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한지 그리 오래되진 않은 걸로 기억하는 홍대 블랙스미스. 종종 이름을 들어본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이었는데 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가게가 생기면서 건물의 인상이 확 바뀌었는데, 1층에 코코 브루니가 있다 보니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입구에 '금강빌딩'이라는 글자가 참 안 어울려보임.
이하 여기에 가게 된 과정. 약간의 왜곡이 있습니다. (...)
출판사 담당자님 : 일도 끝나셨고, 새해인데 얼굴 한번 뵙죠. 모님도 같이.
저 : 에이, 날도 추운데 어딜 나가요. 좀 따뜻해진 다음에 뵈어요.
출판사 담당자님 : 밥 사드리겠습니다. 맛있고 비싼 걸로.
저 : ...콜!
...사실 원래는 다른 가게를 노렸다가 거기가 점심영업을 안하는 바람에 포기. 다른데를 떠올렸으나 날씨는 춥고 거리는 멀고 길은 미끈거려서 그냥 가까이 있고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이 가게에 갔던 것이었습니다.

내부. 꽤 넓은 편. 근데 4인석 테이블은 좀 더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세명이서 앉아서 요리 놓다 보니 꽉 차는 느낌이라.

기본 세팅. 메뉴판이 꽤 두꺼운데 와인 종류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식사 메뉴도 상당히 다양합니다. 그냥 봐서는 잘 감이 안 잡혀서 서빙하는 점원에게 추천 메뉴를 물었는데 싹싹하게 설명 잘해주시네요. 좀 독특해보이는 메뉴도 많이 추천해주셔서 한번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집 와서 이런걸 시키다니 내 돈 내고 왔어도 이랬을까? 싶은 도전정신이 빛났죠=ㅂ=
다만 단점은 런치 메뉴가 딱히 없고 세트 구성도 없어서 전부 단품이라는 거? 보통 평일 점심에 오는 메리트를 런치 메뉴, 세트 등으로 만들어주기 마련인데 여긴 그런게 없이 그냥 스트레이트하게 승부하는군요. 가격대는 좀 높은 편인데... 뭐 그래도 식품위생법 개정에 따라서 부가세 별도가 아닌 포함된 최종가긴 하지만.

주문을 하고 나서 바로 보이는 주방 쪽의 조리하는 모습 구경하며 찰칵. 강력한 화력으로 불이 확확 올라오는 거 보는 재미가 있군요.


제일 먼저 나오는 따끈따끈한 식전빵과 피클. 빵이 살짝 쫀득하기도 해서 맛있었습니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순식간에 홀라당. 우린 물어보진 않았는데, 빵은 리필이 안되고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듯.

음료수가 먼저 나오네요. 블루베리 에이드, 자몽에이드(이 둘은 6000원)와 콜라.(3500원) 에이드는 탄산음료로 리필이 되고 탄산음료도 그냥 리필 가능.

점원이 취향을 물었을 때 크림 파스타를 부탁해서 추천받은 블랙스미스 파스타. (17500원) 가게 이름이 붙은 걸 보니 이게 가장 대표 메뉴인가 봅니다. 표고버섯, 그린피, 베이컨, 양파가 들어간 크림 파스타로 크림 소스가 진해서 맛있었어요. 먹으면서 빵을 남겨뒀다 크림소스 찍어먹을걸, 하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면이 두 종류인 것도 재미있는 부분. 일반 파스타 면과 오징어 먹물 파스타 면으로 보이는 검은 파스타 면이 같이 있는 게 강렬하더군요.

씨푸드 리조또. (18900원) 토마토 소스로 만든 해산물 리조또. 제가 토마토 소스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좀 취향에선 벗어났습니다. 일행은 좋아했지만요.



누룽지 파스타. (19900원) 해물 누룽지탕 + 파스타라는데... 와, 나온 순간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대충 이런 이미지를 상상하긴 했지만 실로 이탈리안 분위기의 공간에서, 다른 이탈리안 메뉴들 사이에 이게 등장하니까 위압감 쩔어;ㅁ; 뭔가 번짓수를 잘못 찾은 것 같은 녀석이다! 먹다 보면 매콤한 해물 누룽지탕 그 자체고 거기에 파스타 면이 들어가있는데, 먹어보면 왠지 격하게 밥이 땡깁니다. 아래쪽에 누룽지가 가라앉아있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면만으론 부족해! 추운 날씨에 최고이긴 한데 이거 이런데서 팔아도 되는 메뉴인가 싶어서 막 웃김!

세팅부터 눈길을 끈 피자. 삼발이 받침대에 올려두고 아래쪽에 불을 켜서 보온을 해주네요. 보온효과가 아주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비주얼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그리고 이 피자의 정체는 바로 골든 김치 피자! (두둥) 가격은 17900원이고 도우는 얇지만 크기는 제법 괜찮은 수준입니다. 볶은 김치소스, 황금링처럼 들어간 고구마 무스가 들어간 피자인데... 처음 이걸 추천받고 주문했을 때는 상당한 괴식을 각오했어요. 근데 막상 먹어보니 어? 이거 괴식이라기보다는 의외로 정상적인 피자맛이다? 김치맛이 아주 안나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엄청 강한 것은 아니라서 무난하게 괜찮았습니다. 괴식을 각오한 입장에서는 외려 좀 실망스러울 정도로요. 하긴 모 아니면 도인 메뉴를 자신 있게 권하진 않겠지만서도;
가격대는 좀 높은 편이지만 크림 파스타가 무척 맛있었고, 누룽지 파스타가 강렬했습니다. 블랙스미스의 경우 지인들에게 지점마다 좀 차이가 많다고 들었는데 홍대점은 좋네요. 다만 오픈한지 얼마 안됐으니 현 시점에서 좋은 게 앞으로도 죽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는 있을듯. 프렌차이즈는 어디나 오픈 버프라는 게 있기 마련이니까요.
덧글
빠네가 리필이 안된다면 그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