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도우 폰8 발표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긴 했지만, 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폰8로 성공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비록 윈도우 폰7 기기들에 내린 사형선고로 인해 사후지원에 대한 불안을 폭탄처럼 끌고 가야 하는 꼴이 되었고 이 이미지는 윈도우 폰9로 넘어갈 때 지금과는 다른 행동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결코 만회할 수 없겠지만, 제가 보기에 윈도우 폰8은 윈도우 폰7이 갖고 있던 가장 큰 약점을 해소했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는 윈도우 폰7의 가장 큰 약점은 하드웨어 지원이었습니다.
뭐 다른 것도 많이 있겠지만 일반 소비자들한테 어필 못한 가장 큰 이유가 하드웨어 경쟁에서 뒤쳐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요. 윈도우 폰7 지지자들은 죽 오로지 스냅드래곤, 그것도 싱글코어만 쓸 수 있어도 최적화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사후지원에 대한 믿음도 같이 따라붙었지만 그건 이번에 박살났으니까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고) 하지만 그 싱글코어 하드웨어의 한계가 윈도우 폰8로의 업그레이드를 가로막은 가장 큰 원인이 되었고, 매번 최신 하드웨어를 투입하는 안드로이드나 적어도 그것들과 경쟁할 만한 수준의 스펙을 갖추고 나오는 아이폰과 비교당하면 도무지 매력을 어필하기 어려웠습니다.
어쨌거나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쉽게 매력적으로 인식할만한 포인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법이고 하드웨어는 그러한 포인트에 들어가죠. 최신 듀얼코어 혹은 쿼드코어 프로세서! HD 해상도의 슈퍼 아몰레드! 도트가 안 보일 정도로 정밀한 레티나 디스플레이! 3G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LTE 지원! 등등. 일단 누가 봐도 '어, 대단해 보여. 저 폰 좀 전투력 높은 거 같아.' 라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마케팅 허세력이 중요한데 윈도우 폰7은 이 점에서 치명적으로 뒤쳐져 있었습니다. 내실이 어떻건 간에 윈도우 폰7 기기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시대에 뒤쳐진 싱글코어나 박고 있는 물건이었을 뿐이에요.
그 약점이 윈도우 폰8에서 메꿔졌습니다.
여전히 다양성은 떨어지지만 퀄컴의 스냅드래곤 S4는 적어도 이번 세대에서는 어디에서나 하이엔드로 통용될 수 있는 프로세서입니다. 또한 적어도 당분간은 1280 x 720 해상도는 폰에 탑재되면 어딜 가서도 꿀리지 않는 해상도가 될 겁니다. 아마 올 연말이나 내년쯤에 안드로이드 진영이 5인치쯤에 1920 x 1080 해상도를 단 폰을 내놓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또 나중의 이야기지요. 충분한 파워의 프로세서와 해상도 지원만 해도 사람들이 알기 쉬운 강점이고 제조사들은 이걸 활용해서 매력적인 하이엔드 폰을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파트너 제조사가 노키아, 삼성, hTC, 화웨이 4곳 밖에 안 남았고 그들 중에서 노키아를 제외하면 다들 별로 의욕적이지 않을 거라는 점인데, 여기서는 노키아가 끝내주는 폰을 하나라도 내서 상황을 바꿔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죠. 윈도우 폰7 기기들의 업그레이드 불발 때문에 상당히 이미지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사실 어느 분야나 안팔린데서 얼마나 잘하냐보다는 확 잘 팔리는 게 나오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사실인지라...

또한 윈도우 폰7이 런칭될 당시와는 달리, 어쨌거나 윈도우 폰8은 처음부터 윈도우 폰7에서 쌓아올린 10만개의 앱을 끌어안고 출발합니다. 한국 시장 한정으로 보면 카카오톡도 이제 되긴 하지요. 경쟁을 시작하기 위한 조건은 그럭저럭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그만큼 마이너스 요소도 커졌지만... 과연 여러가지 희생을 치러가면서 윈도우8 패밀리를 완성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에서 반격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긴 해야겠지요. 전 적어도 윈도우 폰8까지는 그들의 폰을 구입할 의사가 없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 중 하나는 과연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폰들에 대해 윈도우 폰7.8 이후의 지원을 어떻게 계획해두고 있냐는 점입니다. 좀 더 저가형 폰들을 위해 최저 사양을 낮춘 탱고도 존재하니, 기존의 윈도우 폰7 기기들도 이후에도 윈도우 폰8과는 별개로 지원이 지속적으로(그리고 얼마나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탱고는 기존 윈도우 폰7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물건이니 윈도우 폰7 기기들도 윈도우XP와 윈도우7 지원이 따로 돌아가듯이 계속 지원해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과연 어떻게 될지... 만약 이런 식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좀 더 명확하게 이에 대한 사실을 어필했어야 하는 걸 안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고요. 물론 어필했어도 여론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덧글
어지간히 뜨지 않는한 개발자들이 모여들 확률은 전보다 더 낮아졌다고 봅니다. 헌데 뜨기위해서도 개발자는 필요한데 역
어리버리 대학생들 블로거 간담회니 백날해봐야 이런 배신이니...
업그레이드 불발로 소비자 패대기 치고 며칠이나 지났다고 윈도우8의 비전과 희망으로 시선돌리려는 언론들 짓거리 정말 추접합니다.
하여튼 윈폰7의 업그레이드 불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많은 걸 잃어버렸는데, 그 대신 경쟁이 가능한 재료들을 손에 넣었으니 이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뭐 전 윈폰9로 넘어가면서 다른 모습 보여주기 전까진 구매고려 리스트에 안 넣겠지만.
또 개발도상국시장도 저가 안드로이드가 늘고있는데 이것과 경쟁하려면 앱개발쪽 경쟁력 없으면 안됩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군요.
http://techit.co.kr/5770
MS가 망고 사용자들에게 새UI를 지원하는 윈도폰7.8 업그레이드를 제안한 것은, 재개발이 끝나기만 기다리던 천막살이들에게 알록달록한 새 텐트로 만족하라는 짓에 불과하다.
이야기할걸 정리하자면,
1. MS는 탱고를 기존 윈도우 폰7과도, 윈도우 폰8과도 별개의 '저가형 라인업'으로 준비하고 있다.
2. 저가형을 위한 건 탱고가 있으니 윈도우 폰8 저가형은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당분간은)
3. 그렇다면 탱고는 앞으로도 윈도우 폰8과는 별개로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가?
4. 기존 윈도우 폰7 기기들은 탱고 업데이트를 지원받아서, 윈도우 폰8로는 못가도 장기적인 지원은 받을 수 있는 건가?
이겁니다. 이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개발자들이 지지를 보내건 말건 그건 완전 별개의 이야기죠.
윈도우 폰8 자체의 흥망이 어떨 것인가에 대한 제 생각은 본문에 언급한 바와 같습니다. 윈폰7은 끝났고 기존 기기들은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며, 이로써 윈폰 브랜드는 큰 이미지 손실을 입었지만 그럼에도 성공 가능성은 있다.
화면만 크고 값만 싸다면 부모님께 하나 해드릴만하다는 생각이 들긴하네요.
의 중간쯤으로 예상해 봅니다
약점이 어느정도 매꿔졌다고 해도, 후발주자로서 소비자를 사로잡을만한,
강력한 메리트가 없다는게 좀 그렇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윈도폰8이 윈도폰7 처럼 망하면, MS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윈도폰8을 버릴겁니다.
그들은 시장 장악 이전엔 하위호환성이건, 개발자 고려나 사용자 배려 따윈 안중에도 없어요.
이건 발머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전통이니까요.
이번 윈도폰7 사태는 이런저런 의미 부여 아무 것도 필요 없고,
윈도95 출시를 질질 미루며 떡밥만 날리던 OS전쟁기 때 MS가 Win32s를 버전업 시키면서 한 짓의 21세기판일 뿐입니다.
그때는 개발자들만 아비규환에 빠졌을 뿐 일반 사용자들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었지만, 지금은 소수라고 멀쩡한 사용자들까지 내다 버린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이겠네요.
"그들은 '시장 장악 이전엔' 하위호환성이건, 개발자 고려나 사용자 배려 따윈 안중에도 없어요.
이건 발머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전통이니까요."
죄송합니다. 20줄도 안되는 답글을 '읽는' 능력도 안되는 분께 검색 운운하다니 제가 너무 과한 기대를 했나봅니다. 거듭 사과드리고요.
윈도폰8이 윈도95만큼 팔리면, 윈도폰9에서도 윈도폰8, 하위호환 해주겠죠. 만족하시죠? ^^
그래도 HW나 어플들을 보면 윈폰7때보단 훨씬 나을거라 생각합니다.윈폰7어플에 대한 호환도 된다고 하고...
윈8이랑 같이 얼마나 버무릴지가 가장 큰 포인트중 하나라고 보네요.
요즘같은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대형 기업이 듀얼코어 지원이 뭐가 어려워서 안하고 버티는걸까...하던 의구심은 빅엿을 먹으면서 해소됐습니다orz
졸지에 천덕꾸러기가 된 제 루미아만 불쌍하죠...
윈모 6.5를 피해 7로 왔더니!
다만 궁금한건 이렇게 윈폰7,8 더블체제로 가는데 실용성은 있는지...군요
윈폰7만해도 블랙베리도 못잡고 빌빌대고 있었고 심비안으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 저가폰 시장도
안드로이드에 잠식되고 있는 판국으로 보여서 말이지요.
차라리 어플이 돌아갈 환경이라도 일원화 해야 이것저것 신경 쓸 필요 없이 앱을 쓸 수 이쓸텐데..
아무튼 저도 윈폰9가 어떻게 나오는지만 지켜보는 입장입니다[..]
적어도 얼굴격인 모델 하나쯤은 만들어줘야지 윈도폰도 안드로이드나 iOS와 겨우 경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