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다크니스 - 셜록 홈즈 vs 절세무공 벌칸권



스타트렉 시리즈를 리부트하는 '스타트렉 : 더 비기닝' 이후 4년만에 돌아온 2편. 감독인 J.J 에이브람스는 물론이고 주연 배우들도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시리즈는 고향별이 파멸하는 비극을 겪은, 감정을 배제한 극한의 논리적 사고방식 위에서만 절정지경에 이를 수 있는 우주 절세무공 벌칸권의 계승자인 스팍이 지구에서 발원한 4천년 역사의 신공절학 엔터프라이즈를 터득한 캡틴 커크와 만나 좌충우돌해가며 성장해가는 우주 SF 기갑 무협 로망입니다. 전편에서 평행차원을 넘어온 또다른 자신과 만나는 기연을 통해 벌칸권의 조화지경을 엿본 스팍은, 이번에는 최첨단 유전자 공학에 의해 셜록 홈즈의 유전자 지도를 베이스로 탄생한 중2병 수퍼솔저 칸에게 맞서서 우주를 지키게 되죠. 커크가 방사능으로 인해 자신의 단전이 파괴되는 절망을 각오하면서 함선 폭발로부터 모두를 구해내는 부분이나 스팍이 칸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내공의 차이로 궁지에 몰리면서도 벌칸권의 절초 신경 꼬집기를 이용해 상황을 반전시키는 부분은 액션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


...이라는 건 당연히 개뻥인 거 다들 아시겠고. (야)


스포일러분을 포함하고 있으니 안 보신 분은 주의.


전 전작보다 재밌게 봤습니다. 전작이 시리즈를 리부트하면서 기반을 깔아둔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그걸 이용해서 후속작의 미덕을 제대로 챙긴 느낌. 전작은 올드 스팍이 등장하는 부분이 상당히 무리수라고 느꼈고(올드 스팍이 등장한 것 자체는 올드팬들을 위한 서비스 폭발! 이라는걸 이해하겠는데 그 전개 자체가 마치 올드 무협에서 절벽에서 떨어졌더니 거기에 수백년 전 전대 기인이 마치 주인공의 존재를 알고 안성맞춤으로 준비해둔 듯한 기연이 기다리고 있었어! 수준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도 매끄럽게 잘 만들긴 했지만 인상깊게 와닿는 부분은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면에서 전작보다 좋더군요. 게다가 짚어야 할 부분은 확실하게 짚으면서도 마치 물처럼 흘러가서 132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이 그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영상 면에서 전작보다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엔터프라이즈호를 비롯한 우주에서의 볼거리도 그렇고, 오래된 것과 미래가 혼재해 있는 도시의 비주얼도 그렇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장면들이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어요. 여전히 함대전 같은 건 거의 없는 건 아쉽지만요. 이번에는 함대전이 있긴 한데 그게 위기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도구지 그 자체로 근사한 시각적 쾌감을 주진 않았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전편에서 깔아둔 기반을 이용, 캐릭터성을 어필하고 캐릭터간의 관계를 이용한 드라마도 능수능란하게 뽑아내고 있습니다. 스팍의 캐릭터성은 여전히 최고에요. 볼 때마다 스팍을 대하는 작중 인물들이 보이는 반응에 깊게 이입하면서도 동시에 피식피식 웃게 되는, 존재 자체가 진지한 개그인 호섭이 머리지만 스타일리쉬한 사나이! 그리고 언제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때문에 그게 무너지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자신의 죽음조차도 초연하지만 그의 죽음 앞에서는 그럴 수 없더라... 아, 왠지 이 부분에 가서는 일부 취향의 여성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적나라합니다. 노렸구나, 제작진! 사실 커크와 스팍의 클라이맥스는 정말 뻔한 신파고, 뒤에 일어날 사건의 복선 또한 심하게 노골적으로 뻔한데도 감정적인 연출이 잘 되어서 찡하더라고요. 다만 제가 뻔한 신파 드라마에 약한 사람이라는 걸 감안하긴 해야겠습니다. 같이 본 지인은 시공간에 오그라들어서 괴로웠다고 하니. (...)


스팍이야 존재 자체가 이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인 남자고, 그외에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이번에는 역시 스코티 아저씨! '고작 하루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도대체 뭔짓을 했기에 이 모양 이 꼴이 된거야아아아아아!' 라는 비명에 절절하게 공감했습니다. 크흑. 그래요. 엔터프라이즈호는 당신이 없으면 안 됩니다, 스코티 아저씨.


전편에서 올드팬들을 열광시켰던 올드 스팍은 이번에도 스쳐가듯이 등장하는데... 스팍과 올드 스팍과의 대화로 우리는 칸이 올드 시리즈에도 등장했던 악역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J.J 에이브럼스는 여전히 이 시리즈가 패러렐 월드를 채택한 리부트라는 것을 이용해서 원작의 요소들을 갖고 노는데 열중한 모양. 그런데도 올드 스팍을 제외하면 이 시리즈만 본 저 같은 관객도 딱히 어색하게 튀어보이는 구석이 없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놨다는 점이 대단해요. 보통 이런건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들이 있고 그건 원작을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문제가 안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올드 스팍 아저씨 츤데레 쩌는군요. 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일은 가르쳐줄 수 없어. 그러니까 칸에 대한 정보는 따, 딱히 네 운명을 바꿀 정보라서 알려주는 게 아니라구! (...)


이번에 악역으로 나온 칸은 영국 드라마 '셜록'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죠. 설정상으로 유전자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초인이고 혼자서 액션 영화 주인공 놀이를 해도 될 정도로 강력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설정 때문에 영화 보면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부분이 발생하는데, 도대체 스팍은 어떻게 이 졸라 짱 센 양반과 대적하는가. 완전 무장한 적들을 17대 1로도 이길 수 있는 칸의 손아귀에 중간에 두개골이 부서질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고통을 전달하는 수법은 그야말로 우주 절세무공 벌칸권! (야)

...뭐 결국 육탄전에서는 패했고 우후라가 마비총을 몇발이나 갈긴 후에 짱돌... 아니 짱철(...)로 뒤통수쳐서 쓰러뜨린 것이긴 한데, 저 엄청난 타격력으로 맞고 어디 부러지거나 하지 않은 건 그럴 수도 있겠다 쳐도 처음에 달리기로 쫓아가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장애물이 워낙 많아서 속도를 못냈다~라고 하기에는 잘도 달려가던데, 칸의 육체능력이 넘사벽으로 우월하다면 주력도 차이나야 정상이지. 번칸인이 분노 폭발하면 초-벌칸인으로 각성하는 게 아닌 한에야. 이 부분은 그냥 전송장치를 써서 특정 좌표로 몰아넣었다고 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그외에는 스타트렉 워프 설정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의아했던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엔터프라이즈호가 워프해서 도주하자 마커스의 함선이 쫓아와서 공격할 때. '우리 워프 속도가 더 높아!' 하면서 워프를 쫓아오는 건 그렇다 치겠는데 거기서 빔 병기 날리니 맞는 건 좀 이해가 안갔습니다. 앞서가서 뒤로 쏘는 것도 아닌데 저건 왜 맞는 걸까. 이거 초광속으로 나는 거 아니었나. 하이퍼 스페이스 설정은 아닌 걸로 기억하는데... 그 상태로 통신하는 건 이 시대에 개발된 새로운 통신기술이 있어서라고 치고 워프 설정이 뭔지 궁금해지더군요.


어쨌든 상당히 재미있게 봤으니 3편은 좀 빨리 나와주길 기대해봅니다. 4년은 너무 길었어. 근데 문제는 그 전에 J.J 에이브람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7'을 만들거라는 사실이죠.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를 모두 제패한 사나이. 그쪽도 기대하긴 하겠는데 왠지 이쪽 3편이 또 하염없이 늦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아, 참고로 이 영화 쿠키 영상 없습니다.






덧글

  • 동굴아저씨 2013/06/01 18:41 # 답글

    다른 스포일러는 다 견딜 수 있지만 쿠키영상이 없다니~~~!!!!!!!!!!!!!!!
    ....
  • 로오나 2013/06/01 18:51 #

    누가 있다고 해서 끝까지 두근거리며 기다렸다가 '속였구나 인터넷!'을 외침.
  • 창검의 빛 2013/06/01 18:49 # 답글

    사실 스팍이 그렇게 강한건 졸라 짱쎈 초능력자라 그런겁니다. 지금은 능력을 대다수 봉인한 상태죠.(......)
    http://mirror.enha.kr/wiki/%EC%82%AC%EC%9D%BC%EB%9F%AC
  • 로오나 2013/06/01 18:50 #

    과, 과연...!
  • 가라나티 2013/06/01 18:52 # 답글

    아. 일단 설정상으로는 벌칸인이 인간보다는 신체적으로 우월합니다. 덕분에 칸하고도 비슷하게나마 싸울 수 있었겠죠.
    그나저나 무협지 비유가 너무 적절해서 감복했습니다...
  • 로오나 2013/06/01 18:55 #

    감사합니다.

    근데 벌칸인의 스펙이 지구인보다는 높다는걸 감안해도 저건 쫌... 치고받는 부분에서 어느 정도 버틴 거야 그렇다 치겠는데 달리기로 따라잡은 부분이 제일 납득이 안감; 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 군중속1인 2013/06/01 19:31 # 답글

    원작에서는 스팍이 죽었다 살아나죠 ㅋㅋ 그리고 이걸보니...함장이 머리가 까지는 이유가 방사능때문이라고 납득을...
  • 잠본이 2013/06/03 23:21 #

    많은 분들이 착각하고 있지만 대머리 함장은 커크와 별개 인물입니다(...)
  • 창천 2013/06/01 21:13 # 답글

    무협지 비유가 너무 적절하네요(...)
  • ㅋㅋㅋ 2013/06/01 21:43 # 삭제 답글

    인간은 스타트렉 주요 등장 종족 중 가장 신체스펙이딸리는데 고작 20세기의 기술로 유전자 조작을 받은칸이 벌칸을 줘패버리는걸 보면 유전자 조작의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ㄷㄷ
  • 로오나 2013/06/02 23:31 #

    원래 수퍼솔저면 그쯤 해줘야죠. 근데 액션 영화 주인공 찍는 파트도 그렇고, 지구에 떨어진 후에도 30미터나 뛰었어! 하고 놀란걸 보면 칸의 신체스펙이 넘사벽이긴 한듯. 설정상으론 말이죠.
  • 에규데라즈 2013/06/03 19:33 #

    도미니언이 침입해서 개발한걸지도 ...
  • 도루몽 2013/06/01 22:33 # 삭제 답글

    음 일단 트랙 팬으로써 설명 드리자면 광속 상태에서 빔병기인 페이져는 쓸수 없지만 광자폭탄이라 불리는 포톤어뢰는 발사가 가능한 화가 꽤 있었네요.
    거기다 본편에서 칸은 무려 수백년잔의 쿠빌라이 칸. 미래에 살아난뒤 뒤에 뛰어는 전술능력으로 유전자 조작인간들과 협력 엔터프라이즈 탈취 그리고 극장판에서(다른) 스팍을 죽이죠. 이 올드 무비에서 커크가 카아아안! 외치는건 아직도 명장면. 스팟으로 바뀌었지만. 여하툰 시리즈팬으로서 간간히 나온 패러디및 적절한 반전이 좋었던 영화네요.
  • 로오나 2013/06/02 23:31 #

    쿠빌라이 칸....; 와, 설정 진짜 올드하군요.

    근데 광자폭탄은 쓸 수 있다니 그것도 좀 이상한데... 아니, 쓰는건 그렇다 치고 초광속으로 진행 중인데 앞으로 가서 뒤로 쏘는 것도 아닌데 그게 맞을 수가 있나-ㅅ-;;;
  • 잠본이 2013/06/03 23:22 #

    쿠빌라이 칸이라는 소린 또 처음 듣는군요. 칸 누니엔 싱은 원작 설정상 1990년대 사람입니다만(...)
  • 유빛 2013/06/01 23:47 # 삭제 답글

    전 스타트렉의 팬이 아닙니다. 사실 본 것도 별로 없어요. 그러다 초반에 님이 적어놓은 뻥(!)을 보면서 '아니, 무슨 이런 카오스가!!!'라고 진지하게 생각했단 말입니다!!! ㅠㅠ
  • 로오나 2013/06/02 23:32 #

    감사합니다. 또 하겠습니다.
  • Uglycat 2013/06/02 13:18 # 답글

    벌칸족의 비기 너브 핀치마저 씹어버리는 칸의 위엄이란...
    하여튼 오늘 저도 보았는데 가장 스케일이 큰 버디무비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 로오나 2013/06/02 23:33 #

    결국 승리의 열쇠는 더러운 커플의 뒤치기 + 짱돌... 아니 짱돌권. 요약해놓고 보면 거의 아리랑치기 수준이었습니다. 뒤에서 스턴건으로 지지고 앞에서 짱돌로 찍어... 와, 이 잔인한 커플 같으니. (...)
  • 잠본이 2013/06/03 23:25 # 답글

    벌칸권의 그 공격기술은 감각전이는 아니고 비공 찌르기에 가깝습니다.
    하도 유명하다보니 개그의 소재로도 쓰일 정돈데 저렇게 유용하게 나올줄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 모 자동차 광고에서 원조스팍이 이 기술로 젊은스팍을 기절시키는 명장면이 나오죠 OTL)
    http://www.youtube.com/watch?v=WPkByAkAdZs
  • 로오나 2013/06/12 03:46 #

    그렇다면 그야말로 절초! 로군요.

    설정이 어떻게 되나요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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