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10 HD 리마스터 (By 스팀) 감상


파이널 판타지10 / 10-2 HD 리마스터 합본 PC판이 스팀을 통해 정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질렀습니다. 가격은 32000원인데 런칭 기념 20% 할인으로 25600원.

10 / 10-2 본편만이 아니라 10 초판한정 DVD에 들어있던 영원의 고요절이나, 10-2 라스트 미션까지 전부 포함되어 있어서 가격대성능비가 흡족한 세트 패키지.


10 엔딩 보고 영원의 고요절까지 총 플레이타임이 한 21~22시간쯤이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후반부에 일자진행에서 벗어난 후에 파고들기 요소들을 플레이하지 않아서 그렇고 그런걸 다 했다면 30시간은 훌쩍 넘어갔겠지요. 근데 이제와서는 별로 파고들기 요소들까지 시간과 기력을 투자해가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군요.



PS2로 파이널 판타지10이 나온지도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쩌는 그래픽이라고 생각했지만 15년이나 지나서 다시 보니 역시나 옛날 게임 그래픽 느낌이 물씬 나는군요. 그나마 이게 HD 리마스터된 결과물인데=ㅂ=;

뭐 그래도 몰입하는데 지장이 생길 정도의 저퀄리티는 아닙니다. 지금 봐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퀄리티에요.


CG 무비는 지금 봐도 좋군요. 연출이나 배경이야 요즘 봐서 감탄스러운 요소는 없지만 캐릭터는 지금 봐도 꽤 좋은 디자인입니다. 과연 혼이 실린 장잉정신으로 CG 캐릭터를 만들어온 스퀘어에닉스다워요.


다른 무엇보다도 한글 자막이 달려있는 게 좋습니다.

정말로, 압도적인 강점입니다!

15년 전에 PS2판이 국내 정식 발매되었을 때는 영문판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운 점이었죠. 대사집을 봐가면서 열심히 플레이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외국게임 한글판으로 즐기기가 참 힘들어서 그렇게 불편을 감수해가면서 열정을 불태우는 것도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글판 컨텐츠가 널려 있는 시대라 그런 짓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죠.

이런 시대에 한글 자막판으로 다시 돌아와주니 너무 좋습니다. 이 강점이 너무 압도적이라 다른 단점들이 대부분 다 용서가 되어버렸을 정도로.


조작감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패드로 하면 감각이 다르겠습니다만 키보드로 하다 보면 종종 빡치는 경우를 경험하게 돼요. 전투에서는 아론의 오버드라이브 커맨드 입력할 때가 그렇고, 맵을 이동하다 보면 진행방향에 따라서 시점이 뜬금없이 바뀌는 때가 꽤 많은데 이럴 때마다 조작감이 헷갈립니다.


초반부는 상당히 답답했습니다. 게임이 후반부에 가기 전까지는 일자진행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강제진행이 너무 많아요. 한 5~6시간 플레이하는 동안에 제가 직접 조작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그냥 멍 때리고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있다가 전투만 깨작깨작 하는 것이 계속됩니다. 그나마 직접 조작해서 하는 것도 그냥 어디서 어디 짧은 구간을 이동하는 걸로 끝나버리고요.

컷신이 정말 많은데 이게 나올 때마다 매번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좀 괴롭습니다. 감정적으로 고조되는 내용이라서 성우 연기까지 다 듣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정말 별 거 없는 내용이거나 설명적인 내용이라 텍스트만 빠르게 읽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도 있는 법인데 이건 플레이어 마음대로 완급 조절을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넘기는 게 가능한 부분은 전체의 20% 정도? 그러다 보니 그냥 음성까지 다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플레이 타임이 한 3시간 이상은 짧아지지 않았을까.


이쯤 되자 갑자기 그리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이런 경험을 해본 것 같은데 그게 뭐였더라... 하고 생각해보니 파판13이었지요. (...)

10 부터 시작된 컷신을 중심으로 하는 일자진행 전개의 단점을 극대화시키면 13의 게임경험이 되는구나 싶군요. 정말 시시콜콜하고 재밌지도 않은 이야기까지 일일히 컷씬으로 띄워서 강제진행시키지 좀 말란 말이다.


당시에도 느꼈던 거지만 이쯤 되면 게임이 RPG가 아니라 RPG 형식으로 진행되는 비주얼 노블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스토리 진행이 디테일하고 연출도 세심하다는 장점이 있긴 한데 RPG적인 재미는 후반부로 가기 전까지는 종적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런 의미에서 스팀판에는 좋은 기능들이 있습니다. 일단 직접 조작하는 구간은 F1키를 누르는 것만으로 필드 이동과 전투를 모두 2배속과 4배속 모드로 할 수 있어요. F2키를 눌러서 슈퍼 차지를 켜면 매 턴마다 HP와 MP와 오버 드라이브 게이지가 만땅으로 찹니다. (사망시에 부활은 직접 해야 하지만) F3키를 누르면 인카운터 확률을 아예 없거나, 보통이거나, 아주 많거나로 조절할 수 있으며 F4키로는 자동전투 기능을 켤 수 있습니다. 지루한 구간들에서 이 기능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그외에는 매개변수를 건드려서 모든 아이템을 최대갯수로 불러오거나 돈을 최대치로 손에 넣거나 모든 기술을 개방하는, 아예 치팅 기능이 내장되어있는데 이거까지 건드릴 필요성은 별로 못느껴서 없이 플레이했고...


스토리는 지금 봐도 좋습니다. 독창적인 세계관을, 주인공을 이계진입에 가까운 형태로 이 세계에 내던져진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차근차근 잘 전달했고 그 세계관을 스토리와 잘 결합시켜서 핵심 요소들을 완전히 연소시키는 형태로 이야기를 완성시켰지요. 한편의 판타지 비주얼 노블로써(...) 아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특히 13과 비교해보면 10의 세계관에 대한 접근방식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지요. 그쪽은 펄스의 팔씨의 르씨가 코쿤에서 퍼지하는,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20시간 동안 플레이해도 용어사전을 따로 뒤져보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물건이니...


게임 플레이 면에서는 이래저래 불만이 많았지만 강제진행만으로 가득한 초반을 지나서 몰입하기 시작한 후로는 푹 빠져서 했습니다. 후반부에서 엔딩까지의 흐름은 지금 봐도 좋군요. 이 아저씨, 좋은 이야기를 보았다... (반짝)




근데 10 엔딩 보고, 영원의 고요절을 보고, 그리고 10-2를 시작하니 초반부터 튀어나오는 유리파의 임팩트를 버틸 수가 없다... 쿨럭.

말해봐요, 스퀘어에닉스. 왜 이랬어요?


결론 : 파이널 판타지9 스팀판도 한글 패치가 필요하다ㅠㅠ



덧글

  • 알렉세이 2016/05/17 23:36 # 답글

    이수영씨가 부른 '얼마나 좋을까' 그 뮤비(?)가 아직도 아른아른합니다.
  • 로오나 2016/05/18 09:08 #

    그 부분은 지금 다시 봐도 좋아요...

    아 뭐 스팀판에서는 원곡인 스테키다네지만.
  • 키르난 2016/05/18 09:27 # 답글

    전 이 당시 남주인공 모델에 꽤 호감을 가지고 있던 덕에..=ㅁ=;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캐릭터 디자인 한 것이 참 신기했더랬지요. 한글 자막이라니 슬쩍 땡기지만.... 만.... (컴퓨터 사양이 괜찮을까;;)
  • 로오나 2016/05/18 09:51 #

    2.4GHz quad-core CPU
    메모리: 2 GB RAM
    그래픽: NVIDIA Geforce GTX 450 / AMD Radeon HD 5750 with 512MB
    저장공간: 40 GB 사용 가능 공간

    일단 시스템 권장사양은 이 정도입니다.
  • 소시민A군 2016/05/18 14:45 # 답글

    PS2 DVD에 넣으려고 만들었을 CG 원소스를 HD해상도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대단했습니다.
    다른 회사 PS2게임 리마스터판의 동영상은 자글자글한데 말이죠.
  • 로오나 2016/05/19 11:02 #

    그러고보니 확실히 동영상이 비교적 질이 좋지요^^
  • 나르사스 2016/05/18 16:03 # 답글

    그 초고보 레이싱과 번개 피하기만 치트 기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또 할 용의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게임은 정말 너무하잖아... 수준이라서요.
  • 로오나 2016/05/19 11:03 #

    번개 피하기는 그까이꺼 그냥 맞지 뭐.... 내게는 4배속이 있다! 로 맞으면서 해결. (...)

    초코보 레이싱은... 아예 안하고 넘어가서 모르겠습니다.
  • 소시민A군 2016/05/19 11:11 #

    만약 최강무기 얻고 그 봉인을 풀려고 하면, 번개랑 초코보는 이 게임 최악의 난관이 되지요;
  • 나르사스 2016/05/19 14:23 #

    로오나님// 그게 200번을 피해야 루루의 무기를 만드는 도구를 얻거든요... 4배속이라니 무리십니다...
  • 로오나 2016/05/20 08:41 #

    아, 그럼 무리요. (...)
  • KCS 2016/07/23 12:19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지금 플레이중인데, 혹시 10이전의 스토리가 연결되거나 그런건 없나요?? 10부터 그냥 하면 될까요??
    영화도 어벤저스 보기전에 머 아이언맨이나 이것저것 순서대로 보는게 도움이 되는것처럼요!! 10 하고 그담 10-2 하면 되겠죠??
  • 로오나 2016/07/23 13:53 #

    각 시리즈는 독립적입니다. 공유하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세계관적 오마쥬지 스토리의 연계는 아니니 그냥 하시면 됩니다.
  • 인서트코인 2016/08/06 23:06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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