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 눈이 호강하는





아이맥스로 보고 왔습니다. 아이맥스 3D는 아니고 아이맥스 2D더군요. 참 오랜만에 보는 아이맥스 2D 포맷이어서 반가웠어요. 티켓값도 비교적 저렴해지고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으니까요. 3D 요금을 받기 위한 3D들이 좀 사라져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3D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아이맥스관에서 볼 이유는 충분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 전부가 비스타 화면비율이라서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화면이 꽉 차 보이거든요. 과연 러닝타임 중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된 부분이 몇 분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비스타 비율로 만들어졌기 비스타 비율을 지원하지 않는 상영관에서 보면 시종일관 위아래가 잘린 상태를 보게 되는 것이죠. 아마 일반관에서 본 사람은 훨씬 공간감이 안 좋지 않았을까.

다들 아시다시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로 불리던 시절의 그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굳이 원작이 뭐냐고 따진다면 거기서 더 거슬러 올라갈 것들이 몇 단계 더 있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가 뭘 오리지널로 삼았는가를 따진다면 그렇죠.


원작에 비해 러닝타임이 길어진 부분들은 보다 보면 늘어진 느낌을 주고, 르푸의 게이 설정처럼 새로 덧붙인 부분들은 사족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시대에 발맞춰서 이거저거 해보겠다고 애를 많이 쓰긴 했는데 그게 별로 의미 있게 살아나질 못한 거죠. 그저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것저것 붙여놓은 것에 지나지 않다 보니 이것들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역시 눈이 호강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이건 할리우드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에요. 힘 빡 주고 만든 부분들의 영상미는 황홀합니다. 노래는 기존의 노래도, 새로 만든 노래도 다 원작보다 못한데 영상미가 이 정도면 그건 상관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원작만한 포스는 못 보여주지만 도서관 장면도 초반의 현실적인 초라함과 대비되어 나름의 임팩트가 있었고, 아무리 봐도 마법소녀물의 변신 장면을 참고한 것 같은 벨의 드레스 세팅 장면이나 무도회 장면은 정말 제작비를 마구 때려박은 블록버스터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이죠.


배우들은 좋았습니다. 엠마 왓슨이 캐스팅됐을 때 과연 그녀가 벨과 어울릴까 싶었는데, 이 작품이 좀 더 요즘 시대에 맞춰서 각색하려고 발버둥친 것 중에 벨의 캐릭터만큼은 성공적이었어요. 이 작품 속 벨의 캐릭터와 엠마 왓슨의 이미지가 잘 어울릴 뿐더러 초반에 그 많은 마을 사람들 사이를 거닐면서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눈에 쏙쏙 들어와 박힐 때는 배우의 존재감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하긴 그녀는 예전 해리포터에 아역으로 출연했을 때부터 시선을 한몸에 끌어모으는 힘이 있었죠.

저랑 같이 보러 간 일행들 사이에서는 루크 에반스가 개스톤 역을 한 것에 대해서 별로 반응이 안 좋았는데, 전 좋았습니다. 온갖 심각한 고뇌를 끌어안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얼굴로 저렇게 골빈 남자 역할을 하면서 종종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과 광기를 내비치는 갭이 그를 더 개새끼처럼 보이게 만들더라고요.

야수도 참 좋았는데 이건 배우 연기도 연기지만 디자인과 CG의 공로를 빼먹을 수 없겠죠. 배우는 마지막에 왕자로 돌아왔을 때 참 왕자님답게 잘 생기지 않으면 안 되는 배역인데, 댄 스티븐스는 아주 훌륭하게 이 역할을 해내더군요. 사랑을 손에 넣은 야수여~ 미청년 전사 메이크업- 짜잔★ 하고 참 왕자님스러운 왕자님이 나타나니 역시 이건 이래야지, 하는 진부한 흡족함이 느껴지더란 말입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새삼 실감하게 되더군요. 마법은 풀리기 전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는 것을. 사전 정보를 아주 상세하게 알고 가진 않아서 마지막 순간에야 몇몇 주요 인물 캐스팅을 알아차리고 빵터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그들이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것은 마법에 걸려있는 동안이었지요.


쿠키영상은 없습니다만 엔딩 크레딧이 아주 좋았습니다. 음악도 좋았고 캐릭터 소개로 꾸며놓은 영상도 좋아서 즐겁게 보게 되더군요.



덧글

  • Uglycat 2017/03/29 16:07 # 답글

    저도 개봉당일에 아이맥스 버전으로 보았는데, 뮤지컬 파트가 생동감 있게 나온 게 인상적이었어요...
  • 로오나 2017/03/29 19:46 #

    힘 빡주고 나온 몇몇 파트는 비주얼로 쌈싸먹어주마! 라는 패기가 아주 그냥...
  • ㅇㅇ 2017/03/29 18:53 # 삭제 답글

    근데 미녀와 야수 자체가 3D를 생각할만한 장면이 제법 있어서 원래 아이맥스 3D로 봐야되는 영화입니다. ㅎㅎ
  • 로오나 2017/03/29 19:47 #

    근데 아이맥스가 2D로 나왔더라고요. 돈 더 받을 기회를 마다할 CGV가 아닌데 얘네가 왜 이러나 싶긴 했습니다.

    근데 그거하고 별개로 이 영화가 3D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만든게 아니라 후보정 처리한거라 3D 효과는 별로 두드러지는게 없다고 하더군요.
  • Restar 2017/03/30 12:52 # 삭제 답글

    개스톤 멋지지 않았나요!
    남자지만 정말 섹시하달까, 멋지달까..
    동네 바보형인데도 불구하고 타고난 매력을 잘 보여주는 느낌이라 좋았었습니다. 술집신에서의 개스톤 노래도 꽤나 신나고..
    오히려 왕자가 좀.. 별로였.. (....)
  • 로오나 2017/03/31 19:26 #

    개스톤 좋았어요. 깊은 고뇌를 해야 할 것 같은 허우대 좋은 미남자가 골빈 개새끼를 연기하는 그 갭이 참...

    마법은 풀리기 전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법. 왕자도 야수일 때가 더 좋았지만, 어쨌거나 왕자는 왕자답게 생기면 제몫을 다하는 거라고 봐서 댄 스티븐스가 그만큼은 했다고 봅니다.
  • dd 2017/03/31 07:02 # 삭제 답글

    저도 개스톤이 왕자보다 좋았... 어쩐지 원작보다 정이 가더라고요. 배우의 힘일까요?
    제게 엠마왓슨 벨은 최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별로 똑똑해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표정이 참 한결같더군요;
  • 회색하늘빛 2017/03/31 13:41 # 삭제 답글

    저도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다 집어치우고 영상미 + 음악(원작에 비해 약간 부족했다지만)만으로도 돈이 전혀 안아깝더군요.

    그런데 벨은 참 멋지고 잘생겼고, 야수는 참 순박하게 착해보이네요..^^;;;
  • 로오나 2017/03/31 16:55 #

    야수는 예전 애니메이션판에서도 참 순박하고 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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