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문3 : 최후의 대결 - 3부작의 완결편



예매하면서 좀 어이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시리즈임에도 대접이 좀 심하게 빈약합니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는 아예 걸리지도 않았고 CGV에만 걸렸는데 어느 정도 크기가 되는 관이나 보러 가기 좋은 시간대 찾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이게 정말 개봉 첫주 상황이 맞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봤습니다. 1, 2편은 극장에서 안봤는데 굳이 3편은 극장으로 보러 간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전편들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이 영화의 관람포인트로 홍보하고 있는 견자단 vs 마이크 타이슨 때문이었습니다. 핵주먹 타이슨이 영화에 나와서 견자단이랑 싸운다니, 그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거 정말 보고 싶잖아요.


전편들을 보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 3편은 특히 중국계 무술 액션 영화의 달라진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세기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콩 무술 액션물이 무시무시하게 성장한 중국 자본의 힘을 빌어서, 모든 면에서 일류 인력들이 투입되어서 보다 세련되고 멋진 결과물이 나왔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것입니다.


액션 장면들은 잘 나왔습니다. 마케팅 포인트로 홍보하고 있는 엽문 vs 타이슨에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하면 안 됩니다. 대결 자체는 아주 좋았는데 드라마적인 비중이 별로 없어요. 서로 스토리상 끝장을 봐야 할 관계가 아니라서 이벤트 매치라는 느낌이 짙게 풍깁니다. 둘 다 입장을 떠나서 뭔가 무인으로서의 로망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둘의 격투 장면은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줍니다. 타이슨은 아우, 1966년생으로 현역 떠난지 오래인데 보고 있으면 정말 무시무시해요. 먼 용산 CGV까지 큰 화면 찾아서 보러 갈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엽문의 처 장영성을 연기한 슝다이린이 펀치를 스쳐맞은 NG가 나왔다는 vs 무에타이전 역시 정말 훌륭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작해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는 정말 잘 짜놔서 보면서 감탄 또 감탄.


3부작의 완결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엽문의 일대기를 순서대로 그려왔고, 이제 이 뒤에는 더 나올 이야기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인기 시리즈인 만큼 억지로 만들어서 붙이려면 할 수 있겠지만 그건 그야말로 사족이겠죠.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그건 엽문의 이야기가 아니라 엽문이 주요 캐릭터로 나오는 이소룡의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요? 2편의 마지막에서 어린 소년으로 등장했던 이소룡이 여기서는 청소년으로 나오지만 크게 비중 있는 모습은 아닙니다. 그저 두 사람이 사제지연을 맺게 되는 과정만을 볼 수 있을 뿐이죠.


영화의 호흡은 전편들과 비슷합니다. 액션 영화로서는 이상할 정도로 담담하고 차분한 느낌이에요. 그건 아마 견자단이 연기하는 엽문의 캐릭터가 끼치는 영향이 클 겁니다. 보다 보면 1~3편까지 정말 한결같이 그런 캐릭터니까요.

하지만 잘 보면 분명 전편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1편에서 일본군과 싸울 때는 그 담담한 속에서 불처럼 치솟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2편에서 서양인들과 싸울 때 역시 주먹을 불끈 쥐고 억압과 맞서 싸우는 열기가 있었지요. 그런데 3편은 좀 다릅니다. 여전히 힘든 현실과 싸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전편들처럼 격정적이진 않아요. 그래요. 3편은 전편들과 같은 본질을 공유하면서도 그 시간을 거쳤기에 가질 수 있는 세월이 느껴집니다. 그건 이 시리즈의 서사 속에서 나이 들어간 엽문의 모습이 영화에도 반영되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1편에서는 일본군과, 2편에서는 서구 열광과 싸우면서 서사의 중심에서 부각되던 민족주의의 비중이 이번에는 별로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세월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는 역시 엽문과 장영성 부부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슝다이린이 연기하는 장영성이 나올 때마다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전편들보다 비중이 높아서일까, 이번에는 정말 예쁘더군요.



핑백

  • 무릉도원에서 삼라만담 : 국내 박스오피스 '주토피아' 4주만에 왕좌 등극! 2016-03-15 15:21:50 #

    ... 았고, 격투 장면들은 하나하나가 다 멋졌고, vs 타이슨도 기대한 만큼 해줬고, 전편들에 비해 민족주의 비중이 줄어들어서 그 점에서도 훨씬 편하게 볼 수 있었군요. (감상 포스팅) 10위는 전주 8위였던 '스포트라이트'입니다. 주말 2만명, 누적 26만 9천명, 누적 흥행수익 21억 6천만원. 이번주 국내 개봉작들 중 눈에 띄는 것들은 ... more

덧글

  • 나르사스 2016/03/11 16:40 # 답글

    CGV는 엽문 1편도 한참뒤에 개봉하는 등 대접이 시원찮았죠... 아쉽습니다... 전 아주 좋아하거든요
  • 로오나 2016/03/11 17:48 #

    네. 저도 좋아해요.

    그럼에도 딴데보다는 대접이 훨씬 좋습니다. 딴데는 아예 걸어주지도 않았으니ㅠㅠ
  • 알트아이젠 2016/03/11 19:01 # 답글

    제가 [엽문 2]를 봐서 어째 이건 그냥 넘길 것 같은데, 이걸 보니까 극장에서 볼까하는 생각이 조금 드네요.
    하지만 제가 보기도 전에 간판 내릴 것 같습니다.
  • 로오나 2016/03/11 19:57 #

    지금 배급 상황 보니 다음주쯤에는 다 내려가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 천우신조 2016/03/11 21:11 # 삭제 답글

    저도 어제 밤 9시45분에 CGV에서 보고왔습니다~ 마지막 영춘권대결은 정말 너무 멋있었습니다. 같이 본 마눌이 나오면서 영춘권 배우고싶다며 제 등짝을 투닥닥닥닥 ㅋ
  • 로오나 2016/03/12 10:22 #

    그 부분 살벌하면서도 멋졌지요^^
  • nenga 2016/03/12 01:33 # 답글

    '오리지널 엽문이 온다'
    엽문 3, 4 라고 나온 영화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내리기 전에 빨리 봐야겠군요.
  • 로오나 2016/03/12 10:22 #

    국내 개봉명에 원제에는 없는 '최후의 대결'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같은 이유일듯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2017 대표이글루_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