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 골든 서클 - 절제의 미덕을 잊고 폭주한




속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도 포함해서) 열광했던 그 영화.

아이맥스 2D로 보고 왔는데, 딱히 아이맥스로 볼 필요까진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퀄리티 좋은 액션들이 많긴 한데 큰 화면에서 봐야만 매력이 잘 살아나는, 스케일감이 극대화되는 볼거리가 중요한 그런 영화는 아니었어요. 하긴 1편도 그랬죠.

다 보고 난 감상은 미묘합니다. 일단 저는 대체로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데 마냥 재밌기만 했냐고 하면 그건 또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덜컹거리며 내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습니다. 어떤 부분은 1편처럼 신나서 킬킬거리게 되지만, 어떤 부분은 저건 신난 나머지 너무 나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양쪽 다 큰 비중을 차지한 채로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어서 보는 내내


"오~"


"음..."


"오오오~!"


"으으으음......;'


그렇게 오락가락하며 반응하다 보니 영화가 끝나 있었습니다-_-;


1편은 참 신나는 영화였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노골적으로 '이런 거 좋아! 이런거 멋져! 이런 거 신나!' 하는 느낌이 적나라하게 전해졌죠.

수트 좋아요 하악하악... 영국신사 멋져요 하악하악... 막장 병맛 개그 센스 뿅가죽네!

그런 게 영화 속에 꽉 차있었지요.


이런 욕망으로 꽉 채워놓았으니 자칫하면 그냥 보는 사람만 보면서 킬킬거리는 막 나가는 B급 영화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편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중적으로 잘 다듬어진 훌륭한 오락영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죠.

그것은 물론 훌륭한 배우들과 훌륭한 센스를 지닌 제작진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1편이 절제의 미덕을 아는 영화였다는 점입니다. 저런 욕망을 불사르면서도 영화가 이야기해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는 결코 잊지 않는,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음으로써 균형감을 잃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2편은 그 미덕을 잃었습니다.


이 영화는 마치 1편의 팬무비 같아요. 속편인 만큼 1편에서 칭찬받았던 요소들을 더 크고 요란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서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욕망만을 마구 쏘아대고 있는데, 어떤 것은 1편처럼 신나는 반면 어떤 것은 절제를 모르고 너무 나가버려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영화 속에 이런 부분들이 꽤 많이 있지만 그 속에서 크리티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딱 2개만 꼽자면 골든 서클의 고기 분쇄기와 글로스톤베리에서 찰리 애인에게 들이대기 작전이었죠. 이 두 부분은 1편의 폭죽씬처럼 병맛 센스가 폭발하는 게 아니라 그저 역겨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적당히 끊었어도 인상이 나쁠 부분을 디테일하게 떠들어대요. 재미없다 못해 짜증나는 개그를, 어떻게든 이해시켜보겠다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문제는 특정한 욕망을, 특정한 장면에서 보여주는데 너무 심취한 나머지 정작 스토리와 캐릭터간의 드라마를 그려내는 것에는 소홀해지면서 극대화됩니다.

사실 스토리는 전체적인 틀만 보면 속편으로서 왕도적인 전개를 취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드러나는 악역의 야망이나 세계를 위협하는 방식 또한 꽤 센스가 있죠.

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일단 개연성이 꼼꼼하지 못합니다. 주로 해리가 관련될 때 그렇게 되는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같은 전편의 매력요소들을 자체적으로 패러디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라서 뜬금없는 데다가 여기서 드러난 문제가 중간에 아무런 과정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후반부에 가면 '이럴 거면 왜?' 라는 생각만 듭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꽤 중요한 해리와 위스키의 일도 보다 보면 어이가 없죠. 나중에 이런 이유가 있었다고 진상을 밝혀놓는데, 그걸로 납득이 가는게 아니라 실소만 나와요. 거기에 고기 분쇄기가 끼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 캐릭터가 이런 취급해놓고 재미있어할 캐릭터였나?' 라는 거부감이 드는 것도 한몫 했던 것 같네요.


캐릭터의 취급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일단 록시한테 해도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한마디 하고 싶고, 공주하고 그렇게 된 건 1편 마지막의 그게 얼마나 반응이 좋았으면 이렇게까지 비중이 늘어났나 웃음이 나오고, 그리고 채닝 테이텀과 할리 베리는... 아니, 이 두 사람 캐스팅해놓고 이랬어야 했어요? 딱 보니까 이 두 사람은 3편에서 활약시키기 위해 등장시켰기 때문에 2편에서 이런 취급을 받은 것 같은데...


멀린에 대해서도 불평이 나옵니다. 그나마 에그시와 멀린의 케미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동력이 되어주었던 그의 마무리가 그러했던 것은... 그 전에 나왔던 대화와 준비는 도대체 다 뭐였나. 마지막은 에그시와 해리의 케미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엇나간 느낌입니다.

그러면 또 해리는 괜찮으냐 하면 그건 또 절대 아니죠. 일단 이유는 어찌됐건 간에 살려야 해서 살려놨고, 그랬으니 1편처럼 이 두 사람의 케미를 매력으로 만들어야겠는데 결과물이 영 별로에요. 에그시와의 케미는 아서의 몫이 되었고, 해리는 그냥 의무방어전만 하다가 피시식 꺼져버렸습니다.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속편이었습니다. 3편은 이미 예정되었고, 매튜 본은 스핀오프인 '스테이츠맨' 제작도 원한다지만 정말 나올지는 일단 이번편의 흥행을 지켜봐야 알겠지요. 그냥 여기서 끝나버려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3편이 나오게 된다면 부디 이번편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좋은 속편이 되어주길.



덧글

  • 더카니지 2017/09/29 18:38 # 답글

    저도 보고 미묘했어요....2회차 뛸 생각이 전혀 안 들던;;; 사람들 반응도 상당히 부정적....덧- 아서가 아니라 멀린-마크 스트롱- 아닌가요?
  • 나그네 2017/09/29 18:42 # 삭제

    그렇죠? 아서는 총지휘관 할아버지고 대머리아저씨는 멀린.
  • 로오나 2017/09/29 19:01 #

    맞습니다. 수정했습니다^^;
  • eggry 2017/09/29 18:54 # 답글

    이미 1편 애널섹스에서부터 예견된...
  • 로오나 2017/09/29 19:01 #

    그래도 이렇게까지 비중이 뛸 줄이야...

    록시한테는 그렇게 너무했으면서!
  • 미르 2017/09/30 09:03 # 답글

    록시가 뭐 러브라인용 캐릭터가 아니었으니 틸다 공주의 비중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래도 록시한테 그러는 건 아니지!!!
  • 로오나 2017/10/01 18:22 #

    록시한테 너무해...
  • 메타트론 2017/09/30 19:24 # 답글

    이거 애초에 2편은 생각도 안하고 만들었던거라던데.......속편나와서 기쁘긴 한데 좀 더 시간들여서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나 싶더군요

    뜬금없던게 많았지만 가장 어처구니 없던건, 아니....거기서 여친한테 전화를 왜 해;;;
  • 로오나 2017/10/01 18:22 #

    크리티컬한 부분이었죠.
  • 2017/10/01 00:11 # 삭제 답글

    재미없다 못해 짜증나는 개그를, 어떻게든 이해시켜보겠다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 공감 1만개!
    찰리 여친과 에그시의 장면은 존재 의의 자체도 모르겠을 뿐더러 왜 그런 시점으로 -_; 보여줬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며...막판에 나온 분쇄기 장면에선 제대로 눈을 못 떴어요ㅠㅠㅠ 내용물 들어간 후의 분쇄기를 그렇게 선명하게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 로오나 2017/10/01 18:29 #

    보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 은웨지 2017/10/01 14:00 # 삭제 답글

    너무 구구절절 공감입니다.. 사실 굳이 러브라인을 짜넣었어야했나 싶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은 왜...? 내가 프린스메이커를 본건가 싶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로오나 2017/10/01 18:29 #

    뭐 러브라인 자체는 뭐라고 하고 싶지 않은데 굳이 록시한테 그렇게 너무했어야만 했나는 따지고 싶습니다 흑흑
  • Uglycat 2017/10/01 17:40 # 답글

    저도 오늘 보았는데 전편보다 못하다는 반응 그대로의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로맨스 요소가 킹스맨만의 매력을 깎아먹었다는 인상이 들어 가장 불만이었어요...
    로오나님의 말씀처럼 등장인물의 활용이 썩 좋지 못한 점도 마이너스 요소였고...
  • 로오나 2017/10/02 09:45 #

    등장인물들 활용은...

    후...

    록시...!
  • 북극양 2017/10/01 18:03 # 답글

    저도 어제 보고왔는데 하아...너무 중구난방에 난잡했어요ㅠㅠ
  • 로오나 2017/10/02 09:46 #

    스테이츠맨을 세계관 확장용으로 투입하다 보니 더 그랬죠.
  • TokaNG 2017/10/01 20:39 # 답글

    보면서 제가 느꼈던 아쉬움이나 불편함들이 그대로 적혀있는걸 보니, 저만 그렇게 느낀 것도 아니었나보네요.
    무엇보다, 위스키가 그런 취급을 받는 걸 보니 되려 킹스맨이 악당 같았습니다. 포피의 제안은 매력적이고, 위스키도 이해되는데 킹스맨은 너무 자기고집에 빠진 것 같은….
  • 로오나 2017/10/02 09:46 #

    포피의 제안이 매력적... 이라고 보진 않는데요; 그건 그냥 세계구급 악당다운 계획이었다고 보고;

    다만 위스키의 취급은 너무했죠.
  • 오오 2017/10/03 07:45 # 답글

    고기다짐 기계랑 수신기 삽입(...)같은 것은 관객들에게 너무 매너가 없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추천할 수 없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 로오나 2017/10/03 08:02 #

    그 표현 좋군요. 네... 1편 같은걸 기대한 관객들에게 매너가 없었습니다.
  • 2017/10/03 20: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10/03 20: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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