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 말순이가 귀여워요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알았을 때는 시큰둥했습니다. 굳이 CG로 만든 인공적인 느낌이 풀풀 나는 가공의 70~80년대를 배경으로 삼아서 활빈당을 정의를 꿈꾸는 대자본가의 후원을 받는 불법흥신소로, 홍길동을 악을 악으로 제압하는 탐정으로 만든 것은 도무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예고편을 본 후에도 기대감이 올라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영화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기는 예고편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이 영화를 보러 가게 된 것은 언론시사회 평이 신기할 정도로 좋아서였습니다. 영화 사전정보를 아무리 봐도 재밌을 것 같지 않은데 다들 재미있다고 하니 궁금해지더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놨는지 한번 보자, 하고 갔는데...


재밌네요.


한국적이면서도 잘 만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한국적'이러고 본 부분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한국적 신파도 적절하게만 쓰인다면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런 요소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저와 같이 본 지인은 그런 부분은 별로였다는 감상이었어요.

CG로 가공된 인위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배경 비주얼 역시 호불호가 가릴 만한 요소입니다. 저는 나쁘지 않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인위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야 했나는 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군요. 이보다는 좀 덜 가공된 느낌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배경이 가공의 70~80년대쯤인 것은 당시를 살아온 추억으로 여기는 세대인가 아니면 이 시절을 태어나기 전의 역사로만 알고 있는 세대인가에 따라서 감상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저는 전자라서 네모 각진 차들이나 어린 시절 생각나게 만드는 배경들에서 자연스럽게 향수를 느꼈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라면 '그래서 이게 언제라는 거야? 왜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지?' 라는 의문부터 떠올라서 몰입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에요.


어쨌거나 이 영화는 주어진 재료를 아주 알차게 써먹습니다. 일단 배경이 70~80년대쯤이어야 할 이유가 뚜렷해요. 지금처럼 다들 휴대폰을 들고 다니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정보가 척척 나오는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시절이기에 나올 수밖에 없는 제약이나 선택지를 적절하게 활용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니다. 아무리 봐도 비현실적으로 웃기는 후반부의 총격전 역시 이런 배경이기에 빵 터지는 것이지 현대 배경이었다면 이질감이 앞섰을 거에요.

인물들의 활용도 아주 좋습니다. 주연, 악역, 아역 모두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냅니다. 주인공 홍길동도, 악역 강성일도 아주 좋았고 아역들은 특히 굉장해요. 보다 보면 두 아역을 활용하는 감독의 솜씨에 감탄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귀여우라고 넣었지만 짜증나는 아역일 것만 같았던 말순이가 홍길동과 투닥거리면서 관계가 변화해가는 과정은 이 영화 최고의 매력요소죠. 말순이의 임팩트가 강해서 다소 묻히는 감이 있지만 동이 역시 이야기의 중요한 지점들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고요.


이야기 자체도 속편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고, 홍길동의 캐릭터가 잘 잡혀서 시리즈화하기 좋아 보이는지라 흥행이 잘 되어서 속편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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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Uglycat 2016/05/11 23:32 # 답글

    저는 후반부와 엔딩 크레딧에서 데자뷔를 적잖이 느꼈는데, '씬 시티'와 유사하다는 반응들을 보고서는 무릎을 탁 쳤지요...
    확실히 후반부의 '그 신'은 '씬 시티' 1편의 후반부 장면 느낌이 많이 나더군요...
    그런 점도 있고 만화적인 느낌의 연출이 여기저기서 발견된 모습이었습니다...
  • 로오나 2016/05/12 04:39 #

    그런 반응들이 많았죠. 개인적으론 배경 시점을 좀 더 명확하게 몇년도(하다못해 197X년 이런 식으로라도) 정도로 설정해서 보여주는게 관객들에겐 허들이 좀 낮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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