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디저트의 아쉬움이 너무 컸다 '정식당'


청담동의 퓨전 한식당 정식당. 서울에 하나, 뉴욕에 하나 있으며 뉴욕은 미슐랭 투스타를 받기도 했다는 유명한 곳인지라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먹자모임 지인들과 이야기가 나온 김에 큰맘 먹고 가봤습니다.


가게가 2, 3층을 쓰고 있는데 2층은 홀이고 3층은 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2층 홀에서 먹었어요. 공간적인 면에서는 자리도 잘 꾸며놓았고, 좌석도 편안하고, 좌석간의 거리도 충분하긴 한데... 그래도 이런 건 좀 더 주변과 분리된 공간에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룸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것과는 별개로 전체 공간은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고 접객은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제돈 내고 온 곳 중에서는 정말 손꼽힐 정도로 비싼 곳이어서 지갑의 아픔을 각오하고 온 곳인데(...) 접객 면에서는 정말 비싼 만큼 세련되고 빈틈없는 분위기구나, 하는 만족감을 줬어요. 근데 요리가 나올 때마다 주방 문이 열리면 급부산스러운 느낌이 드는게 재미있더군요. 테이블이 거의 꽉찬 상태에서 코스들이 진행되고 있을테니 전쟁터 같겠죠. 열렸다 닫힐 때마다 분위기가 휙휙 바뀌는 듯한...



기본 세팅. 이때는 2월 중순, 발렌타인 데이를 앞둔 시기라서 발렌타인 데이 스페셜 런치 코스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런치 코스 먹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런치가 4품 코스는 5만원, 5품 코스는 8만원이었고 메뉴에 따라서 추가금이 붙는 메뉴들이 있었어요. 에피타이저에서 문어 아이올리를 고르면 5천원 추가, 메인에서 투뿔안심을 고르면 2만원 추가, 이런 식으로요.

그외에는 캐비어가 1/2온스에 55000원, 1온스는 10만원. (...) 물론 이건 우리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술은 솔송주와 칵테일 두 잔을 주문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달착지근한 칵테일을 고른 것은 실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왠지 당시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주류 메뉴판을 보다가 눈이 빙빙 돌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달달한 와인을 마시려다가 디저트 와인이라 너무 달거다... 라고 해서 칵테일을 골랐던 것인데 카시스 칵테일은 나쁘지 않았지만 오렌지 칵테일은 잘못 골랐어요. 조합에서 딱 상상할 수 있는 맛.


5품 코스지만 그 앞에 이것저것 나옵니다. 쌈밥과 감자조림, 블루치즈가 들어간 미니 핫도그. 미니 핫도그가 모양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가장 좋았어요. 뭔가 이런 모양새에 쓸데없이 고급스러운 느낌이 가득한데다 스틱까지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


왼쪽의 아스파라거스 + 계란 사바용 + 베이컨은 무난했고, 오른쪽의 연어무스는 미니 콘처럼 나온 모양새가 무척 귀여워서 좋았습니다. 고소하고 바삭하고 짭짤한...


에피타이저인 맛있는 구절판 Ver.2 (왠지 버전2라고 써있었습니다) 2인 기준으로만 주문할 수 있습니다. 김 부각 위에 방어와 토핑을 올려서 먹는 메뉴입니다. 초장이 향긋했고, 참기름 양념 같은 게 되어있는 방어는 맛있었지만 코스 요리에 기대하는 것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있는 느낌입니다. 뭔가 굉장히 럭셔리하게 조합하는 술집 안주(...) 같은데다 찔끔찔끔 귀찮은 느낌이 강해서요.


역시 에피타이저인 트러플 수란. 조합부터가 굉장히 럭셔리하죠. 파마산 치즈 덕분에 짭짤합니다. 향이 좋고 수란을 떠먹는 조합이 괜찮더군요.


그 다음으로 나온 육회밥. 들기름이 들어간 육회비빔밥입니다. 코스이니 만큼 양은 적지만 맛있었어요.


같은 단계의 초리조 빠에야. 닭안심과 초리조가 들어간 볶음밥입니다. 먹는 순간 식욕을 확 돋구는 맛이었습니다. 육회밥도 좋았지만 이쪽이 더 좋더군요.


다음 단계인 지중해 농어. 기름기가 좔좔. 잘 구워져서 나와서 무척 맛있게 먹었습니다. 밑에는 올리브, 홍합, 토마토가 깔려있더군요.


민어 봉골레. 농어에 비하면 담담하면서도 맛있었습니다. 봉골레와 문어, 그리고 청양고추로 악센트를 주었는데 너무 맵지 않고 딱 적절하게 매콤함이 가미되어있었어요.


다음 단계인 오리. 이틀간 드라이 에이징한 오리라고 합니다. 껍질이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웠고, 유자소스와의 조합도 좋았어요. 맛있었습니다.


이베리코 돼지를 쓴 보쌈. 뭔가 재료를 듣는 순간부터 허세력이 충만해지는 이 느낌이 이 코스를 먹는 동안 종종 찾아온다는 것 또한 비싼 돈 주고 먹는 보람이라는 거겠죠. 멀리서 봤을 때는 위에 올려놓은 게 다 풀들인 줄 알았으나 반은 라이스 칩... 즉 고급스러운 뻥튀기(...)였습니다. 이베리코 돼지는 정말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었어요.


이제는 디저트입니다. 미리 말하자면 그 전까지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디저트에서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

달콤한 구절판은 2인 기준이고, 에피타이저로 나온 맛있는 구절판 ver.2 와 비슷한 스타일. 토핑하고 같이 먹으니 뭐랄까, 뷔페 가서 요거트에다 토핑 먹을 때의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 에피타이저 때도 그랬는데 일단 구절판 시리즈는 디저트로서는 아이스크림에 토핑을 뿌려먹으세요, 라는 발상 자체가 모든 것이 딱딱 설계되어서 전달되는 코스의 만족감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이미 코스에 구절판이 있는 거야 에피타이저고 해서 괜찮았는데(귀찮고 깨작거린다는 느낌이 답답하긴 해도) 디저트에까지 이렇게 되니까, 그 구성품들이 아무리 고급스럽다고 해도 내가 비싼 코스 요리를 먹으러 온건가 아니면 애슐리 같은데서 빙수나 요거트를 토핑해서 먹고 있는 건가 혼란이 옵니다. 그게 별로 맛있지도 않다면 더더욱...



돌하르방은 안에는 진한 녹차 무스가 들어있어요. 재미있는 비주얼이라 눈으로는 상당히 만족할 수 있었지만 혀로 만족하기에는 맛이 별로였습니다... 녹차무스로서의 맛은 진한데 너무 달아서 그 맛을 음미할 여유조차 없는 느낌이고 나머지 조합은 영...



그 다음으로는 차가 나옵니다. 차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일단 커피를 고를거냐 아니면 전통차를 고를거냐... 에서 차가 든 샘플을 들고 오는 부분에서는 좋았어요.


근데 일단 이렇게 들고 와서 이거랑 커피 중에 뭐 하실래요, 하면 보통은 전통차를 고르겠죠? 그렇게 나온 전통차가... 저 달기만 한 디저트들과 먹기에는 너무 연해요. 맛이 하나도 안 느껴짐. 둘의 밸런스가 최악입니다. 그리고 찻잔은 매우 예뻐서 저도 하나 갖고 싶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거 좀 더 진하게 우려먹을까? 했을 때 그럴 수도 없는 구조로 되어있어요ㅠㅠ 다시 우리려고 하면 다시 물을 달라고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곳에서 손님이 적당히 타이밍을 재서 우려드세요, 라는 것을 싫어합니다. (보통은 티백을 담근 채로 차를 내주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속하겠죠) 여기 가기 전에 간 다른 가게가 차를 내올 때 완성된 상태로 내왔다는 점 때문에 더 비교되어서 거슬렸던 것 같군요.


마무리로 쁘띠뿌가 참 예쁘게 나왔는데... 네. 이것도 예쁘긴 한데 맛은 영 좋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높긴 하지만 메뉴 하나하나가 눈으로도 분위기로도 맛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구절판은 좀 그랬지만) 다만 한식 퓨전 파인 다이닝인데 한식의 느낌은 약한 편. 권숙수가 확실히 한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던데 비해 이쪽은 한식의 분위기가 묻어있다, 는 정도에요. 하긴 주류 리스트만 봐도 그게 팍팍 느껴집니다. 와인은 리스트가 아주 많은데 비해 전통주는 구색 맞추기 수준이죠.

코스 나오는 속도는 다른 곳에 비해 느긋한 편입니다. 하나 먹고 느긋하게 수다 떨다 보면 다음게 나옵니다. 주문을 넣고 식사 마치기까지 1시간 20분쯤 걸렸어요.

서비스도 무척 만족했습니다. 서버들이 손님들 접대하는 거만 봐도 꽤 재미있었어요. 움직임과 태도도 절제되어있는 프로페셔널이란 느낌이 물씬 들었고, 외국인 손님들 영어로 응대하는데도 전혀 막힘없이 좔좔이었고.

근데 디저트가 점수를 다 깎아먹었습니다. 디저트는 양이 많고, 다양하고, 예쁘지만 맛이 없었어요... 전체적으로 너무 달아요. 달기만 해. 달고 맛은 없었다는 인상밖에 없음. 디저트의 실망감이 너무 커서 저도, 다른 일행들도 멘탈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배가 불러서 더 뭐가 들어갈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어떻게든 맛있는 디저트를 먹어서 이 멘탈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곳에 갔을 정도니...


명절에는 휴무. 전화번호는 02-517-4654.




덧글

  • 청령 2016/04/06 19:24 # 답글

    용두사미란 이런것이다! 를 알려주는 곳이었지요. 다시는 가지않을 것이다....ㄱ-
  • intherain 2016/04/06 20:48 #

    사드님 갔구나 ㅋㅋㅋㅋㅋ
  • intherain 2016/04/06 20:49 # 답글

    잘지내십니까...저는 살이 점점 빠지며 말라죽어가고있슴다 ㅠㅠ

    한번 뵈야되는데 요새도 시간이 애매하군요 ㅎㅎ...
  • 로오나 2016/04/06 20:51 #

    잘 지내고 있어요 ㅎㅎ 한번 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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