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 퀴담' 마지막 투어를 보고 왔습니다


태양의 서커스의 명성은 계속 들어왔지만 실제로 보러 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태양의 서커스의 여러 공연 중에서 1996년에 최초로 선보인 퀴담이 이번 투어를 끝으로 영원히 막을 내린다길래 지인들과 함께 보러 다녀옴.


종합운동장 주차장 쪽의 척 봐도 서커스스러운 텐트. 나오면서 찍어서 사람이 바글바글. 가는 길은 야구경기가 없는 날이라 이 주변을 제외하면 한산한 편이었어요. 야구장의 가게들은 다 불이 꺼지고 사람도 없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고;


퀴담을 비롯한 태양의 서커스 공연들 포스터.


당연히 화장실도 가설 트레일러. 하지만 여러명 들어갈 수 있는 넓이에 수도 시설도 잘 되어있어서 그냥 공중화장실 퀄리티.


티켓. S석을 끊고 갔습니다. 자리가 괜찮긴 했는데 하필 정면 쪽에 기둥이 있어서 잠깐잠깐 시야가 가리던 게 좀 스트레스... 제일 비싼 TR석의 경우는 참가자가 랜덤으로 선택되어서 무대로 끌려나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제 성격에 저기 아니길 다행이다 싶었어요. 심지어 중간에 꽤 긴 관객 참여극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본 것보다 한등급 높은 R석 정도였으면 딱 좋았겠다 싶긴 하네요.


텐트 내부로 입장.


내부 매점들 중에 할리스 커피가 있었는데... 할리스 커피인데 정작 메뉴를 아무리 봐도 커피는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매점.


무대와 관람석은 이런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이 입장하기 전에 찰칵. 저기 있는 저 기둥이 좀 거슬리더란 말이죠.


입장이 시작된 후. 완전 좌우 사이드를 제외하면 거의 꽉 차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태양의 서커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공연과는 많이 다른 공연이었습니다. 전 태양의 서커스에 대해서 으리으리하고 현대적인 무대 시설로 그냥 사람들의 재주만으로는 불가능한 곡예를 보여주는 화려한 쇼... 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퀴담은 그런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주긴 해도 인간의 육체를 극한까지 활용하는 곡예가 메인이더군요. 같이 간 지인이 말해주길 퀴담은 최초의 공연이라 오래된 공연이기도 하고(1996년에 초연이었다고 하니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네요) 제 이미지에 부합하는 공연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에 있는 전용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공연이라고 합니다. 흑.


비록 원래 품고 있던 이미지하고는 안 맞았지만 공연 자체는 무척 좋았습니다. 처음의 자이로부터 시작해서 흔해 보이는 도구를 이용해서 '어? 어어어어어어? 저게 어떻게 되는 거야?' 싶은 그런 묘기가 연속적으로 나오는데다 공중 곡예들은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죽겠다 싶은 아찔한 상황인지라 보고 있노라면 심장이 쫄깃해지더군요. 눈앞에서 살아있는 사람이 직접 저런 곡예를 하고 있다는 상황이기에 느낄 수 있는 스릴이겠죠.

근데 곡예도 좋고 음악도 좋고 연출도 좋지만 뭔가 스토리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게 무슨 스토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는 게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주인공 소녀가 부모 관심 끌려다가 사이키델릭한 세계로 날아가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퀴담'은 익명의 행인이라는 의미의 라틴어고 무관심한 부모를 둔 어린 소녀 조가 빠진 상상 속 세계의 이야기를 그려낸 무대라고 하니 얼추 맞긴 하네요^^;


1시간 정도로 1부가 끝나고 인터미션이 30분. 당연히 10분 정도일 줄 알았다가 좀 당황했습니다. 근데 보는 동안 꽤 집중력을 소모해져서 피곤해지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휴식시간을 길게 주는 게 좋았어요. 쉬는 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고 바람이나 좀 쐬야지... 하고 나갔는데 아차, 밖에는 어딜 가도 사람이 바글거리는 거야 둘째 치고 담배냄새가 안나는 곳이 없었습니다ㅠㅠ 흡연구역을 폐쇄해서 딱 지정해둔 게 아니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군요.


그리고 시작된 2부는 1부보다 한층 더 육체를 극한까지 활용하는 기예들이 주를 이뤘는데, 보면서 눈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사람 몸이 저렇게 구부러지고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기한 한편 뭔가 소름끼치기도 했던 여성분부터 시작해서 몸의 마찰열만으로 서로 거꾸로 붙어있는 남녀는 느릿느릿했는데도 시종일관 긴장감이 떨어지질 않았고, 마지막의 단체 곡예는... 이건 진짜 경공술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파트였습니다. 다른 파트의 경우는 이제부터 이런 곡예를 선보일 거다! 하고 주목도를 높인 다음 힘과 집중력을 모아서 돌입하는데 비해 이 파트는 사람을 휙휙 던져서 2단, 3단 블럭을 쌓듯이 막 위로 올라가는데, 볼거리 면에서도 가장 역동적으로 화려한 볼거리였지만 정말 고도의 기술들을 너무나도 쉽게,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휙휙 해버리니까 거기에 대한 인식이 한박자 늦게 의식을 덮쳐오는 게 재밌었습니다.


원래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긴 했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나중에 태양의 서커스의 다른 공연이 한국에 온다면 꼭 보러갈 것 같네요. 그리고 언젠가는 해외의 전용관에서 제가 막연히 갖고 있던 이미지에 맞는 공연도 보고 싶어요=ㅂ=



덧글

  • 2015/10/08 18:1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ositive 2015/10/08 18:27 # 답글

    전 한 6~7년전 쯤에 내한했을때 봤었는데,정말 좋았습니다.
    음악도 참 좋았어서 cd도 샀던 기억이 나네요.
  • 로오나 2015/10/08 18:35 #

    저도 CD 구매 고민 중입니다. 온라인 서비스가 되고 있지 않더라구요.
  • santalinus 2015/10/08 18:48 # 답글

    CD 사세요. 후회 안합니다. Allegria 도 씨디는 정말 좋았어요.
  • 로오나 2015/10/09 17:57 #

    카트에 넣어두고 고뇌 중입니다.
  • 쩩피 2015/10/09 03:24 # 답글

    바레카이때 타피루즈로 갔었는데 자리가 좋은것도 있지만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때 TR관객 전용 천막에서 간단한 음식과 다과도 주고
    공연이 끝난 후엔 프로그램북이랑 딥디같은 굿즈 다 주더라구요 주는줄 모르고 샀다가 다시 환불한..
  • 로오나 2015/10/09 17:57 #

    이것저것 부가 서비스가 많다고는 하더군요. 근데 역시 공연에 참여로 끌려나갈 수도 있다는 게 너무 강력한 폭탄이라 앞으로도 저 자리는 피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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