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이집트 - 망할만 해서 망했지만 재밌었다



사전에 혹평을 넘치도록 봤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대도 안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보러 간 것은 아무리 봐도 제가 좋아할만한 눈요기가 많은 영화일 것 같아서였죠. 다 보고 나니 디지털 2D 말고 아이맥스로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제프리 러쉬가 연기한 태양신 라만 뭔가 요상할 정도로 싸구려 합성 CG 같다는 문제가 있기는 한데 그외의 부분들은 다 기대한 만큼의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태양신 라가 평면세계의 저편에서 태양을 끌어올리고, 밤의 마수 아포피스와 맞선다는 설정 같은 건 그 자체로 너무나도 제 취향이라 완전 신남.

이 영화 예고편을 봤을 때 이게 과연 '신들의 전쟁' 류인가(내용도 없는 주제에 볼거리까지 빈약함) 아니면 '타이탄의 분노' 류인가(내용은 뇌없음인데 판타지적인 볼거리는 멋짐) 궁금했는데 보니까 후자였습니다. 처음부터 기대치를 완벽 조정하고 간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스토리는 매우 신화적입니다. 즉 뇌를 비우고 봐야 하는 수준이라는 거지요. 이야기가 사건들만 있고 그 사이사이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전개의 합리성을 만들어주는 디테일이 존재하지 않아요. 얘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얘가 어떻게 여기 가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지? 그 사이에 근거를 구축해줘야 할 디테일을 다 무시하고 이벤트 자체만 이어붙여놨는데 보다 보면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네. 원래 신화라는 게 이 모양이죠.

만약 스토리 속에서 논리성과 합리성을 감상 포인트로 잡는다면 이 영화는 총체적인 난국 그 이상의 무언가입니다. 전 어설프게 뭘 해보겠다고 하기보단 그냥 이렇게 아몰랑한 게 차라리 볼거리에 집중하기 좋더군요. 물론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이렇게 나와버린걸.



그래서 그래서 이 영화를 즐기는 포인트로 중요한 것은 결국 판타지적인 눈요기가 좋으냐 아니냐고, 저는 그 점에서는 매우 흡족했습니다. 액션 스펙터클만이 아니라 세부적으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인간과 호빗이 같이 서 있을 때 그랬듯이 신족이 인간과 함께 서 있을 때 거인족처럼 보이게 한 부분도 괜찮았는데, 생각해보면 거기다가도 제작비를 꽤 썼을 것 같네요.


배우들은 나쁘지 않았어요. 애당초 연기할 재료가 빈약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뿐, 그들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 주어진 역할은 잘 수행해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는 다음에는 영화 좀 잘 골랐으면 좋겠고, 자야를 연기한 코트니 이튼이 계속 눈에 들어왔는데 참 예뻐서이기도 했지만 어디 다른데서 본 것 같은데 싶어서였어요. 영화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까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에 나왔었군요. 거기서도 이번 비슷하게 헐벗은 차림새였는지라(...) 더 눈에 익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타이탄의 분노' 때도 그랬지만 이만한 제작비를 들이지 않았다면 만들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흥행은 망할 만해서 망했다고 보지만(...) 전 참 즐겁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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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자유로운 2016/03/09 18:18 # 답글

    부수고 죽이는 것에 집중한 영화도 나쁘진 않지요. 머리 비우고 보기엔.
  • 로오나 2016/03/09 20:33 #

    이 영화의 포인트는 부수고 죽이는 것... 이 아니라 판타지적인 볼거리 파트라고 봅니다^^; 부수거나 죽이는건 부수적이지요.
  • 포스21 2016/03/09 20:37 # 답글

    머리 비우고 보면 볼만하다... 이거군요. 혹시 보게 된다면 참고하겠습니다. ^^
  • 로오나 2016/03/09 20:51 #

    머리를 비우는 것도 비우는 것이지만 뭘 보러 가는지 기대치를 맞추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나인테일 2016/03/09 20:49 # 답글

    뭔가 비주얼이 세인트 세이야 비스므리하긴 했습니다만....
  • 로오나 2016/03/09 20:51 #

    그런 디자인들이 매력 포인트지요.
  • 유나 2016/03/09 21:48 # 답글

    그런데, 사람들의 혹평이 쏟아지는 이유중 하나는 감독의 전작들이 꽤나 걸출한 작품이었다는 점도 한 몫 할꺼야.

    다크시티와 크로우... 그리고 노잉을 찍은 사람이 만든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다...liliorz

    그건 그렇고, 해외나 국내나 평론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을 보면... 매우 쓰레기 같은 영화지만 눈을 땔수 없다!...인데 여기에는 나도 크게 공감함.
    사실 나도 꽤 재미있게봄 ㅋㅋㅋ
  • 로오나 2016/03/10 05:31 #

    아무리 감독이 능력이 있어도 각본이 저러면(...) 수정해서 찍어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이거 완전 타이탄 이집트 신화 버전이라 현대적으로 각색하기보다는 신화 내용을 다 넣는걸 우선시한 것 같고, 영상미 면으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느낌인데.

    아이맥스 3D로 못본게 아쉬운데, 아이맥스 3D로 본 지인이 말하기로는 3D 효과가 진짜 쩔고 2D로 볼때 어색하다고 느낀 저 태양신 라조차도 3D 효과로 엄청 멋지게 보인다고...

    노잉은... 마지막 전까진 다 좋았지... 마지막 전까지는...
  • 제트 리 2016/03/09 21:58 # 답글

    전 기대를 하고 보긴 했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매력과 나름 재미 있더군요 ^^
  • 회겐 2016/03/15 17:17 # 삭제 답글

    저도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저 역시 2D로 봤었어서 3D로 안본걸 엄청나게 후회했고
    뒤늦게 3D로 보려고 했더니 이미 다 내려간 상황..ㅠㅠ;
  • 지나가는이 2016/03/18 22:47 # 삭제 답글

    어.. 저도 별 기대안하고 시간 때우려 갔는데 재미있게 봤습니다.
    화려한 건물, 평평한 지구, 그리고 더더욱 화려한 복장, 신들의 변신, 태양신 할배의 포스, 라의 창 등등 이런거 보니까 정말 좋았습니다. ^^
    다만 스토리는... 특히 엔딩이 너무 해피엔딩이에요. 좀 죽여도 좋았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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