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 키아누 리브스가 다 때려죽이는 영화



통칭 개저씨라 불리는 '존 윅'을 보고 왔습니다. 상영관이 별로 없어서 내리기 전에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젯밤에 동네에서 봤는데, 내리기 전에 보길 잘했군요. 참으로 뻔한 영화지만 극장에서 집중해서 즐기는 맛이 흡족한 영화였어요.


아내가 선물한 반려견을 잃은 키아누 리브스가 다 때려죽이는 영화.


요약하자면 그게 답니다. 그 이상의 내용은 없어요. 정말 개저씨라는 말이 딱입니다.


초반에는 그가 왜 그토록 분노해서 날뛰게 되는지, 그 동기를 공들여서 보여주고 그 다음부터는 찾아가서, 싸우고, 죽이죠. 사실 존 윅은 지금은 은퇴했지만 범죄계의 거물도 벌벌 떠는 전설적인 킬러였고, 설령 수십명을 보낸다 하더라도 죽는 것은 존 윅이 아닙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뻔한 내용이고, 전개상 아주 작은 반전들이 있는 정도이지만 그것도 별로 놀랍진 않아요. 하지만 진부하건 10초 앞에 보이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죠. 왜냐고요?


아직 안봤잖아요.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존 윅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지 보지 않았잖아요. 이 영화에서 이야기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더라도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겁니다.


때로는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에요.


그래도 감독들의(데이빗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 두 감독의 공동 연출입니다) 능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영화를 광고할 때 '반려견을 위해서 거대한 범죄조직을 다 때려부순다'고 하면 왠지 납득이 안 갑니다. 거기에다가 죽은 아내가 마지막으로 선물한 반려견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고 하더라도, 주인공이 그냥 또라이 같잖아요.

초반에 동기 부여 부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납득이 가게 만들어놨어요. 그래. 저런 일 당하면 복수해야지. 거대 범죄조직 그까이꺼 다 때려부술 수도 있지! 이런 식으로 그 이후에 존 윅이 벌일 일들에 충분히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거죠. 보통 액션 영화에서 이런 부분에 공을 들이면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게 최고의 미덕이에요.


의외로 속도감이 넘치거나 격렬함이 폭발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감정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액션 부분마저도 그래요. 사실 액션은 좋긴 했는데 그렇다고 엄청 감탄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키아누 리브스는 액션 배우로 유명하지만 매트릭스 때부터 그리 액션을 잘한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여기서도 묘하게 그런 면이 있어요. 존 윅이 하는 짓 자체는 숙련된 살인자의 그것인데 연기하는 키아누 리브스는 어딘가 어벙한 구석이 있는 거죠. 액션의 합은 잘 짜놨는데 배우가 그걸 완벽하게 수행하지는 못하는군, 그런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종종 보입니다. 편집이나 연출도 무척 세련되어서 집중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지만 대신 폭발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고요.


어디선가 본듯한, 적당히 허세력 넘치는 킬러들의 세계는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존 윅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배경입니다.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많은 설명을 해주지는 않지만 우리는 대충 척 하면 착 하고 이건 이런 설정이고 저건 저런 설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분쟁이 금지된 중립지대 호텔이라거나, 금화를 받고 시체를 치워주는 전문업자 같은 존재들 말이죠. 그런 배경 대신 현실감 넘치는 배경을 갖다놨으면 영화 분위기가 영 이상했을 겁니다.


정말이지 키아누 리브스로 시작해서 키아누 리브스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물론 달리 말할 수도 있겠죠. 개로 시작해서 개로 끝난다고. 반려견은 좋은 겁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덧글

  • 루나루아 2015/01/28 13:25 # 답글

    ...아 보고싶네요. 왜 난 존웍 글마다 이런 뻘댓글을 쓰게 되었는가. CGV 아니, 배급사가 나쁩니다. 으엉으엉...
  • 로오나 2015/01/28 13:47 #

    상영관이 없긴 없죠. 근데 이게 별로 규모가 큰 영화가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함.

    하지만 CGV가 나쁘다는데는 동의합니다. (어?)
  • 바른손 2015/01/28 13:56 # 답글

    동네 극장에 새벽시간대에 있어서 참 보고 싶은데,어렵네요.ㅠ_ㅠ
  • 로오나 2015/01/28 14:00 #

    저도 심야 영화를 고려했는데 다행히 시간이 나서 저녁걸로 봄...
  • nenga 2015/01/28 14:46 # 답글

    개가 참 똘똘하고 귀엽더군요.
    존윅의 분노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여자 킬러는 마지막에 그럴 걸 왜 그랬는지...

    비슷한 장르(?)의 이퀄라이저도 봤는데 이것도 괜찮더군요.
    여기 주인공이 존윅보다 솜씨가 좋더군요.
  • 로오나 2015/01/28 15:43 #

    그쪽도 볼까 생각중이에요. 그쪽은 클로이 모레츠가 흑발 콜걸로 나오는데 너무 예쁘더군요.
  • 듀얼콜렉터 2015/01/28 16:39 # 답글

    50살인데 진짜 아직도 동안이라 뱀파이어 설이 너무 설득력이 있더군요 쿨럭.
  • 로오나 2015/01/28 16:43 #

    지인이 보고 오더니 '수염 없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랬는데 아마 수염 없었으면 훨씬 더 젊어보였겠죠.
  • Edmond 2015/01/28 18:08 # 답글

    내려갔어요ㅠㅠ 큰화면으로 보고싶었는데 말입니다ㅜㅜ
  • rumic71 2015/01/28 21:18 # 답글

    중국계 혼혈로 헐리웃에서 키아누보다 더 성공한 사례가 과연 있을까 싶습니다.
  • ghd8 2015/01/28 21:45 # 답글

    액션도 그렇고...영화가 뭔가 둔탁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아저씨에 비해서)
  • 창천 2015/01/28 21:54 # 답글

    보고 싶네요. 근데 근처에 상영관이 남아있을지...
  • pyz 2015/01/28 23:59 # 삭제 답글

    개인적인 감상은 아저씨에서는 총 없는 액션이 많고 그 액션 동작들이 멋지게 구성되었었는데 존윅은 너무 총만 난무하는지라 개인적으로 액션은 그렇게 괜찮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아저씨의 나이트클럽 대결이라던지 마지막 나이프 대결 같은건 정말 기억에 남는데 존윅은 액션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단 말이죠...
  • Fiello 2015/01/29 00:02 # 삭제 답글

    이 영화의 교훈은 " 자식농사는 잘 하자..." 인거같습니다=ㅅ=)b
  • Uglycat 2015/01/29 07:00 # 답글

    개인적으로 잡맛을 확 뺀 내용이라는 게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 로오나 2015/01/29 13:46 #

    내용적인 면에서는 진짜 뭐 없을 정도로 쿨하죠. '어차피 다 알고 왔잖아?' 이런 뻔뻔함이에요.
  • Active 2015/01/29 13:36 # 답글

    배경이 화려하진 않아서 극장가서 볼만할까 생각했는데 좀 과도하다싶게 음악이 쿵쿵대고 그에 따라 액션도 쿵쿵대니 그리 흥겨울 수가 없더라구요 ㅋㅋ 클럽온느낌이랄까 ㅋㅋ 음악덕에 제가 본 액션영화중에 가장 흥겨웠던 것 같았 ㅋㅋ
  • 로오나 2015/01/29 13:45 #

    영화가 키아누 리브스를 주인공으로 한 뮤직비디오스러워요. 그래서 내내 키아누 리브스 영상 화보처럼 멋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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