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뒤늦게 보고 왔습니다. 간만에 아이맥스도 3D도 아닌 영화를 보다 보니 같이 본 일행들이 '표값이 이거밖에 안해?' 하고 깜짝. 아아, 그냥 2D 디지털로 봐도 되는 좋은 영화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 원작이고 앤 헤서웨이가 미국 방송에 나와서 마지막 스포일러를 때린 영화인데 무슨 상관이냐 싶기도 합니다만. (...)


뮤지컬 영화는커녕 뮤지컬을 안본지도 한참 되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좀 낯설었습니다. 처음에 죄수들이 배를 끌어내는 장면은 무척 인상 깊었는데 장발장이나 자베르가 노래하는 부분에선 확 깨더군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은 그 유명한 장발장 은촛대 에피소드 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거기까지도 신부가 장발장에게 노래하는 부분에서 무서웠거든요.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습니다. 시대가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사랑받고 있는 거겠지요. 캐릭터 개개인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별로 납득이 안가는 부분들도 있지만요. 전 여전히 보자마자 눈 맞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에, 그리고 분명히 주역이었을 코제트가 성인이 된 후에는 마리우스가 사랑하는 예쁜 엑스트라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베르는 도대체 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 그저 슬쩍 스쳐간 죄수 장발장에게 집착이 그렇게 쩌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이 건에 대해서는 취향이 특정 계통으로 치우친 지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실은 사랑?' 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해석이 살짝 공감이 갈 정도라니까요. (어이) 그외에는 도대체 왜 장발장은 과년한 딸의 방에 야심한 밤에 찾아가면서 옷 앞섬을 풀어헤치고 갔는지 심히 미스터리어스. 그 장면을 보고 '이거 뭔가 이상한데!?' 라고 생각한 게 저만은 아닐 겁니다. (...)


영상이나 미술은 내내 좋았습니다. 어느 화면이나 꼼꼼하게 살펴보는 맛이 있었어요. 굳이 뮤지컬 영화를 만든 만큼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뮤지컬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는 동안 내내 집중력의 기복이 꽤 컸습니다. 어떤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눈길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은 반면, 지루한 부분은 아무리 애를 써도 집중이 안되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건 내용이나 연출상의 문제는 아니고 온전히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휴 잭맨이 연기한 장발장이, 그리고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자베르가 단독으로 길게 독백 형식으로 노래하는 부분은 집중하기가 힘들었어요. 단독으로 노래부를 때도 그랬고 다른 이와 합창이 되면 문제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었고요. 그렇게 집중력이 깨진 상태에서 다른 이의 노래가 들려오면 느슨해졌던 정신이 갑자기 확 깨는 기분이 들더군요. 왜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의 노래를 단점으로 짚는 사람이 많았는지 영화를 보니 이해가 가는데... 전 휴 잭맨 쪽이 비중이 많은 만큼 더 문제를 크게 느꼈습니다. 표정을 통해서 감정은 잘 전달되는데 노래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는 게 참 안타까울 정도였어요.

이 둘을 제외하면 비중 있는 사람들의 노래는 다 좋았습니다. 앤 헤서웨이의 판틴이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코제트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도 다... 에필로그의 단체 합창 파트는 특히 좋았고요. (원곡은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였는데 영화 OST에서는 통째로 에필로그에 같이 들어갔죠) 헬레나 본햄 카터의 테나르디에 부인이나 사챠 바론 코헨의 테나르디에도 불만은 없었는데 이 둘이 나오는 부분 자체가 좀 적었으면 싶긴 했어요. 딱히 많이 보고 싶지 않은 캐릭터들이었거든요. 얘네 보여줄 시간이 있으면 어린 코제트와 장발장의 이야기를 아니, 하다 못해 큰 코제트라도 좀 더 보여줘! 근데 아무래도 원작 뮤지컬에서부터 곡이 있는 캐릭터들이다 보니 많이 나오더군요.


작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어린 코제트를 연기한 이자벨 알렌. 이전까지 아무런 경력도 없고 학교에서 연극 활동을 했는데 그 연극 감독이 애를 오디션 보게 했는데 덜컥 붙었다고... 어린 시절의 다코타 패닝이 생각나는 외모인데 포스터 때부터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영화 속에서도 그렇습니다. 노래도 아주 선명하게 와닿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지 궁금해지네요.

배우는 그렇다 치고 캐릭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에포닌. 보면서 내내 참, 울고 싶었어요. 가사도 하나하나가 어쩌면 이 여자 이리도 불쌍한지. 어린 시절을 좀 더 자세하게 보여줬다면 코제트 때문에 밉상이었을 거고 대비가 좀 더 확실했을 것 같기도 한데, 그 부분이 후딱 지나가다 보니 그저 불쌍하게만 보이는군요. 보다가 살짝 눈물 짓고 말았습니다.


여담이지만 보면서 가장 공감 갔던 장면은 혁명 전에 마리우스가 사랑에 빠져서 넋놓고 사랑을 이야기할 때, 혁명동지 친구가 '이놈 지금 뭔소리를 지껄이는겨?'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거. 와, 정말 완벽한 표정 매칭이었죠. 분명히 보는 동안 저도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겁니다.







덧글

  • 창천 2013/01/17 19:07 # 답글

    레미제라블은 아직 안 봤네요. 근데 내용을 모른 상태로 보는 게 나을 것 같더군요.
    레미제라블의 내용을 알고 계신 어머니께서 친구분과 보고 오셨는데, 재미가 줄더라는 얘길 하셨거든요.
  • 루디안 2013/01/17 20:31 #

    워낙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옮긴 영화라 대부분 내용은 알고 갈 거라 생각됩니다.
    자베르의 집착이나 코제트의 사랑, 장발장의 성공은 원작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되요.
    그 부분들은 분량을 확 줄여놓았기 때문이죠.
  • 잠본이 2013/01/17 21:50 #

    원작 모르면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빛의 속도로 사랑에 빠지는게 진짜 뜬금없이 보입니다(...)
  • 미리내 2013/01/17 19:47 # 삭제 답글

    솔로곡도 없는 코제트...
    역시 이쁘고 착한 에포닌이 진리입니다(?).
  • Uglycat 2013/01/17 20:22 # 답글

    이번 주부터는 아이맥스 버전도 상영한다네요...
  • 루디안 2013/01/17 20:36 # 답글

    1. 장발장이 코제트 침실 찾아간 장면을 보고 같이 간 일행은 '이거 키잡물이었어?'라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ㅋㅋㅋ

    2. 성인 코제트 분량은 뮤지컬 원작에서는 지금보다 많았다는데 좀 민폐녀같은 분위기라서 삭제된 게 나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도 계시더군요.

    3. 사실 에포닌 부모는 죄가 있어도 에포닌은 죄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 큰 에포닌에게 설득이 되어서 그런 거겠지만요.

    4. 앤 헤서웨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할지는 몰랐죠..... 그 철없던 공주, 철없던 비서 역할이 워낙 기억에 크게 남아서요...

    덧 : 이 영화에 스포일러 주의를 달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춘향전 영화 줄거리를 누가 말한다고 해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것처럼요....
  • deadline 2013/01/17 20:40 # 답글

    미묘하게 사람들이 헷갈려하는게, 중간에 봉기 때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과 마지막 에필로그의 Finale는 곡은 같지만 가사가 다른 다른 곡이죠.
  • 김갱 2013/01/17 21:23 # 답글

    저는 오늘 세번째 보고도 아직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하겠어요. 너무 방대한 영화라 ㅠ
  • 잠본이 2013/01/17 21:53 # 답글

    에포닌 어헝헝 에포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코제트는 어릴때가 훨씬 나았다는게 솔직한 심정... 아만다를 맘마미아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되게 궁금하더군요 OTL
  • pyz 2013/01/17 23:20 # 삭제 답글

    노래야 뭐 원래 뮤지컬에 이미 곡들이 다 정해진거라 별수 없지요. 뮤지컬은 브로드웨이하고 런던공연 다 가서 보고 온지라 영화에서는 무대에서 볼수 없는 현실감 정도밖에 찾을게 없긴 한데....이야기를 듣고보니 안보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 남선북마 2013/01/17 23:27 # 답글

    확실히 노래는 여배우들이 우월하더군요..
    여배우들 독창시작하면 정신이 확들면서 집중이 되는데.. 남자배우는 몇몇부분에서 지금이 대사인지 독창인지 은근슬쩍 넘어갈 뻔 했구요..
    첨 볼때는 이거 뭐지.. 했는데.. 기념공연보고 필 꽂혀서 한번 더보고.. 뒤늦게 유행되길래 한번 또 보고 500만에 3명분 보탰군요..
  • 본디 2013/01/18 01:42 # 삭제 답글

    에포닌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위고가 글을 쓸 때, '악의 한가운데서도 선함은 자라난다.'라는 테마를 잡고 그려낸 캐릭이다보니 원체 눈물나는 캐릭. 프랑스에서도 에포닌 진히로인설이 꾸준히 나오고 말이죠,ㅎㅎ
  • ㅇㅇ 2013/01/18 13:06 # 삭제 답글

    에포닌-가브로쉬가 남매라는 설정은 왜 지웠나 모르겠습니다. 원래 대본엔 있었는데 생략한듯..그래서 가브로쉬가 에포닌의 죽음을 보고 충격 받은 눈을 하는 장면이 되게 뜬금없이 보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영상에서 맘에 들지 않았던건 지나친 클로즈업샷 ;;....배우 표정 보여주고 싶었던건 알겠지만 카메라가 클로즈업말고 과연 다른 기능은 없었던것인지 ㅠ
  • visit 2013/11/07 13:12 # 삭제 답글

    정 보여주고 싶었던건 알겠지만 카메라가 클로즈업말고 과연 다른 기능은 없었던것인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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