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왜 이제야 개봉한 건지 이해가 안 되는 영화. 북미에서는 무려 작년 3월에 개봉,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흥행도 성공했고 평도 좋았는데... 개봉규모가 작았던 영화거나 혹은 흥행이 망했던 영화였으면 이해를 하겠는데 그게 아니라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속사정이 궁금해집니다. 상영관 찾기 힘들었어요. 제가 놀러다니는 동네에서 하는 데가 딱 두 군데 있고 둘 다 작은 관에 상영시간대도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먹으면 인간의 뇌가 가진 잠재능력을 극한까지 끌어낼 수 있는 알약으로 인해 인생이 바뀐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은 독특하진 않지만 매력적으로 보이는 소재였고, 브래들리 쿠퍼라는 배우도 제법 좋아하는 데다가 로버트 드니로가 악역으로 나온다길래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만족했습니다. 닐 버거 감독의 영화는 '일루셔니스트'를 TV에서 중간중간 좀 본 게 다였는데, 무척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주는군요. 테크노 스릴러물 하면 감성이 두드러지기보다는 명쾌하고 예리한 느낌의 영상으로 긴장감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오히려 풍부한 색감의 변화, 그리고 초현실적인 연출을 주저없이 사용해요. 가장 처음에 타이틀 로고를 띄울 때부터 쓰이는 무한 확대 기법(마치 스트리트 뷰를 계속 확대해서 보는 듯한)을 비롯해서 군데군데 좀 연출 과잉이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그런 연출을 즐기는 맛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인간은 뇌의 20% 밖에 쓰지 못하는데 이 알약을 먹으면 100%를 쓸 수 있다!
...는 오래된 개뻥, 아니, 캐치프라이즈라고나 할까? 하여튼 그런 소리와 함께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던 주인공에게 수상한 알약이 주어지는데 그걸 먹어보니, 오, 맙소사, 정말 뇌가 극한으로 활성화되면서 무시무시한 집중력과 학습능력, 기억력, 분석력, 응용력이 발휘됩니다. 당연히 주인공은 계속해서 알약을 원하게 되고, 먹어서 인생이 변하고, 따라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점점 위험한 곳에 빠져들어가게 되는 그런 이야기지요. 저한테 브래들리 쿠퍼는 항상 좀 느끼함이 좔좔 흐르는 부유하고 뻔뻔한 미남자 같은 이미지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루저 인생을 살고 있을 때도 제법 그럴싸하게 잘 어울려요. 얼굴은 멀쩡한데 꿈만 크고 현실에서는 꾀죄죄한데다 인생 제대로 못사는 그런 놈이라는 이미지가 딱입니다. 하지만 약 먹고 깔끔해지고 럭셔리해졌을 때 마치 원래 입던 옷을 입은 것처럼 딱 맞는 이미지로 변신하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군요.
루저 인생을 살때의 주인공은... 아, 솔직히 제 입장에선 정말 보면서 안구에 습기가 차는군요. 재능 없는 작가. 한번도 출판 못해본 작가. 머릿속에는 뭔가 대단한 게 있는데 모니터 앞에 앉아있다보면 아무리 기를 써도 한줄도 쓸 수 없는... 옆에서 닦달 받을 때는 금방이라도 쓸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해야 할 때가 되면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절절합니다.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다들 한번쯤은 겪어봤을 그런 상태이고, 당연히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그걸 알아서인지 아주 리얼한 느낌이에요.
다른 것보다는 주인공의 인생이 변화하는 과정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사실 그 약이 위험한 물건이고 그것에 의존하다 보니 감당 모할 일을 계속 키우게 되어서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던가 하는 건 그냥 구성 요소일 뿐이에요. 다만 작가로 살고 싶어하던 놈이 왜 갑자기 더 큰걸 하고 싶다면서 돈을 움직이는 놈이 되려고 했는지는 좀 납득 안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며칠만에 뚝딱 베스트셀러급을 써내는 놈이라면 그냥 차분하게 글을 써도 인생 대박이 날 수 있었을텐데. 그 학습력과 응용력이면 나중에는 영화로도 팔아먹고 영화계에도 진출하고 그럴 수도 있었을 거고. 물론 그러면 이야기가 안됐을 거고, 창작 쪽은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작중에 '책 언제 나오냐?' 라고 물었을 때 '내년' 이라고 대답하죠. 미국의 큰 출판사에서 제대로 팔아보겠다고 런칭하는 거라면 마케팅 스케줄부터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모양입니다) 당장 넘치는 이 능력을 활용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폭발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에서 크게 한방 먹여준 건 엔딩이었습니다. 우와, 이렇게 뻔뻔할 수가. 보통 이런 내용이면 마지막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파국을 맞이하던가, 혹은 거기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정도일 것 같은데 이건 정말 뻔뻔하게 가버리네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말이 됩니다. 이 알약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현대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저렇게 되는 게 옳아요. 그래서 전 실소하면서도 이 엔딩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덧글
뻔한 권선징악이니 뭐니 하는 거.. -하긴 애초에 선이 없으니까 그런거겠지만- 그런게 아니라 좀 더 충격적이었어요
영악한 주인공도 좋고 연기도 괜찮고 무엇보다 편집이나 연출이 참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었어요.
시간이 애매하게 되어있는데가 많은데 메가박스 포인트 써서 보니 더 좋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생각해보면 약의 성분이라는 건 분석해보면 알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주인공이 약효가 도는 동안 주인공은 초절한 학습력, 분석력을 갖는 천재가 되니 약학의 천재가 되지 못할 이유도 없고.
전당연히 힘을얻은데에대한 대가를 치를줄알앗는데
그냥 쿨하게 끝남 ㅋ
알만 꺼내서 먹어." 막 이랬던 것 같네요---> 어쨌든,재미있는 소재의 영화라는 생각이~~~^^;
큰 비용 안들었을것 같은데 재미지다는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