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 외계인 조물주 친구들이 큰일났어



일곱 명이 단체관람하러 가서 한 명은 대단히 분노하고 나머지 여섯 명은 만족하고 나왔습니다. 사실 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다 이해가 가요. 전 분명히 재미있게 봤고 아이맥스 3D로 보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였지만, 가열차게 까는 평을 보면 반박하거나 옹호해줄 생각은 안 들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거에요. 신기한 영화죠. 그만큼 명확한 허점이 (너무 많이) 존재하고 장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은 취향을 타게 만들어졌습니다.

떡밥이 난무하는데 회수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인류 기원이 어땠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조차도 영화에서는 인물들의 추측이 존재할 뿐 명확한 답은 존재하지 않아요.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은 사실 인물들이 '이럴 거야!' 라고 추측한 것들이지 영화 속에서 명쾌하게 답을 낸 건 하나도 없어요. 사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죠. 즉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그럴싸한 분위기 내는데만 주력하다가 그대로 끝나버려요. 왠지 'X-파일' 생각나는 영화죠.

분명 외계인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창조주인지 뭔지는 모르고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문제는 어떻게 짜맞춰보려고 해도 앞뒤가 안맞고 납득도 안 가는 부분들이 난무해. 텅 비어 있는 부분들을 상상으로 채워넣는 재미를 주려고 한 거라면 이 구멍이 슝슝 뚫려있는, 마치 의도적으로 전개상의 설득력을 부여했어야 할 부분들을 제거해버리고 편집한 게 아닐까 의심되는 스토리도 그럴싸할지도 모르는데 문제는 어떤 답을 채워넣고 봐도 앞뒤가 안 맞아. 마치 외계인 창조설 음모론 떡밥들을 마구 모아두고 정리는 안한 것 같아요.


고로 그런 건 처음부터 포기하고 가는 게 편합니다. 명확한 사실 관계, 인물들의 납득 가는 행동, 제대로 앞뒤가 맞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간다면 폭발할 가능성이 커요. 아무리 기대감을 버려도 이 부분을 중점으로 영화를 보는 일행이 끝나고 나서 폭발했죠. 명확한 뭣도 없이 별로 납득 안 가는 이유로 1조 달러를 들여서 거기 가는 것부터 최소한 지구만한 거대한 별에 가서 목표로 하던 지점을 들어가자마자 찾는 거 하며, 처음 가는 동네에서 어떤 위협적인 생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데도 '과학탐사니까 무기는 안 돼'라고 무방비 상태로 가질 않나, 겁 많아서 달달 떠는 놈들이 아무리 봐도 (삐-)한 물건에나 나올 법한 (삐-)하게 생긴 촉수를 보고 귀여운 암컷이라고 무방비하게 접근했다가 (삐-)한 꼴을 당하질 않나, 공기조성이 좀 괜찮아 보인다고 그외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데 바로 헬멧을 벗어 재끼는 패기 폭발하며... 나열하다 지쳐요. 한두 개여야 이건 말이 된다 안 된다 이건 좀 그렇지 않냐 이야길 하지. 이쯤 되니 차라리 태클 걸면서 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반면 만족한 사람들의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되었습니다. '에이리언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즉 에이리언 프리퀄로서의 추억을 자극하기 위해 노리고 만들어진 부분들, '스토리랑 캐릭터는 기억도 안 나고 기억을 안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은데 하여튼 마이클 패스벤더는 잘 생겼고(...) 영상과 아트웍이 너무 좋아서' 즉 분위기랑 영상빨. 인류의 기원을 쫓는다는 광고 카피에 어울리는 느슨하면서도 진중하고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 그리고 에이리언 때부터 이어져온 그로테스크하고 SF적인 영상미. 이것들을 기대하고 간다면 묵직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는 '에이리언스러운 것'들이 튀어나오는 부분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영화에 들어가기 전, 같이 보러 간 일행 중 하나가 말했습니다. "댁 이거 에이리언 프리퀄이라는 거 알고 가는 거지?" 물론 알고 가는 거였지만 거기엔 함정이 있었습니다. "그럼 에이리언 시리즈가 호러물이라는 것도 알고 가는 거지? 이거 SF 호러 영화다?" ...아뿔싸! 당했다! 공명의 함정이다! 생각해보니까 난 공포영화 못보잖아! '레지던트 이블' 1편도 무서워서 죽을 뻔했는데 이거 무서우면 어쩌지? 속였구나, 리들리 스콧 아저씨;ㅁ;

...근데 뭐 나이 먹어서 내성이 어느 정도 생겼는지 아니면 호러블한 분위기, 깜짝깜짝 놀라는 연출 같은 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볼만했습니다. 고어해서 보기 힘든 부분은 한 두 장면 정도? 왠지 (삐-)한 물건에 나올 것 같은 (삐-)한 촉수를 보면서 '귀여운 암컷이야'라고 하는 놈들이 (삐-)한 일을 당하는 부분이랑 쇼 박사의 수술 부분 정도였어요. 마지막의 스태프 롤이 올라가기 전에 나오는 에필로그 영상도 꽤 호러하지만 거긴 이 영화의 존재의의 같은 부분이고 의외로 보기 힘들지도 않았죠. 물론 그로테스크하긴 했지만.


그나저나 분명 진화론을 인정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적어도 몇만년 이상 생물학적으로 진화라는 게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외계인 조물주 친구들은 큰일났어요. 작은 닥터 쇼 이야기. 작은 닥터 쇼에게는 작은 닥터 찰리가 있었어요. 작은 닥터 쇼는 작은 닥터 찰리를 매우 사랑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외계인 조물주 친구들 때문에 작은 닥터 찰리가 죽어버렸어요. 작은 닥터 쇼는 너무 슬펐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답니다. 다음날, 작은 닥터 쇼는 대기권을 넘어, 광활한 우주를 지나 외계인 주물주 친구들의 모성에 진입했어요. 그리고 작은 외계인 조물주 친구들의 작은 배때지에 칼빵을 놔줬답니다. 누구든 작은 닥터 쇼를 건드리면 아주 (삐-) 되는 거에요. 아주 (삐-) 되는 거야.


...영화 보면서 엘리자베스 쇼, 즉 닥터 쇼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개념 없는 민폐 히로인일 것 같았지만 그건 페이크. 찰리가 죽은 후부터는 '아, 이제 내숭 떨 상대도 없고 내숭 떨어봤자 소용도 없군!' 하고 각성. 저 불끈거리는 근육을 보라. 남자들 중에서도 발달한 사람 찾기 어렵다는 승모근도 불끈불끈. 어떻게 저렇게 단련했을까요? 외계 생물병기와의 융합이 그녀를 슈퍼터프한 돌연변이 슈퍼 여전사로 만들었나? 그녀의 터프함이 외계인의 모성 따위 맨손으로 박살낼 기세에요. 안드로이드 데이빗이 가냘퍼보이게 만드는 그녀는 이미 외계인의 종말. 영화는 후속작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면서 끝났는데 이제 외계인 조물주 친구들은 큰일났습니다. 닥터 쇼가 배때지에 칼빵을 놔줄 테니까요! 사실은 아무 잘못도 없고 그냥 데이빗이 굉장히 빡치는 말을 해서 저런 거였을지도 모르는데 지네 멋대로 쳐들어온 인간들이 놔두고 간 물건 좀 건드렸다 피봤다고 배때지에 칼빵 맞을 외계인 조물주 친구들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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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레스실버 2012/06/11 19:36 # 답글

    안녕 아저씨. 아저씨의 글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트랙백 함^^
  • 로오나 2012/06/11 19:37 #

    트랙백은 트랙백을 부르지. 이 트랙백의 연쇄를 어떻게 할 거야?
  • FlakGear 2012/06/11 19:53 # 답글

    쇼가 그렇게 변한이유는 아마도 감독의 이상향의 여자스타일이 강인한 여자라서 그러려나요.
    제 2의 리플리가 될...까 생각했지만 뭐... 약간 부족하긴...;;

    그나저나 쇼가 행성으로 떠났으니 행성은 무사하지 못할꺼야(...)
  • 로오나 2012/06/12 09:03 #

    배때지에 칼빵~ 배때지에 칼빵~
  • 창검의 빛 2012/06/11 19:56 # 답글

    그냥 에일리언 : 오리진 or 에일리언 : 비긴즈 같은 제목이랑 카피 붙이고 나왔다면 더 좋았을 거 같슴다.
  • 로오나 2012/06/12 09:03 #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기획이 차이는 바람에 '에이리언 프리퀄처럼 보이지? 아냐. 아니라니깐!' 하면서 나온 게 이거라.
  • 킨키 2012/06/11 19:56 # 답글

    창조주들은 X이야 X! 히히히 생물병기 발사!!
  • 로오나 2012/06/12 09:04 #

    외쳐 바이오 해저드!
  • 마봉길 2012/06/11 21:35 # 답글

    리들리 스콧 옹께서 말씀하십니다 1 - "(에일리언 3, 4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의 제작진들에게) 떡밥이라고 뿌리는 게 이것 밖에 안되냐?! 이 꼬꼼화 생퀴들아! 나님께서 직접 본좌급! 역대급! 떡밥이란 무엇인지 보여 주갔어!"
  • 마봉길 2012/06/11 21:39 # 답글

    리들리 스콧 옹께서 말씀하십니다 2 - "얘들아? 형 스타일 알지? 이번 극장 개봉이 끝이 아니라는 것, 다들 알지? 쫌만 기둘려봐~ 얼마 있다가 한 30분 추가된 '감독판' 재개봉하고, 또 얼마 있다가 결말이 바뀌는 '재편집판' 도 개봉하고, 또 45분 추가에 이런 결말 저런 결말 다 넣어주는 '완전판' 블루레이도 뿌려줄께! 다들 알지? 모두 총알 장전하고 기둘리고 있쓰어~! ㅋㅋ"
  • 로오나 2012/06/12 09:04 #

    근데 짤린 신은 30분 이상 수록될 거지만 지금의 편집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판은 없을 거라고 잘라 말하긴 했습니다. 과연 뒤집어질지 어떨지는 봐야 알겠지만.
  • 2012/06/11 22: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오나 2012/06/12 09:04 #

    영화 전체를 한마디로 요약.
  • 2012/06/11 23: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오나 2012/06/12 09:05 #

    그건 아무리 봐도 근성이라기보다는 육체 그 자체의 성능이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르게... 스테이터스치가 한 3배쯤 뻥튀기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그 장면입니다. 올라가기 전에 나오죠. 제가 글쓰면서 착각했습니다.
  • 이녀니 2012/06/12 01:52 # 답글

    정작 메인으로 세운 샤를리즈 테론은 그냥 낚시용이였을 뿐 보여주기는 쥐뿔도 없다는게 함정...
  • 로오나 2012/06/12 09:05 #

    10분 뒤에, 로 그녀는 역할을 다했습니다. (...)

    근데 그녀가 보여준 반응들이 이 영화 등장인물들 중에 제일 제정신 박혀보였음.
  • 광대 2012/06/12 06:41 # 답글

    저도 쇼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진정초인...
  • 로오나 2012/06/12 09:06 #

    아무리 봐도 인간을 초월했어요.
  • 신시겔 2012/06/12 08:51 # 답글

    음? 맨 마지막의 장면(그러니까 에일리언과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그 부분)이 스탭 롤이 모두 올라간 다음에 나오나 보죠?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스탭 롤 올라가기 바로 전에 나왔는데 극장측에서 관객 편의를 위해 편집한 것일라나요.
  • 로오나 2012/06/12 08:56 #

    아, 그건 제가 착각했습니다. 올라오기 전에 나온 게 맞습니다. 수정합니다.
  • Earthy 2012/06/12 09:13 # 답글

    아이맥스 3D로 봐도 쩔었겠지만, 원경이 많이 나오고 움직임이 있다보니...
    CGV의 4DX가 쩔더군요. 처음으로 4D 영화라는 걸 봤는데 의외로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배에서 뚫고 나오는 장면에서 물을 분사하니, 깨끗한 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를 찝찝함이......
  • 로오나 2012/06/12 09:19 #

    제가 일반 3D는 어두워서 그걸로 볼바에는 그냥 안본다는 주의인지라...

    4D는 제 친구의 명대사가 있었지요, '내가 왜 돈주고 의자가 나한테 침뱉는거 맞으러 가야돼?'

    그 후로 저는 4D는 아예 고려대상으로 삼지도 않았...
  • 플로렌스 2012/06/12 09:49 # 답글

    재밌긴 한데 이건 뭐야 하는 어이없음도 있고...기묘한 영화입니다;
  • 로오나 2012/06/14 07:13 #

    참 묘한 영화죠. 그래서 논란이 되는 것일 거고.
  • cava 2012/06/12 10:14 # 답글

    전 에일리언 프리퀄이란 말도 안듣고 갔어요. 좌석에 앉고나서 떠오르는 생각이 아 이거 에일리언 감독이랬는데??
    ...그리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봐요 ㅋㅋ
    영화에서 안가르쳐준 부분을 메꿔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영화입니다.
  • 로오나 2012/06/14 07:13 #

    근데 어떻게 메꿔도 앞뒤는 안맞는...
  • 2012/06/12 11: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오나 2012/06/14 07:12 #

    외계인 조물주 친구들이 큰일났습니다.
  • 퍼플 2012/06/12 11:41 # 답글

    그러니까 누미 라파스(쇼박사)는 넥스트 시고니위버인거죠? +_+
  • 루디안 2012/06/12 13:05 #

    이게 프리퀄이니까 포스트 리플리 아닐까요?
  • 퍼플 2012/06/13 10:45 #

    아 네 ^^
    저는 배우를 ㅎㅎㅎ
  • 로오나 2012/06/14 07:12 #

    그런 이미지로 만든거 아닐까요? 2에서는 외계인의 배때지에 칼빵을...
  • AyakO 2012/06/12 16:03 # 답글

    모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10분 후의 수수께끼...!!!
  • 로오나 2012/06/14 07:12 #

    과연 삭제영상 중에 그게 있을까 없을까가 최대의...
  • 창천 2012/06/13 19:54 # 답글

    신기한 영화군요. 재미있으면서도 혹평에 대해 납득하게 되는...
  • 푸른별출장자 2012/09/26 23:19 # 답글

    너무 늦은 뒷북이긴 한데 최근에 비행기에서 그 영화를 보았습니다.

    워낙에 한공돌이 하는데다 SF 매니아다 보니 영화 주인공들의 행동이 등신같긴 하지만...

    스토리는 대충 아주 쉽게 이해가 가던데요.

    어쩌면 프레디터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의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젤 나가 들이
    바로 그 기술자 그룹일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본 별에서 지나친 장난으로 추방당한 일군의 미친 과학자들이 마침내 자신들을 죽일 괴물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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