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여정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다섯편의 영화가 있었고 그 중 하나는 흥행에 실패하며 배우가 교체되기까지 하는, 이 프로젝트 최대의 불협화음이 되었습니다. '아이언맨2'부터는 모든 영화가 이 프로젝트를 위한 예고편 취급을 받았고 그것은 독립적인 영화의 완성도에 많은 불만사항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벤져스'가 개봉했습니다.
솔직히 전 상당히 삐딱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좋아. 결국 개봉하는군. 얼마나 잘난 영화를 보여주려고 여태까지 다른 영화들을 그렇게 취급했는지 봐주겠어. 흥. 그래봤자 그냥 히어로들 우르르 나와서 볼거리나 신나게 폭발시켜주고, 그게 다겠지? 그 이상은 기대도 안 해.
근데 이럴수가, 아이맥스 3D관에서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볼거리, 스토리, 연출 모두 놀랍도록 잘 만들어놨군요. 이거 하나로 지금까지의 영화들을 노골적인 예고편 취급해서 보던 사람 빡치게 만들었던 죄를 사하노라. 네. 다 용서가 됩니다. 이걸 만들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이번에는 다 용서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앞으로 크로스오버 기획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예시로 들 마스터피스가 될 겁니다. 제작비 3억 달러 루머가 돌았을 때 정말이라면 이거 흥행 괜찮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결과물이 워낙 잘 나와서 그 정도라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영화 속에는 큰 화면에서 볼 때 100%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넘쳐흐르고 그 장면장면들이 전부 버릴 거 하나 없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저 볼거리가 난무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와 잘 맞아떨어져서 흥분을 폭발시켜요. 3D 효과도 괜찮습니다. 자연스러움은 부족하지만 특정 장면에서 (특히 아이언맨의 비행장면에서) 입체감을 과장해서 볼거리에 어울리는 효과를 주고 있어요. 다만 기본적으로 액션 장면이 슬로우 연출 이딴 거 없고 속도감을 살려서 정신없이 몰아붙이기 때문에 어두칙칙한 일반 3D관에서 보느니 그냥 환하고 깨끗한 2D 디지털관에서 보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저도 2회차 관람은 좀 차분하게 2D 디지털로 갈 생각입니다.
이 영화의 굉장한 점은 볼거리만이 아니고 스토리와 유머도 제대로 만족감을 준다는 겁니다. 설마 이 정도로 스토리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인, 제한된 상영시간 내에 각 캐릭터들의 매력과 서사를 다 잘 살리면서 골고루 비중을 줄 수 있느냐는 문제는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각 캐릭터들간의 심각한 파워 격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어필하면서 활약합니다. 정작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는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 헐크의 캐릭터는 여기서 무시무시한 파워와, 유머러스함 모두가 기가 막히게 살아나고 연원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 역시 이후에 어디 나와도 상관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모든 국면에서 서로의 협력이 부각되도록 팀플레이 구도를 짜놓는 솜씨는 실로 천재적이에요.
유머도 좋아요. 처음에 캐릭터들이 집결하고 나서 한동안은 좀 분위기가 늘어집니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깨알 같은 개그들이 들어가 있어서 몰입감을 유지시켜주죠. 모두가 유머 하면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를 떠올리겠지만, 이 영화에서 개그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헐크와 로키입니다. 특히 로키는, 오, 마지막 보스가 어쩌면 이리도 안구에 습기차게 웃겨줄 수가 있는지! 중2병 폭발하는 대사들 하며, 종종 폼나는 듯 하다가 사정없이 망가지는 꼴 하며, 전 영화를 다 본 뒤에 로키의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로키는 정말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 폭발하는 캐릭터였어요. 결말까지 확실하게 웃겨주는 영화의 일등 개그공신입니다.
아이언맨과 토르는 자기 영화 속의 매력과 파워를 그대로 가져온데 비해 헐크는 자기 영화가 참 지나치게 시시했다는 걸 증명합니다. 그래. 우리가 바라던 헐크는 이런 거였어. 그런 시시하고 허약한 헐크가 아니었다고.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는... 저 쫄쫄이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제발. 자기 영화에서는 밀리터리 룩으로 잘 어레인지해서 봐줄만 했는데 이건 진짜 보기가 괴로워요. 더 괴로운 건 풀 코스튬이 아닐 때에요. 애가 몸이 참 좋은데 파란색 아저씨 내복 같은 쫄쫄이 입고 있으니까 4차원적으로 빈티나... 복대를 차고 다 떨어져가는 판잣집에서 술병 들고 있어야 할 것 같아. 닉 퓨리는 아이언맨 쪽에서 처음 나왔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드는 놈이었는데 이걸 보고 나니까 언제 좀 죽어서 없어져버리거나 엄청 심한 꼴을 당했으면 좋겠군요. 근데 절대 안 그럴 것 같아서 앞으로도 짜증내면서 볼 것 같습니다. 근데 닉 퓨리 부관인 힐은 참 미인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블랙 위도우보다 더 미인인듯. 그리고 콜슨은... 오, 설마 그가 그렇게 될 줄이야.
영화 속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끔찍한 쫄쫄이 말고 또 하나의 단점을 꼽자면 역시 막판에 세계의 위기처럼 묘사되는 치타우리족입니다. 어벤져스 팀원들이 압도적인 수적 열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연출이 너무 잘 되어서 볼 당시에는 흠을 잡고 싶지 않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얘네 너무 약해요-_-; 비주얼은 SF 간지가 넘쳐나는데 실속이 없어요.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다짜고짜 핵 날리지 말고 그냥 어벤져스 팀원들이 버티는 동안 전투기 먼저 떠서 공중지원 좀 때려주고, 그 다음에 지상병력 출동했으면 의외로 쉽게 발라버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치타우리족 개개인은 개개인이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다는 걸 빼면 화력, 방어력 모두 별로고 커다란 스페이스 가물치(...) 같은 놈들도 솔직히 미군이 화력으로 밀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게다가 클라우드 단말 시스템인지 모선이 박살나면 모든 전투원이 행동불능이 되어버리는데, 이놈들 고작 지구의 핵병기 한방에 날아가버릴 정도로 별볼일 없어요. 아니, 방어력도 없는 것들이 도대체 왜 멍때리고 핵이 날아오는 걸 보고만 있다가 한방에 싹 쓸리는 거야?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아이언맨2'와 '토르 : 천둥의 신' 두 영화는 꼭 보시길 권합니다. 아이언맨 시리즈는 사실 제가 보기엔 '어벤져스'를 '아이언맨 2.5'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인지라 기본 학습 코스 되시겠고, '토르 : 천둥의 신'은 역시 로키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로키의 안습한 인생역정이 여기와서 폭발하는 거라니까요!(탕탕)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도 보는 게 좋지만 안 봐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안 봐도 전혀 상관없고요. 배우까지 갈아치워버렸기 때문에 그냥 헐크가 어떤 캐릭터인지 간단한 배경지식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물론 이 모든 영화를 다 보고 가야 '어벤져스'의 재미를 극대화해서 느낄 수 있겠지요.





덧글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지루한 부분은 거의 다 블랙위도우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반대로 어벤저스의 헐크는 유쾌함이 넘치죠.
헐크 리부트 경우에는 어벤저스를 계기로 이런 성향만 유지한다면 크게 성공할 것 같습니다. 아이언맨이야 이제는 아주 어벤저스를 이끌어가는 확실한 시리즈 물이 될 것 같고,
호크 아이 같은 경우에는 아이언맨이나 헐크가 주가 될 뻔한 맨해튼 전투씬에서 정말 몇 가지 씬을 통해서 자기 존재를 어필하더군요. 캡틴 아메리카도 사실 거창한 이름에 비해서 전투씬은 딱히 기대할 게 적긴 한데 아이언맨과 엮고, 나름 자기 씬을 찾으면서 충분히 어필이 가능했고요.
뭐 이번 어벤져스부터 포텐 터지면 상황이 바뀔 것 같긴 합니다만 과연?
올 상반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 손색이 없네요.
그냥 뭐...우려를 깨끗이 날려주는 멋진 영화였어요
이 영화는 화면이 크면 클수록 보는 맛이 날 것 같습니다. 상암 IMAX도 솔직히 작았다는...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이번 어벤저스에서 각 메인 히어로별 최고의 명대사를 캐릭터마다 꼽으라면,
캡틴 - 수트 입어
토르 - 입양된 형제지
헐크 - 신이 약골이네
아이언맨 - 우린 헐크가 있는데
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어벤저스를 극장에서 보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지라, 마블 코믹스의 팬으로서는 그야말로 황홀한 2시간이었슴다. 날 가져요 캡틴. 엉엉... ㅇ<-<
그냥 IP TV 유료 컨텐츠로 올라올 그 날이나 기다려야 겠습니다. 어허헝
초능력 초과학 초인이 모인 괴물집단에서 오히려 평범하기에 그 평범함에 가치가 있는 그런 캐릭터였는데..
전 영화를 보는 내내 콜슨의 믿음이 이들을 뭉쳐줄 구심점이 될거라 예상했습니다만.. 으앙ㅠㅠ 난 그런걸 원한게 아니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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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같은 괴물이 감히 어쩌고 저쩌..
쿵쩍쿵쩍
약해빠진 신이로군
굳-_-乃
하지만 그보다 토니의 색드립이 제일 인상깊고 웃겼습니다.
그 장면때 온 극장이 웃음바다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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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블랙 위도우의 정확한 능력은 뭔가요? 그냥 마음을 읽는 독심술?
특히 블랙위도우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첩보원이죠..
로키를.엿먹이는 장면은 순수하게 자신의.핀단으로 연기한겁니다.
이것도 본인 능력은 아니고 약을 썼다던가 힐링팩터를 썼다던가 그런 걸로 알지만요.
일단 마블 코믹스 쪽에서 나왔을 때 모티브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공주로 유명한 아나스타샤라고 알고 있습니다.
'쿠와아라너모토코투코아코ㅓㅇ칼쾅쾅ㅋ항쾅퍽쿵딱쾅'
이 장면 지나가고 한참뒤에도 웃음이 멎질 않아섴ㅋㅋㅋㅋㅋㅋ 죽는 줄 알았네욬ㅋㅋㅋㅋㅋ로키가 영화 내내 하도 찌질하게 굴어서 진짜 그렇게 패고 싶었는뎈ㅋ
마크 러팔로가 생각보다 되게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가 확실히 죽었다고는 특정할 수 없습니다.
확인된 건 부상사실과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는 것일 뿐 사망사실은 정확히 묘사되지 않았으며
오직 '닉 퓨리의 기내방송'으로만 전달되었죠.
그렇다는 것은 곧 이 또한 그의 트레이딩 카드 에피소드 조작과 마찬가지로
동기부여를 위한 닉 퓨리의 조작일 가능성을 내포시킨 연출인 겁니다.
앞으로 진짜 죽은 걸로 처리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만,
제작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엔 언제라도 복귀할 수 있도록 미리 장치를 해 놓은 거죠.
블랙 위도우(활쓰는 영웅 맞나요?)는 어느영화에 나왔나 했더니 토르 재감상하다가 알았네요ㅠㅜ
캡틴이 왜 카드같은게 있는지.. 중간에 하이드라의 무기 운운한게 왜인지.. 콜슨이 어떻게 캡틴을 알고 존경하는지 같은것들은 퍼어벤에서 나오는 것들이라...
이번 어벤저스는 뭐.. 호크아이와 블랙위도우를 살려놓은게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적으로 활약할때의 호크아이나.. 로키 엿먹이는 감정마저 속이는 블랙위도우도......
닉 퓨리는.. 영화에서 무슨 꿍꿍이인지 안드러내는 캐릭터라 그렇지.. 그래도 나름 바쁘고 히어로들 많이 서포트하더군요..
어벤저스 프렐루드-닉 퓨리의 화려한 일주일이란 코믹을 보면.. 닉퓨리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절절하게 나옵니다..
중간관리딕은.서러운거죠.. 네...
생각해보니 거기서는 토르가아니라 실버서퍼가 나왔었군요...;
마지막에 치타우리족 수장처럼 보이는애가 누군가싶었는데
친구가 캡콤vs마블에서 최종보스라네요...생각해보니 그런것같기도하고...
저걸 어떻게 잡어...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만 헐크오빠가 옷 찢으니까 올 ㅋ
블랙 위도우보다 예쁘더라구요. ^^;;;
모선이 터져서라기보단 게이트가 다쳐서 전파 감도가 약해진 거 아닐까요. 이쪽도 썩 강해 보이진 않지만[...]
그런데 전 아이언맨을 1만 보고 2는 안 봤는데, 1은 어벤져스 프롤로그란 느낌을 전혀 못 받았는데... 혹시 이에 대해 (스토리나 캐릭터적 맥락이 아닌) 영화의 재미에 대한 맥락에서 의견을 들려주실 수 있는지요.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 2부터...
아무래도 발탄성인처럼 여러 육신이 정신 하나를 공유하는 체제라 모선 터지면 모두 뇌사상태에 빠지나 보죠;;;
어쨌든 꼴랑 이걸로 지구 정복하겠다고 깝치다니 주제파악 너무 못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테러리스트 이상은 절대 못될 허접들.
로키가 헐크를 이용하려는 속셈이다!! 쿠궁!!
할때는 '헐크가 그렇게까지 신경쓸만한 존재인가?' 싶었는데...
후반부에 가오리 막는거 보고는 '우와 ㅆㅂ 헐크 졸라 짱 쌔네!!! ' 하고 경악을 했지요.
그리고 말씀대로 중2병 폭발하는 로키의 유리멘탈과 최악의 상성을 자랑하는 헐크콤비의 빵빵 터지는 개그는 정말...
근데 맞고보니 레알 핵.[..]
헐크는 파워개그캐릭<<
2D인데!
..뭣보다 크로스오버라면 슈퍼로봇대전이 마스터피스죠 슈로대W하세요 킁가킁가
(또한 각 캐릭터가 원작하고 미묘하게 다른 묘사가 많아서 그대로 섞기가 애매한 것도 있고)
또한 이번 어벤저스 영화의 스토리는 원작 1회하고도 얼티밋츠하고도 전혀 다른 식으로 나가기 때문에
사실상 제작진이 짜낸 오리지널 스토리거든요. 그런 한계 안에서 잘못하면 지리멸렬하게 될 가능성도 컸는데
이정도 뽑아낸 건 진짜 기적적으로 크로스오버 잘한 겁니다.
그렇지!!! 이게 헐크 지!!!!!!
요약 : 망나니 동생을 형이 친구들 데리고 가서 존내 후드려 패서 잡아오는 스토리 (특히 큰 엉아 무서워...)
저도 또르와 캡아로 신경 거슬리게 한 마블의 죄를 사하였습니다~