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 - 두 명의 감독, 두 개의 쿠키영상




아이맥스 3D로 보고 왔습니다. 초반에는 3D 효과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앤트맨이 되어서 작아지고 마이크로 세계 연출이 시작되면서부터 좋아지더군요.


참고로 이 영화 보러 갈 때 알아둬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면, 쿠키 영상이 둘이라는 점입니다. 스탭롤 도중에 '앤트맨'의 쿠키가 하나 나오고, 스탭롤이 끝나고 나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예고편이라고 볼 수 있는 쿠키가 나와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죽 따라왔고, 계속 따라갈 사람들이라면 놓치면 안 되는 쿠키입니다.


'앤트맨'은 나오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앤트맨의 영화 판권이 팔린 후, 영화화가 이루어져서 대중 앞에 공개되기까지 1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어요. 마블에서 직접 이 영화를 제작했을 때 연출자로 발표되었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12년 전, 그러니까 2003년 당시부터 제작에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마블과의 트러블로 최종 결과물에서는 손을 뗐지만 그래도 엔딩 크레딧에는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것은 처음 각본을 완성했던 것이 바로 그였기 때문입니다.

마블이 마블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처음 에드가 라이트가 완성한 각본에 관심을 갖고 그를 고용했고 그 후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블 크리에이티브 위원회가 MCU에 맞춰서 다른 작가들을 고용해서 수정한 각본을 에드가 라이트가 용납하지 못했고, 양자는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토가 났습니다. 마블이 지금까지 감독들과 빚은 갈등하고 동일한 패턴이었지만 사실상 이 프로젝트가 에드가 라이트에 의해서 시작되었고 여기까지 유지되어왔다는 점 때문에 이 사건을 두고 다른 때보다도 훨씬 많은 논란이 있었지요.

촬영 개시까지 두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에드가 라이트가 나가버리는 바람에 과연 이 영화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스맨'을 연출했던 페이튼 리드 감독이 대타로 나왔고, 결국 예정대로 촬영이 진행되었는데...


결과물은 열악했던 제작 상황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입니다.


경쾌하고 빠른 영화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아요. 진지할 부분에서는 진지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길게 끌고 가는 법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 감정을 받아들였다 싶으면 곧바로 분위기를 환기하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지요. 할리우드 가족 영화에서 챙길 것을 다 챙기면서도 거기에 발목을 잡히지 않는 솜씨가 아주 능수능란합니다.

개미들을 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지는 앤트맨의 능력을 십분 활용한 액션은 신선미가 넘칩니다. 이런 식으로 마이크로 세계를 다룬 작품은 참 오랜만이고, 그걸 요즘 블록버스터 기술로 연출한 것을 보니 정말 멋져요. 무엇보다 굉장히 큰 것을 걸고 싸우는 와중에도 자신들이 다루는 소재의 소박함을 잊지 않는 태도가 좋습니다. 마이크로 세계와 현실 세계가 대비되면서,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얼마나 작은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앤트맨 vs 옐로 재킷의 대결은 이 소재를 최고로 활용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드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개미의 취급입니다. 다른 영화에서 개미가 저런 비주얼로 나왔으면 무섭고 혐오스러워보였을 거에요. 딱히 외형을 데포르메하지 않고 개미 그대로를 보여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는 전혀 의인화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의인화된 것처럼 동화적인 느낌이 들고, 귀여워 보이는 데다가, 심지어 사람 죽이는 것보다 개미를 죽이는 게 더 나쁜 짓처럼 보여요. 악역인 대런이 사람 죽이는 부분에서는 얘가 별로 반드시 족쳐야 하는 악당이라는 실감이 안 드는데 개미를 죽이는 부분을 보면 이놈은 반드시 끝장내야 한다는 기분이 활활 타오르는 것은 잘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내용적으로는 굉장히 단순명쾌합니다. 주인공의 동기도, 행크 핌 박사의 동기도, 그리고 악역인 대런의 동기도 명쾌하죠. 그 안에 있는 드라마도 그렇고요.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복잡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마블의 입김으로 끼어든 MCU와의 연계성 뿐이에요.

각본의 골조는 에드가 라이트의 것을 그대로 두고 MCU와의 연계성을 추가하고, 지금에 와서는 낡아보이는 부분들을 수정하는 식으로 수정판이 나왔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어디가 수정되었는지는 대체로 알 것 같습니다. 낡아 보이는 부분이 어디였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MCU와의 연계성은 노골적이에요. 중간중간 언급하는 거야 별 문제가 없는데 맨 처음에 실드와 아웅다웅하던 것, 중간에 실드 본부로 쳐들어가서 팔콘이랑 아웅다웅하는 것, 그리고 대런의 거래상대로 하이드라가 튀어나온 것도 그렇겠지요. 이런 부분은 MCU를 죽 따라온 입장에서는 즐겁게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동시에 이게 없었다면 영화 완성도가 더 높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복잡한 기분이 들어요.


한편 에드가 라이트가 앤트맨과 결별하게 된 이유를 제공한 마블 크리에이티브 위원회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후일담이 있는데, 최근 마블 스튜디오의 사장 케빈 파이기는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한 쿠데타에 성공했습니다. 원래는 마블 스튜디오가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하부 조직이었고 가장 위에 디즈니가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마블 스튜디오가 마블 엔터테인먼트에게서 독립해서 픽사처럼 디즈니 직속이 되었고, 이로써 마블 크리에이티브 위원회는 더 이상 마블 스튜디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제작에서 불협화음이 줄어들 것을 기대해볼 수 있는 사건이지요.




덧글

  • 알트아이젠 2015/09/07 20:09 # 답글

    기대이상으로 잘 만들었더군요. 저도 보면서 즐거웠습니다.
  • 동굴아저씨 2015/09/07 20:18 # 답글

    일단 아이맥스3D로 봤으니 2D로 다시 보러갈 생각입니다.
  • 포스21 2015/09/08 00:30 # 답글

    전 2d로만 봤습니다. 아무래도 3D안경은 적응이 안되서 , 암튼 상당히 재밌는 작품이었죠. ^ ^
  • 로오나 2015/09/08 17:14 #

    저도 종종 안경 위에 안경을 쓰는게 힘들긴 해요. 그나마 아이맥스 3D는 안경이 커서 다행이지만.
  • Uglycat 2015/09/08 06:23 # 답글

    저도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3D 효과가 잘 나와서 좋았습니다...
    근데 토마스 기관차가 이렇게 호러틱하게 느껴진 적은...
  • 로오나 2015/09/08 17:14 #

    토마스 기관차의 존재감 정말 압권이었죠.
  • spawn 2015/09/09 23:41 # 삭제

    그 옆을 지나가는 거대개미도...
  • 뉴런티어 2015/09/08 17:05 # 답글

    '경쾌하고 빠른 영화'가 된 이유는 에드가 라이트의 공이 컸으리라 감히 짐작합니다.
    마블이 지적한 낡아보이는 부분도 뭔지 예상되는(...)
  • 로오나 2015/09/08 17:14 #

    일단 원래 각본에서는 MCU와 연계가 존재하지 않았고, 호프의 비중은 공기 수준이었으며, 와스프는 아예 안나왔다고 합니다. (양자 영역에 대한 설정도 없었다고 합니다) 에드가 라이트가 하차한 후로 에반젤린 릴리가 하차를 고민하다 결국 죽 가게 된 이유가 호프의 비중이 만족스럽게 늘어나서였다고 하더군요.

    스토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행크 핌과 스콧의 관계는 에드가 라이트의 각본 그대로라고 하고요.
  • 잠본이 2015/09/11 23:52 # 답글

    개미를 cg로 구현할 때 실제 개미보다는 그래도 덜 징그럽게 미묘한 수정(...)을 가했다고 들었습니다.
    개미를 이렇게 호감가게 그려놓는 영화도 흔치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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