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 리로드 - 살인자들의 멤버쉽




CGV 단독 상영이더군요. 1편 이후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상영관이 크게 제한되는 것이 아깝습니다. 동네에 CGV가 없어서 멀리 나가야 했던 것도 짜증나는 점이지만.

스포일러가 약간씩 있습니다.


2년만에 돌아온 속편입니다. 발표 당시에는 1편 이전의 이야기, 프리퀄을 다룰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진행되면서 시퀄로 바뀌었죠. 결과적으로 우리는 1편이 끝난지 얼마 안된 시점부터 시작하는 2편을 볼 수 있습니다. 1편에서 처절한 싸움을 겪었던 존 윅은 부상이 다 나은 상태고, 새로운 반려견은 자랄 만큼 자랐으니 몇 개월 정도는 흐른 시점이겠지요.


1편은 살짝 정신나간 허세력이 넘치는 분위기가 일품인 액션물이었습니다. 존 윅은, 정확히는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존 윅은' 이런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리는 최고의 캐릭터였죠. 어딘가 탈속한 듯 멍해 보이는 키아누 리브스가 아닌 다른 배우가 맡았더라면 아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아저씨'에서 원빈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아저씨를 했다면 영화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은 그런 느낌과 같아요.

2편 역시 그런 장점이 그대로 잘 살아있습니다. 액션은 전작보다 더 낫고요. 전작은 모든 장면이 물 흐르는 듯 흘러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격렬하고 처절한 느낌이 좋았어요. 존 윅은 정말 무섭고 강하지만, 그런 한편 그도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있죠. 단지 누군가와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하는 부분이 아니라 잠깐씩 마음을 놓고 있을 때 혹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공격을 받아서 데미지를 입는 부분들이요.


하지만 액션 파트의 매력이 살아나는 것은 역시 배경이 좋기 때문입니다. 1편 개봉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지요. 참 멋진 영화이긴 한데 아쉬움도 크다고. 이 허세 넘치는 킬러들의 세계관은 요만큼만 보여주고 끝내기는 아깝다고.

이번 2편은 그런 아쉬움을 적극적으로 채워줍니다. 전편에서는 그야말로 맛뵈기만 보여줬던 킬러들의 세계는 여기서 몇 배로 확장되었고 그 속을 채우는 디테일들을 재미 요소로 활용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존 윅의 무쌍 학살극이라는 점은 전작과 마찬가지지만 무대는 넓어졌고, 그는 혼자의 힘이 아니라 이 세계를 구성하는 살인자들의 멤버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가면서 싸웁니다.


이런 점이 2편을 1편보다 더 재미있게 만들어줍니다. 현실감을 찾기 어려운, 장르적인 클리셰와 허세력이 지배하는 킬러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협소설의 강호무림입니다. 아무리 봐도 존 윅은 총질 무협이죠. 최고의회는 강호 최고의 권력을 자랑하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모여서 만든 무림맹쯤 되겠습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정말 모든 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사실 아무리 킬러들의 이야기라도 현실의 어딘가가 배경이 된다면, 그게 21세기 미국이라면 일반인들이 잔뜩 있는 공공장소에서 마구 총부림을 해서 사람을 죽여놓고도 뒤탈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말이 됩니다. 강호무림이니까요. 원래 관과 무림은 불가침이니 눈앞에서 서로 죽고 죽여도 '강호인들의 일이니 우리가 알 바 아님' 해주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어요?

거지에게 적선할 때도 금화를 투척하는 허세는 강호인의 기본이며, 일반인들이 오가는 곳 이면에 무림맹에서 발행한 무인 멤버쉽을 가진 자들을 위한 온갖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 역시 쉽게 납득이 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편의 마스터키는 개방이었지요. (...) 네오와 모피어스가 존 윅의 세계에서 다시 만났고, 천하제일살수가 된 네오와 재회한 모피어스는 개방주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타구봉법은 안 썼지만.


이번편에서 보이는 존 윅의 모습은 그야말로 끝없는 무간지옥입니다. 그는 피로 점철된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2편 시작부터 끝까지 그에게 도망쳐서 자유로워지는 선택지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죠.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은 피 흘리며 죽어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모두 그가 과거에 쌓은 업보가 망령처럼 들러붙은 결과였어요. 처음부터 은퇴해서 일반인으로 유유자적하는 것은 불가능한 몽상이었고 그것은 그만이 아니라 그 세계에 발 담근 모두가 마찬가지였음이 영화 전체에 잘 드러나 있지요. 존 윅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그 대가를 감수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은 그런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키아누 리브스와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이미 3편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그 소식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 엔딩 이후로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군요. 그 답을 알게 되는 것은 또 2, 3년이 지난 후겠지요.



핑백

  • 무릉도원에서 삼라만담 : 국내 박스오피스 '23 아이덴티티' 1위! 2017-02-28 20:38:31 #

    ... 이 될거라고 했는데 정작 나온건 시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편이 훨씬 반갑지만요. 북미 흥행은 전편을 가볍게 능가. 평도 아주 좋았고 저도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감상 포스팅) 250개관에서 개봉해서 첫주말 11만 4천명, 한주간 17만 9천명이 들었고 흥행수익은 14억 5천만원. 전작은 314개관에서 개봉해서 한주간 9만 2천명이 ... more

덧글

  • 루트 2017/02/24 16:46 # 답글

    자신의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정으로 볼 수 있으니 약간 동양사상이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 로오나 2017/02/24 17:20 #

    이 시산혈해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에게 구원은 없다, 구원받을 자격은 없다는 건 느와르물의 룰 같은 것이기도 하죠.
  • 듀얼콜렉터 2017/02/25 03:08 # 답글

    이번작의 빌런이 정말 찌질했죠, 저라도 그런 상황에서 존 윅과 같은 결정을 내렸을듯, 너무 빡돌아서 ㅋㅋ
  • 로오나 2017/02/25 03:47 #

    그건 단순히 빡돌아서... 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작에서 존윅은 자신이 흐르게 한 피의 업보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계속해서 강요받는 상황에 빠져 있고, 마지막 순간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죠. 거기서 그를 놔주는건 그냥 분통터지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최고의회의 1석을 차지한 그가 총력을 다해서 존윅을 죽이려고 했을테니 어차피 평온은 없고, 뉴욕에도 피바람이 불어서 존윅을 도와준 킹의 세력이 피를 흘리게 되었을테니까요. 결국 존윅은 자기 혼자 모든걸 감당하는 선택을 한것뿐...
  • Zerial 2017/02/26 06:02 # 답글

    깔끔한 수트간지 총기액션 하앜하앜
  • 로오나 2017/02/26 14:37 #

    그것이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존윅...!
  • Fiello 2017/02/26 12:02 # 삭제 답글

    1편보다 진일보한 2편!
    저도 가까운데 CGV가 없고 죄다 롯데시네마라
    버스타고 왕복 2시간 CGV가서 겨우봤네요 ㅎㅎ


    2편도 블루레이로 필구해서 여러번 돌려볼거같습니다.



    마지막에 정말 헤어나올수없는 무저갱에 빠져 ,
    악에박힌 목소리로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존윅의 말이 가슴에 깊게 남았네요.

    3편이 벌서 기다려집니다.ㅠㅠ
  • 로오나 2017/02/26 14:37 #

    CGV 단독 상영 너무 싫습니다. 아오...
  • Uglycat 2017/02/26 20:45 # 답글

    3편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은퇴 전에 맡았다는 불가능한 미션을 다룬 프리퀄을 더 바랍니다...
    이번 편에서 그 미션에 관한 새로운 떡밥이 나오기도 했던데...
    그나저나 요즘 들어 예술영화나 B급 액션영화 중 CGV 독점개봉으로 가는 게 유난히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기분 탓이런지...?
  • 로오나 2017/02/26 20:52 #

    2편을 프리퀄로 가려다가 시퀄로 만든걸 보면 그냥 과거 이야기로 묻어두지 않을까 싶어요.
  • 킨키 2017/02/27 21:06 # 답글

    루비 로즈 하아아아앙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2017 대표이글루_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