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3 - 10년만에 돌아온 추억의 마침표



저에게는 실망스러웠던 '맨 인 블랙2' 이후 자그마치 10년. 무려 10년만에 후속작을 만들다니, 단순히 이게 인기 시리즈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만들었다면 이 기간은 너무 길었죠. 분명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만들어보고 싶어했고 감독도 배우들도 '해보자' 할만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한번쯤 마무리를 짓고 싶어서 이걸 만들었다고.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시리즈의 완결편이고 더 이상 후속작이 나올 건덕지가 없단 소리는 아닙니다. 영화 컨셉상 얼마든지 더 외계인으로 사건을 일으키고, 또 검은 선글라스 끼고 검은 양복 입은 남자들이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면 되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1부터 시작된 이야기의 마무리였어요. 1편에서 한번 시작되었고 끝나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2편이 만들어져서 계속되었던 제이와 케이의 이야기는 여기서 한번 완성되었습니다.

그건 영화 속에서도 제이와 케이를 억지로 현실보다 덜 나이 먹었다고 우기는 대신 지나간 시간 그대로 '제이가 처음 MIB에 들어온지 14년이 흘렀다'고 설정한 것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윌 스미스는 분명 나이를 먹었지만 그의 실제 나이를 생각하면 여전히 엄청난 동안에 거기다 근육도 불끈불끈인데 토미 리 존스는 정말 나이를 먹었더군요. 젊은 케이를 연기한 조슈 브롤린은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포스터로도, 스틸샷으로도, 예고편으로도 봐서 다 알고 갔는데도 스크린에서 보는 순간 너무 닮아서 쇼킹하더라고요. 이야, 기가 막힌 캐스팅이구나. 물론 분장의 힘도 더해진 결과겠지만. 여담이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했지만 저는 왠지 조슈 브롤린이 윌 스미스 옆자리에 앉아서 슬쩍 웃을 때 묘하게 스티븐 시걸하고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추억의 총집합입니다. 영화 자체가 그래요. 맨 인 블랙 시리즈를 보았던 관객들의 추억, 그 안에서 활약하는 캐릭터들의 추억, 로켓이 달로 발사되던 시절을 기억하는 미국인들의 추억. 한국인이 마지막 부분에 공감하는 건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저 '아, 옛날 미국이구나'로 끝날 부분들이었거든요. 그런 느낌이 좋지도 싫지도 않고 그냥 앤디 워홀 까는 부분에서 웃었어요. 메츠 우승 부분은 제가 심지어 야구팬도 아니기 때문에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서 그냥 그런갑다 했고요. 하지만 미국인들이 보면 감상이 다르겠지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옛날 배경의 이야기를 볼 때처럼. 그래도 앞쪽 두 가지에는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제이와 케이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그 순간이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막판 갈 때까지는 이거 도대체 어떻게 끝내려고 그러나 싶었는데 지나고 나니 뻔히 노림수가 보이는데도 좀 찡하더군요.


뭐가 나올 때마다 '우와, 신기해, 멋져!' 하던 분위기는 3편에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거 이미 10년 전까지 다 했고 그 이후에 나온 수많은 영화들이 이런거 저런거 다 했잖아요. 이제와서 이 영화가 외계인과 그들과 관련된 무언가를 오버해서 보여주려고 해봤자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여주진 않을 거에요. 이미 알거 다 아는 사람들이 와서 보는 걸 가정한 영화의 분위기는 썩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 MIB 장비보다 구형이라는 티가 풀풀 나는 40년 전의 장비들이 웃음을 줬죠. 영화의 개그는 꽤 좋아요. 깨알 같이 웃겨주는 부분들이 많고 두 장면 정도는 관객 다함께 폭소했을 정도니까요. 국장의 추도사라던가 제이가 모르는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부르냐라던가.


근데 외계인들은 이번에도 왜 이렇게 비호감으로만 그려놨는지 원. 나와서 싸우는 놈들마다 다 지저분하게 그로테스크해서 소름 끼쳐. 보리스 이 자식은 캐릭터로서는 전혀 임팩트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는 주제에 손에 거미 넣는 걸로 혐오감만 폭풍 같이 주다니, 짐승 보리스 같으니ㅠㅠ 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아무리 봐도 머리 나쁜 악당인데 탈옥하는 과정은 무슨 천재 사이코패스처럼 그려놔서 전혀 납득이 안 가요. 도대체 지구와 달 사이에 어떻게 편지를 주고 받았으며 편지로만 여자를 거기까지 꼬실 수 있었는지 알려줘야 할 거 아냐! 게다가 또 지구에는 어떻게 갔어! 덧붙여서 달 기지 진짜 싼티나더군요. 달 기지의 디자인이나 그런 게 아니라 그 부분 영상이... 일부러 B급스럽게 만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이거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어요. 영화 제작비가 2억 달러가 넘게 들어갔다는데 다 보고 나면 도대체 어디다 제작비를 그렇게 많이 쏟아부은 건지 미스터리어스함.


외계인 캐릭터 중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든 캐릭터는 그리핀입니다. 예지력을 가진 5차원적인 존재라. 예지력을 가진 자의 정신머리가 어떻게 되는가... 를 아주 잘 보여준 것 같고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배우 인상이 살짝 현실에서 유리되어 있는 그런 캐릭터에 굉장히 잘 어울리더군요.


10년만에 속편이 나왔는데 4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편이 완결이라고 해도 썩 그럴싸해요. 하지만 또 새로운 외계인이 새로운 지구의 위기를 불러오고 또 그들이 출동하는 걸로 4편을 만든다면, 보러 가긴 할 것 같아요.







덧글

  • 홍쎄 2012/05/28 17:28 # 답글

    저도 조슈 브롤린에서 스티븐 시걸 아저씨가 보인다고 생각했었어요...
    3편을 제대로 못봐서... ㅠㅠ 다시 봐야할 거 같습니다.
  • 로오나 2012/05/28 18:14 #

    역시 그렇죠? 차 운전석에 앉아서 웃을 때 스티븐 시걸이 오버랩되더라고요.
  • 시난 2012/05/28 18:42 # 답글

    전 레이디 가가는 악명 높은 범죄자 보리스의 팬이라고 생각했는데 요런 해석은 어떤가요?ㅋㅋ 그니까 딱히 꼬실 필요도 없는 광신도...-ㅂ- 저도 달기지의 B급스러움을 보고 빵 터졌는데 맨인블랙 이전 시리즈들도 생각나고 좋긴 했어요. 하지만 제작비가 그렇게나 많이 들었다니 로오나님 블로그에 와서 알고 정말 놀랐습니다;; 3G에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 건가..;;
  • 로오나 2012/05/28 21:18 #

    가능한 이야기긴 하지만 어쨌든 그 부분에서 스토리상에 중대한 허술함이 발생했다고 봐요. 뭐 어떠랴 하고 보긴 했지만서도.

    3D엔 그렇게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다 제작비를 썼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 하긴 2도 1억 4천만 달러인가 썼는데 보고 나서 이거 엇따 제작비를 이렇게 많이 썼나 했었죠.
  • Uglycat 2012/05/28 21:16 # 답글

    이번 편은 케이 요원의 사정을 파고드는 쪽에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
  • 로오나 2012/05/28 21:17 #

    중점은 두 사람의 이야기였죠. 시간여행까지 동원해서 영화 시리즈 자체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그리고 배경에 대한 추억을 안은...
  • 냥이 2012/05/28 22:20 # 답글

    상당히 즐겁게 봤습니다. 사실 2편은 좀 실망이 컸거든요.
    3에서도 혹평이 많아서 별 기대없이 보러갔는데, 의외로!!

    뭣보다 1,2편을 일부러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그려냈다는 것이 좋았어요.
    볼거리만 막 늘어놨으면 오히려 점수 더 깍였을 듯.
    (애초에 MIB는 B급 정서에 맞는 볼거리 쪽이라서 요새의 무지막지한 GC와 대결했다가는 묻히기도 쉽겠고..)

    오래전 관객들과의 추억 되돌아보기라는 측면에서의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도 적절한 듯 싶고.
    2편의 악몽은 이걸로 해결~

  • 로오나 2012/05/30 16:26 #

    저도 꽤 좋았습니다. 2편은 끝났을 때 '뭐야 이거? 끝이야?' 라는 느낌이었죠.
  • 창천 2012/05/29 14:18 # 답글

    2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3는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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