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 장점을 극대화하여 단점을 덮는다




MCU 최후의 솔로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닥터 스트레인지. 이후의 모든 타이틀들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MCU 다른 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하는 크로스오버로 간다는데, 현재 발표된 것들을 보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는 헐크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고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는 아이언맨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니까요. 아마 '블랙 팬서'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 친구들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이 영화 역시 MCU라는 거대한 서사의 부품인데, 솔로 영화로서 아주 매끄러운 독립성을 보여줍니다. 초기의 영화들도 그걸 못했는데 MCU가 여기까지 진행된 시점에서 나온 영화가 그걸 해냈다는 점이 훌륭하고, 그 기준으로 보면 '앤트맨'보다도 더 나았어요.


어쨌거나 아이맥스 3D로 보고 왔습니다. 3D 효과는 확실히 탁월합니다. 중간에는 좀 어지러울 정도였어요. 정말 근사한 영상미였고 3D에서 볼때 그 매력이 극대화되는 느낌인데, 그런 반면 2D로 한번 재관람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깁니다. 아무래도 3D 효과가 현란하다 보니 디테일은 잘 안보이기도 했거든요. 2D 재관람하면 그런 부분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겠죠.

예고편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실을 거침없이 왜곡시키는 영상미는 정말 근사합니다. 이 영화의 훌륭하고 새로운 영상미는 아무도 상상 못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과거부터 오랫동안 많은 SF / 판타지 작가들이 문장으로 이런 광경을 묘사해왔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에서 비슷한 효과가 있었죠. 그러나 이 정도로 근사한 형태의 영상으로 구현되어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확실히 처음이기에 임팩트가 강렬했고, 이 영화가 훌륭한 레퍼런스를 제시한 이상 앞으로는 많은 영화들에서 비슷한 효과들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중은 이런 효과를 묘사한 소설을 읽을 때 좀 더 쉽고 뚜렷하게 그 광경을 상상해볼 수 있게 되겠죠.


그런데 이런 영상미는 이 영화 최대의 장점이지만 의외로 단점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 영상미에 홀려서 보게 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점부터는 활용이 아쉬워져요. 정확히는 액션 부분이 그렇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액션은 별로 좋지 않아요. 현란한 현실 왜곡 효과 속에 떨어진 인간들의 움직임은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게 지루함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지루할 새를 주지 않는 빠른 템포의 편집과 MCU 특유의 유머가 커버해줬기 때문이죠. 레비테이션 망토는 정말 센스만점의 아이템.


한 히어로의 행보가 시작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뻔하고 단순명쾌합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깊이있는 이야기를 만들 생각이 없었음이 노골적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이 이야기를 좀 더 심리적 갈등을 강화하고 복잡하고 깊이 있는 형태로 만들려고 했다면 아예 장르를 바꿨어야겠죠. 닥터 스트레인지의 상실과 절망, 그리고 그가 희망의 지푸라기를 붙잡고 다시 일어나서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졌죠.

한 발짝만 더 깊이 들어가도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그런 길을 거부합니다. 도저히 유머를 끼워넣을 수 없는 부분은 그 부분의 감정이 잊히지는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타이밍의 타협점을 찾아가면서 넘어가고, 나머지 부분은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으면 즉시 유머를 투입해서 분위기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지요.


다만 이런 효율화는 좀 지나치기도 해서 집중해야 할 서사마저도 파편화해서 휘리릭 넘겨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을 수련하고 발전하는 부분은 당연히 성장 스토리에 대한 보편적인 기대감을 형성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가 성장해가는 과정과 특정한 목표점에 도달했을 때의 쾌감에 공감하는 재미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요. 전체 스토리를 요약해놓고 보면 분명 하나의 극점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에인션트 원에 대한 부분이 별 감흥이 없는 문제도 여기서 기인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사제관계에 이입할 만한 기회가 제공되질 않았거든요.

악역에 대한 문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작품의 주요인물 캐스팅은 다들 좋아서 이야기의 설득력이 약해질 부분도 배우들이 연기와 존재감으로 잘 커버해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마스터 케실리우스를 연기한 매즈 미켈슨만은 참 아깝다는 생각만 듭니다. 그의 입장이 잘 보이지도 않고, 당연히 설득력도 없고... 아니, 그 수준을 넘어서 그냥 그와 함께 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그냥 하찮아요. 분명히 작중에서 무서운 역으로 나오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들고 엑스트라 ABC 정도의 존재감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크리스틴 팔머의 활용은 꽤 좋았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토르 : 다크월드'에서 제인 포스터와 비교가 되더군요. 그때는 정말 보면서 '와, 너희들 진짜 나탈리 포트만 데려다가 이따위로 할 거야?' 싶었는데 크리스틴 팔머는 훨씬 작은 비중으로도 야무지게 자기 역할을 해내죠. 스트레인지와 에인션트 원의 관계성이 스트레인지와 팔머의 관계성의 반만이라도 따라갔다면 영화의 인상이 또 상당히 변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장점들을 극대화해서 단점들을 덮어버린 모양새입니다.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이런 단점도 있고 저런 문제도 있는데 아이맥스 3D에서 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런 문제들을 차분하게 짚어볼 여유가 없어요. 약간 늘어지는 구간만 있어도 보면서 포착한 문제들이 머릿속에서 커지기 시작할텐데, 그러기 전에 장점을 꺼내들어서 시선을 사로잡고 달려가는 일을 반복하면서 끝까지 가버리는 거죠. 자기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영리하게 만든 결과물입니다.


아, 이 영화는 쿠키영상이 두 개 있습니다. 마지막 쿠키는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에 나오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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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하진 2016/10/29 19:50 # 삭제 답글

    까놓고 말해서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못한 영화. 지루하고 평이한 오리진 스토리를 영상미로 때운 평작. MCU답게 아무런 개성이 없는 전형적 킬링타임 양산형 히어로 영화.
  • 1 2016/10/29 20:00 # 삭제

    킬링타임 양산형 히어로무비인건 동의하지만 수스쿼보다야 공들인 티가 나서 이쪽이 더 낫다고 봅니다.
    근데 이건 거의 악플수준이네요. 좋은 리뷰에 찬물 끼얹는 느낌..
  • ㅇㅇ 2016/10/29 23:08 # 삭제

    그런 똥영화보다 못한 영화면 영화사에 길이남을 똥영화가 되겠네요.
    까놓고말해서 성냥팔이소녀의 재림보다 밑급이란거잖음.
  • ㅋㅋ 2016/10/30 00:03 # 삭제

    아무렴 개막장 팀킬 디씨만 할?
  • 라세엄마 2016/10/30 00:05 #

    MCU가 전형적 양산형 히어로 영화라니.. 당연한거 아닌가? MCU가 히어로 영화 본진인데... 프랑스와인이 전형적인 양산형 와인이라고 하실 기셀세
  • rumic71 2016/10/30 15:26 #

    그러고보니 자살특공대는 괜찮은 원작을 지루하고 평이한 각본으로 말아먹었더랬죠.
  • lelelelele 2016/10/29 19:56 # 답글

    곰곰히 따져보면 지적할 거리도 상당히 많지만, 그래도 자기가 할 영역 내에서는 최소한 기본은 지켜주기 때문에 감상할때는 괜찮게 보게 되었어요.
    후속편은 각본이나 캐릭터 묘사에 좀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더군다나 단독작으로서는 좀 기대에 못미치긴 했어도 어찌됐든 세계관에 종속되는 작품이니 앞으로 MCU에도 다양한 오컬트 캐릭터들과 설정들이 등장할 기반이 마련됬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습니다.
    일반 밑바탕은 깔아놨으니 설명부분에서 좀 손을 덜 수 있고, 근래의 슈퍼히어로 트렌드가 그렇듯이 트릴로지는 기본적으로 기획되어 있을테니까요, 근데 페이즈3의 일정이 빽빽하다보니 못해도 2020년 이후에나 솔로작을 다시 접할 수 있다는게 좀 아쉽네요. 인피니티워에서의 닥터의 활약과 다른 캐릭터들간의 캐미를 기대해봐야 할 것 같아요.
  • 로오나 2016/10/30 18:03 #

    사실 닥터 스트레인지 자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보기 때문에(크리스틴과의 관계성으로) 속편에서 신경써야 할 것은 새로운 주변 인물들과 적에 대한게 되겠죠.
  • 닥터오진 2016/10/29 20:37 # 답글

    초반에 에이션트원이 스트레인지 우주로 날려보낸 다음 부터는 거기에 같이 빠져서 단점 따위는 신경 안쓰게 된게 맞는거 같습니다. 나머지 아쉬운 부분도 최악은 아니었으니까요.
  • 로오나 2016/10/30 18:04 #

    단점 그거 아몰랑 나는 달릴거야 따라오기나 해!

    라는 느낌으로...

    단점들이 정말 크리티컬했다면 장점으로 덮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보면서 집중이 깨져서 계속 거슬렸겠죠. 물론 이 장점에 대한 집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 루나루아 2016/10/29 20:37 # 답글

    영화보는 내도록 지루할 틈 없다는 것에 충분하 돈값은 하는 느낌입니다. 단점은 이게 그 영상미를 극대화하는 아이맥스나 포디엑스같은 특수관이 아닌 화질이 떨어지는 지방 영화관 급에서는 어...음.. 싶을지도...
  • 로오나 2016/10/30 18:06 #

    그건 그래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2D로 한번 보고 싶더군요.

    전에 갓 오브 이집트를 볼때의 일인데, 저는 2D관에서 봤고 왠지 다른 CG는 다 좋았는데 태양신 라의 CG만 엄청 어색하고 쌈마이했다... 고 느꼈는데 이게 아이맥스 3D로 볼때는 또 3D 효과 쩔고 엄청 멋졌다고 하더군요. 3D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영상을 만들어놓으면 2D에서 봤을 때는 외려 안좋아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 2016/10/30 00:03 # 삭제 답글

    수스쿼나 배대슈 확장판보단 훨 낫게 봤습니다. 볼거리는 확실히 있지만 전체 구성은 허술했습니다. 그래도 느검마 마사보다는 납득이 가긴 합니다. 빌런은 돈지랄이죠;; 돈 안주기로 악명 높은 디즈니가 돈낭비를 제대로 하더군요;;;
  • 로오나 2016/10/30 18:07 #

    스토리가 단순해서 좀 헐거워도 그러려니 하게 되긴 하지만요. 요는 감정이입의 기회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느검마 마사는...

    애당초 무리한 구도를 짜놓고 그걸 제대로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스토리적으로든, 아니면 상영시간을 고려한 물리적인 여건 때문이든) 무리수를 두다 망한 거고...
  • 참치샌드위치 2016/10/30 01:21 # 답글

    지적하신 부분에 동감합니다. 스토리는 정말 뻔했지만 화려한 영상과 유머 덕분에 전체적으론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닥터 스트레인지의 소개로도 무난하구요. 다만 악역이 너무 쉽게(?) 해결돼서 영화가 끝나고도 ' 이게 끝??;;; ' 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의미론 지루할 틈 없이 관객을 잘 끌어당겼다는 뜻도 되겠지만 덜 채워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 로오나 2016/10/30 18:08 #

    매즈 미켈슨은 정말 아까운 캐스팅이었습니다. 뭐라고 떠들어대고 무서운 짓도 열심히 하는데 왜 존재감이 엑스트라ABC 수준일까...

    그들을 하수인으로 삼은 우주적인 악의 정신상태도 유머러스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것도 좀 아쉬웠던 부분.
  • jei 2016/10/30 14:43 # 삭제 답글

    장점으로 단점을 덮어버린다는예기에 공감...

    솔직히 스토리와 캐릭터 소모부분에 불만이 좀 많긴합니다만(특히 그분의 최후) 그 모든걸 영상미로 덮어 버린느낌
    그냥 킬링타임용으론 괜찮았다고 보네요
  • 로오나 2016/10/30 18:09 #

    그분의 최후 부분은 본문에서도 짚었지만 사제관계에 이입할만한 기회 자체가 제공되지 않은게 문제였죠. 거기서 아무리 폼잡고 웅장하고 비극적인 척을 해봤자 '당신들의 비극'이란 느낌이 되어버려서...

    어쨌든 그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전 영상미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줍니다.
  • rumic71 2016/10/30 15:24 # 답글

    무공수련장면을 길게 넣으면 후반부와의 밸런스 문제가 생겨서 생략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양인 관객은 쿵푸매니아 아니고선 익숙하지도 않을 터이고.
  • 로오나 2016/10/30 18:10 #

    선택과 집중을 열심히 했는데 전 그 부분은 좀 미스라고 보긴 합니다. 그리고 결국 성장담 그 자체를 재미있게 그릴 수 있냐 아니냐의 문제겠죠.
  • 유나 2016/10/31 11:58 # 답글

    중간의 우주[...]로 날아가는 장면 때문에라도 BD 사야겠지 싶은 영화더라.
    일단 난 대화면 2D로 봤는데, 효과때문에 3D로 다시 볼려구. LSD를 한사발은 들이킨것 같영 영상이라 완전 취향 ㅋㅋㅋㅋㅋㅋ

    개그에 관한 부분이라거나 전반적으로 나도 동의해. 좀 아쉽더라. 빌런 부분도 마찬가지.

    그건 그렇고, 지난번 시빌워에서 지구인 관련 캐릭터들을 몰아서 처리했는데[캡아, 아이언, 스파이디, 앤트맨 등등] 이번의 라그나로크는 신화나 마법쪽 캐릭터들 몰아 처리할것 같은 느낌적 느낌? 쿠키에서도 이상한 박사가 도와준다고 했으니 말이야. 일단 토르, 박사, 헐크인데... 헐크도 플래닛 헐크 들고오는 것 같으니 꽤나 에픽적 이야기가 될것같고...
    캐릭터가 많아지니까 이야기를 좀 나눈것 같더라.
  • 로오나 2016/10/31 17:08 #

    아이맥스 비율 장면이 1시간에 달하기 때문에 꼭 아이맥스 3D 관람 추천.
  • 킨키 2016/11/02 09:20 # 답글

    안전운전...안전운전!
  • 로오나 2016/11/02 17:25 #

    주행 중에 핸드폰 사용이 당신의 운명을....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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