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 개봉 당시에는 그냥 지나친 영화인데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관심이 생겨서 뒤늦게 봤습니다.
제작비 1억 2천만 달러가 들어간 블록버스터인데, 정작 영화를 보면 전혀 블록버스터스럽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정적이고 그 안에서 다루는 드라마의 스케일은 단편에 가까워요. 일단 등장인물도 얼마 안 되는 데다가 스토리도 고전 SF 단편스럽지요. 전 당연히 원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찾아봤다가 원작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인지 보다 보면 이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만들었어야 할 영화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공간을 대폭 줄이고 액션 파트를 들어낸 다음 드라마에만 집중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만한 예산이 투자되어야만 만들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최대의 강점은 영상입니다. 작은 규모로 만들어서는 도저히 이런 영상미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거에요.
지극히 미래적인 느낌으로 다듬어진 SF 테크놀로지 영역의 영상이나, 파편화되어 떠오르는 과거의 영상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도 지금보다는 훨씬 싼티났을 겁니다. 주인공과 그의 파트너가 생활하는 거점은 정말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주거지를 고스란히 구현해놓은 것 같은 장소죠. 특히 공중 수영장 장면은 정말 걸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멸망 이후의 지구는 저예산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는 비주얼을 보여줍니다. 외계인 침략자와의 전쟁으로 멸망한 세계를 이토록 아름답게 보여주는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었어요. 그 영상미는 정말로 매력적이라서, 긴 호흡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겨울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홀린듯이 바라보게 되더군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만큼 SF 테크놀로지에 관련된 비주얼은 그럴싸하고, 중간중간 격렬한 액션 장면들도 들어가 있지만 액션 파트는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정적이고 우아한 영화의 성격과는 따로 놀아서 블록버스터급 예산을 쏟아부었으니 의무적으로 이 정도는 넣어줘야한다고 만들어놓은 것 같아요.
고전 SF스러운 아이디어가 가득한 이야기는 SF 좀 봤다 하는 사람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진 못합니다. 반전들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꼼꼼하게 연출된 드라마는 차갑고 우아한 영상미와 맞물려서 군데군데 소름끼치는 감각을 선사합니다. 결말만 해도 작중에서는 무척 낭만적인 분위기로 그려졌지만 저는 상당히 오싹하더군요.
아,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조셉 코신스키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걸 왜 개봉 당시에 안봤나 생각해봤더니 감독 때문이었지 참. '트론 : 새로운 시작' 때문에 별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은 감독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보니 그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게 되는군요. 하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결과물에 대해서 감독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건 너무한 노릇이겠고, 창작이라는 것은 하다 보면 잘 나오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해도 잘 안되는 작품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잘된 작품이 얼마나 있냐, 평균적으로 얼만큼 해주냐가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되는 것이고.
덧글
음악과 미술은 멋졌습니다. 특히 다프트 펑크의 음악은(오블리비언의 M83의 음악도 멋짐)...
마이클 베이는... 음. 마이클 베이죠. (...)
그리고 단순한 프로토콜의 일상.... 공중주택... 카우보이 비밥의 소드피시를 클라식 실내악으로 바꾼 듯한 멋진 비행체
덕후들의 심장을 노리는 깨알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액션신들이 재미 없었어요
출판만화<카페 알파>를 오블리비언 풍으로 만들면 대박일 것 같네요 액션 빼고 외계인도 빼고 쌈박질도 빼고....미국사람들에겐 너무 심심하려나? 아바타의 성공사례도 있으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