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 300년 동안 중2병인 은발의 미청년



스포일러가 좀 있습니다.


아이맥스3D로 보고 왔습니다. 3D 효과는 굉장하군요. 드림웍스의 3D 기술은 매번 신작이 나올때마다 새로운 최고점을 찍고 있습니다. 이전의 애니메이션 3D가 층층이 심도를 달리 해서 원근감을 줬다면 이 작품은 모든 장면에서 모든 것들의 원근감이 그냥 자연스러워요! 그 원근감이 주는 시각적 쾌감이 대단하기 때문에 기왕 볼거면 아이맥스3D로 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비록 CGV가 주말 아이맥스3D 관람료를 17000원씩이나 받아먹긴 하지만요.


영상은 황홀합니다. 초반부 영상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어요. 일단 각 캐릭터들과 관련된 장소들은 전부 깨알 같은 재미가 넘쳐나지요. 산타의 기지는 하나부터 열까지 버릴데가 없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물론 배경만 훌륭한게 아니라 액션도 훌륭해요. 잭 프로스트가 쓸데없이 다이나믹하게 붕붕 날아다니는 것을 쫓아가는 화면 앵글은 스파이더맨을 연상케했고 샌디는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운데다가 필요할 때는 스펙터클하기까지 합니다. 모두에게 왕따당하는 부기맨도 어둠의 대마법사다운 연출들이 근사해요.

다만 이 영상을 보여주는 균형감은 굉장히 안 좋습니다. 초반에다가 모든 것을 다 때려박아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초반은 그저 영상미에 홀려서 보게 되는데 그 후의 영상미는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연출도 그렇고 패턴상으로도 초반을 열화 복제해온 것 같아요. 차라리 초반부에는 소품과 배경, 후반부에는 스펙터클하고 다이나믹한 액션으로 나눠서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첫인상이 좋고 점점 하락세를 타는 것보다는 첫인상이 좀 떨어지더라도 마지막이 근사한 게 다 보고 나올 때 좀 더 멋진 것을 봤다는 기분이 들기 마련인지라.


내용은 미묘해요. 영상도 그렇지만 초반에는 우와! 하다가 중반으로 가면 상당히 시큰둥해졌다가, 후반부에 약간 만회를 해서 미묘한 느낌으로 끝나버립니다. 보통 이런 류의 작품이 흥행하려면 애들이 봐도 단순하게 재미있고 어른이 보면 좀 더 깊게 볼만한 그런 균형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애들이 보면 난해하고 어른이 보면 좀 많이 손발이 오글거리는 그런 느낌인데다 중반부가 많이 지루했어요. 게다가 이야기의 핵심부도 좀 미묘한 것이, 가디언들이 싸우는 이유가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숭고한 싸움이라기보다 이미 자신의 존재를 건 신앙과 생존의 문제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보다 보면 부기맨의 악의와는 별개로 가디언들의 행동이 아이들의 꿈을 지키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묻고 싶어지거든요. 막판에는 '지저스 샌드맨 믿고 구원받으세요'라는 문구가 떠올랐을 지경입니다.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런 설정을 선택한 건진 알겠는데 잘 와닿게 풀어낸 것 같진 않아요.


많은 여성분들이 좋아하시는 주인공 잭 프로스트는... 음. 왜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아요. 그는 300년 동안 중2병에 걸려있는 은발의 미청년입니다. (...) 처음 대사부터 시작해서 전 제가 중2병 스타일의 라이트노벨 대사를 낭독하는걸 듣고 있나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살아 생전 갈색 머리일 때는 그리 미청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나 사후 은발로 탈색하여 미청년이 되니, 역시 배색이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라푼젤도 황금빛 장발일 때는 그토록 아름다워보였다가 갈색의 짧은 머리가 되니 영 별로였죠.

같이 보러 간 일행이 이 잭 프로스트의 캐릭터도 북미에서 흥행을 못한 이유 중에 하나 같다는 의견을 냈는데, 들어보니 그럴싸하기도 합니다. 미국 드라마에서 이런 외모의 캐릭터가 나오면 일단 게이로 보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런걸 별로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데, 여기서는 그런 캐릭터가 나와서는 연애도 안하고 심지어 자신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여동생을 구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현실에서는 남자애를 구하지 않느냐, 하더라고요. (...) 뭐 실제로 미국 부모님들이 그런걸 애들에게 보여주길 기피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워낙 두 캐릭터의 중2병 싱크로율이 높았던 고로 만약 부기맨이 미청년이었으면 순백의 잭 프로스트와 흑암의 부기맨 구도로 BL 돋는 느낌이 강렬했을 것 같기는 합니다. (먼 산)


전 이 작품 예고편을 볼때마다 쌍검을 든 산타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라, 산타의 활약이 별로 없는 것에 무척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샌디는 나오는 부분마다 모두 좋았습니다.




덧글

  • 에반 2012/12/05 11:52 # 답글

    가디언즈 실제 주인공 샌디설.txt 까지 나올정도더라구요 ㅋㅋㅋ많이 귀여웠나봐요 ㅎ
  • 로오나 2012/12/05 12:21 #

    짱 귀여워요.
  • 2012/12/05 12:17 # 삭제 답글

    잭프로스트 캐릭터를 지금의 형태로 바꾸지 않고 초안 그대로 갔으면 아마 같은 대사를 들어도 별로 중2스럽단 느낌은 못 받으셨을 겁니다. 성질 대박 드럽게 생겼거든요 (.......) 부기맨보다 더 무섭..

    개인적으로는 가디언들이 뭘 수호하는지 납득도 가고 재미도 있게 보기도 했어요. 다만 아시아인의 입장에서 샌드맨과 이빨요정과 부활절 토끼, 부기맨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이나 추억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동심의 공통 분모가 북미 관객하곤 좀 다르다고 해냐하나...
  • 로오나 2012/12/05 12:23 #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보다가 갈수록 납득이 안간 케이스입니다. 이야기가 마치 신들의 신앙세력다툼, 혹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뉘앙스로 변해버려서...
  • Miren 2012/12/05 12:29 # 답글

    3d 효과를 전 라푼젤보다 잘 못 느끼겠더군요.

    그렇다고 다시 2d로 보라고 하면 3d로 볼 거 같긴 하지만 아바타라든지 라푼젤에 비하면 3d효과는 그렇게까지..

    샌디맨의 진주인공설은 지지하고.

    산타를 가장 기대했는데 역할이 없었던 것도 동감입니다ㅠㅠ

    예고편만 봤을 때 산타가 주인공이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잭 프로스트의 스킬?은 얼음보다 번개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 로오나 2012/12/05 21:08 #

    상영관의 차이인지는 모르겠는데, 초반에 산타 기지 보여줄 때부터 3D 효과는 자연스럽게 쩐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내린 결론은 산타는 주인공인 줄 알았더니 퀘스트 NPC였고 샌디는 Gm이었음. (...)
  • 창천 2012/12/05 14:27 # 답글

    모든 영상미를 초반에 퍼부은 느낌이군요(...)
  • 로오나 2012/12/05 21:08 #

    초반에 과잉화력으로 때려부어서 나머지에서 보여줄게 없었다... 는 느낌입니다. 클라이맥스급 영상미가 넘쳐나거든요 초반에.
  • 화호 2012/12/05 14:33 # 답글

    저도 3D로 봤는데 어지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 로오나 2012/12/05 21:08 #

    앵글이 다이나믹한 3D는 일반 상영관에서 보면 멀미날 가능성도 높죠. 어두워서... 기왕 3D로 볼거면 밝고 화사하고 화면 큰 아이맥스로!
  • lolcats 2012/12/05 14:34 # 삭제 답글

    소재는 정말 좋았는데...
    스토리가 받쳐주지 못했던 게 아쉽네요.
  • 회색인간 2012/12/05 14:41 # 답글

    헐 산타느님이 활약 안해요? 헐 전세계 슈퍼스타를 놀리다니.....
  • 로오나 2012/12/05 21:08 #

    엄청 활약할 것 같았는데 현실은ㅠㅠ
  • 사과홍차 2012/12/05 14:51 # 답글

    저도 이영화오늘세번째보러가지만스토리때문이라기보단 순전히 캐릭터때문입니다ㅜ
    캐릭터설정이 매력적인데비해 스토리를못뽑았어요
  • 로오나 2012/12/05 21:09 #

    잭 프로스트 캐릭터는 여성분들이 많이 좋아하시더군요. 격하게 애정하시는 분들이 제 주변에도 많음.
  • 사과홍차 2012/12/05 15:45 # 답글

    잭프로스트자체는 북이에서도 인기가좋다고들은것같은데정확히는잘모르겠습니다 일단구글만돌려도 벌써팬아트가쏟아지는게 코어팬은확실히잡은것같아요 자칫 마이너들을위한 영화가될지도모르겠다는생각이드는데 외전이나 후속편으로다듬어져나왔으면하는바람입니다
  • 로오나 2012/12/05 21:10 #

    특정 계층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대중적인 인기는 별개니까요. 무엇보다 지인이 문제삼았던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할 부모님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일단 북미에서는 흥행도 완전 기대 밑이었고...
  • DAIN 2012/12/05 19:39 # 답글

    별상관 없지만 만랩 잭 프로스트 http://pic.twitter.com/7jBNTynG
  • Miren 2012/12/05 20:07 #

    누군가 이걸 링크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 Uglycat 2012/12/05 23:45 # 답글

    주먹왕 랄프나 기다려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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