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1 오로라를 보러 옐로나이프로 출발!
캐나다 여행 #2 가자마자 최대 규모의 오로라! 쩐다!
캐나다 여행 #3 옐로나이프 구경 겸 장보기
에서 이어집니다. 장 보고 뒹굴뒹굴 처묵처묵 쿨쿨한 다음 밤에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완전 무장을 한 채로 오로라 빌리지로 출발.


이 날의 기온은 오로라 빌리지에 도착하는 시점에서 이미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어제도 가장 추울 때는 영하 23도까지 내려가긴 했지만 그건 새벽이었는지라 비슷한 시간대 기준으로 비교하면 이 날이 훨 추웠음.

이게 오로라 빌리지 유일의 수세식 화장실... 아니, 레스토랑 The Lodge입니다. 이 날은 안갔어요. 먹을걸 준비해와버렸는지라 화장실만 쓰겠다고 갈 수도 없고;



전날에는 안가봤던 기념품 상점. 기본적으로 물도 준비해서 가져오지 않으면 사서 마셔야 함. TP에 준비되어있는 것은 온수 뿐이기 때문에... 물 가격은 1캐나다 달러로 그리 비싸진 않습니다. 텀블러 가격도 12캐나다 달러... 생각해보니 관광지의 관광 상품 치고는 꽤나 저렴했던 듯한-_-;;;;

여기서는 어제부터 지난 3일간의 기상현황과 오로라 레벨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본 첫날의 오로라는 최고 레벨인 레벨5!


TP에서는 결전병기 튀김우동이 출동함! TP에 온수가 준비되어 있었기에 안심하고 가져왔습니다. 덜덜 떨릴 정도로 추운 옐로나이프의 밤, 일렁이는 오로라 아래서 3개에 1캐나다 달러 주고 산 세일상품 튀김우동을 먹는 이 기분... 마이쩡!

기어이 오로라 아래서 글쓰는 허세를 즐겨보겠다고 오로라 빌리지 TP에 노트북을 가져와서 펼친 관광객의 모습입니다. (...)

이 날은 좀 느긋한 분위기였습니다. 더 추웠고, 보름달은 여전히 이게 무슨 가로등이나 하이빔처럼 밝았지만 그럼에도 어제보다는 덜 밝았어요. 보름달을 받으며 사람 얼굴 찍어보니 한층 티가 남... 근데 그래도 짱 밝아서 눈 아팠음. 사진만 저렇게 찍힌게 아니라 실제로도 밤인데 밤이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지요.
게다가 잘 안보이는 상황에서 똑같은 방한장비 입은 사람들이 바글거리니 일행과 한번 떨어지면 찾아가는 것도 나름 일이었습니다. 교복 입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오로라 기다리다가 엄청 밝은 달 갖고 장난치며 찍은 사진.
어제보다 추웠지만 그만큼 준비를 충실하게 갖추고 갔어요. 히트텍도 두겹으로 껴입고 가고 몸 곳곳에 붙이는 핫팩을 붙여서 그런가, 오히려 어제보다 버틸만 하더군요.

참고로 오로라 빌리지 도착했을 때 영하 20도 밑이었고 돌아갈 무렵인 새벽 4시쯤에는 영하 28도까지 내려갔음-_-; 그냥 기온이... 와, 진짜...

엄마 혼자 애 셋 데리고 온 일행도 있었는데 오로라 안보인다, 힘들다고 애들이 칭얼칭얼. 안쓰러워서 태블릿에 저장해둔 어제 찍은 오로라 사진 보여주고 좀 떠들다 보니까 가이드가 '오로라 터졌어요! 다들 보러 오세요!' 하고 외쳐서 다들 후다닥 뛰어나갔습니다. 그 전까지 레벨1(그냥 보면 구름인지 오로라인지 구분이 안되는 수준. 사진으로 찍으면 흐릿한 녹색)에서 레벨2까지 오락가락하다가...




레벨3이 보이고... 그리고 레벨4 이상의 수준도 폭발! 또다시 미친듯이 춤추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어요! 다만 전날보다는 짧게 끝나더군요. 전날 15분 이상 계속 확장되고 같은 레벨의 새로운 오로라도 또 터지고 그러는 완전 광란의 축제였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전날 정말 운이 좋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근데 이거, 오로라가 터지는 정도랑 와이파이랑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오로라가 완전히 잦아들고 나니까 오로라 빌리지에서도 포켓 와이파이가 느릿느릿하지만 되긴 하더라고요.

레벨 4~5 오로라가 신나게 터진 후로는 잠잠. TP 안에는 춥고 지친 사람들이 추욱 늘어져 있었어요. 꼬맹이들한테는 아무래도 힘든 일정이다 보니 꾸벅꾸벅 졸더라구요.
새벽 4시쯤에 오로라 빌리지를 떠나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실험을 해봤지요.
바로 음펨바 효과! 다들 아시다시피 음펨바 효과는 기온이 엄청 추운 곳에서 찬물보다 따뜻한 물이 먼저 어는 현상을 말합니다. 영하 28도씩이나 되니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숙소에서 물을 팔팔 끓여서 테라스에 나가서 휙 뿌려보니 바로 기화해서 얼어서 떨어짐. 심지어 로비로 내려가서 거기에 있는, 차 마시라고 놔둔 따끈따끈한 물을 갖고 밖에 나가서 뿌려보니까 그걸로도 됨! 저 동영상은 그때 찍은 거예요.
으어... 익 진짜 바람이 안부는 날씨였기에 망정이지 바람 많이 불었으면 진짜 추워서 미쳤을 것 같군요; 새삼 이 여행에 행운이 따랐음을 실감했어요.
그건 그렇고 첫날에 최고의 오로라를, 둘째날도 꽤 만족스러운 오로라를 보고 나니 '굳이 셋째날에도 가야 하나?'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 원래 옐로나이프에 사흘간 머무르면서 매일 오로라 빌리지에 가는 것은 오로라를 세 번 보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라를 볼 기회를 세 번 얻기 위함이죠. 사흘간 봐도 아예 못보고 올 수도 있는 게 오로라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볼 거 다 보고 나서 이런 고민을 할 정도로, 오로라 관광객으로서의 사치스러움이 철철 넘쳐흐르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
새벽 4시까지 오로라 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새벽 5시가 넘었는데, 다음날 일정이 또 빡셉니다. 미리 짐싸놓고 점심 때 출발해서 개썰매 타고, 스노우슈잉하고, 그 후에 오로라 보고 나서 바로 돌아오자마자 옐로나이프 공항으로 가서 또 캘거리 -> 토론토까지 한 7시간 비행기 타고 가야 하는 일정인데 과연 우리 체력이 버텨줄지 걱정되었단 말이지요. 그러다 보니 내일 컨디션과 날씨를 봐서 사흘째 오로라는 그냥 패스하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늦었어도 먹을건 먹고 자야죠!

배트맨 대 슈퍼맨 : 라면받침의 시작!




신나는 새벽의 처묵처묵! 저렴하고 질 좋은 고기 덕분에 라면에다 고기를 듬뿍 얹어서 먹는 짓도 막 해버리고...


디저트로 사온 바닐라 푸딩도 냠냠.


맛이라도 봐야겠다고 사온 아이스와인은 정말 달고 맛있었습니다. 와인 글라스가 없었으므로 그냥 물컵에 마심.
이후에 다른 지역에 가서 마신 좀 더 가격대가 높은 아이스와인보다야 별로지만 이때까지 아이스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괜찮은 시작이었어요.
이렇게 이틀째... 실은 이틀째와 사흘째에 걸쳐있는 일정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좀 자고 나서 옐로나이프에서의 마지막 날로...
(다음편에 계속)
덧글
오로라를 만들어내는 태양풍이 무선통신을 방해하거든요(델린저 현상이라고 들어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