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아서 : 제왕의 검 - 검풍전기 엑스칼리버




일반 디지털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스크린X 개봉임을 광고하고 있어서 신기술 체험을 해볼까 잠깐 고민하긴 했지만, 멀리 나가기 귀찮아서 그냥 동네 메가박스에서 봄.


할리우드에서 아서왕 이야기를 블록버스터로 만드는 것은 안톤 후쿠아 감독이 연출했던 2004년판 '킹 아더'의 흥행이 망한 이후로 13년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영화입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 때문에 가이 리치 감독을 좋아하고,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를 들인 블록버스터니 판타지적 영상미도 기대해봄직했고, 또 영화의 방향성이 2004년판처럼 아서왕 이야기를 갖고 실제 역사인 척하는 무리수를 던지는 게 아니라 대놓고 판타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기대요소만큼 불안요소도 있었습니다. 영화 개봉일이 두 번이나 밀리면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가이 리치 감독이 6부작 예정이라고 원대한 기획을 이야기한 부분입니다. 보통 시작하기도 전에 장대한 시리즈화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작품 중에서 제대로 된 경우 찾기가 힘들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북미 개봉 첫주부터 흥행이 망해버렸어요.


그래도 보러 갔습니다. 판타지 아더왕이니까! 제가 판타지를 좋아하니까!


결과물은... 음. 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지만 이거 망할 만해서 망했다고 느꼈습니다. 비슷한 감정을 느낀 영화로는 '갓 오브 이집트'가 있는데, 둘을 비교하면 전 그쪽이 더 재밌었어요.


이 영화는 사람들이 아서왕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놨다고 했을 때 기대하게 되는 모든 이미지를 배신합니다. 엑스칼리버 무쌍만 빼고요. 아서는 사창가에서 자라나서 뒷골목에서 상납받으면서 사는 건달이고, 그 패거리들이 원탁의 기사의 일원이 됩니다. 이 이미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다 보니 사람들이 원탁의 기사에 기대하는 판타지적인 때깔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요. 기본 이미지가 좋지 못한 의미로 기대를 배신하다 보니 원탁의 기사에 흑인과 쿵푸 가르치는 중국인이 섞여 있는 것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게 될 지경입니다.


가이 리치 감독은 여전히 감각적인 영상미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 폭주가 심했어요. 아무리 격하게 변주를 했어도 아서왕 전설을 기반으로 한 에픽 서사물이기는 한데, 이야기 진행방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하게 불친절하고 난잡하고 정신없어요. 다이제스트로 넘어가는 부분들은 도무지 집중하기 힘들고, 과거와 미래가 교차편집되는 부분들은 더 심합니다. 제작비가 1억 7500만 달러나 들어가는 영화면 좀 더 대중성을 고려해서 다듬어져야 할텐데, 이 영화는 정말 믿고 끝도 없이 하고 싶은대로 폭주한 결과물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잭 슈나이더 감독의 '서커 펀치' 볼 때 이 비슷한 감각을 느꼈죠.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 영화 만큼 심각하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6부작으로 기획했다지만 2부가 못나오는 현실이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가이 리치 감독님, 이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랑 주드 로랑 손잡고 셜록 홈즈3편 만들러 가실 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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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동사서독 2017/05/20 20:43 # 답글

    잘만 킹 내지 에드리언 라인 감독 버전의 아서왕 이야기 정확히는 기네비어 왕비와 랜슬롯의 불륜치정극이 보고 싶은 1인입니다. ^^
  • 로오나 2017/05/21 10:23 #

    아서왕하면 또 불륜치정극이긴 하죠!
  • fiello 2017/05/20 21:00 # 삭제 답글

    이거 거르고 겟아웃 봤는데 거르길 잘했네요 ㄷㄷ
  • 매드맥스 2017/05/20 22:41 # 답글

    근데 셜록홈즈 3편나오면 그것도 폭주하는 게 아닐까 싶 (...)
  • 로오나 2017/05/21 10:23 #

    제발 그러지 않길...
  • wheat 2017/05/20 22:43 # 답글

    어째서 아서왕에 중국인과 흑인이...
  • 로오나 2017/05/21 10:24 #

    요즘 추세에 맞춰서 백인만 나오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거 같은데 접근방식이 전혀 세련되지 못한...;
  • 잠본이 2017/05/21 02:03 # 답글

    왓슨 이미지를 벗어나려 했던 주드로 의문의 1패
  • 로오나 2017/05/21 10:24 #

    그건 스파이에서 충분히 하지 않았을까요^^;
  • silever 2017/05/21 16:07 # 삭제 답글

    솔직히 전투씬 느낌이, 요즘 나오는 리니지 게임 광고 보는 느낌.

    그냥 타격감만 끝내주는 거 같은 느낌.

  • 로오나 2017/05/21 16:47 #

    근데 타격감은 별로 좋지가...

    역시 타격감은 타격감덕질을 계속해온 한국 게임이죠! (뭐?)
  • Uglycat 2017/05/21 16:38 # 답글

    전 오늘 스크린엑스 버전으로 보았는데 소감은...

    모든 왕들은 검을 가졌으며, 그 중에는 성검을 닦는 이도 있었다(어이)...
  • 로오나 2017/05/21 16:47 #

    왜 스폰서들은 그의 폭주를 막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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