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큐슈 #7 구마모토 노면전차와 무너진 구마모토성


2017년 4월 후쿠오카-구마모토 여행기 7편!


일본 큐슈 #1 햇살 좋은 봄날 일요일의 후쿠호카

일본 큐슈 #2 전망 최고였던 니시테츠 인 후쿠오카 호텔

일본 큐슈 #3 올빼미 카페와 유쾌한 라멘 가게

일본 큐슈 #4 야나가와에서 뱃놀이했다

일본 큐슈 #5 하카타 포트타워와 나미하노유 온천

일본 큐슈 #6 하카타 역 포켓몬 센터, 그리고 구마모토로


에서 이어집니다.



후쿠오카를 떠나 구마모토에 도착한 우리들. 고속버스 종점인 구마모토 교통센터에서 내렸더니 그 앞에는 곧바로 노면전차 역이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지역에 따라서 노면전차를 운용하는 곳이 있는데, 노면전차가 한국에는 없기 때문에 여행객에게는 그 자체로 훌륭한 컨텐츠가 되지요. 차들과 함께 도심을 달리는 노면전차가 귀여운 느낌이 들어서 좋아해요.

구마모토 노면전차의 경우는 도색 디자인이 상당히 다채로운 편입니다. 도색 디자인의 다채로움에서는 제가 본 일본 지역별 노면전차 중에서도 최고였던 것 같아요.


제 경우는 교토의 란덴, 삿포로 시덴에 이어 일본에서 3번째로 경험한 노면전차였습니다. 이후 하코다테에 갔을 때 4번째 경험을 하게 되었고...


구마모토 노면전차의 경우는 한국인도 편하게 탈 수 있습니다. 역마다, 그리고 열차에도 어디로 가는지 한국어가 또박또박 적혀 있어요. 물론 노선도에도 써 있어서 자기 목적지에 가는지 여부를 쉽게 파악하고 탈 수 있음.

노선도 사진은 좀 크게 올렸으니 자세히 보고 싶으시면 클릭해서 와방 크게 보시면 됩니다.



숙소에서 가까웠던 카라시마쵸 역은 구마모토 최대의 아케이드 번화가인 선로드 신시가이 입구 바로 앞에 있기도 합니다. 입구 쪽부터 천장에 매달린 쿠마몬이 보이죠.

여기로 들어가면 시모도오리와 가미도오리로 이어지는데 구마모토의 먹거리와 쇼핑거리는 이 아케이드 거리 밑에 다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네요. 그만큼 규모가 크고 가게들도 많은 곳입니다. 또한 일본의 지방들은 저녁 무렵이 되면 가게들이 다 닫아버려서 갈곳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케이드 번화가 쪽은 새벽까지 영업하는 가게들이 잔뜩 있어서 그 점도 좋았어요.



우리가 묵었던 네스트 호텔 구마모토. 당시 숙박료가 스탠다드 트윈룸 2박 14만 5천원 정도로 저렴한 호텔이었습니다. 카라시마쵸 역에서 도보 5분 거리로 매우 가까워서 위치는 상당히 좋았어요.


로비 구조가 좀 특이했습니다. 반지하로 내려가듯이 계단이 나 있고 이게 또 2층으로도 바로 이어져있는...


그리고 로비에서 쿠마몬 상품들을 팔고 있어서 빵터짐. 와, 호텔 기념품샵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이런걸 팔고 있네?


쿠마몬이 들어간 안내 책자들도 나눠주고 있음.


참고로 쿠마몬은 구마모토 현의 마스코트 캐릭터에요. 일본에는 지역마다 마스코트 캐릭터들이 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쿠마몬의 인지도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입니다. 2010년에 구마모토 현청에서 지역 홍보 프로젝트인 '구마모토 서프라이즈'를 개최하면서 발표된 쿠마몬은 지금은 구마모토를 넘어 큐슈 전역은 물론이고 아예 일본 전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인기와 인지도를 자랑하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한국 캐릭터샵이나 편의점에서도 종종 쿠마몬이 보일 정도죠.

구마모토도 아니고 저어기 유후인에 가도 쿠마몬 캐릭터샵이 있고, 심지어 간사이 국제공항 여행 안내센터에서도 쿠마몬 상품을 팔고 있는걸 보면 '아니, 오이타나 벳부, 유후인이야 같은 큐슈니까 그렇다 쳐도 왜 간사이에서 쿠마몬을 이렇게 밀고 있지?' 하는 의문이...


저는 구마모토 여행 중에 완전히 쿠마몬에 꽂혀서 덕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는데... 구마모토는 정말 쿠마몬만으로도 다시 가고 싶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구마모토 현은 쿠마몬이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쿠마몬 발표 후의 인지도가 엄청나게 올랐다는데 그래서인지 도시 어디를 가나 쿠마몬이 없는 데가 없어요!

호텔은 물론이고 버스, 전차, 시청, 편의점, 식당, 술집... 기타등등. 기타등등.

상품의 수도 엄청나고 아무튼 진짜 쿠마몬이 없는데가 없습니다. 구마모토 현청에서 쿠마몬 저작권을 거의 프리로 풀어버려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듯.

사실 구마모토가 관광도시로 매력적인 곳이냐 하면 그건 좀 미묘하다고 보는데(지금은 관광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구마모토 성도 지진으로 무너져서 한참 공사 중이고) 도시 관광도 즐기는 사람이라면 도시 전체가 쿠마몬 테마파크 같은 기묘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즐거울 거에요. 저랑 일행이 바로 그런 여행객들이었거든요!


캐릭터가 대박을 치는 경우야 종종 볼 수 있지만 지자체에서 홍보 좀 해보겠다고 만든 캐릭터가 대박을 쳐서 도시의 운명을 바꾸고 일본 전역에 막강한 인지도를 자랑하게 된 경우라니 정말 특이한 스토리죠. 전 구마모토가 무척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서 나중에 다시 구마모토-아소를 묶어서 여행가볼 생각입니다=ㅂ=



우리 방은 6층이었습니다. 근데 방이 참 좁아요. 일본 호텔 하면 다른 나라 호텔보다 방이 작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네스트 호텔 구마모토는 딱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곳이었습니다. 캐리어 펼치기도 힘들어서 짜증났음.


그래도 침대는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콘센트 꽂을 곳이 많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침대 쪽에 각자 하나씩 쓸 수 있게 두 개, 책상에 두 개, 또 아래쪽에도 있고...

바로 전에 후쿠오카에서 묵은 니시테츠 인 후쿠오카가 방은 넓지만 콘센트 짠돌이였기 때문에 비교가 되더라구요. 한가지를 잃고 한가지를 얻는다... 둘 모두를 얻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크흡...

와이파이는 문제없이 잘 됐습니다. 꽤 쾌적했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책상도 있고, 작지만 TV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일본에서는 '그냥 수돗물 마셔도 된다'고 표기된 곳이 많은데(먹지 말라고 써둔 곳도 있긴 함) 이 호텔의 경우 천연지하수라 마셔도 된다고 한국어로도 써있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인 친화적인 게 재미있던 것이, 술집하고 식당에서 거기 직원분들한테 듣기로는 한국인 관광객은 별로 없는 편이고 지진 피해로 구마모토 성 무너진 후로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도 이 정도로 한국인 친화적인 안내가 많아서 좀 신기함.


방이 좁다 보니 옷장도 좁음. 빈 옷장에 옷걸이랑 냄새제거 스프레이 있고...


물론 슬리퍼도 있습니다.


방이 좁으니 화장실도 좁음. 욕조도 작아요. 대신 깊어서 그 점만은 맘에 들었습니다. 일회용 칫솔, 일회용 면도기, 헤어드라이기 등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은 있었고...


전망은 딱히 뭐 없었습니다. 위치 자체가 주변이 별로 전망 좋은 포인트가 아니에요. 그래도 좀 더 높은 방이면 더 낫긴 했겠지만...

창문은 안 열림.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나와서 구마모토 성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170엔 주고 노면전차를 탔어요. 지인에게 빌린 가이드북에는 150엔이라고 써있었는데 이게 몇년쯤 된 가이드북이다 보니 그새 20엔이 오른 모양.

양쪽에 다 기관사가 앉는 운전석이 있는데 운행방향에 따라서 한쪽은 이렇게 비어 있고 오픈되어 있습니다.


구마모토 성-시청 앞 역에 내렸습니다. 카라시마쵸 역에서 2정거장만 가면 되기 때문에 사실 걸어도 10분 남짓으로 올 수 있긴 해요. 하지만 노면전차를 타고 싶으니까 탔습니다!

후쿠오카에서 와서 구마모토에 도착할 때만 해도 해가 쨍쨍 나는 날씨였는데 호텔에서 짐 풀고 잠깐 쉬고 나오니 급흐려졌습니다. 흐린 날씨 싫은데...


구마모토 성으로 가는 길. 구마모토 성 주변의 하천인지 해자인지를 따라서 산책로가 길게 나 있었어요. 벚꽃철에는 벚꽃이 만개해서 아주 예쁘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벚꽃철이 다 지나서 꽃길은 아니었음. 하교시간이었는지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우르르 다니더라구요.


길 가다가 개 데리고 산책 나오신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괜찮다고 하셔서 사진을 찰칵찰칵. 얌전해서 귀여웠던 멍뭉이.


사진 찍고 있자니 여학생들이 꺄꺄 하면서 다가와서 명뭉이 쓰다듬고 같이 사진도 찍고...

그러다가 우리한테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길래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어설픈 발음으로 '안녕!' 하는게 너무 귀여워서 같이 '안녕!' 해주고 헤어졌어요 ㅋㅋ


구마모토 성 아래쪽에는 민속촌 분위기의 거리 사쿠라노바바 죠사이엔이 있습니다. 기념품 상점과 먹거리 상점 등이 있고 여기서만 파는 구마모토 특산주도 있다고 해요. 그걸 이 다음날에나 알게 되는 바람에 결국 못샀지만. (...)


그 앞에 있었던 대나무 조각물. 밤이 되면 빛이 납니다.


사쿠라노바바 죠사이엔도 입구부터 쿠마몬! 이쯤에서 이미 쿠마몬이 없는 곳은 구마모토가 아닌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함. (...)


입구 바로 앞에 두부 전문점이 있는데 거기 두부 밀크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길래 호기심에 들어가봄.


그랬더니 여기도 쿠마몬 천지. 두부 먹거리도 쿠마몬!


두부 밀크 아이스크림은... 맛있었습니다! 치즈 두부 생각나는 맛이라서 꽤 좋더라구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다시 먹고 싶어지는군요. 크흡...


곳곳에 쿠마몬이 가득했던 사쿠라노바바 죠사이엔. 중앙에 있던 저 무대는 이벤트용 같았습니다. 축제 시즌에는 막 무녀와 쿠마몬이 같이 춤추고 그러는 걸라나요?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


사쿠라노바바 죠사이엔을 지나서 위쪽으로 계단 타고 올라가면 바로 구마모토성이 보입니다. 척 보는 순간 지진의 대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남;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지만 멀쩡한 모습은 아니었어요. 제가 다녀온지 7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도 완전 복구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이렇게 된 이유는 지진입니다. 구마모토 현은 2016년 4월 발생한, 큐슈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최고 강진으로 인해서 큰 피해를 입었어요. 그로 인해서 구마모토의 메인 관광 컨텐츠인 구마모토성도 무너졌고 민간의 피해도 막대했습니다. 구마모토와 아소를 잇는 철도는 제가 갔던 2017년 4월에도 아직 복구가 안되어서 버스만 다니고 있었을 정도에요. (지금은 복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마모토성도 일본의 대부분의 성들이 그렇듯이 옛 모습은 겉모습뿐, 내부는 현대 건축양식으로 발라서 전시관으로 쓰고 있었으니 복구가 용이할 것 같긴 합니다. 사실 전 일본여행 다니면서 본 일본 성들이 다 이랬던 게 상당히 불만이라서,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히메지 성이나 이누야마 성을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구마모토 성 앞에는 잘 조성된 커다란 공원이 있습니다. 주차장이 있는, 관리소로 보이는 곳도 지진 피해의 흔적을 볼 수 있었어요.


공원은 참 잘 되어있더군요. 넓고 시원스러워서 와서 조깅하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대체로 운동부 학생들 같았어요.

날이 당장 비올것처럼 흐렸던 게 아쉬웠습니다. 햇살 좋은 날이었으면 정말 기분 좋았을 것 같은데...


느긋하게 구마모토 성 주변을 따라 걸으면서 찰칵. 복구 완료까지 갈길이 멀어보이는, 지진의 대미지가 적나라해보이는 모습 때문에 구마모토 여행을 가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말도 있는데...

가서 봤을 때는 오히려 완전히 복구되기 전, 이렇게 무너진 모습이야말로 귀중한 광경이 아닌가 싶더군요. 또 어디서 성이 이렇게 파괴된 모습을 볼 수 있겠어요?


한참 사진 찍다 보니 고양이가 샥... 하지만 우리가 뭘 해보기도 전에 우다다 달려가버렸습니다. 쳇. 매정한 녀석.


성 주변의 길을 따라서 계속 갔더니 신사가 있던데 웬 신사가 하나 있음. 무슨 신사인지는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이 신사 앞과 안쪽이 구마모토성을 가까이서 보기 좋은 명당이라는 점이죠. (...)

이렇게 보니 정말 성벽이 높습니다.


신사 앞마당에 아예 최적의 뷰에서 기념사진 찍으라고 이런 것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여기도 쿠마몬! 쿠마몬 달마!


구경 마치고 다시 온 길로 돌아나오는데 주차장 쪽, 출입금지라고 바리케이트 세워놓은 곳 고양이들이 늘어져 있음. 사람이 다니든 관심도안주는 저 도도하고 느긋한 모습이라니.



(다음편에 계속)


핑백

  • 무릉도원에서 삼라만담 : 일본 큐슈#8 쿠마 BAR 멋져! 구마모토 밤의 처묵처묵 2017-11-12 20:55:38 #

    ... 큐슈 #4 야나가와에서 뱃놀이했다 일본 큐슈 #5 하카타 포트타워와 나미하노유 온천 일본 큐슈 #6 하카타 역 포켓몬 센터, 그리고 구마모토로 일본 큐슈 #7 구마모토 노면전차와 무너진 구마모토성 에서 이어집니다. 구마모토성을 보고 돌아올 때쯤에는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사쿠라노바바 죠사이엔은 슬슬 가게들이 닫는 분위기더군 ... more

  • 무릉도원에서 삼라만담 : 일본 큐슈 #9 구마모토 시청과 쿠마몬 스퀘어 2017-11-13 21:16:24 #

    ... 큐슈 #4 야나가와에서 뱃놀이했다 일본 큐슈 #5 하카타 포트타워와 나미하노유 온천 일본 큐슈 #6 하카타 역 포켓몬 센터, 그리고 구마모토로 일본 큐슈 #7 구마모토 노면전차와 무너진 구마모토성 일본 큐슈 #8 쿠마 BAR 멋져! 구마모토 밤의 처묵처묵 에서 이어집니다. 전편 마지막에 이야기했듯 원래 이 날은 아소산을 갈 생각이었 ... more

  • 무릉도원에서 삼라만담 : 일본 큐슈 #10 말고기 요리 전문점 무츠고로(むつ五郎) 2017-11-14 20:18:25 #

    ... 큐슈 #4 야나가와에서 뱃놀이했다 일본 큐슈 #5 하카타 포트타워와 나미하노유 온천 일본 큐슈 #6 하카타 역 포켓몬 센터, 그리고 구마모토로 일본 큐슈 #7 구마모토 노면전차와 무너진 구마모토성 일본 큐슈 #8 쿠마 BAR 멋져! 구마모토 밤의 처묵처묵 일본 큐슈 #9 케로로가 있는 구마모토 시청과 쿠마몬 스퀘어 에서 이어집니다. ... more

  • 무릉도원에서 삼라만담 : 일본 큐슈 #11 타이피엔과 스이젠지 공원, 그리고 귀국 (완) 2017-11-15 16:00:38 #

    ... 큐슈 #4 야나가와에서 뱃놀이했다 일본 큐슈 #5 하카타 포트타워와 나미하노유 온천 일본 큐슈 #6 하카타 역 포켓몬 센터, 그리고 구마모토로 일본 큐슈 #7 구마모토 노면전차와 무너진 구마모토성 일본 큐슈 #8 쿠마 BAR 멋져! 구마모토 밤의 처묵처묵 일본 큐슈 #9 케로로가 있는 구마모토 시청과 쿠마몬 스퀘어 일본 큐슈 #10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