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1 오로라를 보러 옐로나이프로 출발!
캐나다 여행 #2 가자마자 최대 규모의 오로라! 쩐다!
캐나다 여행 #3 옐로나이프 구경 겸 장보기
캐나다 여행 #4 오로라와 음펨바 효과!
에서 이어집니다. 마침내 옐로나이프에서 보내는 사흘간의 오로라 관광도 마지막 날.


사흘째, 아침에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캐치! 새벽 4시까지 오로라 보고, 새벽 5시에 숙소로 돌아와서 처묵처묵까지 하고 잠든 다음 금방 다시 깨어나서 이걸 찍음. (...) 날씨는 여전히 추웠는지라 이거 찍으러 테라스로 나갈 때마다 덜덜 떨다가, 슬슬 손이 얼어붙어서 못버티겠다 싶으면 다시 들어와서 몸 좀 녹이다가 다시 나가서 덜덜 떨다가... 첫날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숙소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난방이 잘 되어서 바깥은 음펨바 효과가 발생할 정도로 추운데도 유리로 된 덧문만 닫으면 바로 따뜻해집니다. 두꺼운 단열재로 막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안과 밖이 다른 세상처럼 온도차가 나는지 신기할 지경.
하여튼 이 시간에 우연히 눈이 떠진 것은 아니고 그냥... 이 동네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보람이 있었어요. 일출 정말 멋졌음.


일찍 일어난 김에 내려가서 조식을 먹었어요. 오로라 보고 와서 처묵처묵한지 몇 시간 안된 시점인지라 식욕이 없어서 쪼끔만 먹음. 그리고 다시 올라와서 뻗었습니다. 으으...

오전 11시경에 다시 깨어나서 오로라 빌리지로 출발할 준비. 대여한 방한장비 풀 세트. 새삼스럽지만 특히 저 외투는 거의 레더아머급이에요. 엄청 두껍고 무거움.
나중에 반납할 때나 알게 된 거지만 이중 페이스 가드는 기념품으로 줍니다. 오로라 투어 마크가 그려져 있어서 기념품으로서도 의미 있고 실용성도 있는 선물이에요.

정오에 출발! 낮이니까 당연히 오로라 보러 가는 것은 아니고 리얼 허스키 익스프레스 좀 찍어주고 스노우 슈잉을 하는 코스였어요. 하지만 스노우 슈잉은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영어능력은 한없이 0에 가까운지라(겸손이 아니라 진짜로) 캐나다인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해줘도 알아듣지 못할 게 뻔했고, 이미 체력이 많이 깎여서 눈위로 설피 신고 걸으면서 체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음.
기본적으로 이 오로라 관광 일정은 굉장히 빡세게 짜여져 있습니다. 옐로나이프까지의 이동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여행사에서 짠 스케줄을 다 소화하려면 그 외의 시간은 그냥 계속 띄엄띄엄 잠을 자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가혹한 일정하고는 좀 안맞는 사람들이라 전날도 시내 관광도 패스하고 느긋하게 보냈고,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본전의식에 사로잡혀서 시내 관광 나갔다가는 어제 오로라 보러 갔을 때쯤 뻗었을지도 모르고, 또 그 그 시내관광이 실망스러웠다면 멘탈 데미지도 컸겠죠. 하지만 그 일정을 포기하고 자유롭게 동네 구경하고 장 보고 꿀잠 잔 시간은 매우 좋았으니...

대낮의 오로라 빌리지에 도착! 가이드분의 설명으로는 옐로나이프가 관광지로 이름을 떨친지는 얼마 안됐고 그 전에는 다이아몬드 광산업으로 먹고 살았다고 해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광산의 발파 진동 등을 시내의 숙소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 닫고 하나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 날은 전날까지에 비해 엄청 따뜻했습니다. 도착했을 때 영하 5도 정도? 일정 끝나고 숙소로 돌아올 때쯤에는 다시 영하 12도까지 떨어졌지만 영하 30도까지를 상정한 방한장비를 두툼하게 입고 간 입장에서는 정말 따뜻하다 못해 더울 정도였죠;
그리고 햇살이 강해서 눈이 엄청 아팠어요! 으아아, 눈에 빛반사 장난 아니야! 2년 전에 다녀왔던 친척동생이 선글라스를 준비하는게 좋다, 선크림도 발라라... 라고 충고했는데 과연 그럴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 충고가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게 전 선글라스가 없었습니다ㅠㅠ

도착해서 TP로 우르르. 다들 똑같은 룩이다 보니 교복이라도 입은 기분.

우리는 안하기로 한 스노우 슈잉용 설피들. 꽤 큼지막함.

이것이 바로 개썰매. 아직 썰매견들을 묶기 전. 전통문화 느낌이 나는 디자인입니다.



개썰매 끄는 허스키들 있는 축사로 가보니 허스키들이 바글바글. 90마리가 넘는다고 함. 개 짱 많아! 짱 귀여워!
우리가 가니까 다들 막 짖어대는데 사람을 경계해서 혹은 반가워서 짖는게 아니었어요. 마치 옛날 인력 시장 같은 겁니다. '나! 나 달릴 수 있어요! 나 달리는 거 짱 좋아하는데! 나 엄청 잘 달리는데!' 하고 자기를 어필하는 것. 그러다가 오늘 달릴 개들이 다 간택받고 나면 나머지 개들은 시무룩. 그때부터나 우리들한테 관심을 보여주더라구요^^;


축사는 이런 형태에요. 이 녀석들 다 잘 생겼어...!


새끼들도 있는데, 와... 이미 대형견 사이즈인데 생후 2개월이래요! 말도 안돼! 하지만 엄청 귀여워;ㅁ;
썰매견은 암수를 가리지 않지만 보통 1~3살 정도 되는 젊은 개들이고, 4살 이상 되면 슬슬 은퇴해서 훈련만 돕는다고 해요. 그만큼 체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거겠죠. 실제로 그날 달리는 애들이 몇번이고 코스를 돌면서 끝까지 전원을 다 책임지는 식이라 체력 소모 장난 아닐듯. 개썰매 일정이 시작되었을 때는 10분 정도 탈 수 있는데 비해 막바지에는 20분 이상 탈 수 있다는데, 이건 코스는 동일한데 개들이 지쳐서 속도가 안나와서 그래요.
그리고 이 날처럼 따뜻한 날씨는 타는 사람에게는 좋지만(영하 30도에서 개썰매를 타려면 페이스 가드를 끼고도 몸이 아주 그냥 빙결마법에 당하는 고통을 느끼게 되겠죠-_-;) 개들에게는 좋지 않다고 한다. 개들은 더워서 눈을 먹고 눈위에서 막 뒹굴고 그러던데, 얘네들은 영하 30도쯤 되어야 최적의 운동성이 나온다고... 그런 방한 모피코트 걸치고 있는 애들이 영하 5도에서 달리려면 좀 더운 정도가 아니겠죠;


그리고 개썰매에 대해서는 운용하는 사람들도 엄청 체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 순서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개나 구경하고 있어야지, 하고 제일 먼저 타는 그룹하고 같이 가본건데, 와... 개들을 축사부터 개썰매까지 옮기는 과정이 상상을 초월했어요. 당연히 애들을 따라오게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사람이 들어서 나르는 거였어!ㅇㅁㅇ
체중이 20킬로그램 정도는 넘을 대형견들을 두 마리씩 좌우로 번쩍 들어서 썰매까지 달려가면서 들어나르는걸 보고 빵터짐. 한 썰매를 10마리가 끌기 때문에 몇번이고 왔다갔다하면서 실어 나르더라구요. 그리고 썰매에는 4명이 타는데 우리 일행은 5명이라, 2명은 다른 일행과 같이 타고, 남은 3명은(저 포함) 그냥 3명이서 탔음.


의욕이 넘치는 썰매견들. 시베리안 허스키 너무 귀여움.

구글 포토가 만들어준 파노라마. 클릭하면 와방 커집니다.


개들 준비 끝나고 사람 준비도 끝나면 사진 좀 찍어주고 렛츠 고! 개들을 썰매까지 들어 나르는 것뿐만 아니라 개썰매를 달리게 하는 것 자체가 사람 체력이 엄청 필요해보이는데... 썰매 뒤에 붙은 사람은 반쯤은 같이 달리고, 오르막길이라 지친 개들이 잘 안뛰기 시작하면 소리질러서 독려하면서 자기도 썰매를 밀고 하면서 코스를 주파하기 때문에 나중 가면 막 헐떡거리는 게 안쓰러울 지경. 대단하다... 이거 극한직업 인정합니다;ㅁ;



개썰매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습니다! 거의 오로라랑 동급으로 좋았던 경험. 신난다! 만족도 100퍼센트!
그리고 사실 여기서만 하는 이야기인데... 썰매견들은 신나게 달리는 도중에 똥을 쌉니다. (...) 저 동영상 잘 보시면 그 광경이 포착되어있어요. (소근)


개들이 사람 좋아하고, 사람한테 익숙해서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좋은 녀석들이었음ㅠㅠ

개썰매 타고 나서는 TP로 돌아가서 먹을 것 좀 냠냠.

우리는 스노우 슈잉을 안 했지만 그거 말고도 놀거리는 꽤 있었어요. 미니 아이스하키장도 있었고...




이런 경사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눈썰매! 1인용 혹은 2인용 눈썰매를 갖고 올라가서 타고 내려오는 곳인데... 이게 또 엄청 재밌어서 몇 번이나 타고 놀았어요. 이거 의외로 한번 타는데 체력을 꽤 소모하더군요.



이 눈썰매 코스 옆에는 바비큐하는 곳이 있었는데, 바비큐는 유료 코스였던 듯.그리고 무료로 제공되는 마시멜로를 구워먹을 수 있어요. 마시멜로를 하나 태워먹고 그 다음걸 살살살 신중하게 구워서 먹어봄. 마이쩡! 꼬치로 모닥불에 구워먹는 마시멜로라니 이것도 만화에서나 봐오던 로망=ㅂ=

활터도 있었는데 활터는 활은 그렇다 치고 화살이 다 망가져서 제대로 갖고놀 수가 없었습니다. 쳇. 관리 좀 잘해놓지. 투덜투덜.




그리고 하얀 털에 오드아이까지 정말 존재 자체가 그림 같은 요 녀석은 울프독! 허스키와 늑대 사이에서 나온 하이브리드고 생후 8개월된 개라는데... 8개월이라니 어딜 봐서?! 이미 다 컸구만! 참고로 다음 겨울에 썰매견으로 데뷔할 예정이라고 했으니, 11월이 된 지금은 슬슬 데뷔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잘 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결정을 내렸어요. 3일째 오로라 구경은 그냥 패스하기로.
아무리 생각해도 일정이 너무 빡빡했거든요. 개썰매 타고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5시였는데, 좀 쉬고 다시 10시 10분에 오로라 빌리지로 가서 오로라를 보고, 새벽 3시쯤에 돌아와서 새벽 4시에는 체크아웃하고 짐싸서 옐로나이프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 타고 캘거리 -> 토론토로 가야 하니...
만약 첫날과 둘째날에 오로라를 못봤거나 시큰둥한 수준이었다면 바닥난 체력을 쥐어짜내서라도 갔겠지만 첫날부터 레벨5 오로라가 미쳐 날뛰는 폭풍이었고, 둘째날에도 첫날 만큼 가까이서는 안터졌고 시간도 짧았지만 레벨5가 터졌다 보니 굳이 3일째를 아등바등 가야할 필요성을 못느껴서 그냥 쉬기로 함. 오로라 관광 와서 오로라를 안 보고 패스해버린다니... 아, 생각해보면 정말 이렇게나 사치스러울 수가 있나 싶을 정도군요. 후후.
그래서 이걸로 사실상 3일째 일정은 종료. 이제 자고 쉬다가 짐싸서 공항으로 가면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잠들었는데 밤 11시 넘어서 깨버렸습니다. 깬 이후는 바깥에서 들려온 일행의 환호성. 환호성의 이유는...

와! 우리가 오로라를 안 보러 갔더니 오로라가 우리를 찾아오는 서비스를 선보였음! 숙소에서 오로라를 보다니 이 무슨 끝내주는 경험인가;ㅁ;
야간이긴 하지만 옐로나이프 거리에 불빛이 있어서 그렇게 잘 찍히진 않았습니다. 육안으로 볼때는 이거보다 지상은 어두웠고 오로라는 선명하게 보였죠. 옐로나이프는 우리에게 마지막까지 정말 멋진 추억을 선사해줬어요.




그리고 장봐와서 남은 식재료를 깔끔하게 먹어치웠습니다. 남은 것 처리하는 것 치고는 꽤나 럭셔리한 처묵처묵!
그렇게 옐로나이프에서의 일정을 마친 우리는 방한장비를 반납하고, 너무 많이 바리바리 사들고 와서 꽤 많이 남아버린 핫팩은 여행사 직원들에게 줬고, 그리고 사흘간 잘 지낸 The Coast Fraser Tower에서 체크아웃하고 옐로나이프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안녕, 옐로나이프!
(다음편에 계속)
덧글
개들도 정말 귀엽고 속도도 꽤 빨라서 엄청 잼날 듯 해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