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 피가 끓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아이맥스 3D로 보고 왔습니다. 3D 효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훌륭하더군요. 화면의 입체감도 그렇고 몇몇 장면은 노골적으로 튀어나오는 효과를 노리고 만들어졌는데 정말 화면 저편에서 튀어나오는 느낌이 듭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본 적은 없고 전부 간접지식만 갖고 있었습니다. 사막에서 폭주족이나 데스메탈 생각나는 룩의 미친놈들이 기름이나 물을 두고 다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과 비주얼의 시초 같은 작품이라는 것, 북두의 권 역시 여기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 등등.

하지만 30년만에 돌아온 네 번째 작품을 보는데는 아무런 장벽이 없었습니다. 그냥 예고편 보고 어떤 분위기인지만 파악하고 와도 충분해요. 전편들도 그리 연결성이 깊었던 것은 아니며, 이번에는 배경을 제외하면 이어지는 부분을 찾기 어려운 리부트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합니다. 군데군데 전편들을 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오마쥬가 있는 모양입니다만 모르는 입장에서 '저게 뭐지?'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노골적인 부분도 없습니다. 모르면 아예 안 보이고, 안다면 보이는 절묘한 수준으로 묻혀놓은 거죠.


완성도와는 별개로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영화입니다. 일단 배경이나 비주얼부터가 그렇고 작품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작품 분위기는 어둡고, 잔인하고, 그러면서도 격렬해요.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빵터지는 부분들, 그래도 붉은 기타리스트의 존재 같은 것들이 있긴 한데 역시 밝거나 유쾌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요.


스토리상에서 직접적으로 설명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배경에 대해서 갖는, 아마도 매드맥스가 처음 만들어냈을 클리셰에 기대서 아주 심플한 구도를 짜놓고 영화 전체를 추격과 전투로 꽉 채워놨어요.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가 캐릭터와 드라마를 설명하는 방법입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액션 비중이 높은 이 영화는, 액션을 단순히 볼거리로만 만들어놓은 게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써먹어요. 자막이나 대사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정보는 거의 없지만 거의 쉴새도 없이 몰아치는 액션과 카체이싱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저기서 싸우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공백으로 남아있는 부분들은 상상력으로 채워넣게 되지요. 그래서 러닝타임 내내 액션이 가득한데도 그 속이 이야기로 꽉 차 있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액션은 정말 멋집니다. 사람끼리 치고 받는 부분은 별로 없고 거의 대부분이 카체이스에요.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한번 절정기를 맞이했다가 파괴된 문명을 배경으로 하기에 가능한... 카체이스이면서 동시에 공성전에 가까운 창의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결과물입니다. 태양의 서커스 출신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는 장대씬의 경우는 보는 내내 감탄만 나오더군요.


이 영화가 요즘 추세를 따르지 않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날로그 스턴트 비중을 굉장히 높게 잡았던 것은 유명합니다. 물론 촬영한 영상을 영화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CG가 쓰이긴 했지만, 그건 요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비중이라고 하지요. 그렇게 찍은 결과물 자체가 멋지기도 하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 과정을 적극적으로 어필했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저게 블루스크린 배경에서 안전하게 찍고 나서 CG로 합성한 게 아니라 배우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개고생해가면서 찍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리고 그런 인식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되죠. 보면 볼수록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정말 고생하면서 찍었다는 느낌이 들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으아, 조지 밀러 옹, 지금 연로하신 할머니 배우들한테 무슨 짓을 시키는 건가요.

이건 현실의 제작 과정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a 가 되어주는 경우입니다. 요즘은 무엇이든 CG로 만들고, 현실과 합성해낼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달해냈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크게 다가오지요. 왠지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톰 크루즈가 부르즈 할리파 빌딩을 직접 올라가더니 이번에는 이륙하는 비행기에 진짜로 매달린 것이 생각나기도 해요. 아무리 대단한 장면이라도 CG로 합성했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보게 되지만 실제로 미친 척하고 위험을 감수했다고 하면 전혀 감상이 달라지지요.


크리스토퍼 놀란도, 톰 크루즈도, 그리고 조지 밀러도 디지털 기술이 극한까지 발전한 시대에 다시 아날로그로 회귀하여 '실제를 담는' 작업에 집착한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얼마 전에 몇년 전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이유를 실감했는데, 당시에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생각한 CG가 지금 와서 보니 어색함이 보여요. CG 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서 3년 전 영화나 지금 영화나 이제 연출이나 아트워크가 문제지 실사와 매칭해놓는 구현 수준 자체는 개찐또찐으로 보이는데, 그건 당시의 체감이고 지금 것과 3년 전 것을 같이 놓고 비교해보면 또 수준차가 보이는 거에요.

최전선의 블록버스터 영화는 늘 우리눈의 한계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지금 와서 보면 옛날 CG라는 느낌이 확연합니다. 애니메이션이라면 모를까, 실사 배경 속에서 활약하는 실사 배우들과 함께 보여져야 하는 CG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수명이 짧아요. 하지만 실제를 담았다면 적어도 그런 걱정에서는 해방되지요. 디지털 기술이 극한에 도달한 지금 굳이 아날로그 촬영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조지 밀러 옹은 30년간 쌓인 울분을 풀듯이, 피가 끓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멋진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30년간 수많은 좌절을 겪으면서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것에 경의를 표하며, 부디 속편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터넷의 누군가가 만든 복고풍 포스터 보고 뿜었음. 완전 잘 어울려!



덧글

  • silever 2015/05/25 17:19 # 삭제 답글

    제가 아바타를 본 이후로 CG 찬양론자가 됐었는데,

    반대로 트랜스포머 4를 포면서 CG에 대해서 한동안 학을 뗐습니다. 지금도 트랜스포머4 보면 폭발신이 어마어마어마하게 부자연스러운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폭발만 따로 일어난다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매드맥스처럼 아날로그식 연출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지 제가 멀미가 좀 심해서, 4DX는 보다 보면 속이 좀 안 좋더군요 ㅜㅜ
  • 로오나 2015/05/26 14:31 #

    CG 기술의 성숙도는 굉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날로그 촬영이 의미를 갖는 거겠죠.
  • ㅁㄴㅇㄹ 2015/05/25 17:35 # 삭제 답글

    확실히 취향을 타는 영화인 게 같이 본 제 친구도 재미없다고 그러고 영화 끝나고 나올 때 주위에서 욕하더군요.

    잘못 작성한 윗댓글은 삭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로오나 2015/05/26 14:31 #

    일단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비주얼부터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좋아하는 사람은 굉장히 좋아하지만요.
  • dd 2015/05/25 23:52 # 삭제 답글

    확실히 스턴트가 빛을 발하더군요. 매드맥스 보고 어벤져스2보니 CG가 어찌나 튀던지... 역시 쌩(?) 액숀은 다르구나 싶었ㅎㅎ
  • 로오나 2015/05/26 19:26 #

    물론 그렇게 찍은 결과물을 요즘에 걸맞는 때깔로 빚어내는데는 디지털 기술이 공이 컸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런 제작 과정 자체가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재미 일부가 되지요^^
  • 킨키 2015/05/26 09:17 # 답글

    영감님이 디스크에 흑백버전도 수록할 거라고 하시네요
    흑백버전이라도 딱 하나는 빨간색으로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로오나 2015/05/26 14:32 #

    어느걸 말씀하시는지 알겠습니다. 흑백 버전이라니 그건 또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 고양고양이 2015/05/27 08:52 # 답글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ㅎㅎ 빨간 기타맨의 기타도 진짜 불꽃이 나가는 연주가능 기타라고해서 깜놀..;;
    아무리 CG가 좋아져도 아직은 실사를 못따라가는 것 같아요
  • 로오나 2015/05/31 14:57 #

    붉은 기타맨 그는 진정한 주인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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