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 6년만에 돌아온 낸시 마이어스 감독




'왓 위민 원트'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그리고 '로맨틱 홀리데이'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6년만에 들고 온 신작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여류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대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또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헤서웨이라는 캐스팅도 매력적이었지요.

결과적으로 기대한 만큼 만족했습니다. 관람환경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관은 작았고, 각도가 안 좋아서 목을 꺾어서 봐야했기 때문에 시야 왜곡이 좀 있었고, 마스킹도 안해줘서 좌우에 레터박스까지 있었어요. 솔직히 공휴일이랍시고 티켓값을 만원씩이나 받아먹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열받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중반부터는 그런 환경을 상관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습니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예전부터 나이 든 사람들의 로맨스,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감각이 탁월한 사람이었습니다. 플레이보이로 살았던 한 남자가 여성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왓 위민 원트'가 그랬고 나이 들고서도 젊은 아가씨들이랑 노느라 여념이 없던 부유한 플레이 보이 노인이 독립적인 중년의 이혼녀와 사랑에 빠지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이 그랬죠.

'인턴'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강점이 아주 잘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이 한편에 그녀가 능숙하게 다뤄온 소재들이 아주 좋은 균형감으로 집결해 있어요.


한 회사에서 40년 이상을 일하고 부사장을 지낸 뒤에 은퇴한 70세의 노신사 벤은 아내와 사별한 뒤 자신이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공허감에 시달리다가 시니어 인턴(정년 퇴직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인턴으로 고용하는 제도) 모집 공고를 보고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일터, 도전하게 됩니다. 그 일터는 창업 1년 반만에 직원이 220명이나 되는 성공신화를 이룬 의류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죠. USB 커넥터가 뭔지 몰라서 손자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야 할 정도로 요즘 세대와 괴리되어있던 그는 아무리 봐도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회사 측에서도 어디까지나 사회 공헌 의무 때문에 시니어 인턴들을 채용한 것이지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인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고요.


그런 태도는 CEO인 줄스에게서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녀는 벤 세대의 사람들과 안 맞는 사람이에요. 부모님과의 사이도 안 좋아서 아주 거북스럽게 생각하죠. 자연히 벤은 방치됩니다. 하지만 그는 40년 동안이나 직장생활을 해왔던 사람이고, 부사장까지 올라갔던 만큼 사람을 대하는 재주가 능숙해요. 아무 일도 안 시키고 방치해뒀는데도 얼마 지나고 보니 그는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모두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줄스에게도 점점 그런 사람이 되어가죠.


노년기에 혼자가 되어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공허감에 시달리는 벤과 젊은 나이에 사업을 크게 성공시켰지만 가족 문제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불안에 시달리는 줄스의 관계는 많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두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를 섬세하게 드러내면서도 그들의 연령대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유머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요. 특히 무덤 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최고였습니다. 나올 때마다 영화관이 웃음바다가 되었지요.


이야기도 그렇지만 결말 역시 아주 현대적입니다. 성공한 사업가이면서도 남편이 전업주부인 워킹맘으로서 온갖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하는 줄스가 벤의 도움으로 도달한 결론을 보면서 흐뭇하게 미소 지었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이게 예전의 할리우드 가족 영화였다면? 혹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설정으로 만들었다면?

그랬다면 아마 전혀 다른 결말을 해피엔딩이라면서 강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가족은 소중한 것이고, 여자는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일에만 매달리는 삶은 안 좋은 거니 사업가로서의 열정 따위는 집어치우고 가족에게나 충실하라는 흔해빠진 결말 말이죠.



덧글

  • 울트라김군 2015/09/29 20:13 # 답글

    중간의 그 씬에선 히트에서의 모습이 떠올라서 재미있었습니다[...]
  • 로오나 2015/09/29 20:19 #

    히트는 못봐서 어느 씬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 bullgorm 2015/09/29 21:06 # 답글

    영화 속 벤이란 인물이 40년 이상 한 회사의 '부'사장-사장이 아니라-까지 올라가면서 단련된 사내정치의 달인인지라 지나칠 정도로 상대방이 보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잘 짚어내더군요.. 어찌 보면 램프의 지니를 현대풍으로 어레인지한 환타지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들만큼..
  • 로오나 2015/09/29 21:36 #

    그 정도는 주인공 보정으로^^;

    그것도 그렇고 이 사람이 그저 자신을 위해 계산하는 인물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선의를 가진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죠. 매트의 그 일을 목격했을 때의 태도가 그런 부분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 2015/09/29 21: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9/29 21:3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kiekie 2015/09/29 21:44 # 답글

    이 영화 개봉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주 좋군요. 기대됩니다^^
  • 나츠메 2015/09/30 00:16 # 답글

    둘이 합쳐 에이지 백(100)
  • 미르누리 2015/09/30 23:27 # 답글

    추석연휴에본영화중 제일 재밌었습니다.
  • Jender 2015/10/02 11:01 # 답글

    오 보고 싶네요.^^
  • 괴인 怪人 2018/02/25 16:36 # 답글

    벤 을 너무 능력있게 묘사해서 응 ??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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