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펜더블3 - 젊은 애들은 필요없어




업계에서 구를 만큼 굴러본 왕년의 액션스타들의 동창회 영화, 쯤으로 요약할 수도 있는 익스펜더블 시리즈 그 세 번째.


북미 쪽에서는 고화질 동영상이 일찌감치 유출되어서 초반 흥행에 타격이 컸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초반 평도 좋진 않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배급사가 배급을 제대로 안한건지 밀린건지 제대로 된 상영관 찾기가 어렵더군요. 제가 다니는 극장들은 아예 상영을 안하거나, 하루에 세 번 정도만 그것도 아주 작은 상영관에서 틀어주거나... 그 정도였습니다. 아무래도 다음주에는 볼 수 있는 상영관 찾기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 후딱 보고 왔어요.


3편은 2편보다는 1편에 가까운 분위기입니다. 2편이 영화적 진지함 따위는 어딘가에 갖다버리고 스토리가 있는 버라이어티물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던데 비해서 훨씬 각 잡고 진지한 척 영화를 만든 것이죠. 전 1편에서도 이게 쓸데없는 노력이었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로 좋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간게 아니라 거기 모인 배우들을 보러갔습니다. 영화 속에서 어떤 백스토리를 가졌고 어떤 성격으로 설정된 인물이건 그건 별로 상관 없어요. 우리는 바니 로스가 아니라 실베스타 스탤론을, 스톤뱅크스가 아니라 멜 깁슨을, 트랜치가 아니라 아놀드 형님을 보러 간 것이니까.

하지만 3편은 그들을 영화 속 인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부질없는 노력을 계속합니다. 이게 제대로 굴러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진지하게 몰입할 만한 스토리와 분위기를 마련해주면 되죠. 하지만 이런 기준으로 보면 이 영화는, 1편이 그랬듯이 합격점을 주긴 어렵습니다.


영화는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이 혼재해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좀 지루합니다. 캐릭터들이 무게잡고 진지한 영화 속 캐릭터인 척 할 때마다 재미가 없는 점이 1편과 똑같아요. 다만 1편 때는 영화가 어떻건 그냥 이런 영화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던데 비해 이번에는 그게 세 번째 반복되고 있는데다가 더 심각한 문제까지 자리잡고 있지요.


캐릭터들의 활용도 2편보다 나쁩니다. 척 노리스가 인터넷 농담을 날리면서 무쌍 찍고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브루스 윌리스가 한 자리에서 같이 총질하던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이 시리즈에 바라는 모든 것인데, 다들 영화속 캐릭터인 척 진지한(하지만 별로 좋지는 않은) 각본에 따라서 움직이다 보니 팔다리가 묶여있어요.

그중에서도 최악의 활용도를 보여준 것은 이연걸입니다. 이연걸 데려다 놓고 옥상에서 총질만 시킨다니 이게 무슨 삽질이야. 2편에서도 이번과 똑같이 카메오 수준의 비중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훌륭하게 쿵푸 액션 스타라는 정체성을 살려서 활용해줬다고요. 이연걸의 활용은 진짜 비명을 지르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앞서 나열한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영화의 젊은 애들이에요. 2편에서는 모두들 뻔뻔하게 내달리는 와중에 영화 속 캐릭터인 척 하는 훈남 저격수 리암 헴스워스가 있었고 그의 캐릭터를 아주 잘 써먹었죠. 이번에는 모두가 진지한 척하는 와중에 젊은 애들을 네 명이나 투입했는데 그들의 비중이 너무 큽니다. 우리는 이런 애들 보러 간 게 아니라 동창회하는 형님들을 보러 갔는데 얘들이 설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형님들의 활약상을 다 잡아먹어요. 마치 외국인 스타가 내한한 기념으로 열린 팬 이벤트에 갔더니 한국 연예인들이 나와서 설쳐대는 것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니 이쯤 되면 이 영화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수준의 단점이지요.


그래도 악역만큼은 정말 좋았습니다. 멜 깁슨은 왠지 그 혼자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감이 각별해요. 마지막도 정말 강렬했고요. 최후의 한마디는 한동안 잊을 수가 없을 것 같군요.


웨슬리 스나입스가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멜 깁슨 만큼은 아니지만 이익을 본 캐스팅입니다. 웨슬리 스나입스는 초반 오프닝 시퀀스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 후 멋진 활약상이 그려졌고,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캐릭터가 좋더군요. 해리슨 포드도 부족하다 뿐이지 나쁘지는 않았고.


불평불만을 잔뜩 늘어놓긴 했지만, 전 이 시리즈가 계속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3편 초기 흥행이 영 안 좋아서 과연 4편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덧글

  • 소시민 제이 2014/08/23 12:02 # 답글

    익스펜더블은 노장투혼을 보려는거지, 애들 놀이 보려는게 아니죠.
    그럴거렴 다른 액션영화를 보죠.
    (사실2가 멋졌던게 아놀드+스텔론+윌리스로 구성된 일제사격이죠.
    꿈의 장면 아닙니까? 터미네이터와 람보와 맥클레인이 한번에 적을 쓸어버린다는건.)
  • 로오나 2014/08/24 18:46 #

    2는 자신들이 뭘 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요.
  • 알트아이젠 2014/08/23 12:35 # 답글

    저는 되려 웨슬리 스나입스님이 제이슨 스타뎀님과 포지션도 좀 겹치고, 초반의 잡입액션도 후반에 풋 사과(?)들이 담당해서 생각이상으로 인상이 약해보였습니다.
    그래도 안토니오 반데라스님은 취향이 좀 갈려도 나름 괜찮았고, 해리슨 포드님은 척 노리스만큼은 아니라해도 적절한 백업 포지션이더군요.

    그나저나 이연걸님의 비중 보면, 성룡 형님이나 견자단 형님이 왜 출연안한다고 했는지 절로 알 것 같습니다.
  • 로오나 2014/08/24 18:46 #

    이연걸은 진짜...
  • 다져써스피릿 2014/08/23 13:43 # 답글

    이연걸은 진짜 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들은바로는 1편에서 자신의 위치나 비중이 불만족스러워서 2편에서는 안 나오겠다는걸 스탤론이 사정사정해갖고 이연걸이 자기 무술팀 끌고 초반에 그 멋진 격투씬만 찍고 즐촬~ 했다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다면 3편에는 대체 왜 나온건지;;;;;;; 주먹질 한 번 안 하고, 아놀드랑 썰렁조크나 날리고.......
  • 로오나 2014/08/24 18:47 #

    2편처럼 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진짜 해도해도 너무하더군요.
  • 라쿤J 2014/08/23 14:11 # 답글

    4편 계약서에 성룡성님이 사인 했다는 소문이 돌던데 과연 진실일지....아니 솔직히 진실이고 홍콩 경찰로(!) 등장했으면 좋겠어요!
  • 로오나 2014/08/24 18:47 #

    익스펜더블은 안하고 다른 프로젝트라면 하겠다고 했다는 소리도 있고...
  • 닥슈나이더 2014/08/24 01:40 # 답글

    반데라스~~~ 역시 푸스 인 부츠~~!!!
  • LONG10 2014/08/24 13:18 # 답글

    젊은 피는 구식 액션과 신식 액션을 비교하려 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원한건 첩보물이 아니고 꽝꽝 떄려뿌쑤는 영화였죠.
    뭐 일단 새로운 영감님들이 잘 뽑혀 합격점 정도는 줄 수 있겠습니다.

    전직 고고학자이자 밀수업자이자 대통령은 주름살이 좀 충격적이라 저렇게 늙었나 싶었는데 역시 액션보다는 왕년에 천년매호 몰던 솜씨를 보여주고,
    블레이드는 장검대신 단검을 휘두르는게 좀 아쉬웠는데 쿠크리나 마체테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반데라스는 데스페라도가 아직도 기억에 남은데다 가르소가 너무 수다스러워 스텝롤 나올 때까지 누구인지도 몰랐네요...
    볼 때까지 맥시코 출신으로 알아서 스페인 출신이란 말에 눈치채지도 못 했고요.

    그럼 이만......
  • 로오나 2014/08/24 18:47 #

    기타케이스를 들고 나왔어야 했어요.
  • Uglycat 2014/08/24 18:07 # 답글

    전 오늘 보았는데 'YB의 재롱잔치가 된, OB의 액션쇼'란 인상이었어요...
  • 로오나 2014/08/24 18:48 #

    너무 젊은 애들 비중이 컸죠.
  • 봉병장군 2014/08/24 18:11 # 답글

    글쎄요;;;; 스텔론 성님이 나오는 작품상 연작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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