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지나온 고베-와카야마-교토 5박 6일 여행


9월 홋카이도 여행에 이어 대충 한달하고 반만에 또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올해는 간사이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매년 한번씩 거의 비슷한 코스로 가서) 같이 가는 일행이 교토를 가보고 싶어해서...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모르는 간사이를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와카야마를 넣었습니다.

원래는 고베-히메지-와카야마-고야산-교토... 라는 장대한 일정을 잡아봤습니다만 이게 참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었어요. (먼 산)


언제나 그렇듯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김포공항을 가본 게 언제적인지 기억이 안나는군요. 일본 항공편은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것도 많다는데 제가 여행 떠날 때 항공편 알아보면 이쪽에서 출발하는 건 저렴한 게 안 걸리더라고요.


간사이 국제공항은 닌텐도가 정복했습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광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마리오 패밀리들이 메꾸고 있고, 닌텐도 스위치 체험관을 운영중이더군요. 젤다... 아니 링크(...) 대형 피규어가 멋졌어요.


여행 시작부터 흥미로운 체험을 하나 했는데, 첫날 숙박이 고베였기 때문에 간사이국제공항 -> 고베로 이동할 때 쾌속선 '베이셔틀'을 탄 것입니다. 설마 일본에서 지역간 이동을 배로 해결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외국인 40% 할인 중이라 1인당 1000엔이었고, 고베까지는 만을 가로질러서 직진하기 때문에 30분 밖에 안 걸립니다. (고베 시내의 산노미야까지는 또 포트라이너를 타야 하지만)

이걸 타보고는 다음에 이쪽으로 여행올 일이 있으면 고베를 일정의 마지막으로 잡고, 간사이 국제공항까지 이걸로 단번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끝나고 보니 똑같은 지역을 돌아다녔어도 교토 -> 와카야마 -> 고베였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 같아서 웃음이 나오네요.


고베에서는 스테이크랜드에서 고베규 스테이크를 처묵처묵. 고기는 맛있었지만 접객 딜레이가 진짜 엄청나게 심해서 좋은 경험은 아니었고, 다시 갈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한 테이블에 미국 홍콩 한국 3개국 관광객들이 모여서 영어로 대화를 나눈 것은 꽤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우리만 영어를 잘 못해서 손짓발짓 번역기까지 섞었지만.



고베의 야경. 히메지는 포기했지만 애당초 고베를 일정에 넣은 게 여태 한번도 보지 못한 고베 야경을 보기 위함이었고, 그 점에서는 만족하고 왔습니다. 하버랜드 쪽 야경이 참 예쁘긴 하더라구요. 언젠가는 롯코산 전망대도 가보고 싶네요. 이번에는 너무 멀어서 포기함.


그리고 와카야마. 고베에서 와카야마까지는 또 2시간 넘게 걸리는 여정이었지요.

이번에는 다이와 로이넷 호텔 와카야마 캐슬에 묵었는데... 전망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바로 코앞에 와카야마성이 있었고 다이렉트로 와카야마성이 내려다보이는 그 전망이란 그 자체로 전망대 레벨이었지요.


와카야마성의 낮과 밤. 여기가 사진 촬영 포인트라고 아예 안내용 간판까지 세워놓은 곳인데, 낮과 밤을 적나라하게 비교하고 싶었지만 하필 여행 중에 태풍이 몰아쳐서 그만. (...)

와카야마 첫날에는 쨍하고 맑더니만 둘째날에는 흐리고 비가 조금씩 왔고 셋째날에는 태풍...

태풍을 뚫고 와카야마성을 관람하는 건 꽤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덕분에 하나씩밖에 안가져간 바지와 신발이 쫄딱 젖어서 교토에 가서야 새로 사서 갈아입고 신을 수 있었고, 신발은 말렸더니 시궁창 냄새가 나서 결국 버렸음. 흑흑.


와카야마성은 내부는 오사카성과 마찬가지로 현대 건축으로 박물관 형태로 만들어놓은 곳이고, 천수각 맨 위층은 전망대 형태인데 4면이 탁 트인 구조라 전망은 훌륭해요. 다만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서 전망을 구경하는 것조차도 전투적 관광이었던... (아련한 눈)


와카야마 성에는 닌자복 직원들이 돌아다니다가 사진 촬영시에 이렇게 포즈를 취해줍니다.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온다는 사찰 키미이데라에서 본 와카야마 전경. 해질녘의 경치가 정말 멋졌어요.

와카야마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경치가 참 만족스러웠던 곳입니다.


와카야마 키슈도쇼쿠 신사.

원래 이틀째는 고야산에 가려고 했는데, 구글 지도의 정보 갱신이 늦어서 출발한 후에야 고야산으로 가는 선로가 끊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_-; 버스가 운행되고는 있었는데 부정기 운행이라 언제 도착할지 그리고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중간까지 가다가 돌아와서 돈과 시간을 버림...

그래서 와카야마로 돌아와서 대체 코스로 잡은 곳이 이 키슈도쇼쿠 신사였어요. 키미이데라도 그랬지만 여기도 계단이 굉장히 높게 이어지는데 이게 와카야마 신사들의 특징인가 싶어요. 올라가면 경치가 좋긴 한데 힘들어!



키슈도쇼쿠 신사 옆에 있는 와카우라 텐만구. 여기도 계단이....가파르고... 많아요...

높이는 키슈도쇼쿠보다 낮지만 탁 트여 있어서 전망 보긴 더 좋았던 곳.


와카야마 마리나 시티. 여긴 놀이공원을 포함하고 있는 동네인데 5시 반쯤 가니 야간개장 안하는 이 시기에는 폐장시간이라 흐린날 석양이 저물어가는데 손님 없는 묘하게 쓸쓸한 놀이공원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지요.


R와카야마역의 쇼핑몰 미오 지하1층에 있는 라멘집 中華飯店 香来(코우라이). 이번 여행에서 첫날, 둘째날은 식사 경험이 최악이었습니다. 첫날은 고베 스테이크 랜드의 심각한 접객 딜레이, 그리고 둘째날은 가이드북에 실린 와카야마의 유명 라멘집 이데쇼텐이... 그냥 순수하게 맛이 별로였고-_-;

그래서 식사경험이 우울했는데 이 코우라이가 그런 우울함을 한방에 날려줬습니다. (사실 그 전날 사이제리야가 날려주긴 했지만!)


그리고 홀딱 젖은 채로 또 2시간 넘게 걸려서 간 교토. 교토 첫날은 와카야마 마지막날, 즉 태풍이 몰아치던 그날. 우중충한 저녁 무렵의 교토타워도 나름 이쁨.


교토에서 처묵처묵. 작년에는 디저트만 먹었던 토우요우테이(동양정)에서 식사.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인 함박도 좋았지만 키슈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물론 디저트도 처묵처묵.


딱 할로윈 시즌이라 호텔 로비에서도 할로윈 상품을 팔고 있었는데 심하게 귀여웠어요. 과자를 선물용으로 사고 싶었는데, 사야지 하는 타이밍에는 유감스럽게도 매진됨. 흑...


교토의 쇼핑몰 BAL에서 마음에 드는 컵을 지름. 아무리 봐도 남자 둘이서 갈만한 코스가 아니지만... 교토 처음 오는 일행에게 일정을 다 맡겼더니 나름 신선한 경험.


니시키 시장의 고슴도치 카페. 음. 아니 음료를 따로 주지 않으니 카페도 아닌가. 뭐 하여간...

고슴도치 짱 귀엽긴 한데 애들이 사교성 있는 애들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심해보였어요. 고양이 카페나 부엉이 카페에 비해 애들이 불쌍해보임;


교토 아라시야마. 교토의 노면전차인 란덴, 그 종착역인 아라시야마 란덴역은 그 자체로 관광 포인트가 될만한 곳이었습니다. 역의 술집에서 말차 맥주라는 메뉴를 팔고 있었지요. 이런건 설령 지뢰라 하더라도 밟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

그래서 먹어봤더니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맥주맛도 말차맛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편. 한번쯤 먹어볼만한듯.


아라시야마 란덴 역은 밤에는 기묘할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아라시야마에 늦게 가서 텐류지도 못봤지만, 저 색색깔의 빛기둥이 자아내는 꿈결같은 느낌만으로도 아라시야마에 온 것이 후회되지 않았어요.


마지막날에는 비행기 시각이 밤이라 한군데 정도는 관광할 여유가 있었습니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갈지 아라시야마를 한번 더 갈지 고민하다가 아라시야마를 감.

텐류지를 봤어요. 정원이 확실히 멋지더군요. 날이 맑아서 참 좋았던...


아라시야마의 대나무숲 치쿠린. 텐류지 정원 보고 나오니까 바로 여기로 이어지더군요. 꽤 기분 좋은 길이었지만...

사람이 많아.

그리고 여기 지날 때 굉장히 급하게 뛰어갔기 때문에 그냥 풍광을 스피디하게 즐긴... 전투적 산책? (...)


그 원흉은 이 토롯코 열차였죠. 편도 620엔인 이 관광열차는 기본적으로 어느 차량이든 창문이 열려있어서 사진 찍기 좋은 열차에요. 스팟에서는 사진 찍으라고 열차를 멈춰주기까지 하고요. 그리고 맨앞 차량은 아예 지붕까지 투명해서 탁 트인 기분을 즐길 수 있어서 꽤 즐거운 경험이었음.


이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음.

저는 일본 여행은 여러번 다녀왔지만 매번 계획과 동선을 짜는 것은 같이 가는 일행들에게 맡기고 따라다니기만 했기 때문에, 스스로 여행계획과 동선을 세우는데는 잼병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급하게 그리고 생각없이 닥돌해버리는 바람에 참 많이 삐걱거리는 러프한 여행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7할은 구글신이 캐리해줬고 1할은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불안요소 알아봐준 지인들 덕분에, 1할은 일본의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그리고 1할은 어떻게든 알아봐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고생스럽긴 한데 감당이 안되는건 아니라서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나중에 사진 정리 끝나고 나면 구체적인 여행기를 포스팅하겠지만... 그 전에 4월 큐슈 여행부터 처리해야 하는군요.


4월 큐슈 여행기
6월 괌 여행기
7월 오이타 여행기
9월 홋카이도 여행기
10월 간사이 여행기


밀린 여행기 숙제가 오대천왕이 되어버렸어...... (먼 산)



덧글

  • eggry 2017/11/01 21:46 # 답글

    란덴 아라시야마에 평소엔 기둥이 저렇게 많지 않은데 뭔가 특별기간인 건지... 그나저나 LX10이 제법이군요.
  • 로오나 2017/11/01 22:09 #

    그런가요? 할로윈 시즌 이벤트하고는 관련 없는 것 같고 딱히 이벤트로 설치했다는 느낌이 아니었는데... 그냥 그새에 추가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LX10은 햇빛이 강한 날 HDR 면에서 스마트폰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이긴 하는데 야경이나 저조도에서는 꽤 강한 면모를 보여주긴 합니다. 특히 전에 쓰던 RX100 II와 3년 차가 있는 모델이라 그런가 차이가 꽤 극명하게 느껴지는 편이고...

    근데 이번에 올린 사진 대부분은, 야경이나 저조도 풍경 사진을 제외하면 노트8이 열일했습니다. (그 부분은 아무래도 작은 사이즈에서조차 LX10과 차이가 극명해서)
  • eggry 2017/11/01 22:10 #

    ㅎㅎ 낮에는 정말 이제 폰카면 될지도… 아이폰은 아직 아니라서 아이폰X는 그정도 되길 바라는 중이네요
  • 로오나 2017/11/01 22:22 #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전에 V20을 써서 그런지 노트8과의 격차가 아주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뭐 불만이 없는건 아닙니다만 때로 블로그에 올릴 결과물로서 생각하면 카메라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나올 때도 많은지라... 게다가 이번 여행 중에 폰카의 듀얼카메라 망원 렌즈가 풍경 사진 찍을 때도 꽤 유용하다는 사실을 실감해서 여러모로 재밌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음식 사진에 그림자 드리우지 않고 찍기에나 썼는데!)
  • rumic71 2017/11/02 16:17 # 답글

    저도 배타고 가봤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편리하더군요. 고베에서 삐끼에 낚여서 고깃집 간 건 안자랑이지만...
  • 로오나 2017/11/02 16:55 #

    쾌속선이라 멀미대책만 세우고 타면 참 좋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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