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12 시라오이의 아이누 민족박물관


2017년 3월 홋카이도 여행기 12편! 삿포로를 떠나 노보리베츠로 가는 도중에 들른 시라오이. 이곳은 홋카이도의 선주민족 아이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아이누 민족박물관이 있는 곳입니다.


일본 홋카이도 #1 도라에몽이 기다리는 치토세 공항

일본 홋카이도 #2 삿포로 파크 호텔과 T38 전망대의 야경

일본 홋카이도 #3 삿포로 포켓몬 센터와 피자 처묵처묵

일본 홋카이도 #4 겨울 홋카이도에서 게를 처묵처묵!

일본 홋카이도 #5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 대좌절

일본 홋카이도 #6 유키미쿠 노면전차가 달리는 삿포로

일본 홋카이도 #7 모이와야마 전망대와 징기스칸 처묵처묵

일본 홋카이도 #8 눈 덮인 항구도시 오타루

일본 홋카이도 #9 오타루의 운하, 오타루의 스시

일본 홋카이도 #10 스누피 쇼핑과 삿포로 맥주 박물관 리벤지

일본 홋카이도 #11 나카지마 공원과 테레비 타워


에서 이어집니다.


저는 아이누 하면 나코루루와 리무루루부터 떠올리는 사람입니다만(...) 어린 시절에 사무라이 스피릿츠를 즐기던 세대가 아니라면 저 이름의 캐릭터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죠. 최근에 아이누를 주역으로 다룬 컨텐츠로는 만화 '골든 카무이'가 유명합니다. 아이누의 이미지는 일본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편으로, 특히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아, 이게 아이누구나!' 하는 요소가 많아요.

어쨌든 그런 아이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아이누 민족박물관이 들렀다 갈만한 곳에 있다기에 노보리베츠에 가는 길에 들렀습니다.


삿포로 역에서 시라오이 역까지 가는 길에는 스즈란 특급을 탔습니다. 이걸 지정좌석으로 타니 1인당 티켓값이 3500엔... 덜덜...


티켓 홀더가 있어요. 꽂아두면 승무원이 검표하고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좌석은 앞뒤 공간도 넓고 편안함. 앞에 접히는 간이 테이블도 있고 콘센트까지 있더군요.

이날 저는 잠이 모자라서 열차 안에서는 기절하듯이 잤어요. 특급을 탔는데도 1시간 10분쯤 걸렸기 때문에 돈을 좀 써도 좌석 편안한 열차 타서 자면서 가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떠나가는 스즈란.


시라오이 역.


작은 시골역입니다. 개찰구도 자동화가 안 되어있어서 역무원이 직접 표를 확인하고 스탬프를 찍어줘요. 아날로그적인 맛이 있네요.

이런 작은 역이라도 코인 로커는 있어서, 짐을 코인 로커에다 넣어두었습니다. 캐리어 끌고 돌아다니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았는데 코인 로커 있어서 진짜 다행이었음;


역 내부에는 아이누 조각상이 있어요. 역광 때문에 영 잘 안 찍힘.


밖에서 봐도 작은 시라오이 역.


시라오이는 진짜 시골입니다. 역 앞부터 시작해서 아이누 민속박물관부터 진짜 뭐 아무것도 없음; 편의점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아이누 민족박물관이 있으니 그걸 메인 컨텐츠로 해서 어느 정도는 관광산업이 돌아가는 곳이리라 상상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이누 민족박물관을 제외하면 관광객들이 돈 쓰고 갈 요소가 전혀 보이질 않음. 뭔가 노후에 조용한 시골 내려와서 사는 사람들이 살법한 집들이나 보입니다. 오타루가 쇠락한 관광도시 느낌이라면 여긴 처음부터 흥한 적도 없는 동네... 그런 느낌.

홋카이도에서 비교적 남쪽에 위치한 지역이라 그런가. 어딜 가나 길에 눈이 쌓여있던 삿포로, 오타루와 달리 여긴 산쪽을 제외하면 눈이 다 녹았더군요.



길 가다 보면 이런 양판점들이 몇 개나 있는 게 좀 신기해보일 정도였음. 지역 주민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 않은데, 주변 마을 같은 데서 차 타고 와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도중에 여기 들어가서 길을 물어봤는데... 넓은 가게에 점원이 할머니 점원 한분 뿐.


아담한 파출소.


선거 포스터들이 좀 있었는데... 일본 공산당... 아, 일본은 공산당이 있는 나라였지...;


이 낡다 못해 오래 전에 폐업한 것처럼 보이는 건물은 작은 간판에 '테디베어 토이 팩토리'라고 써 있었습니다.


근데 테디베어를 취급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아이누 민족박물관을 비롯해서 홋카이도 기념품 샵들에 나무 조각상 상품을 납품하는 곳 같았어요. 홋카이도 불곰, 특히 연어를 문 불곰은 아이누 관련 상품 중에 대표적인 것인듯.

여기는 건물 뒤로 돌아가보면...


고물상 마냥 폐품 잡동사니가 잔뜩 쌓여있는데 들어가자마자 토마스가 있어서 깜짝 놀람.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이 호러블한 기차 캐릭터가 애들한테 인기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게 좀 걸어서 아이누 민족박물관까지 감. 한 10~15분 정도 걸렸어요. 주차장에 우뚝 서 있는 이 토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뭔가 원주민 이미지가 물씬 드러나는 토템이라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박물관 입구 쪽에 기념품 상점 3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음. 비수기인데다 평일 낮이라 그런가, 우리가 갔을 때는 썰렁.



입구에서 티켓을 샀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800엔.


가이드는 한국어 버전도 있더군요. 가이드 사진은 클릭하면 와방 커져요.

가이드만이 아니라 박물관 안에도 일본어, 영어와 함께 한국어 주석도 꼼꼼하게 달려 있어서 한국인도 보기 좋은 곳입니다.

표를 사자마자 매표소의 직원 할머니가 공연 타임이라고 알려주셔서 헐레벌떡 뛰어서 들어가봄. 다른 건 다 미루고 일단 공연부터 보러 갔습니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바로 보이는 코탄코로쿠르 동상. 코탄코로쿠르는 아이누어로 '촌장'이라는 뜻입니다. 높이가 16미터에 달한다는데 직접 보면 확실히 짱 큼.


포로토코탄 입구는 두 마리의 곰 조각상들이 반겨주고 있음. 포로토코탄은 아이누어로 '큰 호수의 집락'이라는 뜻. 그 이름대로 호숫가에 아이누 전통의 갈대집 '치세'들이 늘어서 있어요.

뭐 하여간 일단은 공연을 보기 위해 후다닥 달려감.


공연을 하고 있는 갈대집 안으로 들어갔더니 여긴 공연을 보여줄 목적으로 무대가 설치된 집이었고, 해설자가 한창 옛 아이누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 행사 등에 대해서 설명 중이었습니다. 물론 일본어로.

안에는 가이드를 따라서 온 단체 중국인 관광객 한팀과 서양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음.

아이누는 아이누어로 '사람'이라는 뜻이며, 삿포로, 오타루, 노보리베츠 등 홋카이도 지명의 80% 이상이 아이누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본래 홋카이도와 사할린 등에 걸쳐서 많은 수가 존재했던 아이누는 일본 본토 야마토 민족의 북방과 동화 정책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고, 그 결과 1870년에 홋카이도가 일본에 편입되었습니다. 그 후로 15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지금은 홋카이도 전역에 아이누족이 2만 3천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군요.

아이누 민족박물관은 본래 시라오이 시가지에 있던 아이누 집락을 1965년에 포로토 호수(아이누어로 큰 호수라는 뜻) 주변으로 옮기고 자료관과 합쳐 아이누 문화의 조사연구, 전승보존, 보급을 목적으로 한 실외박물관으로 정비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누 사람들은 여기서 사는 것은 아니고 시라오이에서 생활하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누 공연은 몇 가지 노래와 춤을 보여줬는데, 확실히 이국적인 볼거리라 좋았습니다. 이 노래들과 춤들은 일본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는군요.











근데 전통 춤과 노래는 '원주민의 전통' 하면 대충 떠올리게 되는 그런 이미지에 부합했는데, 악기는 좀 깼습니다. 전통악기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비 내리는 소리 등을 표현한다는데 음색을 듣고 있다 보면 뭐랄까... 프, 프로그레시브 록? 동영상을 보시면 제 말이 이해가 갈 거에요;


다른 집들도 좀 구경함. 어떤 집은 개방되어 있고 어떤 집은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공연을 본 것과 동일한 구조의 집도 있고...


이런 식으로 엄청 큰 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큰집은 사람들에게 아이누의 생활상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둔 것일뿐, 원래 아이누의 집은 이렇게 크지 않다고 합니다. 이 4분의 1 크기가 일반적이라고 해요. 또한 이 '치세' 양식은 이제 일본에서는 더 이상 주거용으로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집집마다 이로리(화로)가 있고 지붕에는 내장을 빼낸 다음 훈제해서 말리는 연어들이 즐비함. 건어물 포 만드는 방식은 한국이랑 비슷하군요. 맛이 같진 않겠지만요.

이 훈제해서 말린 연어를 '삿체프'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이누의 가장 중요한 식량이었다고 합니다. 일년 중 반년이 눈에 뒤덮여 있던 홋카이도에서는 정말 중요한 보존식이었으며 아이누 사람들은 연어를 신이 내려주신 물고기라고 불렀대요.

삿체프도 기념품 상점에서 팔고 있었지만 사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맛있을 것 같진 않아서-_-;


그리고 에도사람들이 아이누와 교류하면서 이런 그릇들을 팔았는데 이때의 아이누 사람들은 이 그릇이 많은 집일수록 존경받았다는군요.

근데 에도사람들은 이 그릇 하나당 아니누 사람들에게 곰 한 마리(...) 혹은 삿체프 100마리를 대가로 받아갔다고 합니다. 와... 그런 날강도 같은 짓을 하다니 원주민이 등쳐먹히는 패턴은 세계 어디나 비슷하구나!


큰집 안에는 아이누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코너도 있었어요. 직원 아가씨가 입는 걸 도와주더군요.


포로토코탄(큰 호수의 집락)이라는 이름대로 호수 변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가 여행한 3월에는 이 포로토 호수(큰 호수라는 뜻)가 얼어붙어서 얼음호수가 되어 있어서 진짜 멋졌어요!

하지만 제 사진으로는 도무지 눈으로 본 그 멋진 감동을 포착할 수 없어서 좌절. 흑흑... 금손... 금손이 필요하다ㅠㅠ


입구 쪽에 있는 뮤지엄 카페. 카페라기보다는 매점이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 것 같은데... 가이드에는 그렇게 써 있었지만 정식 명칭은 '카무이림세'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카무이는 신, 림세는 춤이라는 뜻.

아이누의 전통요리 오하우(연어와 야채 수프)와 주먹밥 세트 중 가벼운 음식, 삿체프 등을 먹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선물용 먹거리들도 팔고 있었어요. 그리고 오래되어서 색이 바랜 아이누 설화 그림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300엔에 팔길래 먹어봄. 음... 그냥 평범했습니다.


이제 아이누 민족박물관으로 들어가봅니다. 입구 쪽에 기념품 샵이 있어서 여기부터 봄.


여기에는 '골든 카무이'의 작가 친필 사인이 있어요. 하긴 아이누를 핵심 소재로 다루고 있는 만화인 만큼 작가가 여기 다녀가면서 사인지를 두고 간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아이누 특유의 디자인들이 살아있는 토산품들을 팔고 있어요. 아까 오면서 본 테디베어 토이 팩토리에서 만든 것 같은 곰 조각상들도 있었고^^;


바깥의 기념품 샵에는 없고 오직 여기에만 있었던 이 미니 토템...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셌음. 11500엔... 으으ㅠㅠ 사진으로 다시 봐도 갖고 싶은 물건. 만약 9월에 홋카이도 갔을 때 또 여길 가게 된다면 그때는 미친 척하고 지르게 될지도;


아이누 민족박물관에는 옛 아이누 사람들의 생활상부터 해서 그들의 의복, 썼던 도구 등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영어만이 아니라 한글로도 주석이 달려 있어서 일본어 몰라도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해요.


박물관 보고 나왔더니 직원 아가씨들이 다음 공연 타임에 맞춰서 온 단체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었음.


박물관 옆에는 홋카이도 개와 홋카이도 불곰이 있어요.


홋카이도 개들. 아이누족의 수렵견이었습니다. 지금은 일본 천연기념물이라고 합니다.


혼자 넓은, 그리고 개방된 우리를 쓰고 있는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왜 얘만 특별취급받는고 하니...

소프트뱅크 광고에 나온 개 '카이'의 딸 '유메'라고 하는군요. 한국에서는 소프트뱅크 광고에 나오는 그 개라고 해봤자 알 수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다들 아는, 아주 유명한 개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개의 딸이니 네임드 취급 받을만 함.


홋카이도 불곰!홋카이도 불곰은 아이누족이 카무이(신)로 숭상했던 존재로 옛날에는 어린 곰을 사육하는 풍습이 있었다는군요. 불곰은... 무척 큽니다.


셀프로 100엔 내고 먹이를 사서 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하나 사서 먹이 좀 줘봄. 저 긴 관을 이용해서 먹이를 주면 거기에 입을 대고 먹어요.


만족스럽게 구경하고 나와서 입구 앞의 기념품 샵을 둘러봄. 박물관 기념품 샵을 들렀으면서 굳이 여길 들른 이유는 가게 기둥에 토템이 있어서였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가게에는 없었습니다. 더 작고 저렴한 버전이 없을까 기대했는데 여기 주인 할머니 말로는 아마 어느 기념품 상점에 가도 토템은 없을 거라고 그러는데... 그럼 그거 박물관 기념품 샵 한정이라 그렇게 비쌌던 건가ㅠㅠ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게 아니라 수공예품으로 보이는, 하나하나 조금씩 만듦새가 다른 물건들이 귀엽습니다.


여기 주인 할머니가 매우 공격적인 영업을 하셔서 좀 무서웠는데; 할인도 해주겠다고 하시고 하셔서 아이누 쌍상을 하나 샀어요.


이렇게 아이누 민족박물관을 보고 나서 다시 시라오이 역으로 돌아와서 노보리베츠로 향하는 열차를 탔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여행을 여러번 갔지만 료칸에 묵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으므로 노보리베츠에서 료칸 첫 체험을 한다는 기대감으로 두근두근.



아, 참고로 아이누 민족박물관 홈페이지는 한글도 잘 지원해주고 있어요. 가기 전에 정보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참고하셔도 좋을 듯. (링크)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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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Uglycat 2017/08/15 00:04 # 답글

    저런 곳에까지 한국어 서비스를 할 정도라니 참 친한국적(?)인 곳이네요...
  • 로오나 2017/08/15 07:28 #

    삿포로가 전반적으로 그런 편이에요.
  • pyz 2017/08/15 02:10 # 삭제 답글

    카무이 림세라...예전에 나코루루 기술중에 저 이름 기술이 있었던 기억이...
  • 로오나 2017/08/15 07:28 #

    신의 춤이니 기술 이름으로도 괜찮겠지요^^;
  • 2017/08/15 11: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8/15 11: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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