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 스칼렛 요한슨이 예뻤어




공각기동대면 공각기동대고 고스트 인 더 쉘이면 고스트 인 더 쉘이지 그 둘을 제목 : 부제로 같이 붙여놓는 센스는 대체 뭐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국내 개봉명.

아이맥스 3D로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비스타 비율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보는 내내 스크린에 꽉 찬 영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미녀와 야수'도 그러더니 이 영화도 그랬기 때문에 아이맥스 관람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어요.

예고편을 보면 3D 효과가 상당히 현란할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보면 그다지... 공간감이 나쁘지는 않고. 몇몇 장면들이 튀긴 합니다만 이 장면들을 위해 굳이 3D로 봐야 하나 싶은 수준. 최근의 3D 상영이라는 것은 이런 것들이 많죠.


제가 가진 공각기동대에 대한 기억은 오래 전,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해적판으로 봤던 기억과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뿐입니다. 그 후에 많은 공각기동대가 나왔습니다만 그건 제 관심사의 일부가 아니었죠. 그래서 전 공각기동대의 팬은 아닙니다.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은 좋아했고, 새로 정발된 책을 다시 봐도 좋긴 합니다만 가장 많이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은 당시에도 재미있게 보지 않았고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 영상은 당시에는 상당히 인상 깊었고, 다루고 있는 내용이나 분위기 역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래서 전 이 영화를 공각기동대의 팬으로서 보러 간 것이 아닙니다. 딱히 추억팔이를 즐기러 간 것도 아니었고요.

이영화를 보러 간 것은 어디까지나 스칼렛 요한슨 때문이었습니다. 예고편에서 제법 그럴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도시 속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뛰어다니는 그녀가 너무 예쁘게 보여서요.

그리고 영화를 보니... 과연.


스칼렛 요한슨이 예뻤어요.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기대 이상이었어요.

전체적인 인상은... 영상은 생각보다 잘 만들었고 내용은 생각보다 엉망이군요. 그렇게 된 이유는 알 것 같습니다.


영화는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과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에다가 TV 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 SAC까지 가져와서 열심히 버무린 잡탕입니다. 여기서 저는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과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까지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공각기동대 SAC는 알아보지 못했는데, 같이 본 일행 중에 SAC를 무척 좋아하는 지인이 거기서도 상당 부분을 가져왔다고 하더군요.

그런 재료들을 가져와서 각색한 결과물은 좀 이상한 팬무비 같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죠. 보면서 이 분위기의 장점과 단점까지도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뭘 해도 심각하고 무거워 보이기는 하는데, 보다 보면 격렬하고 화려한 와중에도 종종 집중력이 떨어져서 졸려요.

영화 속 장면들은 전에 본 장면들의 실사 버전 퍼레이드입니다. 정말로 어떻게든 원작으로 삼은 것들의 명장면을 하나라도 더 실사화로 재현하겠다고 애를 쓴 수준이고 그런 부분의 비주얼 퀄리티는 괜찮아서 그것만으로도 눈요기는 충분히 되지요. 문제는 영화 내용이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영화 설정과 장면들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이 보이더군요.


영화의 각색된 내용은 실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스럽습니다. 미라 킬리언이 슈퍼히어로스러운 배경 설정을 가진 유니크한 존재가 된 것도, 인형사가 의체를 지닌 인간의 기억을 자유자재로 해킹하는 복수마 쿠제가 된 것도, 탐욕으로 인해 도덕심을 저버린 기업이 적이 된 것도 그렇죠. 이런 각색을 나쁘게만 보진 않아요.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을 베이스로 그대로 영화화했다면 드라마적으로는 굉장히 느슨해졌을 테니까요. 몇몇 부분들은 나름 좋게 보았고, 화이트 워싱 논란을 작중의 농담거리이자 핵심 설정으로 삼은 부분은 꽤 기발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영화를 구성하는 재료는 모든 것을 과거의 작품들로부터 별 어레인지도 없이 가져왔는데, 핵심 드라마만 이질감이 드는 새로운 것으로 하다 보니 덜컥거림이 많이 심하다는 거죠. 차라리 좀 더 과감하게 새로운 것을 추구하거나, 그게 아니면 아예 원작'들'(사전적 의미에서의 원작은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이지만, 일단 여기서는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과 TV판 SAC까지 합쳐서) 을 고스란히 옮길 고민을 하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신성한 원작들에 대한 팬질을 멈출 수 없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 각색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도 치이다 보니 어중간하고 이상한 결과물이 나왔어요.


캐릭터만 봐도 그런 문제들이 보입니다. 주인공 미라 킬리언, 주요 인물인 바토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섹션9의 책임자 아라마키에게서 그런 문제들이 크게 드러나는데...


미라 킬리언은 비주얼적으로는 원작을 떠올리게 하고, 최고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캐릭터로서는 상당히 이상합니다. 여기서의 그녀는 언뜻 보면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을 베이스로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방황중인 청소년 같아요. 사실 기억상실에 시달리는 영화 설정상 그런 모습이 맞습니다만, 원작들에서 가져온 장면에서는 원작들에서처럼 활약하다 보니 보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바토는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작들의 비주얼을 재현하기 전까지는요. 미라 킬리언 같은 존재가 만들어지는 세상에 꼭 저 눈을 박았어야만 했나. 저렇게까지 해서 꼭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해야만 했나. 당신들의 팬질은 왜 적정선을 모르고 사람을 웃기는 수준까지 폭주하는 것인가 묻고 싶어졌던 것입니다. 거기서부터의 그는 마치 만날 발표 때부터 비웃음거리가 되는, 일본 만화를 일본에서 영화화해서 배우들에게 만화스러운 캐릭터 코스프레를 시켜놓는 그런 것 같았죠.


아라마키는 정말 기괴합니다. 다들 영어 쓰는 세상에서 혼자 일본어로 떠들고 있는데도 아무도 통역을 필요로 하지 않죠. 이건 두 가지 의도로 읽혔습니다. 첫번째는 영화 속 배경이 더 이상 언어장벽을 느끼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 현실 세계에서도 이미 그런 조짐은 드러나고 있으니 사람들이 몸 일부를 의체화하는 것이 당연시된 시대라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이해한다고 해서 저것에 대해서 관객을 위한 설명 한마디 없는 상황이 어색해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요. 기왕 중국 자본도 받아서 만들 거면 중국어도 그런 식으로 쓰는 캐릭터 하나 넣어서 다각화라도 시키던가.

그리고 두번째는 그냥 원작에 대한 팬질의 연장입니다. '우리는 원작들의 팬입니다. 팬심으로 가득차 있고 원작들을 존중합니다.' 그런 뜻을 아라마키를 통해서 드러내고 싶었던 거죠. 어느쪽이든 별로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언어적인 문제를 빼고서도 아라마키는 참 이상해 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영화 속에서 아라마키는 딱히 미라 킬리언을 아낄 만한 이유를 보여주지 않아요. 그런 이유를 가진 것은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닥터 오우레고, 그녀는 영화만의 스토리 속에서 자기 역할을 다합니다. 그에 비해 아라마키는 드라마적 비중이 아예 없어요. 시종일관 무게 잡고 나와서 멋진 대사 좀 해주고, 왠지 멋진 장면도 가져가지만 영화만 봐서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조차 잘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자막 번역도 많이 까이고 있었죠. 원작의 쿠사나기 소좌가 여기서는 메이저 미라 킬리언이 되었는데, 심지어 섹션9의 책임자인 아라마키는 계속 그녀를 일본어로 '소좌'라고 부르는데도 자막은 시종일관 '메이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게 그녀의 애칭이라도 되는 것처럼요.

왜 저랬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영화를 다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의 자막 번역이라는 것은 휙휙 지나가는 자막이라는 특성상 일관성 있고 쉬운 번역을 요구받기 마련이죠. 앞선 공각기동대 작품들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이 영화 속에서 미라 킬리언이 소좌 혹은 소령으로 불리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됩니다. 섹션9 안에서도 군 계급으로 불리는 것은 그녀 혼자뿐이고 나머지는 이름으로만 불리죠. 그럼 그녀가 그렇게 불리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미라 킬리언은 영화 속에서 드러난 어떤 설정으로도 그렇게 불릴 이유가 존재하지 않아요.

자막 번역자 입장에서는 그럼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게 혼선을 주느니 차라리 메이저가 그녀의 애칭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원작 팬들이야 깊은 빡침을 느끼겠지만, 저런 식으로 추측해보면 이해가 안 가는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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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루트 2017/04/01 01:02 # 답글

    저는 스칼렛요한슨이 영화를 살렸다고 봅니다. 묘하게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느낌도 나고.
  • 로오나 2017/04/01 06:23 #

    분장과 후보정의 힘도 크겠지요. 어차피 의체라는 설정이다 보니 열심히 한 느낌도... 어쨌거나 이 작품 속의 그녀는 정말 예쁘지요.
  • UnPerfect 2017/04/01 02:45 # 답글

    '중국 배우'가 섹션9의 토구사 배우 분 말씀하시는 거면... 그분은 싱가포르 출신입니다.
  • 로오나 2017/04/01 06:24 #

    지적 감사합니다. 찾아보니 싱가포르 출신의 매우 친 한이군요. 수정했습니다.
  • Uglycat 2017/04/03 15:14 # 답글

    저도 오늘 아이맥스로 보았는데 확실히 3D로 볼 만한 메리트 같은 건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뼈대가 갈수록 엉성해진 모습이었지만 우려만큼 아주 형편없었던 건 아니라 참 복잡한 기분이 든 작품이더군요...
  • 로오나 2017/04/03 15:40 #

    비주얼만으로도 돈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딱 그 정도긴 했지만...
  • 야채 2017/04/14 09:34 # 삭제 답글

    이 영화는 제목을 Ghost in the Shell 이 아니라 Teenage Female Robocop 이라고 붙이는 편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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