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 명랑해 보이지만 소름끼치는 이야기




1926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입니다. 원작자인 조안 K. 롤링이 직접 각본을 집필한 해리포터 월드의 오피설이지요. 조안 K. 롤링은 최근 해리포터 8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해리포터 월드를 확장해나가고 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소설가인 원작자가 직접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소설은 아니라는 점이겠죠. 해리포터 8편은 연극으로 발표되었고(책이 나오긴 했는데 소설화되지 않은 대본입니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영화니까요.


워너브라더스는 첫작부터 성공을 확신했는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5부작으로 제작할 것을 발표했고, 이 5부작 모두를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연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개봉 후의 성적은 순항 중이니 최소한 2, 3편까지는 문제없이 갈 수 있겠지요. 계속 잘된다면 5부작 모두를 볼 수 있을 것이고.


아이맥스 3D로 보고 왔습니다. 3D 효과는 기본만 한다는 정도고 딱히 3D 그 자체로 즐거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2D로 봐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군요. 하지만 이런 영화는 꼭 아이맥스에 3D로 걸리지...

제작비가 1억8천만 달러의 고예산 블록버스터라 그런가, 특수효과는 상당히 많이 들어갔는데 묘하게도 보면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생각났습니다. 둘의 연출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특수효과 중에 재미를 느낀 포인트 때문이었던 것 같군요. 사람 액션은 별로 재미없었지만 사물과 건물이 액션하는 게 재밌었거든요. (...) 해리포터스럽게 지팡이 들고 마법으로 툭탁거리는 부분에서는 딱히 시각적 쾌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잔뜩 부숴놓은 것들을 복원하는 부분이 즐거움을 줍니다. 액션 외의 부분은 192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구현한 마법 사회와 환수들이 보는 내내 즐거웠고요.

전체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 후반부의 음습한 마법의 분위기도 가져오면서, 명랑하고 판타지스러운 부분도 잘 살려서 경쾌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보다가 딱히 재미없는 구간도 아닌데 지친 것처럼 집중력이 풀려버리는 것이, 러닝타임을 10분~20분 정도 줄여서 타이트하게 편집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건 그냥 러닝타임이 길어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고 완급조절의 문제지요.



여기서부터는 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즐겁게 보았습니다만, 제가 딱히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서 그런가(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인물이나 이야기에는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마지(기존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영국식으로 '머글'이라고 불렀던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 제이콥 코왈스키라는 캐릭터의 역할이 탁월했는데 적어도 민폐쟁이 마법사들 때문에 사건에 휘말려들어서 피해를 본 이 사람은 공감도 이해도 가능한 캐릭터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 아저씨가 작품 내내 참 귀여우시기도 하고요.

그를 제외한 주요 인물들은... 음.

굉장히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척 하지만 냉정하게 하나하나 뜯어보면 굉장히 소름끼치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주인공 뉴트부터가 이 마법사 사회의 편견과 상식으로 세상을 보는, 그러면서도 또 자기는 그 틀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미치광이지요. 그럼에도 그에게 감정이입할 부분이 있는 것은 도덕적으로 응원할 만한 부분과 동정할 만한 부분이 있으며, 그가 억울한 상황에 처해서 억압받으면서 선한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내용과 보여주는 시점을 이용한 기법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어쨌거나 그는 미국법을 어기고 환수를 잔뜩 들여왔고, 오자마자 자기 실수로 인해서 풀어놓음으로써 수많은 민폐를 끼쳤습니다. 본인은 '위험하지 않아! 하나도 위험하지 않은 애들이야!' 라고 하는데... 음. 대체 어디가? 사람 좀 다치게 하고 금품 피해도 왕창 끼쳐도 그거 '까짓거 노마지들 기억 지워버리고 물건은 복원해주면 되지' 로 끝나니까? 기억은 지웠는데 신체에 외상은 없었지만 추후에 치명적으로 발전할, 정밀검사 안하면 발견하기 어려운 데미지가 있었다거나(교통사고 같은거 당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마법사의 복원마법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생물'들을 잃은 경우는? 사실 금품 좋아하는 환수가 훔치고 다닌 금품부터가 주인들에게 제대로 돌아갔는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이 모든 게 어쩔 도리 없는 재앙에 맞서기 위한 희생이라거나 한 게 아니라, 그냥 주인공이 자기 내키는대로 행동하다 실수해서 저지른 민폐 재앙이죠. 어린 시절이었다면 주인공이 이 정도 민폐를 끼치고 다니건 말건 거기에 대해서 내 일 같은 상상력을 발휘할 경험이 없어서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도저히 그러지 못하겠더군요. 나이 먹은 꼰대가 되고 말았어, 흑흑.


그리고 일단은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티나 골드스틴은 정말 좋아하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얘는 제가 본 역대 민폐계 히로인 중에서도 본좌급이군요. 오라에서 짤린 사정이야 동정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 후에 하는 행동들을 보면...


-오라에서 짤린 주제에 그 권력을 사칭하여 주인공을 체포함으로써 그 직위를 회복하려는, 사적 욕망에 따른 권력 사칭을 저지르고...

-심지어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절차를 밟는 대신 윗선에게 무작정 들이대서 공로를 세우려고 하는데, 주인공을 체포한 것이 어느 정도 사안인지 전혀 감안하지 않고 대통령이 참가한 중역회의 같은 중요한 자리에 무작정 들이밀었다가 제대로 사실을 보고하지조차 못한 채로 찌그러지질 않나...

-다음날에는 어떻게든 공을 세우려는 욕망에 눈이 멀어서 도망친 주인공을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이 회담하는 자리에 난입해서 '이 회의 주제가 뭔지도 모르고 절차는 밟을 생각조차 안 해봤지만 하여튼 내가 공을 세워서 오라가 되어야겠으니까 다들 내 말을 들어보라고! 내가 얼마나 쩔어주는 공을 세웠는지, 얼마나 오라에 어울리는 인물인지 봐!' 그러다가 악역의 음모라고 쓰고 자업자득이라고 읽어줘야 할 것 같은 흐름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는 것을 보니 뭐랄까...


...이거 전형적으로 권력지향형인, 권력자의 개 노릇을 하던 쓰레기 같은 3류 악역이 권력자에게 내쳐졌다가 그 자리 회복하려고 발버둥치는 그거 아닌가요? 그래놓고 막판에 같이 죽을 고비 좀 넘겼으니 로맨스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어이가 없습니다. 허허허...

그럼에도 이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별로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 되면 얘가 나올 때마다 막 짜증이 샘솟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작중의 몇몇 완충장치가 제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하여튼 민폐란 민폐는 다 끼쳐놓고 사람도 죽었지만 우리 드래곤의 기적적인 힘으로 온도시의 노마지들 기억을 지워버리고 언론도 조작하고 파괴된 건물들 복원해줬으니 해피엔딩~ 해피엔딩~ 하는 걸 보니... 정말로 소름이 끼치더군요; 이거 완전 재벌이 돈과 권력으로 일 은닉하는 그 마인드잖아요. 이 과정에서 그나마 주인공들이 비극이라고 여기는 부분은 제이콥의 기억을 지워야 한다는 것뿐이고, 그에게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위안을 주긴 하지만 글쎄요. 이게 정말 해피엔딩일까요? 제게는 로맨틱하게 보이도록 영리하게 설계된 기만으로 밖에 안 보이더군요.


재밌게 보긴 했지만 작중에서 이입을 유도하는 '주인공들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속사정을 생각할수록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덧글

  • 초록불 2016/11/25 17:32 # 답글

    여러가지 엉성한 부분이 있는데, 배우들이 그걸 커버해내더군요. 이게 5부작이었군요. 어쩐지 마지막 장면에서...
  • 로오나 2016/11/25 17:54 #

    배우들의 다들 존재감이 있었지요.
  • 괴인 怪人 2016/11/30 19:43 # 답글

    상처받은 기억이 있는 최종보스 란 점은 해리포터와 비슷하더군요.

    그래도 볼드모트는 태생적으로 사악했지만 이번 최종보스는 아니었다 정도 ?


    참고로 드래곤이 아니라 선더버드~ 에요
  • bullgorm 2016/11/25 21:59 # 답글

    해리포터부터 일관적인 주제니까요.. 책임지는 '어른'이 되지못한 자들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는 이야기.. 그래서 우리 시대의 동화 소리를 듣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로오나 2016/11/28 05:00 #

    아니 제가 보기엔 매우 어른스러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쁜 의미로. (...)
  • 나인테일 2016/11/26 02:03 # 답글

    타입문 세계관의 마술사들 보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 Uglycat 2016/11/27 14:03 # 답글

    전 오늘 보았는데, 어린 아이들을 이용하여 혼란을 유발하는 게 현대 IS의 테러행각을 보는 것 같더군요...
    금주법 시대에서 21세기를 보게 하는 만화경 같은 작품이었다고 할까요...?
  • nenga 2016/11/28 00:45 # 답글

    주인공 보다는 의장이 제일 민폐라는 생각이
    이야기 도중에 안끊고 들었으면 그 사단은 안났을지도
    조직도 엉성하고
  • 로오나 2016/11/28 05:00 #

    조직이야 엉성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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