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4'가 어른의 사정으로 좌초되고 리부트된 스파이더맨. 전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기존 스파이더맨 3부작을 굉장히 좋아하고, 원작 만화가 어떻건 상관없이 오직 이것만이 제 안의 스파이더맨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기 때문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는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스파이더맨이니까 기왕이면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보러 갔는데 무척 만족했습니다.
영화는 136분의 긴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액션 씬은 나올 때마다 신납니다. 스파이더맨 특유의 거미줄을 이용한 입체적이고 다이나믹한 움직임은 아이맥스 3D로 보러 간 보람을 만빵으로 느끼게 만들어주더군요. 하지만 화면이 커서 좋았던 거지 눈에 띄는 3D 효과는 사실 별로 없습니다. 활공 장면을 비롯한 액션 씬에서의 맛을 살리기 위해 활용된 정도? 뭔가 눈을 자극하는 현란한 3D, 혹은 영화 전체적으로 실감되는 심도를 기대하고 보러 간다면 실망할 겁니다. 하지만 돈 들인 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겠다는 듯 활공과 액션 장면이 꽤 많기 때문에 아이맥스로 보는 맛이 만빵입니다.
스파이더맨의 능력은 이전 3부작에 비해 리얼해진 느낌입니다. 초감각이나 반응속도, 그리고 거미줄을 뽑아내는 거리 등의 스펙적인 능력 면에서요. 근데 능력을 활용하는 전투적인 센스는 이전 3부작의 피터보다 이번의 피터가 더 좋은 것 같군요. 영화 전반적으로 스파이더맨도 악당도 총을 맞으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그런 존재라는 느낌으로 연출되었고 그것이 분위기의 차이를 만듭니다.
초반에 능력을 각성했을 때 초감각과 괴력 때문에 통제가 안 되어서 괴로워하는 과정은 꽤 설득력 있게 잘 그려졌습니다. 확실히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과잉하면 저렇게 될 것 같아요. 그에 비해 훈련으로 통제력을 기르는 부분이나 웹슈터를 만드는 부분은 많이 부족했습니다. 좀 더 집중해서 분량을 할애애줬으면 하는 부분이에요. 특히 웹슈터 개발 부분은.
스토리는 모든 면에서 기존 3부작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운명적인 퍼즐이 맞춰지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그 운명의 드라마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 노골적으로 2부 이후의 좀 더 거대한 어둠과의 대립을 예고하죠.
단점은 좀 지나치게 속도감을 중시했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피터와 닥터 코너스의 이야기에 모든 걸 집중하고 나머지는 러닝타임상 전부 생략해버린 감이 있어요. 피터가 불행한 사건을 당하고 나서 겪는 고뇌나 변화도 깊게 공감하기에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데다가 보다 보면 내용이 빠져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 피터를 괴롭히던 소년 플래시에 대한 게 그렇죠. 피터와 그웬이 연인이 되는 과정도 중간이 실종된 느낌으로 중간에 내용상 있어야 할 것 같은 부분들이 없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연애질할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죽을 것 같은 분위기가 연발되는 건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꼽겠습니다.
이번 피터 파커는 애가 너드라기보다는 잘 생기고 잘 나가는 하이틴 스타가 너드인 척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느낌? 앤드류 가필드가 워낙 키 크고 잘 생긴 청년이다 보니 그런 어색함이 있더군요. 그래서 초반은 어색했어요. 후에 천재적이고 추진력 있는 면모가 나오면서부터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죠. 이번 피터는 찌질하지도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답답하지만도 않은, 그래서 정은 좀 덜가는 녀석입니다.
그웬은 꽤 매력적인 히로인이었습니다. 답답하지 않고, 행동파고, 능력도 있고요. 위기상황에서도 그녀의 능력이 빛을 발하죠. 하지만 이쪽이 말을 안 해도 초능력자처럼 모든 걸 다 알고 이해해준다는 태도는 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스테이시 경감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딱딱하고 말 안통하는 어른인가 싶었지만, 사실은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죠. 어떤 의미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었습니다. 아무리 운명적으로 특출난 힘을 갖게 되었더라도 혼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고 그를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영웅일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이 영화의 대립은 영웅과 악당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경찰들의 대응은 꽤 좋아요. 총화기는 스파이더맨과 리자드를 상대로도 유효한 병기였고 헬기 때문에 움직임이 파악되니 피터도 꽤나 애를 먹죠. 분명 스파이더맨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해도 충분한 정보를 갖고 대응책을 세운다면 경찰은 스파이더맨을 잡는 것도, 리자드를 처리하는 것도 불가능해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럴 여유가 없이 오로지 스파이더맨만이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 봉착했을 뿐. 그런 분위기가 폭발하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보면서 울컥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감정적인 울림은 딱히 없이 그저 재미있게만 보고 있었는데 만신창이가 된 스파이더맨을 위해 길을 마련해주는 부분에서는 정말 눈물 나더군요. 이토록 뻔한 장면인데 어쩌면 이리도 멋지게 만들어놨는지.
이번편에서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는 많고, 마지막에는 노골적으로 2편을 예고하면서 끝납니다. 과연 피터의 부모님은 어떤 비밀을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닥터 코너스를 찾아왔던 초현실적인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것들은 2편 이후에 알 수 있겠죠.
추가 - 스탠 리 영감님 출연장면은 쩝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 중에 제일 쩔어요.
추가2 - 부디 후속에서 그 남자가 샌드맨이 되는 전개는 아니길 바랍니다. 제발.





덧글
스파이더맨 그 찌질함과 답답함 때문에 싫어했는데 이번건 한 번 보러가볼까-_-;;
한번 봐야겠네요ㅋㅋ 아이맥스 언제까지 걸려있으려나;
토비파커 - 혼자 고민하면서 땅판다. 혼자 가만있어도 악운이 알아서 찾아온다.
앤드류파커 - 고민따위 그런거 몰라 하면서 신나게 설친다. 자기가 돌아다니며 악운을 만든다(...)
180도 다릅니다.(...)
데일리 부글에서 스파이더맨 사진찍으면 상금 준다고 해서 스파이더맨을 스토킹(...)하기 시작한다는게 원작 설정.
오스본이 피터의 능력에 주목해서 복제하려고 연구하다 개판오분전 되는 스토리일수도 있죠.
문제는 코너스가 거미남 정체를 오스본 쪽에 밝혔는가 하는 건데;; 코너스가 정상일때는 피터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었으니 얘기 안했을수도 있지만 어쨌든 아버지 연구 때문에 오스코프에서 피터를 마크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니까 방심할 수는 없겠네요.
...처음부터 악당에게 정체 다 까발려진 거미남이라니 이거 엄청 불리한거아닌가
너무 정적이였고, 특히 샘레이미 버젼이랑 전개가 너무 비슷해서 비교가 너무되는데..
전개를 그렇다고 천재적으로 더 잘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샘레이미판 전개 (삼촌죽고 영웅이 되는 전개) 가 더욱 천재적이였죠..
저는 전체적으로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액션을 보러 갔는데 영웅영화로 가장한 하이틴 로맨스물을 본 느낌이랄까요.
제임스 아너의 음악도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고.. 에휴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하고 나만 이상한가ㅠㅠ했었는데 혼자가 아니었군요 ㅎㅎ
구조적으로 보자면 팀버튼 배트맨과 배트맨 비긴즈의 차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만 거미줄 아저씨의 역량이 놀란신에 훨씬 못미치는 건 사실이라 단순 비교하기는 좀 애매)
음악은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군요.
샘레이미판에서는 크래인씬은 없지만 그린 고블린이 스파이더맨을 죽이기 일보직전에 시민들이 잡동사니들을 던져 그린 고블린을 휘청거리게하고 스파이더맨이 임무(?)를 완수하게 도와주는 씬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저는 크래인씬보다 더욱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샘레이미가 고무줄이면, 마크 웹의 영화는 늘린 고무줄이라는 표현이 정말 정확하네요. 이제 막 스파이더맨이 되었으니 속편이 정말 기대 되는군요..
(아이언맨에서 만다린이 그렇게 나와주길 바랐는데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무산되어 어흑흑흑)
...아니 그럼 설마 리처드 파커가 다스베이더급의 중간보스로 나와서 암유어빠더를 외치는건가! OTL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원작 팬들과 영화 시리즈만 아는 사람들간의 온도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시리즈만 알면서도 기존과는 별도로 이 영화가 제법 좋았지만...
노만 본인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긴 한데 확실한건 다음편 나와봐야 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