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 : 더 피너츠 무비 - 65주년 기념작



하루종일 스눕스눕한 날이었습니다. 스누피 티셔츠를 입고, 스누피 백팩을 등에 메고, 파주에서 머나먼 명동까지 이 영화를 보러 나갔지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아주 흐뭇한 기분으로 지인들과 놀다가 맥도날드 해피밀 스누피 장난감 세트를 어른스럽게(!) 싹쓸이한, 처음부터 끝까지 스누피로 꽉 찬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인근에도 상영관이 있었는데 굳이 명동 CGV까지 나갔던 것은 자막판을 상영하는 곳이 정말 드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주 큰 관은 아니었지만 영화관에 온 보람이 있는 정도의 사이즈는 되는 관이었고, 굳이 오전 11시에 이거 하나 보겠다고 온 관객들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관람 분위기는 좋았어요. 중간중간 몇몇 아이들이 떠들기도 했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누피 아트워크로 가득한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 때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었지요.


우리나라에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원제는 그냥 'The Peanuts Movie'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오래 전, 80년대에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처음 비디오로 나왔을 때도 스누피 시리즈라는 제목으로 나왔었고, 그 후에 TV에서 방송했을 때는 '찰리브라운'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었기 때문에 '피너츠'라는 타이틀이 영 익숙하지 않지요. 이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아이 러브 스누피 : 더 피너츠 무비'라는 제목으로 개봉한걸 보면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2015년만큼 많은 피너츠 상품이 공식으로 나온 해가 없었을 거에요. 65주년을 기념하여 극장판이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콜라보레이션이 있었죠. 총 25권으로 예정된 원작의 완전판도 멋진 양장본으로 출간되기 시작했고요. (관련 포스팅) 팬 입장에서는 정말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한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누피 : 더 피너츠 무비'는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들 찰리브라운과 스누피를 알지만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캐릭터들인지, '피너츠'가 어떤 이야기인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별로 없을 겁니다. 캐릭터의 영향력이 작품을 뛰어넘은 경우지요. 그리고 부끄럽게도 팬을 자처하는 저도 정말 '피너츠'에 대한 기억은 희미합니다. 어린 시절에 본 애니메이션 이후로는 작품을 아주 단편적으로밖에 접할 기회가 없었고 캐릭터 상품에 열광할 뿐 원작을 굳이 찾아서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번 극장판은 저처럼 흐릿해져가는 추억을 지닌 사람들 완전히 새로운 관객들 모두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99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한 보람은 별로 없어요. CG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는데도 놀랄 정도로 원작의 그 느낌이 잘 살아있습니다. 물론 섬세한 머리카락 표현이나 다이나믹한 앵글 등 CG 애니메이션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도 하긴 하지만 큰 보람이 있는건 아니에요.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원작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어서 마치 정교하게 잘 만든 피규어들을 이용해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거든요.

과연 이렇게 많은 제작비를 들일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상의 결과물은 정말 좋습니다.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약간은 새로운 그런 느낌이에요.

내용 역시 좋습니다. 굳이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모두가 알고 있는 찰리브라운과 스누피의 원형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기대하고 간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그리고 피너츠가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런 이야기라고 알려주는 한편이에요. 찰리브라운이 이웃집에 이사온 빨간 머리 소녀에게 사랑에 빠지지만 용기는 나지 않고 뭔가 해보려고 할때마다 불운하게 실패하지요. 보다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다가 코끝이 찡해집니다. 이 한편만으로도 우리는 새삼 찰리브라운과 스누피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에요.


이 극장판은 '아이스 에이지'로 유명한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본편 시작 전에 5분 정도의 아이스 에이지 단편이 부록으로 나와요.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한 작은 짐승의 도토리에 대한 집착이 낳는 거대한 결과를 보는 것이 익숙할텐데, 단언컨대 이번 단편은 시리즈 사상 최대의 스케일을 보여주면서 우주로 뻗어나가니 킬킬거리며 보는 맛이 충만합니다. 이 단편은 극장 스크린에 레터박스가 생기는 화면비였던데 비해 본편은 극장 스크린을 꽉 채우는 화면비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CGV가 마스킹을 안해준다고 투덜거릴 일은 없었군요.


'스누피 : 더 피너츠 무비'는 99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고,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전세계적으로 2억 1천만 달러 가량의 극장 흥행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아직 흥행이 멈추진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제작비대비 나쁘지 않은 흥행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매년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5년 후 70주년 때 같은 퀄리티의 속편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며칠전 포스팅하기도 했던 맥도날드 해피밀 스누피 장난감 5종 세트. 퀄리티가 아주 흐뭇해요. 특히 맨 앞에 나와있는 5번 찰리브라운과 스누피는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각별한 맛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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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체리푸딩 2016/01/08 16:57 # 답글

    저도 어제 메가박스 강남에서 자막으로 보고왔어요.
    보고싶었는데 집근처엔 없어서 강을 건너갔죠ㅎㅎ
    근데 멀리간 보람이 있는 즐거운 영화였어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전부 사랑스럽더라구요.
    특히 패티를 대장으로 따르는 마시가 가장 좋았어요.
    이런 안경케릭터 너무 좋아요^^
  • 로오나 2016/01/08 19:46 #

    패티와 마시는 참^^;;;
  • 플로렌스 2016/01/08 21:59 # 답글

    GS25 스누피 우유 10개 마시고 스누피 65주년 기념 한정 피규어도 받으셔야...!!
  • 로오나 2016/01/08 23:04 #

    어른스럽게 해결했습니다. 저는 어른이니까요! (...)
  • spawn 2016/01/08 23:04 # 삭제 답글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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