% 사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걸 봐선, 각 씬들을 연결시켜주는 장치로써 많이 활용됬을거 같아보이네요.
  • 로오나 2017/11/21 14:27 #

    러닝타임도 많이 삭제됐다고 하고... 하여튼 나름대로 개연성을 만들려고 한 부분들은 웨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나이더가 감독판이라면 몰라도 극장 상영판에서 이런거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
  • Uglycat 2017/11/19 11:13 # 답글

    전 오늘 보았는데 '배트맨 대 슈퍼맨'보다는 조금 개선되었지만, 급조된 티가 난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더군요...
    그나저나 이 작품에 K-POP 노래가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그것도 나온 지 반 년도 안 된 곡이)...
  • 로오나 2017/11/21 14:28 #

    저도 거긴 한방 먹은 기분이었습니다. 누구의 의지였을까...
  • 회색의 간달프 2017/11/20 14:03 # 삭제 답글

    너무나도 실망감이 겹쳐서 (원더우먼에서 살짝 좋아졌지만) 요새 DC에 거는 기대가 액션씬 하나인 상황인데
    맨 오브 스틸이 역대급이었구나를 재확인했으며, 배댓슈보다도 훨씬 나빠진 저스티스리그의 액션씬을 보면서
    DC 영화를 계속 봐야하나 싶더군요.

    그리고 조스웨던 뿌리기는 개인적으로는 그냥 실패 같습니다.
    잭 스나이더가 홀로 끝까지 했던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결과물이네요.
    마블은 원작 설정을 어느정도 파괴해서 더 좋아진 감이 있지만, 저스티스 리그에서의
    원작 설정 파괴는 분노를 가져오는군요. (특히 배트맨의 쩌리화...)
  • 로오나 2017/11/21 14:29 #

    맨 오브 스틸은 지금 봐도 액션만큼은 걸작이죠. 특히 파오라 짱짱맨...

    잭 스나이더가 끝까지 마무리했으면 더 재밌는 결과물이 나왔을거 같긴 합니다. 다만 이건 영화 자체가 '좋아졌을 거다'라는 의미는 아니고 좋은 의미로든 좀 더 극단적으로, 영화 밖에서 보는 시각이 재밌어졌을 거라는 의미에서...

    어쨌든 두 감독의 스타일이 짬뽕된게 결과물에 별로 좋게 작용한거 같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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